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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64화 (264/379)

264화

콰콰콰쾅!

태운과 전대섭의 폭격으로 칠죄신교의 하늘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막아!”

“정신 똑바로 차려! 하늘섬이 추락한다!”

그 탓에 칠죄신교의 원로들은 태운과 전대섭의 폭격을 막느라 전투에 참여하지 못했다, 원로들이 둘의 폭격을 막고 있을 때 칠죄신교의 전사들은 헌터들에게 죽어 나가고 있었다.

종종 B급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 전사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허덕륜, 하오 등등 강한 힘을 가진 헌터들에게 쓸려 나갔다.

그리고 B급 이상의 힘을 가진 전사들을 상대하고 있는 헌터 중 의외의 헌터가 한 명 있었다.

그는 바로 김현우였다.

김현우는 ‘정의의 파동’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협회 소속의 B급 헌터다.

그는 악인을 상대할 때 특히 강력한 힘을 보이기에 전대섭이 꼭 참여해달라고 부탁한 사람이다.

전사들 사이에서 날뛰던 그때, 김현우는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었던 건가…?’김현우는 지금 혼자 50여 명의 전사들을 쓰러뜨렸다.

정의의 파동이 김현우를 이렇게까지 강하게 만들어준 적은 없었다.

그의 특성은 악인을 상대할 때 강해지고 그 주변의 모든 환경이 적을 죽이기 위한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준다.

적이 악인이라는 가정하에 김현우의 특성만큼 좋은 성능을 보이는 특성은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촤-악!

김현우의 단검이 칠죄신교 전사 하나의 목을 베었다.

단 일격에 쓰러뜨렸다.

‘상대가 약한 것인가?’

그건 절대 아니다.

방금 김현우가 죽인 전사는 A급 헌터에 근접한 힘을 가진 전사였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원로가 되었을지도 모를 녀석이었다.

그런데도 김현우는 그를 압도하다 못해 일격에 간단히 처치했다.

즉, 지금의 김현우는 A급 헌터 중에서도 강한 편에 속하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그 녀석과 다시 싸워도 밀리지 않을 것 같아….’김현우의 머릿속에 있는 ‘그 녀석’은 바로 식탐의 좌에 앉아있는 마르기가스였다.

김현우는 과거에 던전 우중충한 늪에서 마르기가스를 만났었다.

그때, 아무것도 못 하고 자신을 아끼고 챙겨주었던 선배, 강인철을 잃었다.

그 직후 강태운이 마르기가스를 상대하는 모습을 보고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일격에 날아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까.

타이밍 좋게 허덕륜이 나타나 구해줬지만 김현우는 그날을 잊어본 적이 없었다.

가장 의지하던 동료를 잃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모멸감이 김현우의 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를 가장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그날이 다시 찾아와도 똑같이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그 악어 자식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그렇게 5분이나 싸웠을까.

전사들이나 원로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두 명의 적이 김현우의 눈에 들어왔다.

“마르기가스…!”

가장 먼저 달리기 시작한 마르기가스와 그의 뒤를 따라온 분노의 좌, 레이지였다.

“큭….”

김현우는 마르기가스를 보자마자 달려들려고 했으나 마르기가스를 따라오는 레이지의 힘을 느끼고 그 자리에서 멈췄다.

‘두 명은 조금….’

김현우가 멈칫한 순간 레이지가 소리치며 뜬금없는 곳으로 도약했다.

“허덕륜! 정말 살아 있었잖나!”

레이지는 허덕륜에게 달려들어 바로 전투를 시작했다.

순식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것을 확인한 김현우는 바로 마르기가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후우….’

마르기가스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 좁혀졌을 때, 빠른 속도로 마르기가스에게 달려들었다.

김현우는 매일 밤 잠을 설치게 만든 끔찍한 기억과 분노를 모두 담아 마르기가스에게 검을 휘둘렀다.

김현우의 검은 정의의 파동과 태운의 버프 덕에 엄청난 속도로 마르기가스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촤-악!

‘됐다…!’

김현우의 검은 정확히 마르기가스의 목을 베었다.

단검을 수천, 수만 번 휘둘렀던 김현우의 손끝의 감각이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김현우는 이대로 끝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목 부근에 공격을 허용해서 조금은 당황했을 것이다. 그럼 이 기회에 더욱 몰아쳐야…!’김현우가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돌린 순간.

“어…?”

쾅!

“끄어억…!”

마르기가스의 주먹이 김현우의 눈 바로 앞에 있었고 김현우는 반응조차 못 한 채 공격을 허용했다.

“커어억…!”

김현우는 상황을 파악했다.

‘어째서… 공격을 받지 않은 건가…?’

김현우는 흐릿한 정신을 붙잡고 마르기가스를 관찰했다.

마르기가스의 목에는 김현우의 단검이 낸 상처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런데 왜….’

덥석!

김현우의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마르기가스는 쓰러져 있는 김현우에게 다가와 그의 머리채를 잡아 들어 올렸다.

“뭐야, 이 벌레는?”

자신을 본 적도 없고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한 그의 말투.

빠득

그런 그의 태도에 김현우의 이가 갈렸다.

“우중충한 늪을… 기억하고 있나…?”

“아… 알고 있지. 강태운과 허덕륜이 내 의식을 망쳐 버렸던…”

“그때…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어쩌라는 거지? 그때 그 벌레들 사이에 있었다고 내가 화라도 내주길 바라는 거냐?”카득….

마르기가스는 김현우를 정말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푸욱!

김현우는 자신의 머리를 잡고 있는 마르기가스의 팔을 단검으로 찔렀다.

하지만 마르기가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날 아무리 찔러봐야 헛수고일 거다. 난 허기를 느끼고 있을 때 웬만한 고통에는 반응하지 않으니까.”그 말을 듣자 김현우는 자신의 공격이 조금의 틈도 만들지 못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런 공격으로는 마르기가스에게 고통과 위기감을 안겨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용이었다.’

조금 강해졌다고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하고 날뛰고 말았다.

잠깐만 생각해봤어도 상대가 되지 못할 거라는 결론은 충분히 낼 수 있었다.

그때는 실력 차이가 명확했고 진심으로 싸울 필요가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들이 본진으로 쳐들어온 상황, 마르기가스는 전력을 다해 침입자들을 상대할 것이다.

‘멍청한 선택이었다….’

김현우는 온전한 자신의 패배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서걱!

김현우는 마르기가스가 잡고 있던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내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여전하지만 아무것도 못 했던 그때와는 다르다.’김현우는 태운이 걸어준 버프를 한계까지 끌어 올렸다.

‘내가 지금 녀석에게 큰 상처를 입혀두면… 다른 헌터들이 녀석을 상대하기 편해질 거다.’그렇게라도 해야만 죽어서 만날 강인철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나 고체화.’

김현우는 단검에 마나를 욱여넣었다.

그리고 단검 안에서 마나가 흘러나오기 시작할 때 마나 고체화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마나는 김현우가 들고 있는 단검에 감싸진 상태로 굳었고 단검은 약 두 배 정도 길어졌다.

마나가 굳으며 여러 갈래로 갈라진 형태로 변했기에 겉모습은 굉장히 흉흉했다.

하지만 겉모습만 흉흉한 것은 아니었다.

단검이 마르기가스의 몸에 닿는 순간 고체화된 마나가 폭발하며 큰 피해를 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현우도 상처를 입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각오도 없이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었으니까.

“후우….”

마르기가스는 아직 김현우를 적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방심이라는 틈을 노려야만 녀석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김현우는 다리 근육을 수축시킨 뒤 마치 발사되듯이 쏘아졌다.

그때

덥석!

갑자기 태운의 버프가 해제되더니 누군가가 김현우의 목덜미를 잡아 뒤로 던졌다.

그는 바로 하오였다.

“멍청한 자식! 죽을 생각이냐!”

“예…?”

중국어라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가 굉장히 화가 나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멍청하긴…. 앞길 창창한 녀석이 자기 목숨 소중한 줄 모르고… 쯧.”하오는 싸우면서 너덜너덜해진 상의를 찢어 버리고 언월도를 들고 근엄하게 마르기가스의 앞에 섰다.

그의 모습을 본 마르기가스는 하오를 알아보았다.

“언월도를 쓰는 중국인… 하오라고 했었나.”

“입 열 여유가 있나?”

캉!

하오는 마르기가스의 말을 듣지 않고 다짜고짜 언월도를 휘둘렀다.

마르기가스는 팔의 비늘을 강화해 하오의 언월도를 막아냈다.

“성격이 급하군.”

“너도 피차 마찬가지 아닌가?”

마르기가스는 악어 같은 입을 쩍 벌렸다.

“그래! 나도 이제 허기를 버티기가 쉽지 않아!”터업!

마르기가스의 주둥이가 하오의 상체를 집어삼키려는 순간 하오는 몸을 눕혀 피해냈다.

그 직후, 몸을 일으키며 그 반동을 활용해 언월도를 올려쳤다.

하지만 근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휘두른 공격에 당해줄 만큼 마르기가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파-앙!

하오는 짧은 공방이 끝난 후 마르기가스의 주둥이를 발로 차 거리를 벌렸다.

마르기가스도 성급하게 거리를 좁히지 않고 하오가 벌린 거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하오도, 마르기가스도 서로가 만만치 않은 적이라는 것을 고작 두세 합 만에 알아차린 것이다.

그때, 하오와 마르기가스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의 뒤로 강태운이 다가왔다.

“현우 형, 더 싸울 수 있죠?”

“어? 응, 당연하지.”

“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이번이 마지막 전투가 아니니까.”

“…….”

김현우는 마르기가스와 격돌하기 직전 태운의 버프가 풀린 것을 떠올렸다.

“내가 멍청한 게 맞았네.”

“알았으면 빨리 가서 도와줘요. 슬슬 본대가 올 때가 되어서 광장에서 적들을 밀어내야 하니까요.”

“알겠다.”

이번 전투가 마지막이 아니다.

이 말은 김현우로 하여금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었다.

지금 자신이 목숨을 걸고 마르기가스에게 중상을 입혀 어떻게든 죽인다고 하더라도 칠죄신교의 입장에서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아니다.

식욕이라는 것이 기본적인 욕구인 만큼 식탐의 좌에 앉을 자격이 있는 원로가 많았기에 의식만 치르면 마르기가스의 빈자리는 얼마든지 메울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칠죄종을 지구로 불러오기 위한 혼돈 에너지를 소모하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손해다.

하지만 김현우가 죽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김현우가 죽을 때의 전력 손실도 문제지만 지금 한국 헌터 협회에는 김현우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

강인철이 죽은 이후 헌터 협회의 헌터들을 하나로 규합하고 지휘할 수 있는 헌터는 김현우 한 명뿐이었으니까.

게다가 김현우는 이제 막 자신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그 힘을 확실히 활용하는 날이 온다면 웬만한 A급 헌터 이상의 활약을 보여줄 것이 분명했다.

태운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김현우가 죽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마음이 컸지만 인류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김현우가 죽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버프는 다시 걸어줄게요. 방금 공격에 마나를 많이 쓴 것 같으니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천천히 기회를 보죠.”

“알겠다.”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사들과 헌터들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태운은 그런 김현우의 뒷모습을 보며 전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직은 피해가 없어.’

수천 명을 수십 명이 상대하는데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태운과 전대섭의 무차별 폭격으로 인한 전력 분산, 태운의 버프로 인한 전력 상승, 태운의 전체적인 보조로 인한 안정성 상승 등등그런 다양한 요소들이 기적과도 같은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태운도 사망자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쟝….”

쟝이 모든 대원로들을 이끌고 나타났으니까.

“우리가 왔다.”

쟝과 대원로들의 등장에 굳건했던 승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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