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화
툭툭
“괴…물….”
전대섭은 마지막 원로를 처리하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전대섭이 모든 원로를 처치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5분이었다.
“에테르…. 정말 괴물 같은 힘이군.”
단순 위력도 뛰어났지만 그것만으로는 에테르의 가치를 설명할 수 없었다.
에테르의 진짜 가치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수준의 가변성에 있다.
전대섭은 태운과 달리 마나에서 에테르를 추출해 직접 에테르 회로를 몸에 새겼다.
이건 보통 사람들에게 천재라고 불릴 법한 재능과 실력을 가진 강태운도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는 전대섭이 에테르까지 얻게 되었으니 이제 그의 강함은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이제 이 결계를 해제해야겠어. 오래 유지하려니 머리가 아프군.”전대섭이 차원 차단 결계를 해제하자 대원로들의 시체가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하늘섬에서 서울을 바라보고 있던 대원로들이 전대섭의 모습을 발견했다.
“전대서업!!!”
“저 자식이 왜 여기 있는 거냐! 쟝!”
분노의 좌를 맡고 있는 레이지가 전대섭을 보자마자 소리쳤고 탐욕의 좌를 맡고 있는 페이지가 쟝에게 따졌다.
“…….”
쟝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쟝! 말을 해보라고! 이번 작전은 네가 계획한 것이었잖나!”페이지는 대원로 중 쟝을 가장 싫어한다.
그의 힘을 인정하고는 있었지만 자신보다 위에 있을 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천 명의 전사들이 죽을 위기에 처한 것?
그것은 페이지의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그저 이번 사건으로 쟝의 입지를 깎아내리고 자신이 대원로회의 의장이 되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쟝! 6,000여 명의 전사들이 모두 죽게 생겼다고! 이미 원로들은 모조리 다 죽었어!”빠-득.
쟝은 그제야 표정을 바꾸었다.
“…녀석들이 하늘섬의 마력 파장을 알아차리기 전에 전사들을 모두 복귀시키겠다.”“뭐? 그게 네 입에서 나올 소린가? 우리가 데리고 있는 전사들의 수는 15,000여 명이다. 그중 6,000명이나 차출해서 내보내더니 2,000~3,000명을 죽이고 그제야 복귀시키겠다고?”
“닥쳐라.”
“허, 이제야 이성적인 가면을 벗으셨구만.”페이지는 계속해서 쟝의 신경을 긁었다.
“이대로 아무 성과 없이 다시 하늘을 떠돌자고? 하… 의장이라는 놈이 이렇게 멍청하다니… 이 정도면 능력 부족으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것 아닌가?”터-업.
“죽고 싶은 거냐.”
쟝은 그제야 완전히 가면을 벗었다.
쟝은 페이지의 목을 붙잡고 벽까지 밀어붙였다.
“탐욕, 의식주가 모두 갖춰진 인간이라면 가장 먼저 가지게 되는 욕망이자 죄악. 그게 뭘 의미하는 건지 알고 있나?”
“커, 커억….”
페이지도 쟝이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이성적인 가면을 내던지게 하고 소리만 지르게 만들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탐욕의 좌를 대체할 사람은 아주 많다는 말이다.”콰-드득.
“끄으윽….”
쟝은 페이지의 목을 잡고 강하게 조였다.
“넌 내 상대가 되지 못해. 페이지.”
페이지는 원로를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어 군단장이라 불린다.
하지만 본인의 힘만큼은 대원로 중 가장 떨어진다.
“내가 널 살려두는 이유는 널 따르는 원로들을 다시 규합하기 ‘귀찮아서’라는 것을 잊지 마라.”
“끄… 커억….”
쟝은 시퍼렇게 질려가는 페이지의 얼굴을 보고 목을 놔주었다.
그러곤 다시 평소의 오만하고 침착하던 쟝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네 말이 틀린 건 아니야. 이대로 철수하긴 좀 그렇지.”
“그럼….”
“하늘섬의 에너지를 사용해 전사들을 철수시킨다.”그 말을 들은 대원로들을 하나같이 깜짝 놀라 쟝에게 말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질투의 좌를 맡고 있는 소르코프였다.
“하늘섬의 혼돈 에너지를 사용해 텔레포트로 전사들을 복귀시키면 하늘섬은 추락할 거다. 모르고 한 말은 아니겠지?”텔레포트는 마나를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 마법 중 하나다.
하늘섬의 혼돈 에너지가 많다고는 하나 수천 명을 동시에 텔레포트 시키고 출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모두의 생각이었고 현실이었다.
하지만 쟝의 생각은 달랐다.
“키메라들을 모두 서울 상공에 투하한다.”
“뭐…?”
“키메라들의 무게를 덜고 나면 충분히 가능하겠지.”지금 하늘섬에 있는 키메라의 수는 총 10,000여 마리 정도 된다.
키메라는 한 개체 당 800~1,000kg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그중 무거운 것은 2톤이 넘어가는 개체도 있었다.
대충 계산해봐도 약 수천 톤 이상의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고작 키메라를 버리고 무게를 줄인다고 하늘섬의 출력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고작 키메라를 버린다고 하늘섬이 유지되지는 않을 거다.”“키메라를 버리는 게 아니다. 아주 잘 써먹는 거지.”
“그게 무슨 의미지?”
쟝이 키메라의 무게를 언급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린 키메라를 서울에 던질 것이다. 그럼 키메라들은 서울 시민이고 건물이고 가리지 않고 죄다 박살 내겠지.”
“그런 방법이….”
쟝은 자신의 계획을 부하에게 전달했고 최대한 빨리 진행하라 명했다.
“키메라들을 사용해 전사들 복귀시키느라 사용한 혼돈 에너지만큼 아니, 그 이상을 벌어간다.”저 키메라들은 죄악의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적재적소에 써먹으려 했지만 상관없었다.
키메라는 하늘섬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뛰노는 아이들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시작한다.”
* * *
“저놈들을 쫓아!”
“지금 손이 없어요!!”
“크… 김철! 내가 대신 탱킹할테니까. 공진영, 신동연이랑 같이 저놈 같이 쫓아!”
“네!”
언더독의 김철과 공진영, 신동연이 명운 헌터 아카데미 2팀에서 빠져나와 잔당 4명을 쫓기 시작했다.
“저놈들… 생각보다 빨라! 진영이 형! 동연아!”
“알았어! 신속!”
“하이 부스트!”
김철의 오더 아래 공진영은 시그니처 스킬, 신속을 사용, 신동연은 하이 부스트를 사용해주었다.
공진영은 빠르게 달려 나가 적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크윽….”
“이 녀석….”
적들이 공진영의 등장에 주춤한 사이 김철과 신동연 둘 다 칠죄신교 전사의 뒤에 바짝 붙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김철은 본 이터와 피부 골격을 사용해 온몸을 금속으로 뒤덮은 상태였다.
평소에는 비싸서 사용하지 못했던 던전산 금속을 지원받아 사용하고 있었기에 지금의 김철은 평소보다 훨씬 강했다.
뻐-억!
김철의 주먹을 얼굴에 얻어맞은 적은 안면의 뼈들이 전부 함몰되어 그대로 기절했고 김철은 기절한 그의 목을 돌려 확실히 숨통을 끊어주었다.
“학생 주제에!!!”
그 모습을 본 칠죄신교의 전사는 분노해 달려들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학생이고 나발이고. 그런 건 의미 없다는 거 알고 있잖아?”어느새 공진영은 염군을 활성화한 상태로 전사의 어깨를 잡았다.
치이익….
“끄아아악!!!”
공진영은 타오르는 어깨를 붙잡고 고통스러워하는 전사의 명치에 주먹을 강하게 내질렀고 그 순간 칠죄신교의 전사는 온몸에 큰 화상을 입고 사망했다.
“한심하긴….”
공진영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불을 내뿜고 있었다.
“그럼 끝인가요?”
그사이에 신동연도 두 명의 전사들을 처치했고 셋의 추격전은 빠른 속도로 마무리되었다.
“그럼 빨리 돌아가서 가세하죠.”
“그래.”
태운이 언더독 동아리를 만들고 졸업한 후,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수준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언더독의 멤버들은 효학반(斅學半), 남을 가르치는 일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태운의 말을 잊지 않았다.
덕분에 언더독의 멤버들은 태운에게 배운 것, 자신이 스스로 알아낸 것을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가르쳤고 그 덕분에 아카데미의 수준이 한 단계 발전했다.
“가세하겠습니다!”
“그래! 동연이는 뒤에 부상자한테 가서 치료부터 해줘!”어느새 원래 있던 장소에 도착한 셋은 팀에 합류해 다시 전투를 치르려 했다.
그 순간, 칠죄신교의 전사들이 보랏빛의 기운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이게 무… 보랏빛 기운에서 멀리 떨어져라!”명운 아카데미 2팀의 팀장은 불길함을 느끼고 팀원들에게 명령했다.
수초 후에 보랏빛 기운이 무엇인지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어…?”
“저놈들… 사라졌는데요?”
보랏빛 기운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 기운에 휩싸였던 전사들도 모두 사라진 것이다.
“어, 이… 이긴 건가요. 우리….”
그때,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마포구 1구역에서 갑자기 전사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마포구 2구역, 전사들이 사라졌습니다.
-용산에서도 전사들이 사라졌습니다.
-서대문, 보고드립니….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보고에 그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이겼다! 우리가 이긴 거다!”
“““와아아아!!!”””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학생이라는 신분 탓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 때문에 자신이 헌터라는 자각이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인류의 적, 칠죄신교의 전사들을 격퇴했다는 것은 엄청난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쉽게 방심해서는 안 됐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으니까.
-전대섭이다. 하늘에서 확인할 수 없는 거대한 생명체가 수천 개체 떨어지기 시작했다. 충격에 대비하거라.
“거대한 생명체…?”
그 무전을 들은 공진영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게 무슨….”
공진영은 전보다 더 많은 수의 거대한 생명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리고 저것들이 땅에 그대로 떨어지면 서울을 초토화가 되리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런….”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던 사람들은 그 무전을 받고 하늘을 본 순간 입을 열 수 없었다.
너무나도 무서운 광경이었으니까.
저것들이 설령 자신들보다 약하다 하더라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압도적인 무게와 높이 때문에 생기는 강력한 에너지.
이건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난과 마찬가지였다.
“에테르 네트, 에테르 스… 크윽….”
전대섭이 에테르 네트를 소환해 서울 상공 전역에 설치했다.
하지만 전대섭도 원로들을 처리하며 마나를 많이 사용한 상태.
그들을 재로 만들어 버릴 에테르 스파크를 같이 사용하지 못했다.
투두두두두!!!
에테르 네트에 키메라들이 쌓이자 점점 에테르 네트를 유지하는 게 힘들어졌다.
전대섭은 태운처럼 대량의 마나를 수급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전대섭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마나의 총량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전대섭은 마나도, 마나로 만들어둔 에테르도 모두 소모되자 즉시 무전기를 들었다.
그리고 간절하게 소리쳤다.
“모두! 충격으로부터 서울을 지켜라!”
그 무전이 들리는 순간, 서울 상공에서 키메라들을 막고 있던 에테르 네트가 사라졌고 키메라들이 서울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서울 전역의 헌터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평생을 살아온,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서울이 파괴되도록 놔둘 수 없었으니까.
“어떻게든 막아라!”
“서울을 지켜!”
서울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