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화
[뒷세계에서 각성 능력 증강제라는 이름으로 마약을 팔아오던 집단이 어제 강태운 헌터와 명운 아카데미 학생 한 명에게 검거되었습니다. 최근에 벌어진 헌터 납치 및 살해 사건의 범인도 해당 집단에서 만든 사이비 종교, 인충회였다고 합니다. 또한 많은 기부와 공익적 활동으로 착한 중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식품회사 FP도 관련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끝났다는 게 실감되네.”
“하… 이제는 놀랍지도 않네…. 너 입원했다는 소식 듣자마자 뭔 일 있나 싶어서 뉴스 보니까 네 이름 나오더라.”
“그래도 살아나왔잖냐.”
“내가 뭐라 했냐. 무사히 나와서 다행이라고.”지금 찬영이 입원한 병원에서 서혜연과 태운이 병문안을 와 있었다.
“그나저나 지금 인터넷이 나랑 네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네.”
“그러냐?”
“한번 봐봐.”
-이번에도 명헌이야? 그래서 이번엔 누구야?
└마스터급 학생 중에 있을 거 같은데.
└작년에 명운전 대련 종목에서 강태운이랑 준결승에 붙은 걔 아님? 구찬영이었나? 걔 말고는 다 볼 거 없는 거 같던데.
└대한민국 0.1% 엘리트들한테 볼 거 없다고 하는 수준ㅋ└아가리하셈.
└구찬영 맞음. 명헌 학생인데 이미 소문 다 났음.
“음….”
“그냥 익숙해져. 얘네 원래 이래.”
“그래.”
찬영은 별것도 아닌 것으로 시비를 걸고 싸우는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보고 조금 당황한 것 같기는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때, 태운은 찬영에게 물었다.
“내가 뭐 물어볼지 알고 있지?”
“대충 알고 있지. 근데 사실 나도 정확히는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어. 원인은 알겠는데 결과를 모른다고 해야 하나. 아직 내 상태창 갱신을 안 해봐서….”태운이야 관찰을 사용하고 오른손의 문신을 문지르면 그 사람의 상태창을 볼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기구를 구매해서 측정해 봐야 자신의 상태창을 볼 수 있었다.
상태창을 보겠답시고 그 정도의 금액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보통은 협회에서 지원하는 검사 서비스를 이용한다.
“병원 나가면 한번 검사해봐야지.”
“내가 한번 봐줄까?”
“오? 봐줄 수 있어?”
“그런 능력이 있거든. 한번 봐줘?”
“그래, 한번 봐줘.”
태운은 찬영의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구찬영
LV: 82
마나 총량: 937,640
체력(120+10) 근력(135+10) 민첩(131+10) 유연성(74+10) 지력(42+10) 마나감응력(70) 반사 신경(52) 재생력(27)
특성
신장(LV.M)
마나 친화력(LV.6)
경이로운 마나 코어(LV.1)
경이로운 마나 회로(LV.1)
스킬
상급 검술(LV.M)
상급 방패술(LV.M)
상급 창술(LV.M)
상급 박투술(LV.4)
상급 단검술(LV.5)
상급 투척술(LV.2)
상급…
초급 마법(LV.5)
피부 경화(LV.M) [S]
괴력(LV.4)
마나 블레이드(LV.9)
마나경(LV.4)
“너 뭐냐. 유연성 스탯 왜 이리 높아? 원숭이야?”“여러 무기술 배우다 보니… 그래서 유연성 스탯이 얼만데?”
“74네.”
“오, 좀 올랐네 얼마전에는 71이었는데. 아무튼 그거 말고 마나 총량에서 바뀐 건 없어?”“마나 총량…? 어디 보자…? 너 이거 뭐냐? 일, 십, 백, 천, 만… 9… 93만?”
태운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100만에 가까운 마나를 몸에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본 적 없었으니까.
“역시… 그랬구만.”
“역시라고? 뭔데? 자세히 말해봐.”
“인충회가 사람을 어떻게 죽이는지 들어봤지?”그건 인충회가 처음 뉴스에 나온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인충회는 각성자에게 마나를 강제로 주입해 코어와 마나 회로를 폭발시켜 죽였다.
“나도 그걸 당했어. 마나 주입 당하는 거.”
“어…? 근데 어떻게 살았어?”
“뭐… 마나경을 반대로 사용해서 내 몸의 마나를 내보냈지. 그러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더라고. 마나 코어 안의 마나가 폭발하려고 하길래 머리 굴려서 마나 코어 안에 있는 마나를 동결시키고 일부러 조금씩 폭발시켰지. 그러면 조금이라도 버틸까 싶어서.”“설마…. 그것 때문에 마나 코어의 크기가 확장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사실 그거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어서.”
“와….”
태운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궜다.
“너 진짜 죽을 뻔한 건 알지?”
“당연하지.”
찬영의 특성인 신장이 아니었다면 찬영이 마나를 조정하기 전에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나를 조정할 겨를도 없이 죽고 말았을 것이다.
게다가 마나경을 반대로 시전해 마나를 내보내거나 마나를 동결하겠다는 판단이 조금만 늦었어도 찬영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건 진짜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는데?”
“그 정도야?”
“당연하지. 네가 마나 다루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건 0.1초만 늦었어도 온몸이 산산조각이 날 일이었어.”“아쉽네. 마나 총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아서라. 이것도 애초에 네가 마나 코어가 넓어서 할 수 있던 거였으니까. 일반적인 15만의 마나 총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마나경이 있든 없든 손을 쓰기도 전에 죽어 버릴걸?”“으흠… 그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구나.”
찬영은 그 당시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는 몰랐다.
“그나저나 이 정도 마나를 이만큼이나 몸에 두르고 있으면 신체 능력도 엄청 늘었겠는데?”태운은 찬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스탯 수치 뒤에 +10씩 붙어 있네.”
“오….”
태운은 천천히 상태창을 둘러보았다.
찬영은 십수 개의 상급 무기술을 익히고 있었고 그중 창술, 검술, 방패술을 모두 마스터한 상태였다.
이미 찬영은 독자적인 무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의 달인이 되어있었다.
찬영의 상태창을 둘러보던 태운은 특별한 것을 하나 발견했다.
“경이로운 마나 코어랑… 경이로운 마나 회로? 이거 원래 있던 거 아니지?”“어, 그런 게 생겼어? 처음 들어보는 특성인데… 효과는 뭐야?”
“잠깐만….”
태운은 경이로운 마나 코어의 효과를 불러왔다.
경이로운 마나 코어: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엄청난 크기의 마나 코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대한 마나의 영향으로 모든 기본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강대한 마나의 영향으로 스탯, 마나 감응력이 30만큼 증가합니다.
경이로운 마나 회로: 인간의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고성능의 마나 회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번에 기용할 수 있는 마나의 양이 더욱 많아집니다.
많은 양의 마나를 사용해도 몸의 부담이 덜해집니다.
“…사긴데?”
“뭔데? 읽어줘 봐.”
태운은 눈앞에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었다.
“어쩐지… 그때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고 평소에 하던 감각으로 몸에 마나를 회전시켰는데 평소보다 두세 배 가까이 강해진 느낌이었어.”
“음… 나중에 나랑 같이 연습해보자.”
“그래.”
옆에서 그 대화를 듣던 서혜연은 한숨을 쉬었다.
“이걸 잘 됐다고 해도 되는 거냐… 아무튼 결과는 좋으니 다행이네.”“이런 걸 두고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거야.”“찬영이 네가 그런 어려운 말을 다 쓰고 그러냐.”
“야, 그래도 나 필기 성적 중간은 가….”
찬영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지만 강태운과 서혜연은 들은 척도 안 했다.
명운 아카데미를 다니며 필기 성적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는 태운과 매번 전교 석차 10등 안에 드는 서혜연이었으니까.
“그래서 Z는 어떻게 될 것 같아?”
“무기징역 아니면 사형이겠지.”
“하긴… 각성자가 아니라곤 하지만 각성자를 이용해서 수십 명을 죽인 흉악범이니까.”특히 지금의 대한민국은 마약 사범을 엄격하게 처벌한다.
전대섭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면 중간 관리책부터 말단 판매책까지 모조리 뿌리 뽑기 위해 Z를 심문하고 있다고 한다.
“Z가 입을 열까? 미성년자 때부터 조직에 들어가서 지문 등록도 안 하고 활동했다며? 그래서 진짜 이름도 모른다더만.”“괜찮아. 전대섭 선생님은 심문의 프로니까. 이 세상에서 심문을 잘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분명 후보에 언급될 거다.”데블스 에이지 당시 전대섭은 칠죄신교의 전사들을 잡아 고문하고 심문하여 정보를 얻는 데 앞장섰다고 한다.
가끔 데블스 에이지 시절에 전대섭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전대섭은 절대 지금과 같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는 쉽게 말을 걸 수 없는 아우라의 소유자였다고 하는데….
“말하는 걸 들어보면 그냥 무서워서 말을 못 걸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지.”“허덕륜 선생님도 전대섭 선생님이 데블스 에이지 시절에 엄청 터프했다고 하더라.”
“궁금하네. 한번 보고 싶다.”
“궁금하긴 한데… 그 모습을 볼 때가 되면 그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을 거야.”
“…그렇겠네.”
데블스 에이지, 태운은 연정아의 정보를 바탕으로 데블스 에이지가 머지않은 때에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대충은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데블스 에이지가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인간의 전력은 아직 한참 부족해.’
칠죄종의 괴수는 드래이그 고흐보다 더 강하면 강했지 약할 리는 없었다.
인류의 모든 힘이 모인 공격대는 아니었지만 드래이그 고흐를 죽이는 데 굉장히 애먹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은 그 레이드에 인류의 전력 중 40~50%가 참여한 셈이기도 했다.
공격대의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현재 인류 최강의 전력 중, 전대섭, 셀, 하오, 허덕륜, 강태운이 참가한 레이드였으니까.
‘사실 전대섭 선생님과 셀 헌터님보다는 조금 약하지만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사람이 세 명 더 있지.’그 세 명은 모두 미국 국적이다.
그중 두 명은 원래 인도인과 러시아인이었지만 미국이 돈으로 데려왔다.
‘지금 상황이 계속 유지돼서는 안 돼.’
한 국가가 큰 힘을 가지고 다른 국가가 그 국가를 견제하는 형국이다.
이래서는 서로 협력하여 힘을 기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데블스 에이지는 강한 헌터 한두 명을 더 만드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모든 헌터의 수준을 한 단계 이상 끌어올려야만 했다.
‘이젠 못 할 일도 아니야.’
태운이 길드를 만든 것도 언젠가 일어날 데블스 에이지를 대비하기 위함이었으니까.
아직 시작일 뿐이지만 기반은 아주 잘 만들어두었다.
태운은 연정아에게 상호 협력의 조건으로 내세웠던 것 중 하나를 떠올렸다.
[전 세계 헌터의 10%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현재 헌터로 등록되어 있는 사람의 수가 3억이다.
하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헌터의 수는 1억 명이 조금 안 된다.
그중 10%라면 1천만 명.
그만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기란 절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태운은 거기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활동하지 않고 쉬고 있는 헌터들. 태운은 그들을 현역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계획은 세워두었다.
상황이 되었을 때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태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태운아, 오랜만이다.
익숙한 러시아어가 태운의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
누가 들어도 자하르 박사였다.
-특별한 마정석을 좀 쌓아놨는데. 언제 한번 오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