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화
“힘의 비축을 끝내고 이제 이 세상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야.”그 말을 듣자 태운의 몸은 일순간 파르르 떨었다.
두려워서?
결코 아니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떨림에 담긴 것은 공포 같은 게 아니었다.
“벌서 녀석들이 넘어오면 우리는 막기 힘들 거야.”태운은 자금 상황을 냉철히 판단하고 말했다.
연정아도 그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대섭 선생님도 전보다 강해진 것 같기는 하지만 칠죄종을 상대하기에는 조금 부족할 수도 있어.”“나도 이번에 힘을 얻기는 했지만 아직 완성형의 힘이 아니야. 정확히는… 더욱 강해질 수 있어.”연정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동안 고민하다 태운에게 물었다.
“네가 강해질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 것 같아?”태운은 상태창을 열어 자신의 스킬들을 체크했다.
강태운
LV:104
마나 총량:150,000
에테르 총량:5,000
체력(125+10) 근력(125+10) 민첩(123) 유연성(68) 지력(170) 초감각(16) 마나친화력(84) 용기(42) 재생력(60)
특성
특수 특성-한계 돌파[S]
상위 특성-명장(3개)
상위 특성-용사(자격-비활성화)
죽지 않는 자(자격-비활성화)
마나의 근원(LV.1)
천재 사냥꾼(LV.M+1)
리제너레이션(LV.1)
냉철(LV.5)
수호신(LV.4)
파괴자(LV.7)
회피의 귀재(LV.3)
스킬
마정석 흡수(LV.9)[S]
마정석 저장(LV.9)[S]
상급 마법(LV.M+1)
웨폰 마스터리(LV.8)[S]
마법 파괴(LV.8)[S]
명중(LV.9)[S]
사고 가속(LV.9)[S]
적의(LV.9)[S]
고정(LV.M+1)[S]
오버 서플라이(LV.8)[S]
육감(LV.M+1)[S]
도적의 기술(LV.9)[S]
열화(LV.4)[S]
달빛 추락(LV.4)[S]
더블링(LV.3)[S]
직감(LV.5)
괴력(LV.2)
정신 방벽(LV.M+1)
마력 폭풍(LV.2)
태운은 자신의 상태창을 둘러보며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는 데 걸릴 시간을 예상해보았다.
‘새로 생긴 특성들은 사용해 봐야 짐작할 수 있으니 패스…. 기왕 한계 돌파 특성을 얻었으니 지금 가지고 있는 스킬들은 전부 마스터해서 한계 돌파의 효과를 볼 수 있게 해야겠지?’태운은 천천히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마력 폭풍은 훈련할 때 계속 켜놓는다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빨리 오를 거고. 사고 가속과 오버 서플라이 마법 파괴는 얻은 지 꽤 됐으니 곧 마스터할 수 있을 거야. 그럼 열화, 달빛 추락, 더블링, 괴력 등등이 문제인데….’열화는 사용했을 때의 피로도가 상당했고 달빛 추락은 달빛이 닿는 곳에서 사용해야 하는데 한국에 달빛이 닿으면서 건물이나 사람이 없는 평야가 있을 리가 없었다.
더블링은 꾸준히 사용했음에도 고작 레벨이 3이었고 괴력은 어떻게 훈련해야 레벨을 올릴 수 있을지도 잘 몰랐다.
태운은 그렇게 올리기 힘들 것 같은 스킬들을 추려 그 스킬들을 올리는 시간을 계산해 연정아에게 말했다.
“1년이면 충분히 가능해. 이 정도면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질 수 있을 거야.”“1년…. 1년이면 막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막는다니. 무슨 소리야?”
연정아는 주머니에서 하나의 편지를 꺼냈다.
그 편지에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언어가 적혀 있었다.
“못 읽겠지…? 내가 무슨 내용인지 알려….”
“칠죄신교에 가겠다고?”
하지만 통달의 팔찌로 인해 언어 통달을 습득한 태운은 그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칠죄신교의 대원로 자리가 하나 남으니 적격자인 연정아를 데리고 와 대원로의 자리에 올리겠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네가 칠죄신교의 하늘섬으로 돌아가서 칠죄종의 부활을 늦추겠다는 말이야? 나는 네가 벌어준 시간 동안 강해지라는 말이고?”
“…….”
연정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칠죄신교에 들어가서 무슨 일을 당할지 알고 그런 선택을….”“아마 나는 대원로회의 색욕의 좌에 오르겠지. 아스모데우스를 섬기면서 더 큰 힘을 가지게 될 거고. 물론, 세뇌를 하려는 시도도 있겠지. 나는 한번 도망친 사람이었으니까.”연정아가 세뇌를 당하면 자신의 힘으로 의지 없이 사람을 죽이는 인형이 되어 버릴 것이다.
“넌 지금 인류의 희망 중 하나야. 너 정도 되는 사람이 인류의 편에 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인류에게 이익인 줄 알잖아. 그런데 칠죄신교로 돌아가겠다니….”“하지만 이대로 칠죄종의 부활을 막지 못하면… 인류가 멸망할 거야.”
“…….”
태운은 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전대섭이나 허덕륜에게 들었던 칠죄종의 강함을 생각해보면 지금 인류의 전력으로는 칠죄종을 막기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
태운은 연정아를 말리는 것을 그만두고 말했다.
“…네 생각이 정 그렇다면 말릴 수 없겠지. 대신 내 생각도 한 번만 들어줘.”그날, 태운은 연정아와 길게 대화를 나눴다.
* * *
태운이 집에서 연정아와 대화를 나눈 지 벌써 3일이 지났다.
연정아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칠죄신교의 하늘섬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칠죄신교와 약속한 시간이 바로 오늘이었기 때문이다.
약속이라기보단 일방적인 통보였지만 오늘이 지나도 답이 없으면 주변인들을 향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겠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후….”
연정아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어릴 적의 자신을 세뇌하고 가둔 칠죄신교를 증오했기에 그들의 본거지로 돌아간다는 것이 싫었다.
게다가 돌아가서 칠죄신교를 위해 힘을 사용해야 한다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연정아가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쟝의 직속 원로 3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크랙….”
개중에는 연정아가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크랙, 네가 나온 건 쟝의 생각인가?”
“그것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크랙은 연정아가 어렸을 적 그녀의 세뇌를 맡았던 원로였다.
그랬기에 연정아는 크랙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말하는 게 좋을 텐데. 내가 대원로가 된 후의 일이 두렵지 않은가 보지? 내가 알기론 대원로의 즉결 처분권은 폐기되지 않은 것 같던데.”
“…전 쟝 님의 명을 따를 뿐입니다.”
“쯧, 죽고 싶지는 않았나 보네.”
연정아는 크랙을 비꼬고는 말했다.
“너와 더 이상 대화는 하기 싫으니 빨리 하늘섬으로 안내해.”
“알겠습니다.”
크랙은 하늘을 향해 신호를 보냈고 그 직후 연정아와 원로들이 서 있는 자리에 보랏빛의 문양이 생겨났다.
“크게 움직이면 어지러우실 겁니다.”
“그 정도는 나도 알아.”
“죄송합니다.”
연정아는 잠깐 눈을 감았다.
이내 다시 눈을 뜨자 정말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던 하늘섬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연정아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멍청한 것들.”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야. 일단 가자.”
“…알겠습니다.”
연정아는 오랜만에 돌아오는 하늘섬을 둘러보았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과거의 기억은 떠올리기 싫어졌다.
하지만 그 기억 속에는 나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 하늘섬 중앙의 성에서 빠져나와 꼬마들이랑 놀았던 적도 있고 몰래 빠져나와 만난 남자아이를 좋아했던 기억도 있다.
비록 그것도 칠죄신교의 대원로들이 만들어낸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 못 해먹겠네.”
“예…?”
연정아는 갑자기 마기를 끌어 올려 자신을 데리고 왔던 원로들을 마기로 짓눌렀다.
쾅!
크랙은 아슬아슬하게 피해냈지만 나머지 두 원로들은 연정아의 마기에 그대로 짓눌려 터져 버렸다.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아무리 대원로가 되실 분이라지만 이런 행동은….”“무슨 소리야? 난 대원로가 될 생각이 없어.”촤악!
연정아는 마기를 뿜어내 크랙을 공격했다.
크랙은 몸을 숙여 겨우 피해냈다.
“그게 무슨….”
“강태운! 언제까지 숨어 있을 거야!”
“무슨…!”
강태운의 이름은 칠죄신교의 원로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그런데 연정아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
크랙은 지금 상황을 파악하기에 급급했다.
“하여간… 성격은 급해가지고….”
“정아가 성격 급한 게 한두 번 일이냐.”
태운은 하늘섬의 결계 밖에서 셀, 전대섭, 하오, 허덕륜 그리고 협회와 명운 길드의 주요 전력과 함께 날고 있었다.
이들은 선봉대, 뒤로는 한중일의 A급 헌터들과 미국, 러시아 등등 헌터 강대국의 A급 헌터들도 달려오고 있었다.
“하오 헌터님, 셀 헌터님 이 작전에 동참해주셔서 감사합니다.”“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다. 이런 좋은 기회가 있으면 당연히 참가해야지 않겠나.”셀은 천천히 검을 뽑으며 말했다.
하오도 자신의 등에 메고 있던 언월도를 손에 쥐며 말했다.
“마르기가스라고 했었나. 그 녀석이 나타난다면 녀석은 내 것이다.”
“알겠습니다. 방해하지 않도록 하죠.”
태운은 하오의 말까지 들은 후 에테르로 메테리얼을 만들었다.
“결계 부수겠습니다.”
“그래.”
태운은 에테르를 결계에 융합시킨 뒤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자 결계는 순식간에 깨져 버렸다.
“모두 들어가라!”
전대섭의 외침에 헌터들은 모두 하늘섬으로 진격했다.
“이게… 이게 무슨…!”
“그러게 날 좀 더 의심했어야지.”
“이… 이 발정 난 계집이…!”
“말이 좀 심하네.”
연정아는 간만에 자신의 힘을 모두 개방했다.
“아….”
연정아의 마기가 방출되자 크랙은 무릎을 꿇었고 눈의 초점을 잃은 채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정아의 마기는 다른 이의 마기와 근본이 다르다.
다른 이의 마기는 자신이 믿는 칠죄종에게서 빌려오는 힘이다.
하지만 연정아는 마기를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다.
즉, 빌려오는 힘과 비교해 자신에게 더욱 잘 맞고 강력한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정아의 힘은 다른 사람의 마기와 근본이 달랐다.
대원로가 다루는 마기와 비교해도 그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널 고통스럽게 죽이지 않는 걸 내 자비라고 생각해라.”연정아는 검지의 손톱을 길게 빼낸 후 크랙의 목을 베었다.
크랙은 침을 흘리던 그 모습 그대로 목만 잘려 죽음에 이르렀다.
“연정아!”
그때, 태운이 연정아의 옆에 다가왔다.
“윽….”
엄청난 강도의 마기에 태운은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미안.”
연정아는 태운에 한해 마기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정했다.
“100% 개방하면 대원로 못지않을 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이건 상상 이상이네.”“아직 전력은 아니야. 전력을 보이려면… 모습이 조금 추해지거든.”“천천히 해. 본대가 오려면 시간이 꽤 남았어. 우리 임무는 본대가 제대로 진입할 수 있게 이 광장을 정리하는 거니까.”
“알고 있어.”
그때, 광장으로 한 무리의 전사들이 들이닥쳤다.
“저기다! 저놈들을 죽여!”
“연정아도 죽이라는 명이 있었다!”
태운은 연정아와의 대화를 멈추고 전투를 준비했다.
그때, 연정아가 태운에게 말했다.
“다치지 말고.”
“너야말로 몸조심해.”
태운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한계 돌파로 강해진 이후 실전은 처음인데… 기대되는걸?”태운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마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특성, 마나의 근원이 가진 효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