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220화 (220/379)

220화

태운은 간만에 서혜연, 구찬영과 같이 밥을 먹으러 나왔다.

“강성렬이라는 테러범 들어봤어?”

“당연하지. 지금 걔 때문에 난리 났잖아.”

테러에 대한 이야기는 서혜연으로부터 시작했다.

“어… 음, 알지.”

태운은 강성렬이라는 테러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하긴, 모르면 간첩이지. 지금 온갖 뉴스에 나오고 재난 문자까지 뿌려졌으니까.”왜냐하면 그 강성렬이라는 테러범이 바로 태운이 연기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태운은 처음에 일을 이렇게 크게 벌일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전대섭의 생각은 달랐다.

전대섭은 이런 일은 크게 키우면 키울수록 좋다고 했다.

‘Z는 광적으로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싫어해. 그런데 전 국민의 이목이 테러범에 쏠려 있을 때 뭐든 빨리 처리하고 싶겠지.’전대섭은 이걸 노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녀석은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일 테니 이 틈에 녀석을 잡으라는 것이 전대섭의 생각이었다.

“하… 또 테러야….”

지금 전 세계는 테러에 굉장히 예민한 상태이다.

각성 테러 단체는 각성자가 나타난 이후로 계속해서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해 있었고 최근에는 칠죄신교의 대규모 테러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테러로 가족, 연인, 친구를 잃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지금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테러라는 두 글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테러에 민감하다.

“이야, 근데 겁도 없지. 어떻게 테러범이 테러 예고장을 날린 날에 바로 일을 벌이냐.”

“어…? 뭐라고?”

“어젯밤에 D급 헌터 20명이 동시에 사라진 거 모르고 있었어? 뭐, 증거는 안 나왔지만 정황상 강성렬이라는 테러범이 벌인 일이라는 거지. 오늘 아침 뉴스에 나왔었는데. 못 봤나 봐?”

“모, 못 봤어.”

태운은 새벽 3시까지 Z를 잡기 위한 계획을 세우느라 늦잠을 잤었다.

그러니 아침 뉴스는 못 볼 수밖에.

“봐. 지금 뉴스 나오네.”

서혜연은 식당 벽에 걸린 커다란 TV를 보며 말했다.

TV에서는 뉴스를 하고 있었고 강성렬의 얼굴과 사라진 피해자들의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

[어제 저희 방송국 제보실에 들어온 강성렬의 테러 예고 영상이….]

뉴스에서는 강성렬이 이번 헌터 실종 사건의 범인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누군가 아나운서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하고 나갔다.

[급보입니다. 20명의 실종자들의 행방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네…?]

아나운서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뭔데 저러지…?”

“그러게….”

잠깐의 침묵 후 아나운서가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온몸이 폭발해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뭐라고…?”

“미친….”

태운과 구찬영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 식당 내에서 그 뉴스를 보고 있는 사람이 태운 일행뿐만이 아니었기에 여기저기서 욕이 튀어나왔다.

“저저… 천벌받을 놈 같으니….”

“강하면 뭐 하나… 사람이나 죽이고 다니는데.”“갈아마셔도 시원찮을 놈이여… 저런 걸 사람이라고…”이곳의 모든 사람들은 강성렬을 욕하고 있었지만 태운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강성렬의 정체는 마스커레이드를 사용한 자신이었으니까.

“우욱….”

태운은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대중이 한 사람에게 보내는 악의가 얼마나 끔찍하고 괴로운지.

만약 그게 정당한 이유에서 보내는 악의라 하더라도.

아니, 오히려 그게 정당한 이유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더욱 괴로웠다.

할 말이 없었으니까.

‘내가 어쩌자고….’

마약 단체 하나 잡겠답시고 이런 일을 벌이다니.

태운은 눈 앞이 흐려졌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속에서 불쾌감과 함께 토가 쏟아지려 한 순간.

“야, 강태운 괜찮냐?”

찬영이 태운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아….”

태운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래… 내가 한 일이 아니야. 진범을 잡기만 하면 돼.’그들이 욕하는 이유, 그것은 20명의 헌터들이 끔찍하게 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태운이 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괴로워할 이유가 없었다.

그때, 뉴스에서 태운의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들려왔다.

[피해자들이 발견된 장소는 OO구 인근 야산에 위치한 한 건물이었습니다.]

‘잠깐 저기는….’

저 건물은 태운이 인충회에 대해 조사하다가 알게 된 장소였다.

반년 전에 Z가 수많은 교인들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태운은 인충회라는 단어를 떠올리자마자 이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Z는 헌터와 각성자에 대한 엄청난 적개심을 가지고 있어… 그렇다는 건….’태운은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 얘들아. 간만에 만났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긴 것 같아.”

“아… 이렇게 갑자기?”

“응, 진짜 미안 지금 가야 할 것 같아. 나중에 내가 연락할게.”

“어… 알겠어. 급한 일이면 가봐.”

“고마워.”

태운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전대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태운이냐. 내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

전대섭도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전대섭은 태운을 걱정하며 전화를 받았지만 태운은 그의 말을 끊었다.

“아닙니다. 그보다 최대한 빨리 녀석들을 잡아야 해요.”-녀석들이라면….

“인충회 놈들 짓입니다. 헌터들이 사라진 거 말이에요.”-그놈들이 왜….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Z는 각성자들에게 엄청난 적개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놈의 목표는 각성자들을 죄다 죽이는 거예요.”-혹시….

“네, Z 녀석이 전략을 바꿨어요. 원래는 헌터들을 마약에 중독시키고 어느 순간 마약에 독성을 주입해 많은 수의 헌터들을 죽이려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고… 결국에는 전략을 이런 식으로 바꾼 것이겠죠.”-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한데… 게다가 이런 식으로는 Z녀석의 목표를 이룰 수 없을 텐데 도대체 왜….

“어쩌면 목표를 잃어버린 걸지도 모르죠. 그냥… 각성자에 대한 적의만 남은 괴물이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정적이 흘렀다.

“일단 이제는 시간 싸움입니다. 6일 안에 진범을 밝혀야 합니다.”-그렇군… 진범을 밝히기 전에 강성렬이 FP를 시찰하러 온 Z를 습격한다면….

그건 전대섭이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스케일이 된다.

“진범을 밝히지 못하면 이대로 녀석을 놓쳐야만 합니다.”-방법은 있나?

“오늘도 녀석들은 일을 벌일 겁니다. 제가 만만한 헌터로 변장해 녀석들에게 납치를 당하겠습니다.”-음… 녀석들의 납치 영역만 파악한다면 불가능한 말도 아니겠군.

“그럼 저에게 위치 추적기를 달아두시고 전대섭 선생님이 가세하는 걸로 하시죠.”-알겠네. 조금 위험하지만 급한대로 별 방법이 없군.

태운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태운은 방금 느꼈던 악의와 괴로움을 상기했다.

‘괴로워할 이유가 없다. 진범만 잡으면 될 일이야.’태운은 이를 갈고 인충회를 잡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태운이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Z가 얼마나 과감하고 미친놈인지를.

* * *

찬영은 태운이 가고 나서 창영우를 불러 밤늦게까지 같이 놀았다.

그리고 다들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 찬영과 창영우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어야~ 오늘 재밌었다. 다음에도 부를게.”

-오케이. 끊는다.

“그래.”

찬영은 전화를 끊고 집으로 계속 걸어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영우랑 서혜연이 잘 맞는 것 같아 다행이네. 서먹해할까 봐 걱정했는데.’찬영은 처음에는 자신과 태운을 배신했었던 창영우에게 굉장히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계속된 그의 진실된 사과와 태도에 마음을 풀고 전처럼 지내기 시작했었다.

서혜연은 애초에 그 사실을 알지도 못했으니 풀 것도 없었다.

“그나저나 태운이가 왜 그랬을까….”

찬영은 갑자기 태운이 걱정되었다.

TV에 나온 테러범을 본 순간부터 숨을 몰아쉬더니 상태가 안 좋아 보였고 갑자기 괜찮다는 말을 하고는 바쁜 일이 생겼다고 뛰쳐나갔다.

“하… 괜찮겠지. 뭔 일이라도 있으려고.”

찬영은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자신이 걱정해 봐야 마음만 불편할 뿐, 태운이 말해주지 않는 이상 도와줄 수 없었으니까.

“게다가 태운이가 정말 위험한 상황에 빠질 정도의 일이라면 전대섭 선생님과 허덕륜 선생님도 나설 텐데… 내가 끼어 봐야 크게 도움이나 되겠어? 빨리 강해지기나 해야지.”찬영은 한숨만 쉬고는 계속해서 걸어갔다.

“근데 아까부터 왜이리 머리가 아프….”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찬영을 덮쳤다.

“으윽…! 누구….”

퍼억!

찬영은 자신을 덮친 사람을 팔꿈치로 가격했고 그 사람은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이… 일반인…?”

찬영은 자신의 힘을 알고 있기에 놀란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힘 조절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세게 공격하지 않았는데 멀리 날아간 것을 보고 찬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괜찮으세요? 아니, 그러게 왜 사람 놀라게….”찬영은 그 사람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말했다.

“머리에서 피가… 빨리 병원을….”

그때, 찬영의 뒤에서 세 명의 사람이 나타났고 찬영의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 걸로 봐선 전부 일반인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이거 놓으세요!”

찬영은 몸부림을 쳤지만 상대가 일반인인 것을 안 이상 강하게 저항할 수는 없었다.

각성자에게는 일반인에 대한 정당방위는 절대 성립할 수 없었으니까.

“이런….”

약하게 떨쳐놔도 그들은 계속해서 찬영에게 들러붙었고 찬영이 슬슬 화가 나 힘을 쓰려던 순간챙!

“어…?”

어디선가 무언가가 찬영의 얼굴에 날아와 깨졌다.

“유리병…? 안에 들어있는 액체는 뭐… 크윽…!”찬영은 순간 다리에 힘이 빠지려는 것을 버텨냈다.

‘이게 무슨….’

찬영은 각성자 중에서도 신체 능력만큼은 상위 1%다.

알코올은 물론, 어떤 약물도 쉽게 들지 않는 신체였다.

그런데 지금 찬영의 얼굴에 날아온 액체는 달랐다.

마나를 마나 회로에 회전시켜 버텨보려 했지만 그것도 통하지 않았다.

팔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런 젠…장….”

결국, 찬영은 기절했고 찬영에게 거머리처럼 붙어 있던 사람들은 온몸에 멍이 든 채로 일어났다.

“이번 어린 양은 조금 반항이 거세군요.”

“괜찮습니다. 기체화한 수면의 성수를 들이마셔도 멀쩡한 것을 보고 예상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이제 빨리 교주님께 데려가지요.”

그들은 옆에 세워두었던 봉고차에 찬영을 태우고 어딘가로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바로 한 공장의 자재 창고였다.

허름한 겉모습과 달리 안에 들어가 지하로 내려가 보면 굉장히 화려하게 꾸며진 제단이 나타났다.

“자, 마지막 어린양이 지금 막 도착했군요. 오늘은 총 30명의 어린 양들이 모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힘드시겠지만 힘내주시길 바랍니다. 창조주께서는 여러분들의 노력을 절대 배신하지 않으실테니까요.”그곳에는 Z가 기다리고 있었고 제단의 위에는 이미 29명의 각성자들이 의자에 묶여 기절해 있었다.

남은 한 자리에는 찬영이 앉혀졌고 옆에 있던 사람들과 똑같이 의자에 속박당했다.

그것을 확인한 Z가 말했다.

“자, 그럼 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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