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화
“후… 빡세네….”
“A급 몬스터라고 하기에는 애매했지만 확실히 B급 1티어 몬스터보다 강한 몬스터였어. 그런 게 42마리나 나오다니….”이곳에 있는 A급 헌터는 A급 헌터는 금호 길드의 하오와 창공 길드의 쟝신을 포함해 8명이다.
금호 길드의 하오, 창공 길드의 쟝신, 가온 길드의 심중현, 강일 길드의 강일환, 태양 길드의 박태영, 성명 길드의 성명훈.
거기에 강태운과 허덕륜까지 가세했다.
그런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빠르게 몬스터들을 처리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들을 처치하는 데 꽤나 애를 먹었다.
“와… 이것들 봐라. 세포가 재생하려고 꿈틀거리고 있어.”그때, 박태영이 목이 잘린 트롤크의 사체를 보고 경악한 듯 말했다.
트롤크의 목은 아주 깔끔하게 잘려있었다.
하오의 작품인 듯했다.
“목을 자른 놈들도 재생하려 하다니… 정말 네임드급 트롤이랑 다를 게 뭔데…?”잘린 목의 절단면을 보니 세포들이 꿈틀거리며 상처를 회복하고 있었다.
물론, 머리를 만들지는 못할 테니 다시 살아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하오 헌터랑 허덕륜 헌터, 강태운 헌터가 없었으면 이렇게 쉽게 이기지 못했을 겁니다.”이 세 명은 이번 전투에서 큰 활약을 했다.
태운은 여느 때처럼 헌터들에게 버프를 주었고 에테르 블레이드를 사용해 적들을 도륙했다.
허덕륜과 하오도 태운의 버프를 받고 트롤크들을 처치했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던전 공략대는 이번 전투에서 큰 피해를 입었을 겁니다.
“이놈들의 머리통만 부수고 이동해야 합니다. 아마 이 자리에 또 다른 트롤크들이 올 겁니다. 더 큰 규모로.”태운은 이번 전투의 승리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최선의 판단을 내릴 뿐이었다.
그때, 박태영이 태운에게 물었다.
“트롤크? 그게 이 녀석의 이름인가?”
“예, 오크와 트롤이 합쳐진 녀석이라더군요.”
“오크와 트롤이?”
길드장들이 모두 태운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태운은 트롤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하자면 트롤크는 트롤이 오크의 번식력과 호전성, 성장 속도. 사회력을 가지게 된 녀석입니다.”
“트롤이 오크의 특성을…?”
“예, 이런 미친 기후에 적응하느라 신체 능력도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길드장들은 그 말을 듣자 하나같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진실이라면…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하다.”“오크의 사회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녀석들의 본진에는 최소 3.000~5,000마리의 트롤크가 있을 거다. 게다가 사회 구성원 전부가 전투원인 오크의 사회를 생각해보면….”“끔찍하군. 이런 환경에 적응한 트롤이 오크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니….”A급 던전이었기에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이건 우리만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허덕륜이 트롤크의 머리를 부수다가 말했다.
“그래야 할 것 같군요.”
이걸 모두에게 알린다면 대응은 빨라지겠지만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것이다.
이미 미친 환경 탓에 지칠 대로 지친 헌터들에게 이런 소식까지 알린다면 정신적으로 위축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일 터였다.
그때, 태운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여차하면 제가 이 던전의 절반을 날려 버릴 겁니다.”
“뭐라고?”
태운의 폭탄선언에 모든 사람들이 태운을 바라보았다.
“하… 이건… 진짜 정말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만약 더 이상 던전 공략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 제가 혼자 던전에 남아 던전을 부숴 버리겠습니다.”태운은 에테르를 사용해 던전 전체를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이 넓은 공간을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할 수 있다는 것만 믿어주시죠.”
“흠….”
태운은 그렇게 대답하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만약 그때가 온다면 허덕륜 선생님은 모든 헌터들을 이끌고 던전의 출구를 향해 돌아가 주세요. 그다음 신호를 보내시면 제가 던전을 부숴 버릴 겁니다. 그때는 귀와 눈을 막아주세요. 숨도 쉬지 마시구요.”“음… 핵폭발 같은 거라도 일으킬 생각인가?”“그런 건 아니지…. 음.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이 말은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한 거짓말이었다.
태운이 그들에게 눈을 감고 귀를 막아달라고 한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던전이 태운의 에테르에 의해 부서지는 순간 던전 외벽이 부서질 것이다.
그럼 신들의 세상이 일시적으로 드러날 것이고, 헌터들은 신들의 세상을 ‘인지’한 순간 모조리 죽을 것이다.
‘귀를 막고 눈을 감는다고 해도 신들의 세상을 인지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방비는 되어주겠지.’“그리고 던전이 클리어되어 던전 문이 열리면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고 던전 밖으로 나가세요. 절대 뒤를 돌아보면 안 됩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는 이유가 있나?”
“만약 뒤를 돌아보거나 귀를 막지 못하면… 최소 헌터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의 부상을 입게 될 겁니다.”
“그게 무슨….”
“우리도 A급 헌터다. 네 공격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그런 일이….”심중현과 박태영이 태운에게 따지려는 조짐이 보이자 허덕륜이 나서서 중재를 해주었다.
“뭘 그렇게까지 열을 내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대책일 뿐이지 않나.”
“…….”
허덕륜이 말하자 그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최근에 밝혀진 일이긴 하지만 허덕륜은 지금까지 한국의 음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대부분 단신으로 처리했다.
게다가 데블스 에이지 당시 대원로와도 몇 번이고 싸웠을 정도로 전선에서 활약한 헌터였다.
그저 웃으며 말하는 허덕륜의 기세에 눌린 그들은 더 이상 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리고 하오 헌터나 나보다 강태운 헌터가 더 강하다네.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만 하지 말고 그 힘에 존중을 표하는 게 어떻겠나.”
“…알겠습니다.”
방금 트롤크와의 전투에서 허덕륜은 확신할 수 있었다.
강태운은 이제 자신보다 두 단계는 더 강하다고.
그리고 그것은 이 자리에 있는 헌터 모두가 느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은 바로 강태운이라는 사실을.
“큼… 미안하네. 조금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야.”태양 길드의 박태영이 먼저 다가와 태운에게 사과했다.
사실 이건 박태영이 사과할 내용이 아니긴 했다.
태운이 무신경하게 헌터들의 프라이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제 부탁은 꼭 들어주세요.”“알겠다. 눈도 감고 귀도 막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던전 밖으로 나가마.”박태영은 어쩔 수 없지만 알겠다는 말투로 태운의 말에 동의했다.
그런 분위기가 되자 콧대 높은 심중현도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런 반응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너 정도 되는 놈은 내 공격을 보기만 해도 큰 부상을 입을 거다’라고 들렸을 테니까.
허덕륜이야 태운이 던전 외벽을 부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 너머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 태운에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으니까.
“이건 저도 정말 쓰고 싶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이런 선택지도 있다는 것만 알아두고 던전 공략에 전력을 다합시다.”강태운은 그렇게 말하고 A급 헌터들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태운은 그러면서 방금 있었던 트롤크와의 전투를 떠올렸다.
‘한국 헌터 수준이 많이 상승한 것 같아.’
한국의 A급 헌터의 수는 근 1년 사이 급증했다.
전대섭과 그의 제자인 강일환, 가온 길드의 심중현, 태양 길드의 길드장인 박태영.
이 4명은 원래부터 A급 헌터로서 한국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태운이 A급 헌터에 등극하고 허덕륜도 자신의 힘을 공개하며 A급 헌터가 되었고 성명훈도 실력이 꾸준히 늘어 A급 헌터가 되었다.
그 이후, 정일준도 2차 각성을 하고 A급 헌터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가장 최근에 A급 헌터가 된 시저도 외국인이긴 하지만 한국 길드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최근 시저는 답답한 집안에 환멸을 느껴 가문을 버리고 한국으로 이민을 올 생각이라고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 또한 이제는 한국의 헌터라고 보고 있다.
그렇게 한국은 9명의 A급 헌터를 보유한 헌터 강대국으로 분류되기 시작했고 덕분에 주변 국가들은 한국에 기를 펴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전대섭 선생님과 허덕륜 선생님, 나는 일반적인 A급 헌터와 달리 대원로를 상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이 세 명은 일반적인 A급 헌터와는 수준이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변화 덕분에 중국의 길드와 협력한다면 A급 던전을 클리어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칠죄신교를 견제하기 위해 그 전력이 반으로 나뉘었고 그 때문에 던전 공략에 조금 차질이 생겼다.
‘괜찮아. 어떻게든 클리어는 할 수 있을 거야.’태운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 허덕륜이 크게 소리쳐 명령했다.
“전진 속도를 높인다! 빠른 속도로 이곳을 이탈한 후 휴식을 취하겠다!”이 와중에도 기후는 엄청난 속도로 급변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건조하고 뜨거운 사막과 같은 기후가 형성되었다.
그때.
콰과가가각!
[쿼어어엉!!]
어마어마한 크기의 자이언트 샌드웜이 세 마리나 땅에서 튀어나왔다.
“젠장….”
애벌레 같은 외형에 수천 개의 이빨을 가진 몬스터로 수많은 헌터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 샌드웜이 엄청나게 커져서 나타났다.
“하… 이번 던전 정말 쉽지 않겠는데?”
태운은 다시 검을 꺼내 들었다.
* * *
쿵!
“꺄아아악!!!”
“으아아앙!!! 엄마아!!”
“으아악!!! 내 다리! 내 다리!”
마치 운석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떨어지는 키메라에 의해 부모를 잃었고 누군가는 키메라에 의해 부서진 건물 잔해에 신체 일부가 끼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쿠-웅! 쿵! 쿵!
그 와중에도 키메라는 계속해서 떨어졌고 개 중에 낙하하여 죽지 않은 키메라들은 사람들을 잡아먹으며 힘을 회복하고 있었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엄… 마… 아….”
부모를 잃고 울다 지친 남자아이의 앞에 키메라가 나타났다.
키메라는 그 아이를 한 손으로 집어 들었고 커다란 입에 집어넣으려 했다.
하지만 아이는 움직일 힘조차 없었고 상황을 판단할 정도의 정신도 없었다.
그렇게 꼼짝없이 죽을 것만 같았던 순간.
“종 베기”
서-걱!
그 키메라의 팔이 잘렸다.
어느새 키메라의 손에 잡혀 있던 아이는 키메라의 팔을 자른 헌터의 품에 안겨 있었다.
“…….”
그는 바로 정일준이었다.
정일준은 평온의 씨앗을 땅에 두고 그로우 마법을 사용해 튼튼한 넝쿨 천막을 만들어주었다.
“이 안에서 쉬고 있으면 모든 일이 끝나 있을 거란다.”평온의 넝쿨은 약간의 진통 효과와 수면 효과가 있는 기체를 내뿜는다.
부모를 잃은 아이에게 잠시나마 평온을 가져다주기에는 아주 적합한 식물이었다.
지친 아이는 평온의 넝쿨로 만들어진 천막 안에 들어가자마자 잠이 들었고 정일준은 넝쿨 천막의 입구를 막아주었다.
“정일준! 도착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십 마리의 키메라를 끌고 온 시저가 정일준에게 도착했다.
“횡 베기”
정일준은 남자아이를 먹으려 했던 키메라의 목을 무심하게 베어 버리고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