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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55화 (255/379)

255화

허덕륜은 근접 전투를 주로 하는 계열의 헌터다.

근접 계열 헌터들은 마법 계열 헌터와 달리 다대일 전투보단 강한 적과의 소규모 전투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허덕륜은 달랐다.

허덕륜은 헌터가 되어 싸우던 중 우연한 계기로 ‘관통’이라는 스킬을 얻었다.

그 스킬은 허덕륜의 공격이 적을 꿰뚫은 후에도 힘을 크게 잃지 않고 나아가 다음 적을 공격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허덕륜은 그 스킬을 자신만의 장점으로 살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고 결국, 찾아낸 방법은 바로 ‘투척 무기’였다.

투척 무기는 이전까지 자신의 주 전투 방식이었던 근접 전투를 하면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었고, 사용하기 위해 준비할 시간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활은 화살을 활시위에 올리는 시간이 필요했고 하다못해 총도 허리춤에서 꺼내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허덕륜이 선택한 쇠 구슬은 달랐다.

주먹 안에 쇠 구슬을 쥐고 싸우다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바로 던져 버리면 됐으니까.

그렇게 투척 무기에 대한 숙련도가 일정 수준이 도달했을 때 그의 앞에선 적들은 지옥을 맞이했다.

그전까지 허덕륜을 만난 적들은 그와 가까이 붙어서 싸우는 것을 꺼렸다.

그래서 멀리서 그를 요격하며 힘이 빠질 때를 기다렸다.

근접 상황에서 허덕륜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어 할 수 있던 선택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게 통하지 않게 되었다.

거리를 벌리면 마력이 담긴 총알보다 관통력이 뛰어난 쇠 구슬이 날아와 머리통을 날려 버리려 했으니까.

그렇다고 가까이 붙어서 싸우자니 허덕륜에게 거리를 내어주게 되는 꼴이니 적들의 입장에선 굉장히 까다로웠을 것이다.

그렇게 2~3년을 싸웠을 때, 허덕륜의 투척 무기 숙련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다수의 쇠 구슬을 한 번에 던져 쇠 구슬 하나하나를 원하는 곳에 던지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까지 사용하게 된다.

그 이후 허덕륜은 단신으로 수백의 적을 상대할 수 있는 강자에 등극하게 되었다.

“허덕륜 선생님!”

“네가 할 일을 해라! 나는 알아서 살아남은 터이니!”허덕륜은 쇠 구슬로 100여 마리의 수인족

몬스터를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아직 라이칸의 척수액을 노리는 수인족

몬스터는 많이 남아 있었다.

“지옥의 칼날 폭풍! 다중 시전!”

원래는 돌검에 에테르를 불어넣은 후 난전을 벌여 상황을 헤쳐나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라이칸의 계승을 막기 굉장히 어려웠을 터, 하지만 허덕륜이 만들어 준 여유 덕분에 태운은 위력을 낮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마법도 100여 마리의 수인족

몬스터를 도륙 내기에는 충분한 위력이었지만 말이다.

“후… 나도 어설프게 대응했다간 저 마법에 큰 부상을 입겠어.”허덕륜은 떨어지던 도중 싱크홀의 벽에 손을 가져갔다.

“지면 도약.”

그러자 허덕륜은 순식간에 벽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태운이 시전한 지옥의 칼날 폭풍이 수인족

몬스터들을 갈아 버리고 지나간 뒤에야 허덕륜은 태운이 서 있던 뒤의 땅에서 솟아났다.

“수고했다.”

“바, 방금 그건 뭡니까?”

“지면 도약이라고 내 스킬 중 하나지. 땅과 연결되어 있는 곳에 손을 대면 시야가 닿는 지면으로 이동할 수 있는 스킬이야. 재사용 대기 시간이 짧은 편은 아니라 이동기로 사용하긴 애매하지만 공격을 피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그, 그렇군요. 그런데 왜… 녀석들이 안 내려오지?”태운은 약 10초 동안 허덕륜과 대화를 했음에도 적들이 내려오지 않자 의아함을 품고 말했다.

“내가 내려오기 전에 광란의 씨앗을 50개 정도 뿌리고 그로우 마법을 사용해뒀다. 아마 지금 녀석들은 넝쿨이랑 열심히 씨름을 하고 있겠지.”

“오….”

“그래도 단순 시간 벌이일 뿐이야. 1분, 그 정도가 지나면 다시 달려오기 시작하겠지.”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 상황에 대한 보고를 하고 설명을 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제가 방금 상대한 라이칸은 화이트 팽이라는 녀석이었습니다. 회복력이나 방어력은 평범한 라이칸과 비슷했고 속도와 공격력이 뛰어난 개체였습니다. 하지만 던전 안에서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나지 못한 탓인지 자신의 힘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더군요.”“음… 그렇군 그래서 이렇게 빨리 처치할 수 있었던 거군. 잘했다.”

“밖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피해 상황을 보고 받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사망자는 20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적의 수를 생각해보면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지. 그리고 라이칸이 죽었으니 이놈들만 막으면 이대로 던전 클리어. 그렇게 생각해보면 피해 규모가 적은 편이군.”미국에 생긴 A급 던전을 공략했을 때 A급 헌터 3명과 B급 헌터 52명이 죽었다.

던전 공략에 참가한 헌터 절반이 죽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던전에 들어오고 지금까지 사망한 헌터는 32명. 개중에는 미친 환경 탓에 얼어 죽은 헌터도 있었다.

하지만 피해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이대로 끝나지만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무슨 말이지?”

“그냥… 그런 느낌이 듭니다. 근거는 부실하지만 말이죠.”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트롤크는 지금까지 꾸준히 싸워 왔지만 그와 대립하고 있던 수인족

몬스터와는 많이 싸우지 않았다.

두 종족

간의 힘 차이는 거의 없는 수준. 그렇다면 그 수가 비슷해야 하는데 수인족

몬스터는 던전 안에서 만난 횟수가 굉장히 적었다.

그리고 가장 의문인 점은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던전 공략 첫날, 휴식 기후 때 있었던 일이다.

수인족

몬스터들이 일제히 달려와 칠죄신교의 원로들만 공격한 일이 태운의 입장에선 가장 의아했다.

만약 수인족

몬스터를 조종한 자가 라이칸이었다면 칠죄신교의 원로들만 죽일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라이칸은 벨제부브의 충실한 부하다.

그들이 칠죄신교의 원로라는 사실을 몰라서 죽였다고 하기에도 이상했다.

칠죄신교의 원로들을 죽인 직후 추격을 멈췄으니까.

‘라이칸 말고 수인족

몬스터를 조종할 수 있는 존재가 이 던전 안에 더 있다는 게 내 결론.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어.’트롤크의 왕이 수인족

몬스터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트롤크 말고 이 던전의 숨은 존재가 있는 것일까.

“그렇군…. 그럼 긴장을 풀지 말아야겠어.”

“믿어주시는 겁니까?”

“근거도 부족하고 확신도 부족하지만 안 좋은 일에 있어서는 네 감이 빗나간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말이야. 애초에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계획을 짜는 게 공략대장의 일이니까.”허덕륜은 강태운의 말이라면 전대섭의 말만큼 신뢰를 갖는다.

허덕륜이 전대섭에게 보내는 신뢰는 절대적인 수준. 강태운도 허덕륜에게 절대적인 수준의 신뢰를 받고 있었다.

“일단 눈앞에 있는 적부터 처리하자꾸나.”

“그래야겠네요.”

슬슬 광란의 씨앗으로 만든 넝쿨이 부서지기 시작했을 테니까.

[크아아악!!!]

수인족

몬스터들은 넝쿨 따위론 자신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듯 싱크홀 위에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달려드네요.”

“마음 편히 해라. 지금 당장 라이칸이 나타난다고 해도 우리 둘이라면 처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가장 안전한 건 막아내는 거죠.”

“그래.”

태운은 다시 검에 에테르를 불어넣었고 허덕륜도 허리춤에 달린 아공간 주머니에서 특제 금속으로 만들어진 쇠 구슬을 한 움큼 집어 들었다.

태운 혼자서 아슬아슬하게나마 막고 있었다.

거기에 허덕륜이 가세하자 고비가 몇 번 있었지만 무난하게 라이칸의 척수액을 지켜낼 수 있었다.

거기에 수습을 마치고 합류한 본대 덕분에 빠르게 잔당을 소탕할 수 있었다.

태운은 그렇게 라이칸의 척수액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 * *

태운과 라이칸의 전투가 있던 날로부터 일주일이 더 지났다.

자리를 뜬 사이에 수인족

몬스터가 나타나 라이칸을 계승해 버리면 안 되니 싱크홀 주변에 진을 치고 뒤늦게 오는 수인족

몬스터들을 막고 있던 것이다.

싱크홀 주변에 진을 치고 라이칸의 척수액을 지키기 시작한 지 3일 차까지는 종종 수인족

몬스터가 나타나 라이칸의 척수액을 노렸다.

그 이후로는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았고 시간이 더 지나자 던전 밖으로 나가자는 의견이 하나둘씩 나왔다.

그렇게 4일이 더 지났고 던전 출구로 가는 정찰대가 꾸려졌다.

그 정찰대는 하오와 5인의 상위 B급 헌터로 이루어진 소수 정예 팀이었다.

또 일주일이 더 지났다.

수인족

몬스터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트롤크들과의 전투가 한두 번 있었다.

정찰대로만 이루어진 소규모 전투였기에 쉽게 막아낼 수 있었지만 조금 조급해지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었다.

트롤크의 왕이 생각이란 게 있다면 정찰대가 계속해서 사라지는 장소로 공격을 가하지 않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런 불안감이 나날이 커지던 때에 던전 출구로 갔던 정찰대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이 가져온 정보는 충격적이었다.

“던전의 출구가 열리지 않았다.”

“뭐…?”

태운의 예상이 정확히 들어맞은 것이다.

“잠깐… 뭐라고 했지…? 내가 잘못 들은 거라고 말해주지 않겠어? 던전 출구가 열리지 않았다니 그게 무슨….”

“심중현 헌터, 진정하고….”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길드장들이 모인 회의장에서 하오가 꺼낸 말은 길드장들은 패닉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그중 심중현이 가장 격한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전투 중 죽은 사람이 32명, 수인족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으로 사망한 헌터 12명… 총 44명의 헌터가 죽었다. 그런데 뭐라고? 라이칸이 던전의 보스가 아니란 말이야?”심중현은 누군가를 탓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단순히 분한 것이었다.

그들의 희생이 가치를 잃어버린 것 같은 허탈함을 느꼈으니까.

“이런 젠장….”

그런 감정을 느낀 이는 심중현뿐만이 아니었다.

그것을 직접 눈앞에서 본 하오는 심정이 어땠을까.

헌터들은 이미 심적으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 더 이상 던전을 공략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원래 A급 던전을 공략할 때는 최소 두 달간 던전 안에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지금 이 던전은 달랐다.

이 미친 기후 탓에 헌터들이 체감하는 피로는 반년은 던전 안에 있던 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헌터들은 곧 집에 돌아간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던전 공략을 속행한다고 하면 헌터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질 것이고 지칠 대로 지친 헌터들의 전투 능력 또한 크게 떨어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생각하던 것보다 큰 피해를 입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기가 떨어져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렇게 되면 던전 공략은 실패, 모두가 죽는 것이다.

태운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는 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길드장들의 시선이 태운에게 집중되었다.

“제가 말했던 마지막 수단, 그거 해야겠습니다.”이대로 가면 모두 죽는다.

신들의 세상에 대한 태운의 가설이 틀렸다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겠지만 이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다음 휴식 기후가 끝나면 바로 던전 출구로 이동하세요.”그리고 태운은 지금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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