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219화 (219/379)

219화

“흐억…!”

태운이 목검을 한 번씩 휘두를 때마다 김일훈의 몸이 경직되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서 오는 공포감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네….’

태운은 이래서야 훈련이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했고 훈련의 효율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다른 수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이딩 포스.’

태운은 마법을 사용해 공격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힘을 감췄다.

그래도 여전히 공격할 때마다 느껴지는 공포감이 없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 정도가 조금 낮아졌을 뿐이다.

“집중하세요. 죽을 일은 없겠지만 죽을 만큼 힘들 겁니다.”

“…….”

김일훈은 검을 다잡았다.

그것을 확인한 태운은 검을 휘둘렀다.

부-웅! 타악! 탁! 타탁!

김일훈은 태운의 검을 곧잘 막아냈다.

그의 실력 자체는 뛰어난 편이었으니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퍼억!

태운이 조금만 속도를 높여 빈틈을 노리니 바로 안 좋은 습관이 나왔다.

“크윽….”

김일훈은 빈틈을 노린 태운의 공격에 왼손을 먼저 움직였다가 잘못을 알아차리고 다시 검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이미 태운의 목검이 김일훈의 어깨를 가격한 후였으니까.

“실제 전투에서는 조금의 망설임에도 목이 달아날 수 있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 계실 겁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킬 활용을 너무 딱딱하게 하고 있습니다.”

“딱딱하다는 게 무슨….”

태운은 김일훈에게 스킬 활용에 대한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스킬은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제 스킬 중 하나인 마법 파괴, 이 스킬은 주변에 있는 적들의 마법을 모두 파괴하는 스킬입니다.”태운의 마법 파괴라는 스킬은 명운전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주 사용했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었다.

때문에 알려줘도 상관없어 이 스킬로 예를 들었다.

“이 스킬을 그저 마법을 파괴하는 특성 그대로 활용했다면 위험한 순간 시간을 버는 걸로 활용할 뿐이었겠죠. 하지만 저는 온 신경을 공격에만 사용해 방심을 유도하고 적들이 공격할 때 마법 파괴를 사용하는 활용법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이 스킬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적에게는 아주 효과적이거든요.”

“아….”

“그럼 김일훈 헌터님의 스킬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빠른 손, 그건 패시브 스킬과 액티브 효과가 같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네, 평소에도 빠른 손의 효과로 제 민첩 스탯보다 빠르게 손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액티브 효과는….”파파팟!

김일훈은 빠른 손을 사용해 검을 빠르게 세 번 휘둘렀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두를 수 있게 해줍니다.”

“빠른 속도네요.”

검을 한 번 빠르게 휘두르는 것과 빠르게 여러 번 휘두르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검을 한 번 빠르게 휘두르는 것은 그저 힘을 강하고 빠르게 주면 될 뿐이지만 여러 번 휘두르는 것은 쉽지 않다.

검을 휘둘렀을 때 생기는 관성, 그것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빨리.”김일훈은 상급 검술에 도달한, 어찌 보면 검의 고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전 전투에서 그 검술 실력을 여실히 발휘할 수 있는 순간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 자신의 실력을 전부 펼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스킬은 만능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검을 세 번 휘두르는 ‘삼연격’이라는 스킬이 있다고 칩시다. 그 스킬을 그냥 사용하면….”촤자작!

“이런 식으로 시전되겠죠.”

굉장히 빠른 속도의 공격이었다.

“대, 대단하시네요.”

김일훈에게는 완벽한 연속 공격으로 보였지만 태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킬을 연마하지 않고 그저 스킬의 성능과 스테이터스에만 의존한 공격입니다. 사실 이것만으로 그럭저럭 쓸 만한 공격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걸 조금만 연마한다면?”스스슷!

태운은 다시 허공에 검을 세 번 휘둘렀다.

하지만 전과는 달리 검 끝이 굉장히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이런 식으로 할 수 있죠.”

“와….”

김일훈은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일입니다. 그저 검을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정답이 아닙니다. 검을 휘두르면서 생긴 잉여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면 되는 일입니다.”

“관성을 활용하라는 말씀인가요?”

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방법 중 하나죠.”

“…그렇군요….”

“지금 김일훈 헌터님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안 좋은 습관을 버리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더 열심히….”

“아뇨. 굳이 그러실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네…?”

김일훈은 순간 태운이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태운은 김일훈에게 한 가지 장비를 내밀었다.

“이게 무슨….”

태운이 건내준 장비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팔찌였다.

“그건 차선책으로 생각해놓은 겁니다. 사실 습관을 버리고 검으로만 싸우는 게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같이 검을 섞어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만… 근데 이게 뭐죠…?”

조금 두껍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냥 평범한 금속 팔찌였다.

“그걸 왼쪽 손목에 껴보세요. 참, 옷 소매는 전부 걷으시구요.”김일훈은 태운의 말대로 금속 팔찌를 왼팔에 껴보았다.

촤라락!

그러자 금속 팔찌 안에서 얇은 금속 띠가 튀어나와 왼팔 전체를 붕대처럼 감쌌다.

“오… 엄청난데요?”

김일훈은 왼팔을 움직여보았다.

“팔이 조금 무거워진 것 말고는 조금도 불편한 게 없어요. 엄청난 장비입니다.”태운은 그 장비의 용도를 알려주었다.

“왼팔이 먼저 나가는 습관을 고치는 건 조금 힘들 것 같더군요. 그럼 그 왼팔이 먼저 나가는 습관을 고치지 않고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장비는 방패처럼 막는 역할도 할 수 있고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아….”

“게다가 모양이 착용자의 팔 모양과 똑같으니 민첩성에 손해를 입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태운은 김일훈에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훈련해 나갈지 설명해주었고 팔의 장비를 조금 사용해본 김일훈은 감탄했다.

“정말 엄청난 장비입니다. 굉장히 얇은데도 불구하고 방어력과 내구도는 여느 방패 못지않고 움직임도 굉장히 편합니다.”“당연하죠. 임정국 장인의 장비를 명운 아카데미 최고의 인챈터가 아공간 인챈트를 해서 팔찌 모양으로 만든 거니까요.”“네…? 이, 임정국 장인님의 장비라구요…? 임정국 공방의 장비가 아니라 임정국 장인님의 물건이요?”김일훈 같은 D급 헌터는 임정국 장인의 장비는 물론, 임정국 공방의 물건은 바라보지도 못했다.

임정국 장인의 장비라면 적게는 100억에서 높게는 8,000억 원까지 값이 매겨졌으니까.

“제가 임정국 장인님과 조금 친분이 있어서 말이죠. 간단한 구조의 장비를 부탁드리니 바로 만들어주시더군요.”

“혹시 이 장비의 가격이….”

“돈은 안 받으셨습니다. 고작 이런 장비를 돈 받고 팔 수는 없다고 하시더군요. 대신 나중에 괜찮은 광물을 찾으면 가장 먼저 찾아와 달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빨리 성장해서 명운 길드에 도움이 되어주십쇼.”

“알겠습니다!”

김일훈은 다시 훈련에 임하기 시작했다.

그 전보다 더욱 열심히, 더욱 성실하게 말이다.

* * *

“찾았다.”

태운은 Z의 뒤를 캔 결과, 일주일 뒤 FP의 본사에 Z가 나타난다는 정보를 접했다.

마약의 생산 시설 이전을 위한 시찰인 것 같았다.

태운은 즉시 전대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Z의 소재가 파악되었습니다. 일주일 후에 FP의 본사에 시찰을 나온다고 하더군요.”-일주일 뒤… 조금 빠듯하겠구나. 최대한 빨리 준비해야겠어.

“일단 영상은 찍어놨으니 언론사에 익명으로 투고하겠습니다.”-그래, CCTV에 찍히지 않게 조심하거라.

“네, 알겠습니다.”

태운은 마스커레이드를 사용한 채로 테러 예고 영상을 찍어 올렸다.

물론, 어디에 테러를 가하겠다느니, 몇 시에 테러를 하겠다느니 하는 자세한 것은 밝히지 않았다.

대신 애매한 힌트를 남겨두고 그들 스스로 추리하게끔 만들었다.

“그런데 찾던 도중 조금 이상한 것을 찾았습니다.”-그게 뭐지?

“Z 녀석… 인충회라는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서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사이비 종교까지…?

“그 종교의 교인들로 마약의 유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그것 말고는 다른 행동은 알아내지 못했나?

“네, 그것 말고는 다른 특별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좀 특이한 게, 교인들의 비율 중에 헌터가 은근 많습니다.”-헌터가 사이비 종교를…? F급 헌터가 많이 들어가나 보군?

“아뇨. B급 헌터도 한 명 인충회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일도 있었고 교인 중 약 30명이 C급 헌터였습니다.”전대섭은 의문을 표했다.

-헌터가 뭐가 아쉬워서 사이비 종교에 들어간 거지? 한두 명이면 몰라도 그렇게 많다니… 조금 의심스럽군.

“그러게 말입니다. Z가 조직원의 일부를 사이비 교인인 척 심어둔 게 아닐까요?”-그럼 더 걱정이군. 고작 사이비 교단에 C급 헌터 30여 명을 투입해놓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이야기니까.

“조심하겠습니다.”

-알겠다. 나도 테러 예고 건이 덩치가 커지도록 조금 언론 플레이를 해놓겠네.

태운은 그렇게 전대섭과의 전화를 끊었다.

태운은 그 직후 비밀스럽게 방송국 사무실에 테러 예고 영상이 담긴 USB를 놔두었다.

약 20분 뒤 태운의 테러 예고 영상은 긴급 뉴스로 세상에 공개되었고 세상이 떠들썩해졌다.

그때, Z는 그 뉴스를 보고 있었다.

“호오… 저건 좀 쓸 만하겠군. 얼굴까지 밝히고 테러 예고장을 날리는 멍청이가 있었다니… 덕분에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해도 되겠군.”어떤 곳을 테러할지는 조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애매한 힌트를 줬을 뿐.

‘충분히 이용해 먹을 수 있겠어.’

Z의 목표는 이 세상에서 각성자라는 녀석들을 한 명이라도 더 줄이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각성자들을 부하로 두는 등 이용을 해먹고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Z는 가면을 쓰고 흰 신부복을 입은 상태로 작은 방문을 열었다.

그 밖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마약에 취한 것처럼 눈이 풀려 있었고 Z가 나타나자 소리를 지르며 환영했다.

Z는 그들의 앞에 있는 단상으로 올라갔고 손짓을 한 번 하자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Z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자, 때가 왔습니다. 우리 인충회는 신의 뜻을 받아 각성자라는 미완성된 신인류를 완전하게 만들어 왔습니다.”Z의 옆에 30여 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태운이 말했던 30여 명의 C급 헌터였다.

하지만 그들이 내뿜고 있는 기운은 C급 헌터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미완성된 신인류인 각성자에게 우리의 충만한 마나를 듬뿍 주입하여 신인류를 완성할 것입니다. 그 마나를 거부한다면 온몸이 터져 죽을 것이고 버틴다면 이 옆에 있는 완성된 신인류처럼 강하고 지혜로운 몸과 마음을 가지게 될 겁니다.”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각성자의 신체는 허용하지 못할 만큼의 마나가 자신의 몸에 들어오면 버티지 못하고 온몸이 폭발하듯 터지고 만다.

Z의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단순히 Z가 만든 마약을 투약한 것일 뿐이었다.

“““아… 아….”””

하지만 마약에 취한 교인들은 그런 뻔한 거짓말조차 분간할 수 없었고 눈물까지 흘리며 Z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의 각성자들이 신인류가 모두 되는 그날, 신께서는 선택받지 못하였지만 사명을 이뤄낸 우리를 가엾이 여기시어 신인류로 도달할 자격을 내어주실 것입니다.”Z는 어떤 액체가 담긴 박스를 내밀었다.

Z가 만든 엄청나게 강력한 수면제였다. A급 헌터도 이것을 맞으면 1분 이내로 기절할 것이다.

“자, 이제 시작입니다. 신께서 평온한 잠의 성수를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주셨습니다. 이것을 사용해 각성자를 데려오세요. 여러분의 앞길은 여러분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그날, 20명의 각성자가 세상에서 사라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