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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14화 (214/379)

214화

에테르를 얻은 이후 계속해서 의문이 늘어만 갔다.

그 의문이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태운의 의문은 쌓여만 갔다.

‘그런데 그 의문들이 한 번에 풀릴 수도 있어. 내 생각이 맞다면….’에테르가 기적을 일으키는 힘이라고 말은 했지만 좀 더 직관적으로 말하자면 조금 달랐다.

태운이 생각하는 에테르는 세상의 이치를 뒤틀 수 있는 자원이다.

‘에테르와 마나를 섞어 만든 변이된 마나도 그래. 원래대로라면 시전되지 않는 수식으로도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줬으니까.’지금까지는 마나의 가변성이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부술 수 없다고 여겨지는 마나 외벽을 부순 것도 그렇고 돌검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 신들의 세상에 들어가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에테르가 만들어낸 현상들이었어.’절대 ‘부술 수 없는’, 스스로 ‘변하지 않는’, 필멸자는 ‘버틸 수 없는’.

그런 기본적인 이치와 법칙을 무시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게 진정한 에테르의 힘인 것이다.

‘오러도 마찬가지야.’

셀이 사용하는 검은 평범한 철로 만든 검일 뿐이다.

단단한 금속에 마나를 주입해 분자 구조를 바꿔 더욱 단단하게 만든 것도 아닌 평범한 철로 평범하게 만든 일반적인 검이다.

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의 경도와 강도를 뛰어넘는 단단한 물질들을 두부 썰 듯 모조리 썰어 버린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성력도 그래.’

아무런 대가 없이 죽어가는 사람을 되살린다는 것은 어떤 일을 벌인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럼 그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마나는 도대체 뭐지…?’마나도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마나를 매개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불을 피운다거나 벽을 세운다거나 하는 신기한 일들을 해낸다.

하지만 마나를 사용하는 것에도 수많은 법칙이 존재한다.

‘0에서 1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나 물리 법칙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처럼 말이지.’그런데 그 법칙은 본래 물리 법칙과 어긋나는 것들이 있다.

지금까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일이었다.

마법에 물리 법칙이 하나하나 적용되었다면 회복 마법을 잘못 사용했다가는 사람이 죽어 나갔을 것이고 그로우 마법을 잘못 사용하면 비옥했던 토지가 순식간에 척박해졌을 것이다.

인류는 그 물리 법칙의 괴리를 마나가 채워주고 있다고 판단했고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마나도 이치나 법칙을 뒤틀고 있다는 뜻이 돼.’그럼 그게 에테르와 다를 게 무엇인가?

어째서 에테르는 되고 마나는 할 수 없는 것이지?

에테르도, 마나도 이치나 법칙을 뒤틀 수 있다면 그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일 텐데 어떻게 정해진 것이고 왜 정해진 것인가?

둘의 차이가 무엇인가?

태운의 머릿속에 엄청난 의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나도 가능하고 에테르도 가능한 일이야. 그런데 이게 왜….’정도의 차이가 있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판단하고 넘어가기에는 에테르의 존재감이 마음에 걸렸다.

에테르는 마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존재감이 단순히 정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일단 도착했으니 전대섭 선생님이랑 고민해봐야겠네.”태운은 아카데미에 들어가 전대섭이 있을 교장실로 갔다.

엘리베이터를 올라가는 와중에도 에테르와 마나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을 멈춘다고는 했지만 진실에 한 발 다가섰을 때 생기는 엄청난 궁금증은 참을 수 없었다.

띠링.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교장실로 들어가는 복도에 들어섰다.

‘전대섭 선생님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되어주실 거야.’전대섭이 에테르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는 마나를 극한으로 컨트롤해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일들을 실현해내는 데 성공한 인물이다.

‘정확한 원리는 나한테도 알려주지 않으셨지. 하긴 나한테는 필요 없는 것들이기도 하니까….’태운은 변이된 마나가 있어 그런 것들을 해낼 수 있었으니 그것을 익혀 봐야 시간 낭비일 거라는 전대섭의 판단이었다.

‘대충 일반 마나가 원소를 이용해서 변화를 일으킨다고 한다면 전대섭이 사용하는 고난도 마법은 원자 단위로 분해해 다시 조립해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지.’단순 비유긴 했지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해낼 엄두가 나지 않기도 했다.

원소를 원자 단위로 분해해 다시 조립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낸다?

말이 쉽지 슈퍼 컴퓨터 3대를 머리에 달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전대섭 선생님은 사고 가속 같은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아. 순수하게 빠른 계산 능력으로 그런 괴랄한 짓들을 하고 있는 거란 말이지….’참 괴물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들어오게.”

밖에서 문을 열려고 하자 안에서 전대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대섭도 어지간히 궁금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태운이 했던 말 때문인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네, 알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전대섭과 허덕륜이 기다리고 있었다.

“허덕륜 선생님?”

“오냐. 오랜만이구나.”

“어쩐 일로….”

“뒷세계 일에서 은퇴를 하니 시간이 남아돌더구나. 그래서 왔지.”

“아하….”

어차피 태운도 허덕륜에게는 말해도 되겠다고 판단했었다.

두 번 이야기할 거 한 번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이다.

“일단 앉게. 사일런스 마법은 방금 사용해놨어.”

“알겠습니다.”

태운은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던전 외벽 너머에서 본 세상에 대해 말하려고 하니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태운의 신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잠깐….’

그때, 태운은 뭔가를 떠올렸다.

‘혹시 내가 신들의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서 두분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자신은 에테르를 보유해 어느 정도 내성이 있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에테르를 보유하고 있기에 돌검이 없어도 신들의 세상에 대해 생각해도 잠깐 답답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에테르를 보유하지 않은 두 분은 내 이야기에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근거가 부족한 이야기였지만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태운은 아공간 벨트에서 돌검을 꺼냈다.

그러고는 1,000만큼의 에테르를 돌검에 부여해놓고 테이블 위에 올렸다.

“확실하진 않지만… 제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큰 데미지를 입으실 수도 있습니다. 혹시 모르니 제 검에 손을 대고 계셔주세요.”“흠… 알겠네. 자네가 헛소리를 할 성격은 아니니까.”전대섭과 허덕륜은 태운의 말대로 돌검에 손을 올려놓았고 그것을 확인한 태운이 입을 열었다.

“제가 에테르의 위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던전을 빌려 에테르를 활용해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당한 위력을 가진 에테르에 감탄해 돌검에도 에테르를 부여해보기로 했죠.”

“이 검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전대섭과 허덕륜은 이 돌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태운은 그런 둘을 집중시킨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러자 돌검이 변화를 일으켰고 위력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돌검을 휘둘러보며 위력을 확인하고 이런저런 실험을 해봤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던전 외벽이 부서진 것을 확인하게 되었죠.”“그럼 에테르가 던전 외벽을 부순 열쇠가 된 것인가?”

“네, 그런 셈이죠.”

“에테르… 보면 볼수록 신기한 힘이구나.”

전대섭도 에테르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정보를 주다보면 그도 떠올리는 게 있을 것이다.

‘이제 본론이다. 두 분의 입장에서 굉장히 충격적인 이야기일 수 있어.’던전에서 그 누구보다도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다.

일생의 절반을 던전에서 보낸 사람들이니만큼 던전 밖에 그런 세계가 있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던전 외벽 너머의 공간을 본 순간 저는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칠공분혈…? 도대체 무슨… 혹시 그 안에서 어떤 바이러스라도 나왔던 건가?”태운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 너머의 세상은 그저 칠흑의 세상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그저 검고 어두운 공간이었죠.”

“그럼 도대체….”

“아무튼 저는 그 돌검에서 방어 목적으로 에테르를 제 몸으로 흘려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었죠.”

“다행이구나.”

에테르가 없었다면 그냥 개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던전 외벽을 부술 수도 없었겠지만.

“저는 던전 외벽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힘의 정체에 대해 알아보고자 던전 외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위험한 짓을….”

“하지만 그때가 아니라면 그 너머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평생 알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그렇군.”

전대섭은 조용히 있었지만 허덕륜처럼 걱정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둘에게는 미안하지만 태운은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일을 반복했을 것 같았다.

“그 안에서 본 것은… ‘신들의 세상’이었습니다.”파-아앗!

태운의 입에서 신들의 세상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돌검에서 에테르가 발하며 전대섭과 허덕륜에게 에테르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둘은 그 빛에 당황했지만 태운은 둘을 진정시켰다.

“손을 떼지 마세요.”

돌검이 반응했다는 것은 태운의 이야기만으로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의미였다.

‘누가 신들의 세상이라고 말한다고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만 나는 달라.’신들의 세상을 직접 보고 직접 영향을 받은 사람이었으니까.

태운의 존재 자체가 이미 신들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 그 손을 떼시면 큰 내상을 입으실 거예요.”“음… 그래서 신들의 세상이라는 게 뭐지?”“말 그대로 신들이 사는 세상이었습니다. 그곳에 들어가서 제가 처음 본 것은….”태운은 그 신들의 세상 안에 들어가 처음 본 것을 떠올렸다.

그 순간 태운은 속이 울렁이는 것을 느꼈다.

“제, 제가 본 것은 거대한 눈동자였습니다.”

“거대한 눈동자?”

“네, 지구보다도 거대한, 마치 태양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눈동자였습니다.”

“그게 무슨….”

태운은 속이 울렁이는 것을 참고 계속해서 그 광경을 떠올렸다.

“그런데 그 눈동자는 오히려 작은 것이었습니다. 그것보다 수 배, 수십 배는 거대한 눈동자가 수천 개나 저를 바라보았으니까요.”허덕륜도 전대섭도 불편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믿기 힘든 일이었지만 진짜라고 상상해보니 굉장히 무서웠으니까.

“그래서 그곳에서 저는 즉시 빠져나왔습니다. 그때는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곳에 조금이라도 더 있다가는 그대로 존재를 상실할 것만 같았거든요.”

“…알겠다.”

전대섭과 허덕륜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앉아 있었다.

“혹시 그 존재들이 우리에게 해를 가할 생각이 있는 것 같았나…?”태운은 전대섭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러면 안 되니까요.”

“음?”

태운의 엉뚱한 대답에 전대섭은 고개를 기울였다.

“그 존재가 우리에게 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런데 왜….”

태운의 입에서 나온 말에 전대섭과 허덕륜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들이 우리에게 해를 가하려고 한다면 어떤 짓을 해도 막을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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