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화
“크… 이게 내 사무실이라니.”
“좋긴 한데… 조금 아쉽다. 길드 건물은 올릴 줄 알았는데.”태운은 여의도에 사무실을 하나 구했다.
태운이 등록해놓은 법인에 골렘으로 번 돈만 해도 1,000억이 넘는다.
사실 이 정도면 좀 외곽 지역에 땅을 사서 건물을 올려도 될 돈이었지만 태운은 사무실만 구매했다.
인원이 고작 7명인 데다가 직원도 따로 두고 있지 않아 건물까지 올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 능력 있는 헌터들을 스카우트하는 게 훨씬 중요하지. 또 던전도 구매해야 계약한 헌터들을 굴릴 수 있으니까. 게다가 계약한 헌터들 케어도 잘 해줘야 이미지도 좋아져.’사실 지금 멤버로만 보아도 국내 타 길드의 1군 공격대만큼이나 훌륭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눈에도 보이는 사실이니 길드의 유망성은 충분히 보증이 된다.
그럼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소속 헌터들을 열심히 관리하고 케어해줌으로써 생기는 긍정적인 이미지다.
“찬영아, 건물 대신 각성자 전용 메디컬 센터 하나 차렸잖아.”태운은 건물을 올리는 대신 소속 헌터라면 누구든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메디컬 센터를 하나 차렸다.
그곳에서는 자신의 운동 능력을 체크하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할 수도 있다.
게다가 길드 차원에서 헌터의 능력을 관리하고 더 좋은 발전 방향을 알려줄 생각이다.
물론, 그것은 헌터의 선택 사항일 뿐,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가능성이 보이는 헌터는 내가 직접 육성할 생각이야.’그러면 효학반의 효과로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긴 헌터 개인의 성장에까지 신경 쓰고 케어해주는 길드는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충분히 우리 길드만의 경쟁력이 되어줄 거야.”옆에 있던 신가연이 덧붙였다.
태운은 그녀의 말에 만족한 듯 웃으며 말했다.
“역시 잘 아시네요. 길드 설립하고 당장은 크게 효과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웃풋이 하나둘씩 나오다 보면 반응이 올 거예요.”
“그리고 훌륭한 인풋들이 있으니까.”
“역시 저한테 훈련받은 짬밥이 달라서 그런지 제 생각은 잘 읽네요.”
“그러게 말이다… 휴…”
신가연은 태운에게 훈련받은 기억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은 왜…?”
“네 훈련은 비교하자면 진짜 강도가 강한 다이어트 같은 느낌이야. 효과는 당장 눈에 보이는데 그 과정만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와.”
“음… 그렇구나….”
태운에게 훈련을 받아본 적도 없고 훈련받을 일도 없는 찬영은 다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너는 태운이한테 훈련 안 받아?”
“태운이가 뛰어난 방향이랑 제가 나아가는 방향이랑 되게 달라서… 태운이한테 훈련받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거라나 뭐라네요.”
“누가 그래?”
“강태운 본인이 그러던데요?”
신가연은 태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태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찬영이는 검과 창을 단련해서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어 사용할 정도로 감각이 뛰어나요. 제가 왈가왈부하는 것보다 찬영이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게 더 현명하죠.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신체 강화 마법 조금 알려주는 거 말고는 없죠.”“음… 그렇구나. 그나저나 혜연이는 요즘 지하 훈련장에서도 안 보이던데 무슨 일 있어?”태운도 그 점이 궁금했었다.
10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지하 훈련장에 관심을 쓰지 않고 있었으니까.
“아, 둘 다 소문 못 들었겠구나?”
“무슨 소문?”
“지금 혜연이 아카데미에서 제2의 강태운이라고 불리고 있어.”
“뭐…?”
찬영은 태운과 신가연이 듣지 못한 서혜연에 대한 소문을 말해주었다.
태운이 던전에 들어가 6개월 동안 갇혀 있을 때 자하르 연구소는 인력이 남아돌았고 그때 남은 인력을 모두 서혜연이 참여한 아티팩트 연구에 투자했다.
그것에 자극을 받은 서혜연도 지하 훈련장에 나오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모두 아티팩트 연구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서혜연은 동시에 아티팩트를 30개나 다룰 수 있는 아티팩트의 달인이 되었다.
“아티팩트를 30개나…? 이야, 그거 대단하네.”“대련할 때 아티팩트를 10개만 쓸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지금 익스퍼트 골드 A급 13위에 그쳐 있긴 한데 최선을 다하면 혜연이가 무조건 1등이라 비공식 1위라고 인정받고 있어.”
“오… 그렇구나….”
“친선전으로 아티팩트 쓸 수 있는 만큼 써서 마스터 등급이랑 대련한 적도 있는데. 승률도 높아. 근데 본인은 마스터 등급에 들어올 생각이 없는 거 같더라.”“하긴… 마스터 등급에 올라가는 것보다 아티팩트를 지원해줄 수 있는 길드에 들어가는 게 낫겠지.”찬영은 태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본인도 그 말을 하더라.”
“올해 명운 헌터 아카데미 졸업자 명단 좀 받아봐야겠네. 유망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그래야겠네.”
“그나저나 인원도 채우고 사무실도 차렸겠다… 길드 등록할 때 되지 않았어? 길드 이름 정하자!”신가연은 굉장히 기대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자신이 몸담을 길드의 이름을 정하는 시간이니 기대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신가연이 원하는, 길드명을 상의하는 시간은 오지 않았다.
“길드 이름은 정해놨어요.”
“어? 정해놨다고?”
“네, 길드 이름은 정해놓고 시작했어요.”
“오… 뭔데?”
태운은 말없이 길드 설립 신청서를 내밀었다.
다른 곳은 다 비어 있었지만 길드명을 쓰는 칸에는 무언가가 적혀 있었다.
“명운…? 명운 길드라고?”
“이거 괜찮은 거 맞냐?”
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대섭 선생님하고 이야기 다 된 거예요.”“근데 굳이 이 이름으로 하는 이유가 있어? 우리 길드 정도면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러게. 그편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태운은 ‘굳이’ 길드의 이름을 명운 길드라고 지은 이유를 그들에게 말해주었다.
“우리 길드는 명운 헌터 아카데미와 연합 관계에 있는 길드가 될 예정이거든요.”
“뭐…?”
“물론, 명운 길드와 명운 헌터 아카데미는 별개의 단체로 인정될 겁니다. 대신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훈련 중 헌터 인력이 필요하다면 우리 길드에서 지원해줄 생각이고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서는 졸업 예정 학생들을 우리에게 미리 연결해줄 겁니다.”
“오… 나쁘지 않은데…?”
태운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저희는 자하르 박사님과 한국 헌터 협회와도 돈독한 관계를 맺을 예정입니다. 물론, 이것도 다 이야기가 된 사항입니다.”
“오….”
명운 헌터 아카데미, 자하르, 한국 헌터 협회와 돈독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단순히 든든한 뒷배경이 생긴다는 뜻이 아니었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는 한국의 인재들을 배출하는 명실상부 최고의 기관이다.
그런 기관의 졸업 예정자들을 미리 만나 스카웃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혜택이었다.
자하르 박사와 공식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 또한 엄청난 이득이었다.
앞으로 길드의 수익은 던전에서의 전리품과 태운이 개발할 유용한 물품에서 나올 것이다.
태운의 개발 능력은 자하르 연구소와 상당한 시너지를 보일 것이며 자하르 연구소에서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를 지원받는 것만으로도 연구와 전투에 있어서 운신의 폭이 훨씬 넓어질 터였다.
“헌터 협회는 말할 것도 없죠.”
겉으로는 상호 간에 인력이 부족하거나 처리하기 힘든 일이 있을 경우 서로를 지원하는 관계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 헌터 협회는 한국에 소속된 헌터들 모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공식 기관이다.
“무슨 분쟁이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우리 쪽에 유리하게 문제를 해결해주겠죠.”
“오오….”
“이 세 단체와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만 알려져도 다른 길드가 우리 길드를 신생 길드라며 무시할 수는 없을 거예요.”
“확실하네.”
말만 하지 않았을 뿐 태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태운은 그동안 자신과 친분이 있는 단체를 찾아가 길드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를 제안했다.
그중에는 국내의 단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신정훈의 이름으로 도움을 주었던 국가와도 연락을 취하며 그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헌터 길드 역사상 이렇게 많은 단체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길드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태운은 신가연과 찬영에게 설명하며 길드 설립 신청서의 빈 공간을 하나씩 채워갔다.
그 빈 공간이 모두 채워진 순간 태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녀올게요. 다른 길드원들한테 모두 연락 돌려서 지하 훈련장으로 모이라고 말해주세요. 길드 설립하고 바로 훈련 시작합니다.”
* * *
“다들 모이셨네요.”
태운을 포함한 명운 길드원들이 지하 훈련장에 모두 모였다.
“음….”
태운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실력을 파악했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태운은 사람을 관찰해서 객관적인 실력을 알아낼 수 있었다.
실제 실력은 직접 싸우는 것을 눈으로 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지금 객관적인 힘으로만 본다면….’
태운이 생각한 바로는 구찬영이 가장 강하고 그 뒤로는 창영우, 공전하가 비슷한 수준이며 조강현과 이설아, 신가연이 뒤를 이었다.
‘물론, 단순 무력을 따졌을 때의 이야기지. 누가 더 가치가 있고 없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건 아니야.’창영우의 능력은 던전 레이드 당시 엄청난 효율을 보여줄 것이며 신가연의 다재다능함은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탱커가 부족한 우리 길드에서 조강현 선배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지.’탱커인 조강현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이설아의 얼음 마법은 조강현이 회복하는 시간을 버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공전하와 구찬영은 위험한 적을 빠르게 무력화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공격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은 조강현 선배입니다. 현 상태로는 탱커가 부족하니까요.”
“하긴, 내 부담이 좀 크긴 하겠네.”
“대신 위험은 덜할 겁니다. 제가 방어 마법을 씌워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다음은 찬영이랑 전하 형은….”태운은 각자의 역할을 주지시켜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전달받고는 스스로 역할에 맞는 대열을 갖춰보았다.
하지만 최적화된 대열을 찾기 힘들었다.
“어…? 이거 좀 이상한데?”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탱커 부담이 너무 커지고… 이렇게 하면 백업이 너무 느려지고…”“흠… 이러면 전체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데.”헌터들은 대열을 갖추는 공식을 머릿속에 넣고 다닌다.
던전 안에서 누군가가 전투 불능 상태가 되면 그를 제외한 최적화된 대열을 갖춰야만 한다.
이 과정은 신속하게 이루어 져야만 했다.
누군가가 전투 불능이 되었을 정도로 위험한 던전 안에서 조금만 버벅거려도 몰살당할 수도 있으니까.
그때, 태운이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지금 그 대열이 맞아요.”
“어? 지금 대열이 맞다고?”
“이러면 안정성은 있지만 공격력이랑 연계가 너무 떨어지지 않나…?”“당연하죠. 지금은 제가 안 들어갔으니까.”태운은 신가연, 이설아가 있는 후열과 공전하와 구찬영이 있는 제2열의 간격을 살짝 벌리고 그 사이에 자신이 들어갔다.
“이제 잠깐 움직여볼까요?”
의아해했던 그들은 어색했던 대열이 태운이 들어감으로써 완벽해지는 기적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