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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50화 (250/379)

250화

“라이칸이 그런 몬스터였다니….”

태운은 허덕륜에게 라이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태운이 지금까지 들어왔던 라이칸에 대한 이야기는 굉장히 축소된 것이었다.

“대중에게 알려진 건 당연히 축소된 이야기다. 다시 라이칸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까. 있는 그대로 알려줬다가는 패닉이 오겠지. 어차피 라이칸을 상대할 수 있는 강자는 한정되어있으니 진실은 그들에게만 알려주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숨기게 된 거야.”

“그렇군요.”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다.

어차피 라이칸을 효율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헌터는 A급 헌터들뿐이다.

그 이하의 헌터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알려봐야 혼란만 야기할 뿐, 좋은 점은 없었다.

“흠… 아무리 라이칸이라도 그 공간에 던져진다면 죽을 수밖에 없겠구나. 라이칸이 에테르나 오러를 깨우쳤을 리는 없으니 말이야.”“그렇겠죠. 마법도 못 쓰는 몬스터가 에테르나 오러를 깨우치진 못하겠죠.”“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트롤크의 수장이겠구나.”

“그렇죠.”

트롤크의 수장에 대해서는 정보가 전무하다.

애초에 트롤크도 이번 던전에 들어와서 처음 알았는데 그 진화 개체를 어떻게 알겠는가.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건 바로 트롤크의 우두머리는 일반적인 트롤크 개체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트롤도 10여 마리의 무리를 이뤘을 때 그 무리에서 가장 강한 자가 수장이 돼. 오크도 마찬가지고….’트롤크는 트롤와 오크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트롤와 오크, 둘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트롤크에게서도 보일 것이다.

‘예상되는 트롤크 집단의 규모는 어림잡아 3,000~5,000마리 정도 될 거야. 오크의 집단으로 생각했을 때 이 정도 규모의 적은 엠페러 오크가 이끌고 있지…. 엠페러 오크는 보통 일반적인 오크의 10배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어. 그걸 최소치로 놓고 따지자.’태운은 오크와 트롤의 습성과 특징을 어떻게든 잘 조합해 트롤크의 우두머리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예상해 보았다.

그렇게 이런저런 정보를 조합해 내린 결론이 있었다.

“트롤크의 우두머리는 아마 라이칸보다는 조금 약한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힘의 균형이죠.”

“흠… 그런가….”

이런 미친 기후에서는 식량을 제대로 구하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 많지 않은 식량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바로 수인족

몬스터들과 트롤크들이었다.

“제가 만약 라이칸이나 트롤크의 수장이었으면 식량을 두고 경쟁하는 집단을 우선적으로 처치했을 겁니다.”

“그렇겠지. 나도 그랬을 거다.”

“그런데 지금까지 라이칸도, 트롤크도 멀쩡히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건 둘 다 먼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거겠죠. 두 세력의 힘이 너무나도 비등하니까요.”허덕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둘이 크게 전투를 벌이면 이긴 쪽도 반쯤 멸망한 상태일 정도로 비등비등한 상태겠죠. 그걸 아니까 둘은 서로 전면전을 벌이고 있지 않은 거구요. 뭐… 거대 몬스터들을 사냥하면 어떻게든 식량 충당이 가능하니 그런 위험 부담을 안고 전쟁을 벌일 이유도 없겠죠.”“그렇겠군. 트롤크의 입장에서는 라이칸의 통제에서 벗어난 수인족

몬스터들은 먹이가 되기도 할 테니 말이야. 경쟁자를 줄이는 게 그렇게까지 절실하지는 않겠군.”“그래도 꾸준하게 작은 교전은 있었을 겁니다. 트롤크의 정찰대가 자주 보이는 걸 보면 말이죠. 그렇지 않았으면 이 던전은 트롤크들로 가득 찼겠죠.”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허덕륜과 태운의 대화가 슬슬 끝나가던 때, 기후가 다시 바뀌기 시작했다.

“다시 이 미친 날씨가 반복되려나 보구나.”

“하… 또 추워지려나 봅니다.”

“그럼 난 헌터들에게 말하러 가보겠다. 일단 너도 천막 정리 좀 하고 있거라.”허덕륜은 자리에서 일어나 태운의 천막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상황을 파악하고 쉬고 있던 헌터들에게 텐트 정리를 명령했다.

이런 환경에서 휴식을 취해봤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없을뿐더러 이미 2~3시간의 휴식으로 다들 체력이 돌아왔기 때문에 더 쉴 이유도 없었다.

“아, 땅 아래에서 치유의 기운이 흘러나온다고 했던 것도 이야기할 걸 그랬나.”태운은 헌터들이 짧은 시간 안에 확실하게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땅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치유의 기운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흠… 근데 날씨가 바뀌니까 치유의 기운이고 나발이고 느껴지는 게 없네.”태운은 그렇게 말하고 천막 밖으로 나가 천막에 마나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천막은 순식간에 쪼그라들어 팔뚝만 한 크기로 줄어들었다.

태운은 그것을 아공간 벨트에 넣어두고 주변을 관찰했다.

헌터들은 모두 태운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마나 반응형 원터치 텐트를 사용하고 있었고 덕분에 빠르게 주변 정리를 마칠 수 있었다.

‘역시 날씨가 심상치 않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이 날씨는 도무지 적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태운은 명운 길드의 텐트가 있던 자리로 다가갔다.

그 자리에는 이미 출발 준비를 다 마치고 육포를 뜯고 있는 명운 길드원들이 보였다.

“다들 잘 쉬셨어요? 지금부터 다시 강행군일 텐데.”조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오래 쉰 건 아니지만 몸은 생각보다 가볍네. 안 그러냐? 전하야?”“나도 몸이 이상하진 않네. 근데 머리가 피곤하다.”

“오, 나도 그런 것 같아.”

조강현, 공전하, 이설아 3인방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확실하게 치유의 기운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트롤의 신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태운은 크게 체감하고 있지 못했지만 평범한 범주에 속하는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알 수 있었다.

“찬영아, 너는?”

“뭐, 나는 애초에 그렇게 지치지 않았어서.”“하여간 신체 능력만큼은 정말 괴물이라니까.”찬영은 태운보다 높은 체력 스탯과 신장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지금까지 스태미나 물약을 하나도 먹지 않고 버텼다.

“후…. 또 그 지옥의 행군이 시작되는 거야?”그중 가장 죽을상을 하고 있는 사람은 신가연이었다.

“가연 누나는 돌아가면 체력 단련부터 해야겠어요. 지력 스탯은 90이 넘어가는데 체력 스탯 23이 뭐예요. 돌아가면 체력 스탯 35 넘을 때까지 제가 직접 훈련에 관여할 겁니다.”

“흐아….”

이설아야 지금까지 다양한 던전을 거쳐오면서 자신의 체력을 보호하고 안배하는 테크닉을 익히게 되었지만 신가연은 아니었다.

애초에 체력 스탯도 신가연보다 이설아가 더 높았다.

“지금까지 버틴 것처럼 또 버티면 되지. 내 스태미나 물약 다 누나한테 줄 테니까 버티자.”구찬영이 신가연을 위로해보았지만 이미 신가연은 죽어 있는 것처럼 말이 없었다.

어지간히 힘들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던전 공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벌써 던전 공략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사이에 던전 공략도 굉장히 진행됐고 이번에 공략 중인 A급 던전의 특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헌터들이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첫 번째, 휴식을 취하기 좋은 환경은 적어도 하루에 3~4시간씩은 존재한다.

두 번째, 기후에 따라서 나타나는 몬스터는 다 다르지만 트롤크와 수인족만큼은 매번 등장한다.

세 번째, 적응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이 던전의 기후에도 사람이 적응하는 게 가능하다.

태운은 이번 던전을 공략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조건 속도라고 판단했었다.

이대로 계속해서 체력이 소모되면 말라죽게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헌터들은 이런 미친 기후에도 천천히 적응하기 시작했고 짧은 휴식 시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한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전투가 유독 많았던 날에는 헌터들이 피곤함을 호소하긴 했지만 그 빈도가 줄어들었다.

‘이 던전에 들어왔던 헌터들은 전부 조금씩은 강해지겠네.’이런 미친 환경에 적응하느라 태운도 체력 스탯이 ‘2’ 만큼 늘었다.

태운의 체력 스탯이 굉장히 높아 올리기 힘들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상승폭이었다.

태운도 이럴진대 다른 헌터들은 어떻겠는가.

‘특히 정체되어 있는 스탯을 가지고 있던 A급 헌터들이 가장 좋아하겠군.’일주일 사이 구찬영도 체력 스탯이 3이나 올랐다.

체력 스탯의 수치는 태운보다 구찬영이 높았지만 신체 능력 관련 스탯이 엄청난 속도로 오르게 해주는 특성 ‘신장’ 때문에 태운보다 더 빠르게 스탯을 올릴 수 있었다.

‘신가연 누나도 장난 아니었지.’

20대 초반에 불과했던 신가연의 체력 스탯이 지금은 어느새 30이 넘어 있었고 태운이 말했던 35라는 숫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또한 신가연도 체력을 보호하고 안배하는 테크닉을 익혀 첫날보다는 훨씬 안정적으로 변했다.

이러한 변화는 명운 길드뿐만 아니라 이 던전에 들어온 모든 헌터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1km 전방에 트롤크 무리 발견, 고립된 웨어울프 무리와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그때, 관측을 맡고 있던 헌터 하나가 저멀리서 트롤크와 웨어울프가 싸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할까요. 돌아서 갈까요?”

“위치가 정확히 어디지?”

허덕륜은 정확한 위치를 전달받고 결정을 내렸다.

“뚫고 간다. 저 위치에 있는 걸 억지로 피해갔다가 괜히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알겠습니다. 그럼 저쪽으로 진행하겠습니다.”정확한 오더였다.

저 위치는 공략대가 꼭 지나야 하는 길목.

억지로 피해 가려고 다른 길을 찾아보았다가는 시간만 더 소모하거나 앞뒤로 포위당할 각오도 해야 한다.

‘허덕륜 선생님… 머리가 굳으셨다더니 금방 컨디션 회복하셨군요.’허덕륜은 일주일간의 지휘로 과거 헌터들을 진두지휘하며 선봉에 섰던 그때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헌터들 개개인의 성장과 기후에 대한 적응, 거기에 허덕륜이 내놓는 판단과 작전도 점점 노련해지자 던전 공략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흐음… 웨어울프 무리라…. 10마리 정도 되는 것 같네.’태운은 그 보고를 듣고 눈을 강화해 상황을 살펴보았다.

‘약 50마리의 트롤크와 10마리의 웨어울프…. 이건 답이 없네.’이 던전의 웨어울프도 미친 기후에 적응한 탓에 일반적인 웨어울프보다 더 강해져 있었다.

웨어울프가 트롤크보다 조금은 더 강한 편이긴 하지만 5배에 달하는 수적 열세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아마 던전 공략대가 도착하기도 전에 10마리의 웨어울프가 모두 죽어있지 않을까 싶었다.

웨어울프들이 하나둘 쓰러질 때쯤 태운의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

눈을 깜빡한 사이 트롤크 수십 마리가 쓰러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찢어 발겨진 트롤크들의 사이에 서 있는 한 웨어울프.

‘뭐야…?’

태운도 처음에는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이런 일이 가능한 녀석은 이 던전 안에서 단 하나밖에 없었다.

“던전 보스가 나타났습니다!”

그건 바로 라이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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