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화
불분명한 소재지와 신출귀몰한 이동 방식을 이용한 대규모 테러지금까지 칠죄신교가 헌터들을 상대한 방식이다.
도시에 칠죄신교가 나타나면 헌터들은 힘없는 일반인들을 지켜야 했기에 수비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고 그 탓에 헌터들은 밀릴 수밖에 없었다.
파괴하는 쪽보다 지키는 쪽이 훨씬 더 어려웠으니까.
“저기다!”
“대원로님들이 직접 만든 결계를 어떻게….”
“전부 죽여 버려라!”
헌터들이 있는 광장에 칠죄신교의 원로들과 전사들이 도착했다.
급하게 달려온 녀석들을 보며 전대섭이 미소를 지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마음이 편하군.”
태운도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습니다.”
당황스럽고 다급해 보이는 녀석들의 표정을 보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전투가 벌어지기 일보 직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편했다.
“우리는 항상 지키는 싸움만 해왔다. 우리의 목적이 녀석들로부터 우리의 세상을 지키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우리는 앞으로도 지키는 싸움을 할 거다.”전대섭은 달려오는 원로들과 전사들을 바라보며 강태운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여기서는 지킬 것도, 신경 쓸 것도 없다. 오늘만큼은 녀석들에게 지키는 싸움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줘라.”
“알겠습니다.”
지키는 싸움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녀석들에게 보여줄 차례다.
“에테르 익스플로전!”
쿠구궁…!
태운의 에테르 익스플로전 한방에 하늘섬 전체가 흔들렸다.
태운이 노린 곳은 바로 하늘섬 중앙에 있는 원로들의 성이었다.
그곳에 대원로들이 있다는 사실을 태운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그곳에 에테르 익스플로전을 시전했다.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었다.
“너희도 이번만큼은 지키는 싸움을 해봐라.”
* * *
태운이 마정석 흡수를 하며 얻은 특성 중에 지금 이런 상황에 특화되어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파괴자라는 특성이었다.
특성: 파괴자(LV.7)
LV.1 모든 공격의 범위가 늘어난다.
LV.2 모든 공격의 위력이 늘어난다.
…
LV.5 자신이 시전한 광범위 공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LV.6 광범위 공격을 시전할 때 피아식별이 가능하다.
LV.7 광범위 공격 성공 시 낮은 확률로 사용 자원의 70%를 돌려받는다.
태운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 가장 직관적이고 강력한 특성이었다.
딱히 활용할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는 강력한 특성을 하나 가지고 있으니 태운의 전력은 크게 상승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아무것도 신경 쓸 것 없이 공격할 수 있을 때 이것만큼 도움이 되는 특성은 달리 없었다.
쾅!
태운은 다시 한번 에테르 익스플로전을 사용해 하늘섬의 중앙 원로의 성을 폭격했다.
‘연정아에게 들은 바로 여기는 전사들과 원로, 키메라들이 지내는 하늘섬이었지….’아무 죄 없는 비전투원들은 다른 하늘섬에서 산다고 말했었다.
즉, 지금 이곳에 헌터들이 신경 써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후우… 에테르 소모가 생각보다 크네….”
저장할 수 있는 에테르의 양이 늘긴 했지만 큰 규모의 폭발을 연속으로 일으키니 에테르의 잔량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또 아직 다루는 게 익숙하지 않은 에테르를 사용하면서 정신력도 꽤나 소모했다.
‘에테르 사용은 멈추고 일반 마법을 사용해야겠다.’태운은 에테르를 다시 축적하고 정신력 회복을 위해 일반 마나를 사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단단한 중앙 성의 외벽은 에테르 익스플로전으로 인해 박살이 났으니까.
“라바 미사일, 파이어 미사일, 라이트닝 미사일.”태운이 에테르 익스플로전으로 부숴놓은 성 외벽 사이에 마법들을 쏟아냈다.
태운은 그 안에 원로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안을 목표로 위력이 큰 마법들을 시전했다.
그 안에 있는 원로들이 이곳으로 와서 전면전을 펼치기 전에 수를 최대한 줄여놔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터-엉!
하지만 그런 태운의 마법을 모두 막아 버린 이들이 있었으니.
“강태운….”
그건 바로 대원로들이었다.
교만의 좌를 맡고 있는 쟝.
식탐의 좌, 마르기가스.
분노의 좌, 레이지.
질투의 좌, 소르코프.
탐욕의 좌, 페이지.
나태의 좌, 바이튼.
그들이 드디어 전선에 나섰다.
* * *
비어 있는 색욕의 좌를 제외한 6개의 좌를 맡고 있는 대원로들.
그들이 제공받는 마기의 질은 다른 사람의 마기보다 짙으며 강력하다.
그뿐만 아니라 대원로는 욕망과 죄악의 크기가 그 누구보다 강했다.
칠죄종을 섬기고 있는 그들에게 욕망과 죄악의 크기는 칠죄종에게서 힘을 가져올 수 있는 원천이다.
그래서 그들은 칠죄신교의 그 누구보다 강했고 그들이 없으면 칠죄신교는 돌아가지 않았다.
“으아아아!!! 이 빌어먹을 헌터 새끼들!”
쿵!
대원로 중 가장 커다란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는 남자, 레이지는 크게 발을 구르며 화를 냈다.
“하… 잠이나 자고 싶었는데 말이지….”
나태의 좌를 맡고 있는 바이튼도 간만에 전투에 참가하게 되었다.
바이튼은 어쩔 수 없이 나온 것 같았지만 말이다.
“하여간… 이래서 새파랗게 어린놈을 대원로에 넣는 게 아니었는데….”탐욕의 좌, 페이지가 바이튼의 흰색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말했다.
명백한 도발 행위였지만 바이튼은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
물론 짜증 나긴 했지만 여기서 반응해줬을 때 이후의 상황이 귀찮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
“배가 고프군. 나 먼저 가겠다.”
“무리하다가 밀리지나 마라.”
“어이! 나도 같이 가!”
식탐의 좌를 맡고 있는 마르기가스는 대원로의 성에서 빠져나와 강태운과 헌터들이 모여 있는 광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뒤로는 분노의 좌를 맡은 레이지가 뒤따라 달리고 있었다.
스킬을 사용해 그 모습을 본 태운이 하오에게 말했다.
“하오 헌터님, 마르기가스가 나타났습니다. 이곳으로 곧장 달려오는 것 같으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알겠다.”
하오는 그 말들을 듣고 자신의 창대를 더욱 굳게 잡았다.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오가 이런 작전에 참여한 이유는 마르기가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거 마르기가스는 벨제부브가 한국 헌터들에게 처치당하자마자 헌터들에게서 몸을 숨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에 나타나는 몬스터를 처치하는 데에만 바빴던 하오를 포함한 중국 헌터들은 마르기가스와 전투를 벌여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태운에게서 마르기가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더욱 관심이 갔다.
전성기 시절의 허덕륜과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지만 하오와 허덕륜 스스로도 서로를 라이벌이라 여기고 있었으니까.
‘내 힘도 언젠가는 사그라들겠지.’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점점 힘이 떨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퇴물이라고 불릴 수준은 아니다.
힘이 더 떨어져 퇴물이라고 불리게 되기 전에 자신의 한계를 체험해보고 싶었다.
그 대상이 바로 마르기가스인 것이다.
“퇴물도 안줏거리 하나는 들고 있어 줘야 덜 초라하겠지.”
“네?”
“아니다. 나머지는 맡기지.”
하오는 그 말을 하고는 원로들과 전사들이 모여 있는 곳 한가운데로 들어가 언월도를 크게 휘둘렀다.
“내가 버프를 걸어줬다고는 하지만… 대단해.”태운은 에테르를 활용해 새로운 방식의 버프 마법을 만들었다.
원래 버프 마법은 시전자가 메테리얼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버프도 해제된다.
하지만 태운이 새로 만든 버프 마법은 메테리얼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마나를 버프 대상자의 몸에 저장해 버프의 수준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
버프를 유지하는 마나가 사라지면 버프가 끝나는 방식이다.
‘내가 마나를 넉넉히 주입해서 최대로 끌어내서 싸운다고 해도 30분은 버티겠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네.’이들이 합을 맞춰본 것은 겨우 하루뿐이다.
태운이 연정아에게 이 작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대섭에게 전달해 급하게 사람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태운은 새로 만든 방식의 버프에 대해 설명하고 버프의 사용량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마치 체력, 스태미나, 마나를 안배하며 싸우는 헌터들에게 버프 사용량이라는 생각할 것 하나를 더 던져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헌터들은 어려워했지만 불만을 표하진 않았다.
태운의 버프 덕에 헌터들의 전력이 크게 상승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태운은 하오가 싸우러 간 것을 확인하고 다시 명운 길드의 멤버들에게 돌아왔다.
“후욱… 흐아압!”
지킬 것이 없는 난전에서 조강현은 엄청난 위용을 보여주었다.
두 팔을 거대하게 만들어 전방의 적을 쓸어버리는 모습은 적들에게 재앙이라고 불릴 수준이었다.
촤-악!
전사 하나가 거대화된 조강현의 팔을 베어보았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조강현이 팔의 거대화를 풀면 그 깊었던 상처는 조금 베인 수준의 상처가 되었으니까.
그런 상처는 태운의 버프로 아주 가볍게 회복할 수 있었다.
“찬영아!”
“왜 불러!”
구찬영도 열심히 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찬영은 한국 A급 던전 안에서 활약했던 것을 인정받아 학생의 신분으로 A급 헌터 반열에 올랐다.
이미 실력은 A급 헌터였으니 반발할 헌터는 없었다.
“버프는 내가 다시 걸어줄 테니 버프 사용량을 최대로 끌어 올려! 광장의 입구에서 밀리면 수적으로 밀려 속수무책으로 당할 거야!”
“그래… 알았어!”
찬영은 태운의 말을 듣고 버프를 최대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마나경을 사용해 자신의 스킬로 신체를 강화했고 피부 경화를 사용해 몸을 보호했다.
‘저것도 생각해 보면 사기캐란 말이지….’
꾸준한 훈련과 신장이라는 특성 덕에 찬영의 스탯도 스탯 괴물이라고 할 수 있는 태운에게 밀리지 않는다.
게다가 신체 강화 스킬과 피부 경화로 균형적인 전투 방식과 힘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마나경을 얻어 지속력까지 겸비했다.
전투 센스는 또 어떠한가.
천부적인 재능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긴 하지만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얻어낸 탄탄한 기반과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
‘만약 이 세상이 소년 만화 속 세상이었다면 주인공은 구찬영이었겠지.’구찬영은 마나경의 마나를 창에 담아 휘둘렀다.
“흐아압!”
강한 위력을 가진 창이 휘둘러지자 전사들은 도저히 찬영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구찬영은 긴 팔다리와 창이 가지는 우월한 리치로 적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푹!
그러던 중 무리하게 다가오려 했던 전사의 이마에 창을 꽂아 넣어 주었다.
“크윽…! 한 번에 달려들어라! 그러면 녀석도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창의 단점 중 하나, 가까이 붙으면 제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구찬영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었다.
스르륵
구찬영의 창이 어느 순간 손에 스며 들어갔고 찬영의 손에는 주먹 앞부분에 스파이크가 달려 있는 건틀릿이 씌워져 있었다.
쾅!
찬영은 접근한 전사의 안면을 가격했고 그는 안면이 무너져내려 즉사했다.
“역시… 1년이나 기다려서 받은 임정국 장인의 무기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구찬영! 더 싸울 수 있겠어? 나랑 설아 언니가 서포트할게!”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허세는….”
구찬영의 모습을 본 태운도 검을 뽑아 들고 가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힘은 충분히 아끼고 있었다.
곧 태운이 전력을 꺼내 들어도 상대하기 쉽지 않을 적들이 나타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