284화
태운은 가도의 상태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깨뼈부터 그 주변 근육까지 깔끔하게 잘려 나간 그의 오른팔이 단단한 금속으로 바뀌어 나타났으니까.
“이게 무슨….”
“마치 내 팔인 것 같구나.”
가도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팔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예전부터 금속 팔을 가지고 있었던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태운은 그런 모습을 보고 가도의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가도
LV: 41
마나 총량: 450,029
체력(72) 근력(89) 민첩(47) 유연성(21) 지력(32)
특성
상위 특성-명장(8개)
신체 재구성(LV.1)
스킬
상급 검술(LV.7)
초급 마법(LV.1)
상급 용병술(LV.8)
상급 전술(LV.7)
신체 강화(LV.1)
스틸 바디(LV.1)
단출한 상태창이었지만 약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체력과 근력 스탯은 상당히 높았으며 민첩과 유연성은 나이 탓에 조금 떨어진 모양이었다.
지력도 무난한 편이니 꽤나 든든했다.
그리고 태운은 밑에 있는 특성으로 눈을 돌렸다.
‘와… 상위 특성-명장에 하위 특성이 8개나 있다고?’태운도 상위 특성-명장에 하위 특성이 3개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특성이었는데 8개라니.
‘진짜 장군으로 있을 때 엄청난 힘을 보여줄 사람인 건 확실하네.’그리고 그 밑에 적혀있는 새로운 특성 ‘신체 재구성’에 눈이 돌아갔다.
“신체 재구성…?”
“무슨 말인가?”
태운은 자신도 모르게 상태창에 떠 있는 특성을 입으로 읽어 버렸다.
“아, 제가 가도님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어서요.”
“그런 능력도 있는 건가?”
“뭐… 그런 셈이죠.”
관찰력 스탯이 초감각 스탯으로 바뀌면서 상태창 관찰을 사용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초감각 스탯에 관찰력 스탯의 기능이 귀속되어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
‘마정석 안에서는 왜인지 모르게 관찰은 사용할 수 있더라고.’태운은 이것의 이유를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다.
‘마정석 안에서의 내 몸은 단순히 내가 조종하고 있을 뿐이고 실제의 나는 3인칭으로 보고 있는 거지.’그래서 정보에 관한 스킬과 기능들은 원래의 몸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신체 재구성… 그게 무슨 특성이지?”
“잠시만요. 저도 봐야 해서….”
태운은 특성 신체 재구성의 설명을 불러왔다.
신체 재구성: 신체 강화, 혹은 신체 경화 스킬을 가진 사람이 신체의 일부를 잃었을 때 각성하게 되는 특성입니다. 사라진 신체 혹은 다른 신체를 재구성하여 더욱 강한 신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오….”
태운은 신체 재구성의 효과를 보고 감탄했다.
“신체 재구성의 효과는 사라진 신체 부위를 더욱 강한 신체로 다시 만들어 내는 거라고 하네요. 또 다른 신체 부위도 지금 오른쪽 팔을 구성한 물질로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흐음… 무슨 말인지는 대충 알겠네.”
가도는 자신의 오른팔을 보며 살짝 웃었다.
‘수년 전에 잘린 자신의 오른팔을 되찾았으니 기쁘지 않을 리가 없겠지.’“마나 회로를 정리하고 제대로 각성을 하게 돼서 이제 특성과 스킬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가….”
“마나의 총량도 45만이 넘어요. 레일로프와 잭, 라온 중에 가장 높습니다.”
“자네는 얼마인가?”
“저는 7만 정도입니다.”
가도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레일로프가 20만이 넘고 라온도 25만에 가까운 걸로 알고 있는데… 자네는 7만의 마나로 수십 번이나 싸웠단 말인가?”가도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레일로프와 잭, 라온, 가도는 태운과 수십 번의 대련을 하면서 마나는 물론 체력까지 전부 사용했을 정도로 탈진했었다.
그런데 태운은 살짝 땀을 흘리며 숨이 거칠어졌을 뿐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실제로 태운은 어느 정도 기분 좋게 운동을 한 수준의 체력만 사용했을 뿐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저는 마법의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이 십여 년간 연구한 마법을 배우고 그걸 수년 동안 훈련한 사람입니다. 이쪽 세계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죠.”이 세계도 마법이 발견된 지 십수 년이 지나긴 했다.
하지만 지구는 마법 발전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이루어진 케이스였다.
고도로 발전된 과학 기술과 시너지 효과를 이뤄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이뤄냈으니까.
그런 세계에서 마법을 배운 태운과 이 세계에서 스스로 마법을 개척해나가는 사람은 출발선 자체가 달랐다.
물론, 그것 말고도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마나를 다루는 태운의 천부적인 재능도 한몫했다.
“거참… 그래도 7만에 불과한 마나로 어떻게 그렇게…”“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저만의 방법으로 마나의 소비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거든요.”“그게 무슨 방법이지? 알려줄 수 없는 내용인가.”“뭐… 알려드릴 수는 있는데 알려드려도 못 하실 거예요.”
“그래도 한번 듣고 싶구나.”
태운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마나의 연비를 높이는지 대충 알려주었다.
마나 미사일의 경우 더욱 얇게 만들어 마나를 덜 쓰고도 관통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든지 혹은 공격에 필요한 근육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마나의 연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두 가지 방법 중 첫 번째는 어렵긴 하겠지만 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두 번째 방법은 정말 가능한 일인가?”믿기 힘들다는 가도의 말에 태운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하고 있잖아요.”
“허… 거참… 대단하군.”
공격에 필요한 근육만을 강화한다.
말로만 들으면 쉬울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인체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그다음에는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근육과 이를 이루고 있는 근육 다발을 느낄 수 있는 감각까지 요구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한 근육만 골라서 강화할 수 있는 두뇌 회전 능력이었다.
“같은 동작이라도 적의 움직임에 따라 힘이 들어가는 근육은 달라서 저도 완벽하게 사용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조금의 낭비도 없도록 사용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네요.”이 방법은 마정석 흡수와 저장의 효율이 떨어질 때 연습하던 방법이었다.
하지만 마정석 흡수와 저장의 레벨이 올라 효율이 상승하고 에테르를 얻게 되면서 마나를 조금씩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대량의 마나를 사용해 에테르를 회복한 후 에테르를 활용해 공격하는 것이 더욱 큰 화력을 낼 수 있었으니까.
굳이 마나를 아끼면서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이 방법은 마나를 아낀다기보다는 힘이 다른 곳으로 흐르지 않도록 힘을 집중해서 쓴다는 느낌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탓에 이 방식의 숙련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참… 이제 그 얘기는 넘어가고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지. 그다음은 마법 훈련이었나?”가도는 태운에게 다음 훈련을 부탁했지만 태운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훈련 방식을 바꿔야겠어요.”
태운은 솔직히 말해 가도에게 마나의 총량이 많은 것 말고는 특출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태운의 착각이었다.
‘각성자의 재능은 한 가지가 아니야.’
각성자의 수많은 재능 중 가장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재능은 바로 타고난 특성과 스킬.
그건 태운이 가장 부러워했고 가장 가지고 싶어했던 재능 중 하나였다.
마나를 다루는 감각, 새로운 마법을 만드는 창의력, 유연한 사고력 등등가도는 이런 재능을 타고나지는 못했지만 가장 확실한 재능을 타고 났다.
‘이런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훈련 방식을 바꿔야겠지.’특성과 스킬을 백분 활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시작하시죠.”
그렇게 태운의 새로운 훈련이 시작되었다.
* * *
“드디어 오늘인가.”
가도가 레일로프에게 대련을 신청한 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즉, 오늘이 바로 가도와 레일로프의 대련 일이라는 것이다.
“참… 분위기 살벌하네.”
잭의 말이었다.
“그러게 말이다.”
태운도 잭의 말에 동의했다.
가도와 레일로프는 오늘 일어난 이후로 단 한마디의 말도 나누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컨디션을 끌어 올리기 위해 훈련할 뿐이었다.
“참나… 무슨 남자의 자존심이니 뭐니…. 유치하다, 정말.”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라온은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라온도 궁금하긴 한 것 같았다.
수년간 마법을 사용해오며 강해진 레일로프와 마법을 최근에 깨우친 그의 스승인 가도 중에 누가 더 강할 것인가.
가도가 새로 깨우친 특성을 알지 못하는 잭과 라온은 레일로프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태운의 생각은 달랐다.
태운도 처음에는 레일로프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그의 특성과 스킬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대련은 그 누가 이길 거라고 단언할 수 없어.’태운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쯤 가도와 레일로프의 준비가 거의 끝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태운의 말에 가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충분히 데워졌네.”
“나도 충분해.”
가도와 레일로프는 약간의 땀을 흘리고 있었다.
몸이 충분히 풀렸다는 의미였다.
“그럼 둘 다 자신의 자리로 가서 목검을 들고 서 계세요.”“잠깐만. 이번 대련은 진검으로 하고 싶다만.”가도의 부탁이었다.
“정말이십니까?”
“자네도 알지 않은가. 목검으로는 나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걸.”
“그렇지만….”
가도는 웬만한 금속보다 단단한 피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목검으로 가도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 정도로 어려울 것이다.
가도는 그런 상태로 목검으로 싸우는 것을 일종의 반칙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레일로프의 입장에선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상대와 목검으로 대련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까.
“정 뜻이 그렇다면… 레일로프도 괜찮겠지?”“뭐. 나도 괜찮기는 하지만… 대련 도중에 크게 다치면….”“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불구가 될 정도의 부상만 아니면 후유증 없이 치료해줄 수 있으니까.”
“그럼 나도 상관없다.”
레일로프와 가도는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던 검을 가지고 와 장비했다.
두 자루의 검 모두 예리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명검이야.’
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태운이 봐도 훌륭하고 멋진 검이었다.
검을 꾸준히 단련하고 손질하여 만들어진 명검.
둘 다 자신의 검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것 같았다.
“준비되었네.”
“나도 준비가 다 되었다.”
가도와 레일로프의 준비가 끝이 났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태운의 말을 시작으로 둘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카-앙!
선공은 가도였다.
가도는 시작과 동시에 신체 강화 스킬을 사용했고 빠른 속도로 달려가 레일로프를 공격했다.
“많이 녹슬으셨군요!”
레일로프는 간단하게 가도의 공격을 막아내고 후속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가도는 레일로프의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고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예리하진 않지만 굉장히 빠른 속도를 가진 연격이었다.
“크읏….”
예리하지도 않고 속도도 빠르긴 했지만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왜인지 가도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너무나도 까다로웠다.
그때, 가도가 입을 열었다.
“과거에 내가 말한 것 같은데… 왼손잡이의 검사를 만나면 그의 실력이 비록 하찮더라도 긴장을 늦추지 않은 편이 좋을 거라고 말이야.”
“크윽…!”
“네가 아직 나에게 안 된다고 했던 이유를 알려주마.”
“제가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레일로프는 가도에게 밀리기 시작하자 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대련은 이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