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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51화 (251/379)

251화

“던전 보스가 나타났습니다!”

태운이 소리치자 헌터들이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던전 보스라고?”

“이런 뜬금없는 장소에서 무슨….”

태운은 당황하는 헌터들을 진정시켰다.

“우리가 가야 할 길에 있던 트롤크들이 강력한 몬스터에 의해 순식간에 처치됐습니다.”

“뭐라구요?”

관측을 맡은 헌터는 태운의 말을 듣고 다시 스킬을 사용해 다시 관측을 시작했다.

“맙소사… 정말이군요….”

그는 관측 능력만으로 일류 길드에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헌터였다.

관측 능력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다고 자부해왔던 사람이다.

그런데 태운은 그보다 더 빨리 상황을 알아차린 것이다.

“…할 말이 없군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태운은 허덕륜에게 다가가 말했다.

“라이칸입니다.”

“그래.”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태운의 말에 허덕륜은 잠깐 고민을 하다가 결정했다.

“지금 바로 녀석을 공격한다.”

“정말 괜찮을까요?”

“에테르를 가지고 있는 네가 있으니 못할 건 없다고 본다. 힘 자체만으로 보면 그때가 더 강했지만 기술 면에선 지금이 더욱 뛰어나니까.”“제가 있더라도 최소 2~3일은 싸워야 할 겁니다. 녀석의 회복력을 억제할 수단이 없으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그렇지만 이대로 길게 끌 이유도 없다. 이곳에 오래 있다고 해결법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게다가 지금 우리는 휴식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의 체력이 회복되어 있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맞는 말이었다.

휴식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헌터들의 상태도 양호했다.

그런 상황에서 던전의 보스가 나타난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이렇게 준비된 상황에서 던전 보스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그 생각이 지금 허덕륜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을 것이다.

허덕륜보다 더 조심스럽게 작전을 짜는 태운도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으니까.

태운도 자신의 생각을 관철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으니 허덕륜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알겠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는데 자신의 생각을 관철할 수는 없었다.

태운 스스로도 지금 녀석을 치는 게 맞다고 생각했으니까.

반면, 지금 당장 공격하는 것에 적극 찬성하지 않는 이유는 왠지 모를 불안감 때문일 뿐이었다.

“그럼 녀석이 자리를 뜨기 전에 한 명이라도 가서 시간을 끌어야 한다.”아무리 승산이 있다고 해도 도착하기 전에 라이칸이 도망치면 체력 낭비일 뿐이다.

“그건 제가 하겠습니다. 허덕륜 선생님은 헌터들을 지휘해야 하고… 하오 헌터님은 발이 느려서 라이칸을 붙잡지 못할 테니까요. 다른 헌터들은… 라이칸을 상대로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요.”“그럼 그렇게 해라. 만약 라이칸이 수인족

몬스터들을 끌어모으려고 한다면 라이칸이 도망치지 못하게 견제하면서 몬스터의 수를 줄이는 데 신경 쓰도록 해라. 뒤이어 진입하는 헌터들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되니까.”

“알겠습니다.”

“A급 헌터들에게 라이칸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면서 뒤따라가겠다.”태운은 그 말을 듣고 혼자 앞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어이! 강태운 헌터!”

허덕륜과 태운의 대화를 듣지 못한 길드장들 중 하나가 단독으로 뛰어나가는 강태운을 보고 놀라 태운을 불렀지만 태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신경 쓰지 말게. 내가 보낸 거니까.”

“무슨….”

“우리도 헌터들을 이끌고 태운의 뒤를 쫓는다.”“잠깐, 우리에게 제대로 설명도 안 해줄 셈인가?”심중현이 설명을 요구하자 허덕륜이 말했다.

“시간이 급하니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지. 우선 간단히 말하자면 우린 지금부터 이 던전의 보스인 라이칸을 공략한다.”

“네…?”

허덕륜이 A급 헌터들에게 라이칸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을 때, 태운은 신장의 룬과 신속의 룬을 사용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 * *

-월령입니다. 기사단과 합류해서 마포구까지 정리 끝났습니다.

-언더독입니다. 매화 길드와 합류해 서대문구 정리 끝냈습니다.

-정일준입니다. 광진구에서 중랑구까지 정리했습니다.

전대섭의 허리춤에 걸려 있던 무전기에서 보고가 흘러나왔다.

“수고했다. 덕분에 서울을 지킬 수 있었다.”전대섭은 그들의 활약을 짧게 치하한 후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서울 상공에서 반파된 서울을 바라보았다.

“후….”

헌터들이 노력해보긴 했지만 1~2톤짜리 키메라들이 떨어져 생긴 파괴는 어쩔 수 없었다.

그것까지 전부 막으려면 전대섭이 두 명은 더 있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파괴가 벌어진 것치고는 대비가 잘되어 있어 사망자가 많지 않았다.

정확히 집계해 봐야 알겠지만 만 명이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수천 명의 전사와 그 이상의 키메라가 동원된 테러인 것을 감안하면 적은 수의 피해인 것은 분명했으나 인류 역사상 최악의 테러인 것도 사실이다.

“악마 같은 자식들….”

전대섭은 이를 갈았다.

데블스 에이지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파인드 데빌 포스.”

전대섭은 눈을 감고 마기를 감지하는 마법을 사용했다.

‘전사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사라졌군….’

어떤 방법을 사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순간에 모든 전사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키메라들이 조금 남았군.”

헌터들이 정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여기저기 숨어 있는 키메라들이 있었다.

“마나도 어느 정도 회복됐겠다… 한번 해봐야겠군.”전대섭은 에테르와 마나를 섞어 서울 전역에 퍼트렸다.

사람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범위. 하지만 전대섭은 가능했다.

그러자 전대섭의 머릿속에는 키메라의 위치가 하나하나 들어오기 시작했고 전대섭은 그 정보를 활용했다.

[크륵?]

전대섭의 영향권 안에 들어온 키메라의 몸 안에 에테르가 섞인 마나가 침투하기 시작했다.

키메라들도 무언가 이변을 느꼈는지 몸에 들어온 에테르에 저항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키메라들에게는 에테르를 몸 밖으로 배출할 만한 기술이 없었으니까.

“키메라… 너희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나. 그런 곳에서 태어나 세뇌당해 그런 모습이 되는 것을 영광이라 여겼을 뿐. 잘못된 것은 너희들의 우두머리다.”키메라의 몸이 천천히 부풀기 시작했다.

“내 생전에 기필코 그놈들을 모조리 세상에서 지워 버릴 터이니 이제 푹 쉬어라.”퍼-엉!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대섭은 키메라의 몸이 모두 폭발시켰다.

그러고는 다시 힘을 모두 소모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후우…. 이렇게까지 힘을 쓴 게 얼마 만인지…”드래이그 고흐를 상대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드래이그 고흐가 더욱 강하긴 했지만 이번 전투는 단순 소모전이었다.

먼저 지치는 쪽이 패배하는 그런 전투였다.

“한 전투에서 두 번이나 탈진하는 건 데블스 에이지 이후 처음인 것 같군.”그때, 주저앉아 있는 전대섭의 앞에 언더독과 기사단의 멤버들이 나타났다.

“괜찮으십니까!”

“아, 괜찮다. 조금 지쳤을 뿐이야.”

“아… 다행입니다.”

전대섭은 전투를 치르고 온 그들의 얼굴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잘했다.”

“예?”

“오늘, 정말 잘해주었다.”

그들의 나이는 적으면 21살, 많아도 25살이다.

그 어린 나이에 목숨이 걸린 이 전투에서 활약을 해주었다.

게다가 그들의 공적은 보통이 아니었다.

수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대형 길드의 길드원보다도 더 인상 깊은 활약을 해주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지만… 적어도 너희들이 앞으로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돈 걱정을 하지 않고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마.”약속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전대섭의 말에는 단순한 말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이 말은 앞으로 있을 명운 아카데미의 대격변의 시작이 되었으니까.

-중소 길드 연합 3팀입니다. 영문 모를 이유로 키메라들이 폭발했습니다.

-정일준입니다. 숨어 있는 키메라를 발견하고 전투에 돌입하려는 순간 폭발했습니다.

-가온 길드….

그때, 전대섭의 무전기에 보고가 계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괜찮다. 내가 한 일이니 걱정 말고 그 주변 민간인부터 챙겨라.”전대섭은 그렇게 무전을 친 후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쉬시는 게….”

“아니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이 남았으니 어서 움직여야지.”헌터들의 전투는 이미 끝났다.

서울 안에 남아 있는 키메라는 단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마법과 인류의 기술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서울을 복구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거야. 그렇지만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그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따로 있었다.

‘인간의 마음은 무너지면 수복하기 어렵다.’사람은 약한 생물이다.

몸도 마음도 약한 그런 생명체다.

직장 상사에게 욕을 먹어도 그게 며칠 동안 마음에 남고,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겪으면 수일 동안 눈물을 흘릴 만큼 약한 마음을 가진 것이 사람이다.

‘수천 명의 죽음, 그 유가족들은 그들의 죽음을 쉽게 이겨내지 못하겠지.’키메라들의 낙하로 집을 잃어버린 사람도 많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안 좋은 선택을 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지금 전대섭이 해야 할 일은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는 일이다.

“바리.”

전대섭은 휴대폰을 들어 자신의 AI 비서 ‘바리’를 불렀다.

“내 재산이 지금 얼마 정도 되지?”

-해외에 있는 땅과 제가 관리하고 있는 주식까지 합치면 약 82조 2,000억 원 정도입니다.

사실 전대섭은 전 세계 부자 서열 30위 안에 드는 대부호다.

하지만 평소에 검소한 생활을 하는 탓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전부 팔아라. 내 집과 여차했을 때 문제를 해결할 정도의 돈만 남기고 전부 서울 복구와 피해자 구제에 쓴다.”-알겠습니다.

전대섭은 자신이 평생 모아온 재산을 조금의 고민도 없이 전부 서울 복구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물욕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평생 모아온 돈이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아쉽군.”

“…….”

전대섭과 바리의 대화를 듣던 명운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전대섭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큰 금액을 고민 없이 선뜻 내놓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 후, 전대섭은 휴대폰을 내려놓지 않고 한국 헌터 협회의 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협회장, 나일세.”

-그래, 수고했네.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어.

“그래서 말인데 협회의 인력을 서울 복구에 최대한 밀어 넣을 수 있겠나?”-미안하네. 자네 마음은 알지만 그러면 던전을 관리할 인원이 없어져. 서울 복구를 하려면 적어도 반년에서 1년은 걸릴 텐데 그사이에 우리가 관리하고 있는 던전에서 브레이크라도 터졌다가는 감당할 수 없이 피해가 커질 거야.

맞는 말이었다.

협회장도 서울 복구에 최대한 힘을 쓰고 싶었지만 사정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협회 소속 헌터들이 하던 일들은 전부 내가 할 테니까.”-무슨…?

“서울 복구가 끝나는 날까지 협회 소속 헌터 800명이 하던 일들을 전부 내가 하겠다는 말일세. 80여 개의 던전 브레이크 수치 관리부터 치안 유지,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던 칠죄신교 본거지 수색까지 전부 다 내가 맡겠다.”앞으로 아주, 아주 많이 바빠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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