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252화 (252/379)

252화

태운은 엄청난 속도로 라이칸을 향해 달려갔다.

‘이대로면 30~40초 안에 도착할 것 같긴 하지만… 라이칸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아.’태운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태운이었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라이칸이 내 정체를 파악했다.’

웨어울프라는 종족

자체가 후각과 청각이 굉장히 예민하다.

라이칸은 그런 종족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다.

후각과 청각에 있어서는 생물의 영역을 이미 뛰어넘었다.

그 덕분에 태운이 접근하는 것을 라이칸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젠장… 라이칸이 도망친다.’

라이칸도 만전의 상태가 아닌 것일까?

특별한 상황이 아닐 때는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라이칸이 고작 한 명의 접근에 도망친다?

조금이지만 어색하다고 여겨졌다.

‘아니면 무슨 생각이 있다든가….’

분명한 것은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스나이핑, 에테르 레이저.’

태운은 초감각을 활용, 저 멀리 있는 라이칸을 정확히 조준하고 에테르 레이저를 발사했다.

에테르 레이저는 엄청난 속도로 나아가 라이칸의 등을 정확히 가격했다.

확실히 데미지를 준 것 같았지만 역시 라이칸이었다.

라이칸은 고통스러워했지만 이내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라이칸을 놓칠 리가 없게 됐다. 시력이나 육감으로 감지할 수 없게 되어도 내 에테르의 잔재를 감지하면서 따라가면 되니까.’태운은 조금 더 달리기에 박차를 가해 달렸다.

신장의 룬과 신속의 룬까지 사용해 달리고 있어 이미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를 내고 있었지만 조금 무리하면 속도를 더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이런 느낌 오랜만이네….’

다리 근육이 점점 조이는 느낌, 조금 힘이 풀리면 다리가 파르르 떨릴 것만 같은 느낌.

룬 버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오버 부스트를 사용하지 않게 된 후로는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각이다.

신체 능력도 크게 발전했고 트롤의 피도 트롤의 신체로 진화하면서 체력이 엄청나게 늘어난 덕분이다.

버프 마법의 효율이 늘면서 체력적인 리스크를 없앨 수 있었던 덕도 있다.

‘라이칸보다 내 속도가 조금 더 빠른 것 같아. 아니면 전력을 다해 도망치지 않는 것일지도.’태운은 계속 달리면서 라이칸의 위치를 계속 감지했다.

태운이 달리는 동안 라이칸과 태운의 거리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라이칸은 수인족

몬스터를 불러 모으지 않고 혼자 달려가고 있었다.

수인족

몬스터들은 주변에 흩어져있을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수인족

몬스터들을 동원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인가…? 여기서 전력의 손실이 나면 트롤크들과의 힘 싸움에서 밀릴 거라 생각하는 거겠지… 상황이 생각보다 좋다.’태운은 그즈음에 뒤에서 쫓아오는 헌터들에게 길을 알려주기 위해 하늘로 신호탄을 쏘았다.

그렇게 약 3분 정도 달렸을까.

열심히 도망치던 라이칸과의 거리를 확실하게 줄일 수 있었고 이제는 시력을 강화하지 않아도 라이칸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스-릉.

태운은 돌검을 반쯤 꺼냈고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신체 능력 관련 룬 버프 마법을 모두 사용했다.

‘에테르 블레이드.’

쾅!

그리고 바닥을 발로 박차 마치 총알처럼 쏘아져 날아갔다.

전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태운이 날아가자 라이칸도 놀란 듯 보였다.

이 공격을 인지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서걱!

태운의 돌검은 라이칸의 팔을 잘랐다.

“큭…!”

몸통을 베어 버리려 했는데 그사이에 라이칸이 몸을 틀어 몸통 대신 팔을 내어준 것이다.

터-업!

그리고 라이칸은 떨어져 나간 팔을 공중에서 낚아챈 후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내가 못 따라갈 줄 알고!”

이 절벽은 별로 높지도 않았고 높아도 태운은 마법을 사용해 날 수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밑에서 느껴지는 기척도 라이칸 하나뿐.

함정일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됐었다.

[멍청한 자식!]

덥석!

“크윽…!”

어느새 팔을 회복한 라이칸은 떨어지는 태운의 팔을 잡아 절벽 아래로 던져 버렸다.

“이런 젠장!”

태운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방금 막 공격을 받은 탓에 비상의 룬 같은 어려운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제로 그래비티!”

태운은 제로 그래비티를 사용해 중력을 약화해 낙하 속도를 줄였다.

그러나 태운이 안심한 순간 라이칸이 다시 태운을 공격했다.

퍼-억!

“크헉!”

라이칸은 제로 그래비티로 낙하 속도를 줄인 태운에게 낙하 속도를 그대로 살린 킥을 날렸고 태운은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고 얻어맞고 말았다.

쾅!

태운은 라이칸의 공격에 맞아 바닥에 그대로 처박혔다.

“이런 젠장….”

태운은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멀어졌고 태운이 처박힌 자리에는 다시 라이칸의 공격이 꽂혔다.

‘방심했다.’

팔을 잘라내고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멍청하게 녀석의 기이할 정도의 생명력을 잊고 있던 것이다.

‘성벽 갑주.’

태운은 성벽 갑주를 세 번 시전하고 에테르 블레이드를 다시 시전했다.

“라이칸….”

[내 이름을 아는군?]

태운이 라이칸이라는 단어를 말하자 라이칸은 영어로 대답했다.

‘아까 잘못 들은 게 아니었어.’

태운은 낙하 도중 들었던 말의 정체가 라이칸의 것임을 확신했다.

“이렇게 의사소통이 잘 되는 몬스터는 처음 보는군.”아무리 지능이 높은 몬스터라고 해도 던전 안에서 살다 보니 인간의 언어는 잘 알지 못한다.

즉, 이 녀석은 데블스 에이지 시절 밖에 있던 웨어울프가 살아남아 선대 라이칸의 척수를 마시고 라이칸이 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데블스 에이지 시절에 사람을 몇 명이나 죽였지?”

[데블스 에이지…? 아, 주군과 그분의 동료분들이 이 세계에 나타나셨던 때를 너희는 그렇게 부르나 보군.]

라이칸은 고민하다가 태운에게 대답했다.

[잘 모르겠군. 내가 라이칸이 되어 사람을 죽이고 다닌 게 수십 년이 되었으니까. 주군이 세상에 현현한 지 10년 만에 라이칸이 되어 지금까지 사람을 수천 명은 죽였을 것이다.]

“뭐…?”

그의 말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

‘데블스 에이지 시절에 싸웠던 라이칸과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라이칸이 같은 개체라고…?’허덕륜의 말로는 라이칸이 나흘간의 전투 끝에 죽었다고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죽지 않았다?

“이런 미친….”

생각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

허덕륜은 라이칸이 대를 이어가며 조금이나마 더 약해져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애초에 데블스 에이지 시절 보았던 라이칸은 역대 라이칸들 중에서도 강한 편이었으니까.

게다가 라이칸은 라이칸의 능력을 승계받은 후 능력을 사용하는데 더욱 익숙해서 점점 강해진다고도 말했다.

즉, 지금의 이 라이칸은 과거보다 더 강해져 있을 거라는 말이다.

“네놈은 죽었다고 들었는데.”

[아… 그때 말인가…. 내가 주군을 지키느라 나흘이나 싸웠던 때, 벨제부브 님의 축복으로 살아남은 후 이 던전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벨제부브 님이 마계로 돌아가셨고 난 이곳에 갇히게 되었지.]

“벨제부브가 어떻게 너를 살린 거지?”

말하면서도 태운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나가야 한다.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 사실을 알리고 최후의 수단을 즉시 시행해야만 한다.

하지만 라이칸은 태운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네 장단에 맞춰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더 이상 시간 끌지 마라. 내가 너같이 교활한 놈을 한두 명 상대해봤을 것 같나?]

“젠장! 비상의 룬! 리버스 그래비티, 스트렝스 그래비티.”태운은 비상의 룬과 동시에 리버스 그래비티를 사용해 역중력을 형성하고 그 역중력을 강화했다.

‘탈출해야 한다!’

이곳은 마치 싱크홀처럼 생겼다.

깊이가 상당하기는 하지만 태운의 속도라면 10초 안에 날아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날아가는 동안 라이칸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가만히 둘 거라 생각했나?]

부-웅!

라이칸은 엄청난 속도로 도약해 날아가는 태운의 위에 도착해 양손을 깍지 낀 상태로 내리쳤다.

“라이칸 이 자식….”

태운은 가까스로 라이칸의 공격을 돌검으로 막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충격 때문에 다시 싱크홀의 바닥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올라가게 둘 수 없지. 네 동료들에게 너를 돌려보낼 수 없다.]

“동료…? 다 알고 있었나?”

[당연하지 않나. 네놈들이 던전에 들어온 순간부터 나는 너희를 주시해왔으니까.]

태운은 그때, 지금까지 오면서 감지했던 수인족

몬스터들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자연스럽게 있었던 것치고는 그 수가 너무 많았다.

자신을 의식하지 않아서 무시하고 말았다.

“이런 미친…!”

[드디어 깨달았나 보군.]

태운은 급하게 육감을 사용하고 초감각을 활성화해 육감의 범위를 넓혔다.

[이미 늦었을 거다.]

“젠장!”

태운의 육감에는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헌터들과 그들을 둘러싸며 달려드는 수백 마리의 수인족

몬스터들이 감지되었다.

[네가 이 던전에 들어온 침입자 중에 가장 강한 것 같더군. 네가 혼자 나와 싸우고 있을 때 네 동료들은 네 부하들에 의해 모두 갈가리 찢어질 것이다.]

“…모두?”

태운은 뇌를 차갑게 식혔다.

이런 상황에서 흥분은 좋지 않다.

그리고 그 장소에는 믿을 만한 사람이 있지 않은가.

“허덕륜이라고 기억하나?”

[허, 허덕륜?]

허덕륜의 이름 석 자가 나오자 라이칸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데블스 에이지 당시 너와 수십 번이나 맞붙었던 헌터의 이름이다.”

[그게 어쨌다는 거냐! 그놈은 이미 팔다리가 전부 잘려 바다에 던져진 놈이다!]

라이칸은 말로는 허덕륜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 반응은 사뭇 달랐다.

허덕륜을 무서워하고 있는 자의 반응이었다.

“지금 그 헌터도 이 던전에 들어와 있다.”

[무슨 거짓말을….]

“네가 믿든 말든 난 상관없다. 그런데….”

태운은 돌검을 꺼내 들고 라이칸의 팔을 잘라 버리며 말했다.

“나를 잘도 속였구나.”

[크아악!!!]

“에테르 블레이드.”

태운은 돌검에 에테르를 주입한 후 라이칸을 순식간에 수십 번이나 베었다.

라이칸은 순식간에 수 토막으로 동강이 났지만 순식간에 회복되는 것은 전과 마찬가지였다.

“네놈은 데블스 에이지 때 벨제부브를 지켰던 그 라이칸이 아니다.”

[……!]

태운은 라이칸이 당황하며 공격하려 하자 발로 녀석의 가슴을 걷어찼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내 가장 영광스러운 업적을 깔아뭉개지 말….]

“둘러댈 필요 없다. 떠보는 게 아니라 이미 난 확신했으니까.”태운은 방금 허덕륜의 이름을 말했을 때의 반응으로 라이칸의 거짓말을 간파했다.

“벨제부브가 봉인된 것은 데블스 에이지가 끝나기까지 10년 이상 남았을 때의 이야기다. 하지만 허덕륜 선생님이 팔다리가 잘려 바다에 던져진 것은 데블스 에이지가 끝나기 직전의 이야기. 네 말대로 네가 그 이후에 던전에 갇혀 있었다면 그 이야기를 알고 있을 리가 없지.”

[…….]

“그리고 방금 공방으로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태운은 에테르 레이저와 마나 익스플로전을 다중 시전했다.

퍼퍼퍼펑!

[크아아악!!!]

태운은 고통스러워하는 라이칸에게 빠르게 접근해 라이칸의 양팔을 잘라 버렸다.

“내세울 거라곤 회복력밖에 없는 놈에게 전대섭 선생님과 허덕륜 선생님이 나흘이나 고전했을 리가 없잖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