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213화 (213/379)

213화

‘죽지 않는 자.’

아수라에 의해 멸망했던 세계의 용사가 가지고 있던 특성이다.

태운은 수백 번이나 아수라와 싸우면서 그 용사가 사용하던 스킬과 특성을 대부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중 도저히 알 수 없는 특성이 하나 있었다.

그게 바로 ‘죽지 않는 자’였다.

‘죽지 않는 자라고 해서 쉽게 죽지 않는다든가 한 번쯤은 다시 살아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지.’조금 재생력이 뛰어나고 신체에 큰 손상이 일어나도 몸이 제대로 움직여서 그것이 죽지 않는 자의 효과인 줄 알고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것이 다른 특성의 효과라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으니까.

“하….”

태운은 일단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이곳은 헌터 협회의 직원들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눈도 있었으니까.

‘왜 그런 눈으로… 아, 하긴 내가 그런 모습으로 나타났으니….’고작 D-급 던전에 들어간 A급 헌터가 이렇게 겁에 질려 나올 리가 없으니까.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 해도 태운이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진지한 얼굴로 허공을 보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으니 쉽게 말을 걸 수 없었을 것이다.

태운은 진지하게 던전 앞을 지키고 있는 협회 소속 헌터들에게 말했다.

“이 던전은 지금부로 3일간 봉합니다. 혹시 몰라 말씀드리지만 절대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혹시 안에서 무슨 일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들어가면 누구든 그게 인간이라면 죽습니다.”태운의 단호한 말투에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 던전 안의 위험 요인이 밖으로 나올 가능성은 없습니까…?”태운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 존재들이 밖으로 나온다면….’

인간이 멸망을 피할 수 있는 길은 없을 것이다.

“그러지 않길 빌어야지요.”

태운은 그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전대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요새 전화를 많이 거는구나.

태운은 전대섭이 전화를 받자 사일런스 헬멧을 사용해 외부에 소리가 들리지 않게 했다.

“네, 최근에 유독 사건이 좀 많네요.”

마약 조직의 꼬리를 잡기도 하고 부탁을 하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이번엔 무슨 일이지?

“던전 외벽을 부수고 그 너머를 보았습니다.”휴대폰 너머로도 전대섭이 놀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게 무슨 말이지? 던전 외벽을 어떻게 부순 거고 그 너머에 있던 건 뭐지?

전대섭이 태운의 말을 듣자마자 질문을 쏟아냈다.

지금까지 조금도 알아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 전대섭도 마법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흥미가 동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기대하시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그 너머에 있던 게 마냥 신기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태운의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전대섭도 분위기를 파악하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알겠네. 지금 아카데미에 와줄 수 있겠나?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구나.

“알겠습니다. 30분 내로 가겠습니다.”

태운은 전대섭에게 만날 시간이 있다는 확인을 받고 전화를 끊었다.

‘택시를… 아니다. 그냥 날아가자.’

태운은 시간상 택시보다 날아가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차를 타는 게 더 편하고 가는 길에 쉴 수 있었기에 애용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지고 싶지 않았다.

‘그런 것을 본 이상에야 차를 타더라도 쉴 수 있을 리도 없고.’태운은 비상의 룬을 사용해 아카데미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신들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건 인간에게 있어 대처할 수 없는 재해나 마찬가지야. 그 존재들이 우리에게 해를 가하려고 한다면… 막을 수도 없으니까.’막을 수 없는 일에 머리를 써봐야 낭비였으니까.

‘죽지 않는 자….’

아수라의 마정석을 흡수할 때부터 궁금한 것이었다.

아수라와 싸우던 영웅이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특성과 스킬을 파악한 태운이었지만 그것만은 알아내지 못했으니까.

‘죽지 않는 자….’

죽지 않는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던 그 영웅과 신들의 세계에 들어갔다가 살아 나와 얻은 특성, 죽지 않는 자의 힌트.

태운은 그 두 개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대화… 내가 고통스러워했던 그들의 대화를 떠올려….’신들의 대화에 태운은 엄청난 고통을 느꼈었다.

마치 엄청난 압력에 의해 내장이 짓눌리는 것 같았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과 기억을 태운은 눈을 질끈 감고 떠올렸다.

그러자 태운의 머릿속에서 그들의 대화가 떠올랐다.

[필멸자가 어떻게 이곳에 들어온 것이지?]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잖는가. 영웅이라고 불리던 인간이 이곳에 들어와 세계를 돌려내라는 둥 난리를 치지 않았나.]

[마물에게 멸망당한 그 세계에서 온 인간 말인가.]

[그 녀석은 더 이상 필멸자가 아니었잖나. 이미 단순한 불멸자를 뛰어넘어 초월체에 가까이 갔던 놈이니까.]

[그랬던가. 하긴 필멸자의 몸으로 ‘아수라’를 잡은 놈인데 초월체의 자격은 있겠군.]

[아수라와 싸울 때도 이미 필멸자는 벗어난 상태였다. 그러니 아수라를 죽일 수 있었던 거겠지.]

[그런데 ‘저 녀석’에게서 ‘그 녀석’의 흔적이 보이는군.]

[돌아가려는 건가.]

[‘그 녀석’만큼 멍청하지는 않은 것 같군.]

[다시는 돌아오지 말거라. 필멸자여.]

주륵.

태운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나왔다.

그들의 대화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데미지를 입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에서 얻은 것이 있었다.

‘아수라와 싸운 영웅도 신들의 세상에 들어갔었다.’그들의 대화를 미루어볼 때 영웅은 아수라를 쓰러뜨리고 멸망해 버린 세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신들의 세상에 찾아간 것 같았다.

‘그리고 나에게서 그 영웅의 흔적이 보인다고 했으니… 분명하네.’그들이 말하는 ‘저 녀석’은 태운일 것이고 ‘그 녀석’은 아수라를 쓰러뜨린 영웅인 것 같았다.

아마 마정석을 흡수하고 얻은 능력을 흔적이라고 표현한 것 같았다.

‘그 녀석만큼 멍청하지는 않은 것 같군…이라고 말했으니… 결말이 좋지는 않았나 보네.’태운은 잠시 그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다시 특성 ‘죽지 않는 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특성 ‘죽지 않는 자’는 필멸자에서 벗어난 존재에게 주어지는 특성인 거야.’그 순간, 태운은 죽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또 다른 무언가를 하나 떠올렸다.

‘불가사리.’

처칠에게 들었던 운명 비유로 얻었던 칭호다.

태운은 칭호 불가사리의 설명을 불러왔다.

[불가살(不可殺)이 되어 일정 이상으로 강해지면 죽임당하지 않게 됩니다. (102/100)]

[육체의 한계를 벗어난 강함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허… 이거 생각해보니까 큰 도움이 되었네.”태운은 지금까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특성과 스킬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에 과부하가 오거나 안 좋은 영향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떤 사람은 스탯을 잘못 키웠다가 두통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나는 그런 것조차 없었어.’그것은 아마 처칠의 운명 비유를 받은 덕분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처칠의 운명 비유는 마정석을 흡수해 얻은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를 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지금까지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던 것도… 이것 덕분인 것 같아.’불가살(不可殺)은 100레벨이 되어야만 발동하는 칭호의 특성이었지만 100레벨이 되기 전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더욱 질긴 생명력과 질긴 의지를 주었으니까.

어쩌면 처칠은 태운이 자신의 힘으론 부족한, 무모한 일을 계속해서 벌일 것을 예상해 이런 운명 비유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는 건… 필멸자에서 벗어나는 일과도 연관이 있을 거야.’태운의 생각이 거기까지 다다르자 한 가지 결론이 내려졌다.

‘처칠 할아버지는 필멸자가 아니다.’

신들의 대화에서 언급되었던 불멸자나 초월체, 그 둘 중 하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생각해보아도 필멸자가 타인을 필멸자에서 벗어나게 할 수는 없을 것 아닌가.

‘슬슬 처칠 할아버지가 나타날 때가 되었어. 그때… 신들의 세상에 대해 한번 여쭤봐야겠어.’태운은 처칠에 대해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문득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졌다.

신들의 세상을 목도하고 순식간에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으니까.

태운은 그렇게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강태운

LV: 102

마나 총량: 150,000

에테르 총량: 2,000

체력(118+10) 근력(119+10) 민첩(117) 유연성(64) 지력(165) 초감각(10) 마나친화력(50) 용기(37) 재생력(55)

특성

상위 특성-명장(3개)

상위 특성-용사(편린-비활성화)

변이된 마력(LV.M)

정직한 사냥꾼(LV.M)

트롤의 신체(LV.M)

냉철(LV.4)

수호신(LV.3)

파괴자(LV.3)

회피의 귀재(LV.2)

스킬

마정석 흡수(LV.8)[S]

마정석 저장(LV.8)[S]

상급 마법(LV.M)

웨폰 마스터리(LV.7)[S]

마법 파괴(LV.6)[S]

명중(LV.8)[S]

사고 가속(LV.8)[S]

적의(LV.8)[S]

고정(LV.M)[S]

오버 서플라이(LV.6)[S]

육감(LV.M)[S]

도적의 기술(LV.6)[S]

열화(LV.2)[S]

달빛 추락(LV.2)[S]

더블링(LV.2)[S]

직감(LV.4)

괴력(LV.1)

정신 방벽(LV.M)

태운은 길게 늘어진 자신의 상태창 중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곳을 찾았다.

“에테르의 총량이 두 배나 늘었어.”

총량 1,000의 에테르만 해도 작은 국가 하나를 쉽게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인데, 그렇게 강력한 에테르를 두 배나 가지게 된 것이다.

‘스탯도 꽤 많이 늘었고….’

150이 넘어 더 이상 쉽게 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지력 스탯을 10이나 더 얻은 것은 엄청난 수확이었다.

지력 스탯이 늘어남에 따라 마나 친화력도 굉장히 큰 폭으로 상승했으니까.

‘사실 에테르를 가지게 된 이후부터 아무것도 안 해도 꾸준히 오르긴 했지만 말이지.’태운은 에테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굉장히 강력한 에너지라는 것과 잘만 사용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 일도 벌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에테르의 출처, 에테르의 존재 의의, 에테르의 원초적인 특징가장 중요한 그것들을 모르고 있었다.

‘에테르에 백만서고를 사용해도 알 수 없었는데 다른 걸 사용해서 찾아낼 수는 있을까?’오로지 개인적인 연구에 의존해 정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태운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상태창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정신 방벽이라… 내가 신들의 세상을 보고도 미치지 않을 수 있던 게 이 스킬 덕분이려나. 내가 이 스킬을 얻은 후에 던전 외벽을 부쉈다니. 기적이 아닐 수 없네… 잠깐 기적…?”태운은 백만서고에서 얻었던 정보를 다시 불러왔다.

에테르에 대한 정보를 찾던 중 가장 많이 나왔던 단어는 ‘기적’이었다.

에테르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설화나 역사였기에 기적이라는 단어에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에테르는….’

태운은 에테르에 대해 조금이나마 감을 잡은 것 같았다.

‘에테르는 기적, 그 자체… 혹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야.’태운은 그렇게 가설을 세워놓고 지금까지 에테르로 했던 일들을 곱씹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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