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237화 (237/379)

237화

취이이….

태운이 눈을 뜨자 캡슐의 뚜껑이 천천히 열렸다.

태운은 캡슐에서 나와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 생각이냐?”

“네, 이번 마정석을 흡수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네요. 저도 길드를 만들었으니 시간이 남아돌지는 않아서요.”

“그렇겠지. 어쩔 수 없구만.”

자하르는 조금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태운은 지금까지 마정석을 흡수하며 자하르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반대로 자하르도 태운을 지원하며 과분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까지 막혀 있던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이 태운이었으니까.

자하르는 태운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은 자하르뿐만 아니었다.

태운과 자하르가 만났을 당시, 태운은 고작 꽃을 피우기 시작한 학생일 뿐이었다.

그런데 자하르는 고작 학생의 말을 듣고 바로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주었다.

오랜 친구의 보증이 있었다고는 하나, 시간 여유도 없는 사람이 시간을 빼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간단히 생각해 보아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박사가 고작 학생과 협력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았으니까.

‘고마운 사람이지.’

‘고마운 녀석이야.’

둘 다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서로 그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굳이 말로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말을 해봐야 분위기만 이상해질 뿐이고, 둘 다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그럼 이틀 뒤에 뵙죠.”

“내일은 못 오나?”

“내일은 새 길드원들 입단 테스트를 보는 날이거든요.”

“그렇군. 그럼 그때 보지.”

* * *

태운이 길드원들과 첫 계약을 한 지 벌써 1개월이 지났다.

그사이에 1군 공격대는 두 개의 던전에 들어가 많은 수익을 내어주었다.

2군 공격대는 아직 던전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되지 않았기에 훈련만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1군 공격대의 던전 전리품 수익만 보아도 그 액수가 상당했다.

던전 전리품 수익을 분배하고 남은 금액만 해도 10억이 넘어갔으니까.

물론, 그 금액의 대부분이 던전 속에서 사용할 용품을 구매하는 데 쓰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돈을 다른 곳에서도 벌 수 있으니까.’자하르와의 동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자하르도 태운이 만든 룬석을 연구하고 그에 맞는 트리거를 만들어야 하니까.

하지만 태운이 만든 룬석은 부유층과 헌터들에게 상당히 많은 인기를 끌었고 관련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리고 유명해진 만큼 돈도 엄청나게 벌렸다.

한 달 동안 룬석으로 벌어들인 돈만 1,000억이 넘는다.

원가가 매출의 3%도 되지 않는 기형적인 형태였기에 가능한 수익이었다.

‘내 마나를 채워줄 마정석만 사면 되니까.’그 수익 덕분에 한 달 만에 2차로 길드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길드 덩치가 빠르게 불어나네.”

태운은 지금 길드원들의 1차 입단 테스트를 위해 빌린 체육관에 직접 나와 있었다.

그래도 나름 초창기 멤버라고 부를 수 있는 두 번째 길드원들이었으니 신경을 쓰는 것이었다.

첫 번째 길드원들은 서류를 하나하나 보고 직접 찾아가 만나면서 계약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기 때문에 직접 만나기는 어려웠다.

태운도 시간이 남아도는 건 아니었으니까.

‘2시… 됐네.’

그때, 입단 테스트를 하기로 한 시간이 되었고 태운은 직원들에게 말해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테스트 지원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다들 번호 받으셨죠? 앞에 있는 숫자 보고 거기 서서 대기하세요.”태운은 단상 위에 서서 말했다.

그들은 자신의 번호를 확인하고 자신의 자리로 가서 섰다.

‘다들 자리에 섰고… 오케이. 준비는 됐다.’태운은 집중을 하기 위해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다시 눈을 떴다.

‘인간 감정.’

태운이 새로 얻은 스킬을 사용하자 지원자들의 머리 위에 한 가지 문장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태운은 1번 지원자의 머리 위에 적혀 있는 문장을 읽어보았다.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며 약간은 이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도덕적인 양심을 버리지는 못하는 성격.]

‘뭐 이 정도면 합격이지.’

태운이 최근에 흡수했던 마정석에서 얻은 스킬이었다.

이 스킬은 인재 발굴만큼은 잘했던 한 군주의 마정석에서 얻었다.

스킬의 효과는 간단했다.

그 사람의 특징, 성격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나마 정리해주는 것이다.

조금 더 집중하면 더 자세하게 정리해주지만 120명에 달하는 서류 전형 합격자들을 그렇게 봤다가는 오늘 안에는 테스트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굉장히 영악하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그 집단에서 따돌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음….”

천천히 보다가 12번째 지원자의 성격이 굉장히 거슬렸다.

상당히 예쁜 외모를 가진 여성 지원자였는데 겉으로만 봐서는 절대 그럴 것 같지 않았다.

‘사람은 역시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겠네.’태운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의 성격을 조금 더 자세히 불러내기 위해 집중했다.

[굉장히 영악하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그 집단에서 따돌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다. 그렇기에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해당 집단에서 제외당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와… 끔찍하네…. 이 사람은 절대 뽑으면 안 되겠네.’길게 풀어 설명되어 있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작은 집단 내에서 정치를 엄청나게 잘한다는 말이다.

‘이 사람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뽑으면 손해야.’저런 성격을 가진 사람은 그 집단 전체의 능률을 떨어뜨린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B급 힐러 계열 헌터였지만, 태운은 그녀를 뽑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금은 아깝네.’

태운은 다음으로 넘어가 한 명 한 명 천천히 그들을 훑어보았다.

[성욕이 굉장히 강하다. 매력이 있기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지만 절제를 할 줄 모른다. 한 번에 6명의 여자와 연애를 하다가 걸려 그녀들의 관계가 파탄 난 적이 있었다.]

‘얼씨구….’

개중에는 바람둥이에 분란을 조장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이코도 있었다.

그리고 성향이 완전 악인인 사람도 몇몇 보였다.

태운은 그들을 포함해 전부 15명의 지원자들을 탈락시켰고 그들은 불만을 표했지만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남은 사람들에게는 지금 집에 간 사람들이 이유도 없이 탈락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음 테스트는 간단합니다. 대련입니다.”태운은 체육관 전체에 결계를 설치했다.

신체적인 충격을 정신적인 데미지로 바꿔주는 대련용 결계였다.

“승패는 테스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시면 됩니다.”대련이라니.

아카데미에 있던 시절에서 종종 하던 것이다.

아카데미를 나오고 헌터로 일을 시작하면서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태운은 이 대련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헌터는 보통 몬스터와 싸우는 직업이라고 여겨졌다.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던전에 칠죄신교의 전사들이 나타나 헌터들을 죽이는 일도 비일비재해졌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있을 칠죄신교와의 전쟁을 대비하고자 이런 테스트를 준비했다.

“번호 순서대로 자신의 옆에 있는 분과 짝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승패는 크게 상관없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시면 되는 겁니다.”태운은 5개 조를 앞으로 불렀고 대련 시작을 외쳤다.

그러자 그들은 서로 치고받으며 대련을 시작했다.

‘다들 움직임이 좋네.’

태운은 지원자들의 대련을 살펴보며 지원자들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정리했다.

인사팀 직원들이 고르고 골라 합격시킨 사람들이었기에 모두 쟁쟁한 실력자들이었다.

“좋습니다. 거기까지.”

태운은 5조까지 대련을 보고 그들의 실력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합격자를 골라낼 수 있었다.

“2번, 7번, 9번 지원자. 합격입니다. 자리로 돌아가 쉬고 계시면 되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탈락입니다.”

“네?”

탈락자들로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의 발표였다.

합격자들과 대련을 했던 지원자들은 합격자를 압도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도 합격자들은 탈락자들과 비교해도 기량 면에서 확실히 밀렸다.

그때, 2번 지원자와 대련을 해 큰 기량 차이를 보이며 압박했던 1번 지원자가 반박했다.

“아무리 승패와 관련이 없다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물론, 대련의 승패를 따지자면 이긴 건 1번 지원자분이셨겠죠.”하지만 태운이 그들을 합격시킨 이유가 있었다.

“2번 지원자분과 대련하셨던 1번 지원자분은 힘은 강하지만 그것을 유하게 활용할 줄 모릅니다. 그저 강하게 휘둘러 상대를 위협할 뿐이었죠.”

“뭐, 뭐라구요?”

“그런데 2번 지원자분은 달랐습니다. 형세만 보면 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공격들을 모두 피하거나 흘려내며 받아내었습니다. 스탯을 조금 더 기르고 명운 길드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케어를 받으며 성장한다면 지금의 D급 헌터를 넘어 C급, 운과 노력이 따라준다면 B급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뽑았습니다.”태운의 반박에 1번 지원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쳇….”

1번 지원자는 그대로 뒤를 돌아 체육관을 나갔고 다른 탈락자들도 천천히 뒤를 돌아 체육관 밖으로 나갔다.

태운의 말을 듣고 스스로 깨달은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합격자분들은 저기 직원을 따라 대기실로 이동해주시면 되겠습니다.”태운은 합격자들을 대기실로 올려보내고 다시 대련을 시작했다.

탈락자들의 모습을 본 지원자들은 더욱 열심히 움직였고 더욱 날카롭게 움직이려 노력했다.

승패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말이 진실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지원자들은 오로지 자신의 실력을 여실히 보여주기 위해 힘썼다.

대련이 거의 다 끝나갔고 마지막 대련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1차 인성 부분에서 떨어졌던 사람이 15명, 남은 사람이 105명이었기에 한 명이 남고 말았다.

물론, 이것 또한 태운의 의도였지만 말이다.

“저… 파트너가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태운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아래로 내려갔다.

“그럼 제가 대련 파트너를 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들어오시죠.”

“예…?”

태운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태운이 서류를 보았을 때부터 눈독 들이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은 ‘남인철’. ‘대기만성’이라는 특성을 가진 D급 헌터였다.

대기만성은 성장이 더디지만 성장 한계점이 남들보다 높아지는 특성이었다.

거기에 괜찮은 시그니처 공격 스킬을 두 개 정도 가지고 있는 지원자였다.

‘내가 이번 지원자들 중 가장 기대하고 있는 헌터이기도 하지.’

“먼저 들어오세요.”

남인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목검을 꺼내 들었고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무도 상상치 못했던 이변이 벌어졌다.

파-악!

남인철 헌터가 갑자기 엄청난 양의 마기를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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