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243화 (243/379)

243화

태운은 칠죄신교의 첩자가 길드장 중 하나를 처치하고 변장해 던전에 들어올 것이라는 가능성을 잊지 않았다.

태운 또한 마법 ‘마스커레이드’로 전대섭을 연기했었다.

그러니 칠죄신교 또한 변장이나 변신을 하여 아군을 연기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자신이 했는데 적이 할 것을 염두에 두지 못한다는 것은 바보가 아니고서야 하지 않을 방심이었다.

‘그런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100% 확신한 것은 아니었지만… 방비를 해놔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지. 뭐, 결국에는 도움이 됐으니까.’태운은 15개 길드의 길드장들에게 두 가지 암호를 전달했었다.

첫 번째 암호는 ‘물렁한 복숭아’, 두 번째 암호는 ‘딱딱한 복숭아’였다.

‘물렁한 복숭아’라는 암호를 전달할 때는 직접 만나 말로 전달했고 ‘딱딱한 복숭아’라는 암호는 우편으로 전달했다.

직접 만나 암호를 전달할 때는 이미 칠죄신교에 의해 바꿔치기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아주 미약한 마기도 감지할 수 있는 연정아를 데리고 갔다.

그때, 말로 전달받은 암호만 진짜 암호라는 말도 길드장들에게 같이 전했다.

나머지 우편으로 보낸 ‘딱딱한 복숭아’라는 암호는 속임수였다.

그리고 그 우편으로 보낸 암호는 잘 보이는 곳에 숨겨둔 것처럼 보관하라고 말했다.

그것을 본 칠죄신교의 첩자는 ‘딱딱한 복숭아’라는 암호가 진짜 암호라고 생각할 것이고 암호를 댈 때, 잘못된 암호인 ‘딱딱한 복숭아’라는 암호를 말할 것이다.

그리고 칠죄신교의 첩자인 알리제는 태운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었다.

‘정말 생각 그대로 움직여줬지.’

칠죄신교의 첩자는 15개의 길드 중 길드장이 가장 약한 장군 길드를 노렸다.

그 이후에 장군 길드 본부의 길드장 사무실로 들어가 혹시 모를 정보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신영근 헌터는 태운의 말대로 거짓 암호를 책상 서랍 아래쪽에 살짝 삐져나오도록 숨겨놓았다.

그것을 발견한 칠죄신교의 첩자, 알리제는 ‘딱딱한 복숭아’라는 거짓 암호를 알게 되었고 그것을 진짜 암호라고 착각하게 되었다.

태운은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신영근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했고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몰래 신영근에게 접근했었다.

“신 헌터님. 이 영상 보셨나요?”

“네?”

태운은 신영근에게 한 영상을 내밀었다.

턱수염이 난 아저씨와 반질반질한 대머리를 가지고 있는 아저씨 두 명이 딱딱한 복숭아가 맛있는지 물렁한 복숭아가 맛있는지 토론하는 영상이었다.

“아저씨들 입담이 엄청 좋아서 이 영상이 재밌더라구요.”

“아, 그렇군요.”

암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왜 이런 영상을 보여주는 거지?’라고 생각했겠지만 암호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암호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이다.

“신 헌터님은 물렁한 복숭아가 좋으세요? 아니면 딱딱한 복숭아가 좋으세요?”

“아, 전 딱딱한 복숭아가 좋습니다.”

걸려들었다.

“오! 저도 딱딱한 복숭아가 좋아요.”

“역시 뭘 좀 아시네요. 복숭아는 역시 딱딱한 복숭아죠.”그 당시 신영근으로 변장하고 있던 알리제는 속으로 태운을 비웃었다.

하지만 진짜 웃어야 할 사람은 바로 강태운이라는 사실을, 알리제는 모르고 있었다.

“곧 던전에 입장할 것 같네요. 던전에서 나올 때 둘 다 살아서 만났으면 좋겠네요.”‘그럴 일은 없겠지만’이라는 말을 뒤로 삼킨 태운이었다.

그 이후 태운은 마스커레이드를 사용해 전대섭으로 변장해 브리핑을 시작했다.

던전에 들어간 이후로는 알리제와 같이 들어온 원로들도 다른 헌터들과 다르지 않게 체력 안배에 신경 쓰느라 의심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들은 애초에 이곳에 헌터들과 싸우기 위해 들어왔기 때문에 더욱 체력 안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으니까.

게다가 이번 던전 공략의 가장 중요한 멤버인 전대섭이 다른 곳에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칠죄신교의 첩자인 알리제는 조금의 이변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마 내가 에테르를 얻지 못했다면… 이런 작전은 생각도 못 했겠지.’태운이 에테르를 얻지 못했다면 전대섭 없이 A급 던전을 클리어할 시도도 못했을 테니까.

에테르를 얻은 태운은 여차하면 A급 던전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그말인 즉, 큰 피해를 각오하면 어떻게든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클리어하고 싶지는 않아.’자존심이나 신념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었다.

에테르의 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던전을 클리어하면 아무리 조절을 한다고 해도 ‘신들의 세상’과 던전을 가로막는 벽에 손상이 생길 것이다.

태운은 그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다시는 신들의 세상에는 들어가기도 싫었고 그 벽을 부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에테르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사용할 생각이었다.

‘아무튼 이번 작전은 성공적이야.’

전대섭과 헌터들을 몰래 서울에 배치하는 데 성공했고 첩자가 누구인지도 알아차렸다.

이번 작전이 실패할 이유는 단 한 가지도 없었다.

만약 이번 작전이 실패한다면 한국 전체의 전력이 칠죄신교에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약하다는 것밖에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이제 남은 건 저 녀석들이 공격할 때를 잘 노려서 받아치는 것뿐이야.’태운은 계속해서 걸어가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 * *

“몬스터다!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몬스터인 것 같으니 조심하도록!”급변하는 기후 속에 지칠 대로 지친 헌터들의 앞에 거대한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그 몬스터들은 전부 이족보행을 하고 있었고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 덩치와 몸은 인간형 몬스터인 트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어깨 위부터는 완전히 달랐다.

안면에는 수십 개의 뿔이 나 뒤통수를 향해 뻗어 있었고 그 뿔 때문에 안면이 완전 일그러져 있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외형의 몬스터였다.

“트롤과 비슷한 종류의 몬스터일 가능성이 크다! 트롤 토벌 대형을 갖춰라!”“저놈들은 이 기후에 적응한 몬스터다! 평범해 보여도 절대 방심하지 마라!”1팀의 길드장들은 빠른 속도로 자신들의 길드 공격대로 돌아가 길드 공격대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1팀은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빠르게 지휘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

길드장 자격으로 1팀에 있던 태운도 명운 길드의 공격대에 합류해 멤버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대인 공격 대형 갖추세요.”

다른 길드의 공격대는 하나같이 전부 교과서에서 본 것같이 정석적인 대열을 갖추었다.

하지만 그 중 명운 길드의 공격대는 유일하게 독특한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전열을 탱커인 조강현 한 명에게 모두 맡기고 다른 멤버들은 전부 공격에 가담하는 기형적인 형태의 공격 대형이었다.

이렇게 하면 보통 탱커의 부담이 너무나 커져 전투가 길게 이어질 시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우린 그런 거 필요 없지.’

조강현의 체력이 좋은 것도 있지만 태운이 지속적으로 체력을 보충해주고 방어 마법을 활용해 조강현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만약 전투가 말도 안 되게 길어져 태운의 케어에도 조강현의 체력이 버텨주지 못한다면 조강현이 뒤로 물러나고 강태운, 구찬영, 창영우, 공전하가 앞으로 나가 적을 교란시키고, 그사이 후열의 신가연과 이설아가 조강현의 체력을 집중적으로 회복시킨다.

그리고 3분 내로 회복한 조강현이 다시 전열로 돌아오면 초기의 대형으로 복귀한다.

가장 앞에서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내는 탱커의 피로감을 파티원 전원에게 나눠주는 방식이었다.

교과서에서 나오는 대열은 대부분 탱커에게 불친절하다.

현재 시대의 탱커는 후열에 가는 위험과 부담을 대신 받아주는 역할군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금까지 그런 역할에 불만을 품는 사람은 없었다.

그게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태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탱커는 팀의 기둥이자 방패.

팀의 방패가 부서지고 기둥이 무너지면 팀은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태운의 눈에는 지금의 공략 대열이 당장 편하겠다고 건물의 기둥을 적에게 내어주는 것과 다르지 않게 보였다.

지금 대열은 그 생각에서 고안해낸 것이었다.

팀을 적으로부터 지킨다는 탱커의 기본 역할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탱커의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

그것이 지금의 태운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전투 대형이었다.

‘탱커의 수는 의미가 없어. 물론 두 명 정도 더 있으면 좋겠지만 있어도 스위치의 주기가 길어질 뿐, 그렇게까지 극적으로 바뀌는 건 없겠지.’물론, 조금 더 안정적으로 변하겠지만 조강현의 체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탱커를 넣으면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탱커의 수가 적은 만큼 스위치를 더 자주 하면 된다.

“명운 길드, 4마리 맡겠습니다!”

태운은 그렇게 소리쳐 알리고 조강현에게 지시했다.

“조강현 형, 도발 스킬로 4마리만 데리고 와봐요,”

“알겠어!”

조강현은 도발 스킬을 절묘하게 조절해 정확히 몬스터 4마리의 주의를 끄는 데 성공했다.

“마나 캐논.”

태운은 달려오는 몬스터의 안면을 노리고 마나 캐논을 사용했다.

녀석의 머리를 날려 버릴 생각으로 사용한 마법이었다, 접근하기 전에 수를 줄이면 더욱 편하게 몬스터들을 처치할 수 있었으니까.

퍼-엉!

하지만 태운의 마나 캐논을 정통으로 맞은 몬스터는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재생하기 시작했다.

“트롤 맞네. 재생하는 속도 보면.”

보통 트롤보다 더욱 튼튼한 것 같았지만 괜찮았다.

어쨌든 데미지가 들어간다는 것은 확인했으니까.

태운은 달려오는 몬스터를 관찰했다.

그러자 그 몬스터의 정보가 나왔다.

[트롤크. 트롤과 오크의 교배종이다. 수십 세대가 지나 두 종족의 장점만이 남았다. 트롤의 엄청난 신체 능력과 재생력, 오크의 번식력과 성장 속도, 호전성을 가진 괴물이 탄생했고 사회성까지 타고났다. 얼굴에 나 있는 뿔의 수가 많고 크기가 클수록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트롤크라….’

한마디로 트롤이 오크의 장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수로 활동하는 일반적인 트롤과 달리 트롤크는 지금처럼 30~40여 마리가 함께 돌아다닌다.

“성가시겠는데….”

이런 미친 기후에 적응하느라 신체 능력도 일반적인 트롤보다 강해졌다.

그런데 오크와 같은 성장 속도와 번식력을 가졌다?

그렇다면 아마 여기 있는 40여 마리가 트롤크의 전부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신체 능력은 네임드급 트롤에, 생태는 오크에 대입해서 판단해야 해.’그럼 지금 나온 이 트롤크들은 고작 정찰대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태운은 던전 공략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이놈들은 정찰대에 불과합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자리를 옮겨야 합니다!”

“뭐? 이놈들이 정찰대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트롤급 몬스터가 약 40마리나 나왔다.

그런데 이게 정찰대다?

그럼 이 괴물들의 본진에는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이 있다는 말인가.

전대섭 대신 던전 공략대의 총대장을 맡은 허덕륜은 태운의 말을 듣고 빠르게 명령했다.

“A급 헌터들은 모두 모여라! 임시 특수팀을 꾸린다! 체력 소모를 최소한으로 하고 빠르게 적들을 처치한다!”그 말을 들은 태운은 가장 상황 판단이 빠르고 다양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신가연에게 지휘 권한을 넘겨주고 명운 길드의 공격대에서 빠져나왔다.

태운은 공격대에서 빠져나오며 정면에서 달려오던 트롤크들을 주시했다.

‘신장의 룬, 에테르 블레이드.’

태운은 자신의 몸에 버프 마법을 사용하고 돌검을 꺼내며 가장 약한 출력의 에테르 블레이드를 펼쳤다.

그 직후, 태운의 검은 유려한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졌고.

투투툭!

4마리의 트롤크들은 전부 목이 바닥에 떨어져 숨통이 끊어졌다.

그리고 물 흐르듯 검을 휘두르며 전진했다.

그 과정에서 3마리의 트롤크를 더 죽였고 임시 특수팀이 모여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명운 길드, 강태운. 임시 특수팀 합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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