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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75화 (275/379)

275화

태운은 싱가폴의 상공을 날아 어드벤처 길드의 코르벤이 묵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때였기에 급하게 갈 필요가 없었다.

‘혹시 모르니 주변 지형을 조금 살펴보고 가야겠네.’태운은 육감을 사용해 주변 지형을 단번에 스캔해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급하게 머리에 넣었기에 기억이 오래가지는 않겠지만 일을 벌이고 도망가기 전에는 잊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태운은 호텔의 옥상에 착륙했고 그곳에서 자신의 계획을 점검했다.

딱히 계획이라고 할 법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2시간이 더 지났고 싱가포르의 하늘에는 어둠이 자리했다.

‘슬슬 시작해야겠네.’

태운은 육감과 마나 실을 사용해 호텔의 구조를 빠르게 파악했다.

한순간 호텔의 마나 감지기가 반응했다.

일반적인 다른 마법이라면 마나 감지기가 반응조차 하지 않았겠지만 마나 실을 퍼트려 구조를 알아내는 방법은 어쩔 수 없었다.

마나가 흘러나가지는 않았지만 마나 실을 퍼트리는 과정에서 마나 실이 마나 감지기를 건드리지 않기란 굉장히 힘든 일이니까.

마나 감지기가 반응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는 마법을 사용한 사람이 없어도 종종 있는 일이다.

‘특히 지금 많은 헌터들이 호텔에 묵고 있어서 이 정도면 충분히 허용 범위 내라고 생각할 거야.’태운은 호텔의 구조를 확인하고 전력실의 위치를 파악했다.

‘인비지블 코트, 마스커레이드.’

태운은 투명화를 사용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마스커레이드를 사용했다.

그리고 에테르로 메테리얼을 만들었다.

‘공간 비틀기.’

태운은 옥상 문이 있는 공간을 조심스럽게 비틀었다.

그리고 그 틈으로 몸을 집어넣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공간은 그대로 복구시키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옥상 문을 열 수도 있지만… 이런 호텔에 옥상 문을 강제로 열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경호팀에 경보가 울리는 건 기본일 테고 대피령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태운의 계획은 완전히 틀어져 버린다.

‘전력실은 42층이었지.’

이 건물은 총 50층의 건물이다.

즉, 지금부터 8층이나 더 내려가야 한다는 말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지.’

투명화를 사용한 상태고 태운은 마법을 사용해도 잉여 마나가 흘러나오지 않으니 엘리베이터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갈 이유는 없지.’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엘리베이터로 가면서 원하는 층으로 가기를 기다리는 방식은 너무 불확실한 방법이다.

‘비상계단이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태운은 비상구의 문을 열어보았다.

‘잠겨 있지는 않네.’

태운은 비상계단을 통해 한 층 한 층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42층에 도착한 태운은 옥상의 문을 통과한 방법으로 전력실의 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태운은 전력실에 들어가 딱 봐도 중요해 보이는 기계 앞에 섰다.

‘호텔 관계자분들… 죄송합니다!’

쾅!

태운은 주먹으로 그 기계를 완전히 부숴 버렸다.

그 순간,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다.’

태운은 전력실을 나가 다시 비상계단으로 나갔다.

그 후, 육감과 에테르를 마음껏 사용해 어드벤처 길드의 코르벤을 찾기 시작했다.

‘찾았다.’

그리고 태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르벤의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12층의 1203호… 스위트룸이군.’

태운은 바로 계단과 계단 사이의 틈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12층에 도착하자마자 멈춰 복도로 향했다.

12층 비상구의 문을 열자마자 태운의 눈에 코르벤의 모습이 들어왔다.

“하… 참, 경호 수준이 높다길래 하루 묵으려 했더만… 하루 만에 일이 터져 버리네. 야! 경호! 무슨 일이야!”코르벤은 자신의 방인 1203호에서 목만 빼서 욕을 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확인된 것이 없어 알려드리기 어렵습니다.”“뭐? 이 새끼들이 내가 누군지 알고! 내가 말 한마디면 이 호텔은 영업 접어야 해!”상상했던 코르벤의 모습 그대로다.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약자에게는 한없이 악랄한 모습.

갑질이 생활화되어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죄송합니다. 무슨 일인지 확인되면….”

“으으웁!”

경호원이 고개를 숙인 순간 코르벤은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정확히는 태운이 코르벤의 입을 막고 방 안으로 밀고 들어간 것이었지만 말이다.

태운은 방문을 닫자마자 복면을 벗고 투명화를 해제했다.

“너는 누구… 으읍!”

태운은 말하려는 코르벤의 입을 막아 버렸다.

“괘, 괜찮으십니까?”

뭔가 이상함을 느낀 호텔 경호팀원은 코르벤의 상태를 물었다.

“괜찮네.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고 빨리 무슨 일인지나 파악해!”태운은 코르벤의 목소리와 말투를 흉내 내 경호원에게 말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지만 문 너머에 있는 경호원 하나 속이기에는 충분했다.

그러고는 사일런스 룸을 사용했다.

“너 누구야! 거기 누구 없나!”

코르벤은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이 자식들이….”

“아무도 오지 않을 거다. 널 구해줄 사람은 없어.”태운의 말을 듣고 코르벤은 코웃음을 쳤다.

“허… 내가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게 오래되긴 했나 보군. 얼굴도 본 적 없는 잡것이 날 공격하려 하다니….”코르벤은 메테리얼을 만들었다.

그가 만들 수 있는 메테리얼의 수는 8개.

코르벤은 전사 계열의 헌터 중에서는 가장 많은 수의 메테리얼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쁘지 않군.”

태운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그는 전사 계열의 헌터 중에서도 테크니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헌터다.

그런 움직임을 하면서도 마법도 잘 활용하다니.

평범한 헌터라면 생각도 하지 못할 방법이었다.

“네놈의 신원을 확인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겠어. 시신이 곱게 남아있지는 못할 테니까.”코르벤의 살벌한 협박에 태운은 웃지도 않았다.

“퍽이나 그럴 수 있겠다.”

코르벤은 마법으로 검을 만들어 태운에게 휘둘렀다.

태운은 그 공격을 아주 가볍게 피해냈다.

검격을 피해냈지만 거기서 코르벤의 공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코르벤의 검격에 이어 코르벤의 마법이 날아들었다.

피할 수도 있고 방어할 수도 있었지만 태운은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마법 파괴.”

태운의 눈이 붉게 점멸한 순간 그의 시야에 보이는 코르벤의 모든 마법이 사라졌다.

“무슨…! 커억!”

코르벤의 손에 들려 있던 검도 마법으로 만든 것이었기에 사라진 상태였다.

태운은 걱정할 것 없이 코르벤의 목을 집어 들고 벽까지 밀어붙였다.

“크… 커컥….”

태운은 압도적인 완력으로 코르벤의 기도를 막았다.

코르벤은 격하게 저항했지만 태운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퍼억! 퍼억!

코르벤의 주먹질과 발길질을 계속 맞으면서도 태운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허어어억….”

태운의 손에 점점 숨이 막혀 가는 코르벤은 순간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코르벤을 지배했다.

코르벤은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정신을 붙들고 메테리얼을 만들어 벽에 마법을 사용했다.

벽을 부숴 큰 소리를 내면 자신의 부하와 경호팀이 달려올 테니까.

터-엉!

하지만 그런 생각 또한 태운에게 읽히고 말았다.

태운은 코르벤이 사용한 마법의 앞에 방어막을 만들어 막아냈다.

‘아….’

모든 것을 포기한 코르벤이 의식을 잃기 직전, 태운은 코르벤을 벽에 던져 버렸다.

“크허헉!”

죽을 뻔한 코르벤은 태운의 손에서 벗어나자마자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눈앞의 저 녀석이 누군지, 누구길래 자신에게 이런 일을 하는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쯧… 그딴 짓을 하고도 본인은 살고 싶은 모양이군.”퍼억!

태운은 코르벤을 걷어찼다.

“커헉… 커헉….”

코르벤은 어느 정도 숨을 회복한 뒤 태운에게 물었다.

“나에게 뭘… 뭘 월하는 거지…?”

“딱히 원하는 건 없어.”

태운은 쓰러져 있는 코르벤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난 네가 했던 일에 대해 원한을 가지고 있을 뿐이야.”

“그게 무슨….”

“네가 무슨 짓을 해서 나에게 원한을 샀는지 알아맞히면 네놈을 살려주는 걸 고민해보지.”

“…….”

코르벤은 자신이 한 일들을 모두 되짚어 보았다.

‘장기 매매…? 아니면 불법 포르노 제작…? 아니면 내가 던전 안에서 죽인 녀석의 형제나 친구…? 아니면 내가 파산시킨 회사의 사장이 고용한 사람이라든가….’코르벤이 그렇게 자신의 잘못을 떠올리고 있던 순간 태운이 입을 열었다.

“참 쓰레기 같은 짓을 많이도 했군.”

“……!”

태운은 에테르 마법으로 코르벤의 생각을 읽고 있었다.

대상의 기억을 모두 읽을 수는 없지만 그 당시에 직관적으로 하고 있는 생각은 읽을 수 있었다.

“너는 그것 말고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무슨 짓이든 했겠지. 안 그래?”

“그게 무슨….”

코르벤은 모른 척했지만 그런 게 태운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조금 더 생각해봐.”

코르벤은 조금 더 생각해 보았다.

‘그것들이 아니라면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다고!’그리고 결국에는 최악의 답변을 내놓았다.

터-엉!

코르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떠오르지 않자 태운을 공격하는 것으로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태운은 성벽 갑주를 세 겹이나 사용한 상태였다.

급하게 사용한 코르벤의 공격이 통할 리가 없었다.

“지금 네 답은 최악의 오답이다.”

퍼억!

태운은 코르벤을 한 번 더 걷어찼다.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려주마.”

태운은 마스커레이드를 해제하고 천천히 본 얼굴을 드러냈다.

“가, 강태운! 네가 왜…”

“이제야 제대로 이야기가 되겠어.”

“설마… 오늘 회담장에서 내가 뭐라고 했다고….”태운은 코르벤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는 그런 걸로 사람을 죽일 정도로 속 좁은 사람이 아니거든.”

“…그럼 무슨….”

코르벤은 태운에게 물었다.

자신에게 왜 이러느냐고.

“얼마 전에 너의 명령으로 창공 길드에 들어가 첩보 활동을 하던 한국인이 있지 않았나?”코르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동생도 기억하나?”

코르벤은 그 질문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코르벤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한 모양이었다.

태운은 그의 그런 모습에 한 번 더 화가 났다.

콰앙!

태운은 코르벤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 넣었다.

“고작 중학생의 나이였다. 친구들과 하하 호호 떠들며 맛있는 것도 먹고 귀엽게 연애도 할 나이였단 말이다.”

“크윽….”

“그런 어린아이의 시간을 몇 년이나 빼앗아가 놓고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단 말이냐!”태운은 이대로 코르벤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으니까.

태운은 녹음기를 켜고 코르벤의 앞에 내려놓았다.

“말해라. 너의 범죄 사실과 네가 운영해오던 불법 사업에 대한 모든 것을. 너도 내 얼굴을 보았으니 약점 하나는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으니까.”

“…할 수 없….”

“닥치고 그냥 해!”

태운은 위협을 사용하며 소리쳤다.

“크읍….”

그러자 코르벤은 어쩔 수 없이 태운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장장 30분에 걸친 자백 녹음이 끝이 났고 태운은 녹음기를 자신의 품 안에 집어넣었다.

“그럼 이제 살려주는….”

“무슨 소리야?”

태운은 검을 뽑아 코르벤의 어깨를 깊숙이 찔렀다.

“자백 파일을 얻었으니 너한테 필요한 건 없다.”원래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그의 범죄 사실을 듣고 나니 살려둘 수가 없었다.

“지옥에 가서 너 때문에 죽은 사람들에게 똑같이 당했으면 좋겠군.”촤-악!

코르벤의 목이 호텔 객실의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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