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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06화 (206/379)

206화

태운은 환각 마법을 응용해 가상의 전투 상황을 만들었다.

태운은 전열에 굉장히 많은 적이 나타나 조강현이 잠깐 동안 탱커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때는 제가 조강현 선배에게 신속의 룬을 사용해드릴 겁니다. 그럼 빠르게 후열로 복귀해서 대열을 정비해주세요.”“강현이가 빠진 사이에 전열은 누가 맡아?”“그럼 제가 찬영이랑 영우, 전하 형한테 마법으로 만든 방패를 전해줄 겁니다. 성능은 장인들이 만든 방패만큼 괜찮을 겁니다.”

“오호….”

태운은 설명을 하기 위해 전투 상황을 바꾸었다.

이번에는 교전 중 갑작스럽게 후열에 적이 등장한 상황이었다.

“사실 이런 상황이 잘 일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스킬로 주변을 항상 감지할 예정이니까요.”“그래도 대비는 해놔야 한다는 이야기네.”

“네, 사실 제 스킬로도 감지하지 못하는 상대가 나타난 적이 있어서 대비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어. 일단은 설명해 봐.”

그 말을 들은 태운은 갑작스럽게 이설아와 신가연의 사이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 돌풍에 휘말린 이설아와 신가연은 순간 양쪽으로 날아가며 적과 멀어졌다.

“으윽!”

“이게 무슨 짓이야?”

이설아와 신가연이 반응하기도 전에 태운은 검을 뽑아 들고 마법으로 만들어낸 적과 교전을 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할 겁니다.”

“아니, 진짜 이렇게 할 거라고?”

이설아와 신가연은 사실 조금 어이가 없었다.

이 대처 방법에는 이설아와 신가연에 대한 배려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사실 태운도 그들이 기분 나빠할 방법이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뭐… 배려보다는 이 대처 방식에는 자신들의 의지가 없다는 것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겠지.’즉, 태운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태운은 그들을 무시하고 있지도 않았고 배려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 이런 선택을 한 것이었다.

“제 탐지 스킬은 사실 웬만한 생명체는 모두 감지할 수 있습니다. 집중만 하면 3km 안에 있는 조그만 벌레들도 감지할 수 있죠.”본인이 아는 한 이 정도 성능을 가진 탐지 마법, 혹은 탐지 스킬을 쓸 수 있는 헌터는 없었다.

“제 탐지 마법을 뚫고 가까이 올 수 있는 상대라면 지근거리에 도달해도 두 분이 알아채지 못했을 확률이 더 높아요. 그때 공격당한다면 위험할 수 있으니 제가 임의로 두 분을 날려 보내려는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둘은 납득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태운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충격받을 법한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신정훈, 아시죠?”

“알지. 네 제자라고….”

“아뇨, 찬영이는 대충 알아챘겠지만….”

태운은 마스커 레이드를 사용해 신정훈의 얼굴로 바꾸었다.

“사실 신정훈은 제 두 번째 신분이었습니다.”

“뭐…?”

그들은 굉장히 충격받은 듯한 얼굴이었다.

찬영은 대충이나마 예상했는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이었다.

“일단 이건 모두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어… 일단 알겠어.”

“와… 그 거대 몬스터들 잡았던 게 너였단 말이야…?”

“네, 일단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태운은 과거에 거대 몬스터를 잡던 도중 만났던 칠죄신교의 고위 원로들을 떠올렸다.

“제 탐지 스킬에 걸리지 않은 적을 만난 경우는 지금까지 두 번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누군데…?”

“제가 거대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을 때 만났던 칠죄신교의 고위 원로와 칠죄신교의 대원로인 쟝이었습니다.”

“…….”

칠죄신교의 이름이 나오자 그들은 침묵했다.

최근, 던전에 들어갔다가 칠죄신교의 습격을 받아 사망자가 나온 공격대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칠죄신교의 고위 원로의 힘은 A급 헌터에 필적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들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래도 말은 해주지 그랬냐. 깜짝 놀랐잖아.”“이 방법은 앞으로도 갑작스럽게 사용할 테니 한번 갑자기 써봤어요.”그래도 둘이 양옆으로 날아가긴 했지만 앞으로 전투를 이어가는데 조금도 영향이 가지 않게 강도를 조절했다.

그들이 평정심과 균형만 잘 잡으면 전투를 이어가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다.

“아무튼 후방에 나타난 적이 몬스터든 칠죄신교 놈들이든 그 적은 저 혼자 상대합니다. 전방에 있던 적을 빠르게 처리하고 저에게 가세합니다.”그때, 찬영이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네 탐지 스킬의 성능은 대충 알 것 같아. 그런데 그 정도 성능의 탐지 마법을 무시하고 접근할 정도의 적이라면… 가까이 있어도 우리는 적의 위치를 알아채지도 못할 거야. 그건 어떻게 해결할 거야?”태운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태운의 탐지 스킬인 ‘육감’은 그 성능이 더욱 높아졌다.

그 덕분에 은신 스킬이 특기인 상위 A급 헌터 수준은 되어야 육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녀석에게 은신을 방해하는 마법을 걸고 바닥에 범위형 탐지력 버프 마법을 사용할 거야. 난 범위형 버프 특성이 없어서 피아 식별이 안 되지만… 우리 중에 은신이 특기인 사람은 없으니 별 상관 없겠죠.”에테르를 잘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피아 식별이 되는 마법도 만들 수 있겠지만 아직은 에테르의 활용법을 파악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알려드릴 상황의 대열이 가장 중요합니다. 던전 안에서 가장 흔하게 벌어지고 많은 헌터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상황이죠.”

“그게 뭐지?”

태운은 다시 환영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길드원들의 눈앞에 거대한 적이 나타났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적을 만난 상황, 이게 가장 위험한 상황입니다.”태운은 많은 수의 적보다 굉장히 강한 적 하나가 나타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칠죄신교의 대원로와 같은 적들 말이지….’과거 거대 몬플랜트와 싸울 때 쟝이 아닌 고위 원로가 여러 명이 왔다면 힘들기는 해도 상대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쟝 대신 고위 원로 50명이 왔었다면… 힘들었겠지만 그렇게 아무것도 못 하고 쓰러지지는 않았을 거야.’인지를 벗어난 강한 적 한 명은 수백 마리의 몬스터보다도 위협적이다.

그 사실을 주지시켜줘야 그들이 강한 적을 만난다 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때는 최우선 목표를 일치시켜야 합니다.”“최우선 목표라… 녀석을 제압하는 게 최우선 목표가 아닐까?”공전하의 말에 태운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는 우리가 상대했을 때 죽을 가능성이 있는 강한 적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적을 말하는 거죠.”

“그럼 도망쳐야 하는 것 아닌가?”

“저도 보통을 그렇게 명령할 생각입니다.”

태운 혼자였다면 쉽게 도망치진 않았겠지만 동료들에게 죽음을 강요할 순 없다.

“하지만 그렇게 강한 적이 우리를 도망치게 가만두진 않겠죠.”태운는 아공간 벨트에서 그들을 위한 물품 하나를 꺼냈다.

“이게 뭐야?”

“무슨 보석같이 생긴 것이….”

태운이 그들에게 건넨 것은 에테르로 만든 룬석이었다.

“이건 제가 만든 룬석입니다.”

“룬석?”

“이거에 마나를 조금만 흘려주면 마법이 시전되죠.”그 말을 듣자 그들은 의아해하며 룬석을 집어 들었다.

“그런 물건이 있다고…?”

“마정석에서 흘러나오는 아주 작은 마나에도 반응하니 헌터는 조심히 다뤄야 합니다.”

“어… 일단 알겠어.”

“룬석은 배우지 않은 마법도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수식 계산도 하지 않아도 되니 시전 속도에서 굉장히 우월합니다. 크기 순서대로 ‘베니싱 코트’, ‘사일런스 코트’, ‘하드 부스트’입니다.”모두 태운이 만든 마법이고 변이된 마나로만 시전할 수 있는 마법이기에 알려지지도 않았고 일반 헌터들은 쓸 수도 없는 마법이었다.

“효과는 이름 그대로입니다. 베니싱 코트와 사일런스 코트는 기척을 지워주는 마법입니다. 웬만한 적들은 감지하기 힘들 거예요. 감지하더라도 정확히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알아채기 힘들 겁니다.”

“오호….”

“하드 부스트는 시전자의 몸 상태에 맞춰 약간의 부하가 올 정도의 신체 강화를 해주는 마법이에요. 달리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 테니 균형을 맞추는 데 조금 집중해야 할 겁니다.”“그러니까… 강한 적이 나타나면 이 룬석들을 사용하고 도망쳐라, 이거지?”구찬영과 신가연은 뭔가 못마땅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도망가는 것에만 치중된 작전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하지만 헌터 일을 하던 창영우와 마스터급 졸업자 3인은 이 물건을 보고는 엄청난 반응을 보였다.

“와… 이것만 있으면 죽지는 않겠는데?”

“그러니까. 확실한 안전이 보장되는 거니까….”창영우는 던전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선을 넘었다.

몬스터의 공격에 얼굴 가죽이 녹아내려 안면 재건 수술까지 받았을 정도니까.

이설아와 조강현도 마찬가지, 신화 길드는 국내에서 나름 유명한 길드인 만큼 위험한 던전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공전하도 이런저런 의뢰를 다니며 던전에 많이 들어가 보았기 때문에 그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찬영이도 던전에는 들어가 보았겠지만…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C급 던전에만 들어가 보았을 거고… 찬영이 수준에서 C급 던전은 그야말로 놀이터였을 거야.’이런 생각은 신인 헌터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생각이다.

특히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실력이 훌륭한 헌터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자신감과 자존심의 잘못된 콤비네이션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좋은 생각은 아니야.’

위험에서 도망칠 줄 아는 것도 실력이다.

살아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

‘이래서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서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게 살아남는 방법인 건데….’약 3~4년 전에 배운 것이니 잊은 게 분명하다.

‘아무튼 이 마인드는 한번 고쳐줘야지.’

앞으로 그들이 들어갈 던전은 고작 D급 던전처럼 즉사급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 놀이터가 아니다.

최소 C급 던전부터 B급 던전에 밥 먹듯이 들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약 3달 후에 있을 A급 던전 레이드… 그곳에선 수많은 강적을 만나게 될 거야.’그곳에 들어가기 전에는 그 안일한 마인드를 뜯어고쳐 놓아야 한다.

태운은 그 생각을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건 길드 내 상위 30% 공격대에 포함된 모든 헌터들에게 지원될 겁니다. 예를 들어 10개의 공격대가 있다면 3군 공격대까지는 이 룬석이 지원된다는 거죠.”“오호… 이것도 나름 경쟁력이 되겠는데?”

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운 길드는 아직 규모는 적지만 잠재력은 아주 뛰어난 길드죠. 그럼 잔말 말고 이 룬석 한 번씩 써봐요. 적어도 5번은 써 봐야 감이 올 겁니다.”태운은 그들의 눈앞에 많은 룬석을 꺼내 보였다.

공전하는 룬석을 한 움큼 집어 가더니 말을 꺼냈다.

“근데 이거 진짜 보석처럼 반짝거리니 이쁘네. 이거 보석으로 팔아도 되겠는데?”“그 룬석은… 하드 부스트가 담긴 룬석이네요. 그건 약 3,000만 원에 팔 생각입니다.”

“……?”

공전하는 그 가격을 듣고 손에 힘이 빠져 수억 원어치의 룬석을 떨어뜨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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