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화
“뭐… 뭐야!”
Z는 속박을 풀어낸 찬영을 보고 경악했다.
그 쇠사슬은 우주선에나 쓰는 티타늄 합금을 단련해 만든 것이다.
거기에 강도와 경도를 높여주는 인챈트까지 더해 각성자라도 완력만으로는 절대 부술 수 없는 물건이다.
“어떻게 그걸….”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200만에 가까운 마나를 주입했는데도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다.
“후… 마나경 덕분에 살았네.”
찬영은 신이 내린 몸을 가지고 있다.
각성자라고 해도 그 내구성은 차원이 달랐다.
그 덕분에 1차적으로 충격에 버틸 수 있었고 그 이후는 온전히 찬영의 실력 덕분이었다.
찬영은 마나경을 활용해 많은 양의 마나를 밖으로 배출, 혹은 분산해 코어 내부의 마나를 폭발하지 않게 하려 했다.
하지만 찬영의 마나 감응력으로도 그 많은 양의 마나를 온전히 배출할 수 없었고 폭발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찬영은 순간적으로 코어 내부의 마나 일부를 동결시켜 마나의 폭발을 여러 번에 걸쳐 일어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찬영의 마나 코어는 산산히 조각나지 않을 수 있었고 찬영의 신체도 버틸 수 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마나 코어는 폭발력으로 인해 크게 팽창했고 찬영이 수용할 수 있는 마나의 총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넌, 앞으로 네 손으로 밥숟가락도 못 들 거다.”
“친위대! 약 다 빨고 어떻게든 막아!”
Z의 말에 제단 위에 있던 헌터들이 일어나서 자신의 팔에 주사기를 꽂더니 Z의 앞에 섰다.
그 수는 20명이나 됐고 그들은 하나하나가 B급 헌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팔에 꽂은 주사기의 액체가 몸에 흘러 들어가자 그들의 힘은 대폭 상승해 하나하나가 A급 헌터 수준으로 변했다.
“후욱… 후욱….”
구찬영은 몸이 가벼워진 것과 달리 온몸에서 격통을 느끼고 있었다.
뼈가 부서져 장기를 찌르고 있었고 온몸의 근육이 찢어져 몸을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사실은 Z는 물론 찬영이 상대해야 할 적들에게도 훤히 보였다.
“저 새끼 죽여!”
Z의 말에 친위대라 불린 헌터들이 동시에 찬영에게 달려들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교인들 사이에 있던 헌터들도 찬영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입구는 인파로 인해 막혀 있었고 이런 몸 상태로 적들을 상대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찬영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창이라도 하나 있었다면….’
퍼억!
찬영은 가장 먼저 달려온 적의 안면을 가격했다.
고작 조금 뒤로 물러날 거라고 예상하고 한 공격이었지만 찬영의 공격에 맞은 적은 몇 미터나 날아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음…?”
“크윽… 이 자식….”
몸 상태에 비해 상당한 위력의 공격이었다.
찬영은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된 것인지 생각할 시간도 없이 다음 적을 상대해야만 했다.
덥석!
퍼억!
찬영은 가장 먼저 날아오는 주먹을 잡고 잡아당기며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 움직임이 굉장히 빠르고 공격적이었다.
‘크윽….’
찬영은 공격을 할 때마다 온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후….”
찬영은 사방에서 닥쳐오는 공격을 대처하기 위해 자신이 끊어냈던 쇠사슬을 집어 들었다.
쇠사슬을 무기로 써본 적은 없었지만 지금은 별 방법이 없었다.
부-웅!
찬영이 쇠사슬을 휘둘렀고 그것에 얼굴을 얻어맞은 헌터는 그대로 안면이 박살 나 기절했다.
“후….”
소재 탓인지 사슬이 생각보다 가벼워서 위력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여기서 천장을 부수고 도망갈까…?’
몸 상태가 안 좋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찬영은 금세 그 선택지를 머리에서 지웠다.
자신의 옆에 묶여 있는 다른 피해자들이 떠오른 것이다.
“후….”
찬영은 자신의 마나 회로에 마나를 세차게 돌리기 시작했다.
마나 회로에도 많은 손상이 있었는지 마나를 돌리자 고통이 찬영을 덮쳤다.
“후욱….”
하지만 덕분에 신체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마나 코어가 팽창하면서 마나가 지나가는 통로도 확장된 것 같았다.
온몸에 회전하는 마나의 양이 평소보다 3배는 많은 것 같았다.
퍼-억!
“후우….”
찬영은 친위대 헌터들을 최대한 경계하며 교인 중에 섞여 있던 헌터들을 하나씩 처리했다.
천천히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을 때 Z가 나섰다.
“친위대! 방독면!”
그와 동시에 그들은 품에 넣어두었던 마스크형 방독면을 꺼내썼다.
소형 정화통이 내장되어 있는 방독면이었다.
“한번 죽어봐라….”
Z가 버튼을 누르자 제단의 천장에서 흰 가스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찬영은 순간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방독면도 없고 찬영처럼 입과 코를 막지 못한 교인들은 죄다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크으으윽!!!”
각성자가 아닌 일반 교인들은 모두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각성자들은 얼굴의 온 구멍에서 피를 쏟아내며 찬영에게 광적으로 달려들었다.
“크윽….”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힘과 압박감이었다.
“크윽… 이 자식… 무슨 짓이야!”
“어허, 말하다가 들이마시면 어떡하려고 그래?”Z는 찬영을 비웃으며 땅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를 냅다 집어 던졌다.
찬영은 그 돌멩이를 낚아채 그대로 Z에게 던졌다.
핏!
찬영이 던진 돌멩이는 Z의 얼굴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 자리에서 기다려라. 이놈들 먼저 처리한 다음에 널 죽여줄 테니까.”
“어머나 무서워라~.”
Z는 침착함을 되찾은 것 같았다.
이제는 오히려 저 멀리서 찬영을 비웃고 있었다.
“Z 님, 교인들이 너무 많이 죽은 것 같습니다.”“괜찮아. 어차피 서너 번 정도 더 부려 먹다가 싹 다 죽인 다음에 다른 사이비 교단 차리려고 했어. 한 교단으로 일을 계속하기에는 꼬리가 좀 길어지거든.”“알겠습니다. 그럼 제대로 공격해도 되겠습니까?”
“알아서 해.”
Z는 조금 더 뒤로 물러나 찬영의 전투를 구경했다.
친위대 중 마법 계열 헌터 몇몇이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찬영은 그것을 저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좀비처럼 달려오는 수십 명의 헌터들이 찬영을 붙잡고 있었으니까.
“크윽….”
“옥타 파이어 밤.”
“체인 크리스탈 라이트닝.”
“펜타 마나 플레임.”
찬영은 고위력의 범위형 마법이 시전되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을 교인들과 함께 날려 버리려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런 개 같은….”
온몸이 부서진 상황, 아직 수면제의 기운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제대로 된 무기도 없고 빌어먹을 가스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마법도 잘 배워둘 것 그랬어….’
마법을 잘 사용했다면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마나 익스플로전이라도 사용할 줄 알았다면 녀석들의 마법 시전을 방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젠장…!”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찬영은 들고 있는 쇠사슬에 마나를 때려 박았다.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 집중력도, 시간도 없었다.
그냥 때려 박았다.
하지만 엄청난 양의 마나 덕에 쇠사슬은 살인 병기가 되어 있었다.
부-웅!
찬영이 쇠사슬을 억지로 휘두르자 쇠사슬이 끊어지며 쇠사슬에 담겨 있던 마나가 전방으로 날아갔다.
“이게… 빨리 막아!”
“““하이 프로텍트.”””
하지만 그 공격은 12겹의 하이 프로텍트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이런….”
다시 공격을 시도할 힘은 있었지만 시간도 무기도 없었다.
이미 쇠사슬은 박살이 났고 대규모 마법이 찬영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죽는 거야?’
찬영은 날아오는 마법을 멍때리며 바라보았다.
분명 총알만큼이나 빠른 마법들일 텐데 마치 초등학생이 던진 야구공만큼이나 느리게 느껴졌다.
피하려고 해봤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쾅!
누군가가 천장을 부수고 나타났다.
“마법 파괴.”
쩌-엉!
파-앙!
그러곤 눈앞에서 마법을 모조리 깨부숴 버렸다.
“살아 있냐.”
“죽은 걸로 보이냐. 이 자식아.”
찬영의 눈앞에 나타난 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는 태운이었다.
* * *
‘찬영이 몸 상태가… 많이 안 좋네.’
태운은 적의를 사용했다.
“우우우….”
“우으어….”
그러자 이성을 잃고 찬영에게 달려들던 교인들이 겁을 먹고 멀어졌다.
“찬영아, 싸울 수 있냐.”
“회복만 좀 해줘라. 온몸이 부서질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알아.”
태운은 찬영에게 정화 마스크를 씌워주었다.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흰 가스와 눈이 돌아가 찬영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보고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초재생의 룬.”
투툭.
두두둑.
우두두둑.
“으… 깜빡이 좀 켜고 들어와라.”
“몸 상태가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지.”
“후… 그래도 한결 나아졌어.”
찬영은 어깨를 움직여보았다.
몸이 완전히 나은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눈앞에 있는 저 녀석들을 박살 낼 정도는 되었다.
“소풍 왔어! 뭘 꾸물거려? 저놈들 죽여!”
태운의 적의에 의해 살짝 굳어 있던 친위대들이 Z의 말에 다시 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태운은 아공간 벨트에서 임시로 챙겨두었던 창을 찬영에게 건넸다.
“네가 쓰던 것보다 짧아서 손에 맞을지 모르겠다.”“방금 내가 썼던 무기에 비하면 엑스칼리버네.”
“그러냐.”
태운은 돌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친위대 중에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강판덕 씨네요. 이런 조직에 몸을 담고 계셨다니… 저희 길드에선 받기 힘들 것 같네요.”태운이 비아냥거리자 Z는 강태운이 그동안 자신에게 속아줬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태운… 네 녀석은 꼭 죽여야겠다.”
Z는 품에서 주사기 하나를 꺼내 강판덕의 등에 꽂았다.
“Z 님…! 이건….”
강판덕은 마치 사형 일자가 확정된 사형수마냥 사색이 되어 Z를 돌아보았다.
“해독제는 나에게 있다. 3분 뒤에 해독제를 맞지 않으면 넌 죽는다.”
“아… 아아악!!!”
“3분 안에 저 녀석들을 죽이고 와라.”
강판덕의 몸이 갑자기 크게 부풀면서 느껴지는 힘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각성자 능력 증강제 원액이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가지게 해주지. 너흰 이제 죽은 목숨이야!”
“뭐라냐.”
강판덕은 태운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눈이 돌아가 있었고 계속해서 해독제만을 되뇌고 있었다.
“해독제 내놔아아아!!!”
“너무 익숙한 상황인데.”
촤악!
태운이 돌검을 휘두르자 거대해진 강판덕은 순식간에 토막 난 고깃덩이가 되었다.
“아….”
Z는 그저 입을 벌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히든카드가 적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으아아악!!!”
막무가내로 세 명의 친위대가 달려들었지만.
“마나 블레이드.”
서-걱.
그들 모두 찬영의 창격 한 번에 몸이 반으로 잘려 세상을 떠났다.
“뭐야. 너 엄청 강해졌는데?”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괴, 괴물들….”
그 모습을 본 친위대들은 전의를 잃었고 모두 우물쭈물하고 있자 Z가 격분했다.
“다… 다 죽여! 죽이라고!”
“하지만….”
“빨리 죽여!”
Z는 이내 미쳐 버렸는지 발작을 일으키며 친위대에게 명령했다.
“안 해? 안 한다고?”
Z는 주머니에서 한 스위치를 꺼냈다.
그것을 꺼내자 친위대들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너희 싹 다 뒈지고 싶어!”
“Z 님, 죄송합니다.”
서-걱!
친위대 중 한 명이 Z가 스위치를 들고 있던 손목을 잘라 버렸다.
“아악… 끄아아악!!! 이 개 자식들아아아!!!”그 후, 친위대는 찬영과 태운에게 투항했고 Z는 손목이 잘린 통증으로 인해 기절했다.
그렇게 다음날 사이비 종교, 인충회의 끔찍한 만행과 착한 식품 업체로 알려져 있던 FP가 마약과 관련되어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