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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04화 (204/379)

204화

-어… 태운이니?

“응, 맞는데 길드 들어올래?”

공전하는 휴대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태운의 것임을 짐작했다.

자신의 주변에서 지금 길드를 만든다고 하는 사람은 강태운뿐이니까.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요? 계약금 잘 챙겨드릴게요.”-음… 너무 갑작스러워서 확답은 못 주겠다.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해볼게. 계약서 먼저 보내봐.

공전하는 같은 기수인 조강현과 이설아와는 다르게 졸업 후 길드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개인적인 훈련과 연구를 더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마스터 등급 생활을 하면서 모아놓은 돈도 많겠다.

마스터 등급에서 활약을 해 자신을 찾는 공대도 많으니 돈이 떨어지기 시작해도 잠깐 레이드를 뛰면 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공전하 형 정도면 충분히 자격이 있지.’발도라는 흔치 않은 전투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헌터 중 상위 5%라는 B급 헌터의 자리에 당당히 서 있다.

게다가 왠지 중2병 돋는 전투 스타일에 일부 마니아층 사이에서 상당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럴 뿐만 아니라 그의 전투 스타일을 인정하고 정식으로 연구를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을 데리고 오면 충분히 화제가 되겠지.’게다가 태운의 길드에 들어올 사람들은 대부분 젊고 경력이 짧은 사람들이다.

즉,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럼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래~ 나중에 한번 보자.

공전하는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근데 너무 갑작스럽게 스카우트 제의한 거 아니야? 전하 형 이번 연도에는 길드에 들어갈 생각 없다고 했던 거 같은데.”

“괜찮아. 설득할 방법이 있거든.”

“음… 그렇구만…”

찬영은 고개를 끄덕이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근데 공전하 형은 왜 나한테 전화를 건 거지?”

“그, 그러게?”

그 말을 하자마자 찬영의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한테 할 말 까먹었었나 보네. 바로 다시 전화 오는데?”

“그러게 말이다. 빨리 전화 받아 봐.”

찬영은 공전하의 전화를 받았다.

“어, 형. 뭔 말하려고 전화했어? 어… 잠깐 진짜야?”찬영은 공전하의 말을 듣고 잠깐 얼굴이 어두워졌다가 태운의 얼굴을 보더니 급격히 밝아졌다.

“그럼 일단 강현이 형이랑 설아 누나도 불러 봐. 간만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찬영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고 태운을 바라보며 웃었다.

“뭐야. 징그러워. 그렇게 웃지 마.”

“강현이 형이랑 설아 누나가 길드에서 부조리한 대우를 당하고 있다는데?”태운은 그 말을 듣고 찬영이 이상하게 웃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찬영아, 둘 다 데리고 오자.”

“나도 그 생각하고 있었어.”

최연소 A급 헌터

현(現) 황금 세대 명운 헌터 아카데미 최고 유망주.

중국 창공 길드 2군 공격대 주력 멤버.

명운 헌터 아카데미 전(前) 황금 세대 동기 세 명.

신영 그룹의 막내딸이자 다재다능한 마법 계열 헌터.

신생 길드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초호화 캐스팅이 곧 완성될 것이다.

* * *

“와… 진짜 너무하네….”

“음… 신화 길드는 그래도 나름대로 이름 있는 길드인데… 이미지 생각도 안 하나?”“신화 길드는 원래 뒷말이 많은 길드였어요.”조강현과 이설아는 둘 다 신화 길드에 들어가 있었다.

둘은 길드 내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토로하고 있었다.

특히 조강현의 불만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았다.

“공격대의 대장이 현장에 직접 나타나지 않는 건 예삿일이고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돈도 제대로 분배해주지 않았어.”이 문제는 신화 길드의 수익 분배 시스템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던전 안에서 얻은 전리품을 길드 본사에 보내면 그들은 그것을 팔아 수수료를 제한 수익금을 대장에게 전달한다.

대장은 활약도에 따라 수익을 분배해주는 것이다.

“무슨 그런 방식이 있냐….”

공전하는 방식 자체에 불만을 표하며 어이없어했지만 태운은 그게 마냥 나쁜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화 길드 초기에는 이 방식이 장점으로 작용했어요. 대장을 선정하는 방식이 투표였거든요. 양심적이고 통솔력이 뛰어난 사람이 대장을 맡아 신뢰를 쌓을 수 있었죠.”“맞아. 신화 길드 첫 브리핑 때 들은 적 있어.”하지만 최근에 그 시스템이 변질되면서 공격대 대장의 배만 불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대장 투표도 역대 공격대 대장들만 참여할 수 있게 바뀌어 대장들이 돌아가며 서로의 배를 불려주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일반 헌터들은 터무니없이 적은 수익을 분배받으면서도 아무런 권한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 미치겠다.”

“길드장한테 불만 사항 같은 거 넣으면 안 되나?”“안 넣어봤겠냐… 길드장 귀에 들어가기 전에 걸러지는 거 같더라.”“그리고 그 불만 사항 넣었던 애는 이상한 누명 써서 계약금 이상의 빚을 지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더라.”공전하는 그들의 말에 혀를 내둘렀다.

“와… 길드 나오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거 같은데…?”“그게 말처럼 쉽냐… 계약 위약금 물어줘야 하는데.”대부분의 길드는 헌터와 계약을 맺을 때 2~3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만약 2년간 5억을 주겠다는 계약을 하면 5억을 받고 2년 동안 길드 안에 소속되어 있어야 하며,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던전 전리품의 수익을 나눠 받는다.

하지만 그 전에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남은 계약 기간만큼의 계약금을 물어줘야 한다.

“지금 내가 3년 20억 계약을 했으니까… 나가려면 10억 가까이 토해내야지.”

“나도 대충 그 정도 물어내야 해.”

“그래도 그렇지… B-급 던전에 목숨 걸고 들어가서 2주 동안 굴렀는데 총 수익금 20억 중에 500만 원 받았다는 게 말이 되냐고.”“그렇죠. 20명이 들어갔으니 적어도 6~7천만 원은 받았어야 할 텐데.”헌터가 아닌 사람들이 들으면 500만 원도 많은 금액처럼 들리겠지만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들었다면 엄청나게 심각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화 길드는 던전 안에서 사용할 물품을 지원해주지 않지만 계약금을 통 크게 쳐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신화 길드의 헌터들이 던전에서 들어가 사용할 물품들을 전부 자신의 사비로 사서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일 싼 던전용 보존식이 2주 치에 80만 원 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그리고 그런 싸구려는 먹기 역겨워서 식량으로만 100만 원은 써야 해. 거기에 마나 회복용 포션에 일회용 헌터 용품을 풀세팅하려면 최소 800만 원이야. 헌터 용품 사려고 받았던 계약금에서 끌어다 쓰고 있다니까.”

“심각하네.”

조강현과 이설아는 그것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는지 얼굴이 굉장히 초췌해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1년 반이면 레이드를 최소 20번은 나갔을 터, 그때마다 1,0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써서 목숨을 걸며 던전에 들어갔는데 돈을 벌기는커녕 잃고 있으니 말이다.

태운은 둘에게 조용히 계약서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뭐야?”

“길드 소속 계약서네?”

태운이 조강현과 이설아가 계약서를 인지하자 태운이 입을 열었다.

“두 명 다 그러지 말고 길드 나오세요. 위약금은 제가 대신 물어드릴게요. 계약 조건은 2년 15억이고 던전 전리품 수익금은 길드 내에서 10~20%의 수수료를 제하고 모두 N분의 1로 나눠드리겠습니다. 물론, 던전 안에서 사용하실 물품도 납득하실 만한 수준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음….”

둘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일 것이다.

B급 헌터에게 2년 15억 계약이야 흔한 일이었지만 10억이 넘는 전 길드의 계약 위약금까지 물어준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뭔가 덥석 물기에는 꺼림칙한 부분이 있었다.

“우리야 고마운데… 우리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친분이 있다… 정도로는 해결이 되는 의문은 아닌데.”당연히 떠오를 만한 의문이었다.

둘을 데리고 오기 위해 써야 할 돈만 한 명당 약 25억이다.

하지만 2년에 25억이라는 계약 조건을 들고 찾아간다면 거절할 B급 헌터는 그리 많지 않다.

즉, 25억은 조강현이나 이설아 말고 더 노련하고 뛰어난 헌터도 스카우트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렇죠. 물론 그 금액이면 웬만한 B급 헌터들은 거절하진 않겠죠. 그런데… 지금 당장 스카우트할 사람은 많지 않아요.”지금은 헌터 등급 테스트도 잘 이뤄지지 않는 시즌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소속의 능력 있는 헌터들이 많이 없는 시기다.

“그리고 길드 초기에는 믿을 만한 사람들만 길드에 넣고 싶거든요. 덩치가 커진 후에야 시스템이 갖춰지고 노련해져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전까지는 믿을 만한 사람들만 받고 싶어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후보군이 크게 좁혀지더라구요.”실력은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조건을 내건 겁니다. 두 분 모두가 필요하니까요.”

“뭐… 그런 거라면… 인정하겠어.”

“사실 계약서 보자마자 혹하긴 했어. 일단 계약서 쓰기 전에 신화 길드랑 계약 해지 먼저하고 올게.”

“알겠어요.”

태운은 조강현과 이설아가 나가자 공전하와 찬영을 마주했다.

“이제 우리끼리 남았으니 계약을 해야겠네.”가장 먼저 말을 꺼낸 것은 공전하였다.

“눈치가 좋으시네요.”

태운은 가방에서 공전하와 찬영의 계약서를 꺼내 주었다.

“음… 나는 3년에 30억이네? 나쁘지 않아.”

“나머지 조건은 똑같아요.”

공전하는 자신의 몸값에 만족한 모양이었다.

태운은 공전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2억까지는 더 붙여줄 마음이 있었다.

‘3년에 30억 정도면 공전하 형의 몸값에 딱 알맞은 금액이지.’B급 중에서도 꽤나 인정받는 전투력, 독창성에서 나오는 스타성까지.

공전하는 30억을 받을 가치가 있는 헌터였다.

“그리고….”

찬영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태운을 바라보았다.

상당히 놀란 모양이었다.

“뭘 그리 놀래?”

구찬영은 자신의 계약서와 태운의 얼굴을 계속 번갈아 보면서 태운에게 ‘제대로 쓴 거 맞아?’라는 신호를 보냈다.

“제대로 쓴 거 맞으니까 계약서나 잘 훑어보고 사인이나 잘해.”찬영의 반응에 하도 궁금했던 공전하는 찬영에게 물어보았다.

“야, 실례인 건 아는데… 도대체 얼마길래 그러냐?”찬영은 멍때리며 계약서를 공전하에게 내밀었다.

“3년 1,000억…?”

찬영의 계약서를 본 공전하도 찬영과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태운을 바라보았다.

“아니, 잠깐… 이 정도면 A급 헌터 중에서도 중위권에 드는 정도 아니야?”

“그렇죠?”

태운은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찬영이가 유망주여도 그렇지… 이 정도는 과한 거 같지 않아?”태운은 공전하에게 되물었다.

“지금 제 몸값이 얼마 정도 될 것 같으세요?”

“어…?”

공전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다.

그때, 태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

“최근에 받았던 스카우트 제의, 5년에 3,800억이었어요.”

“어…?”

A급 헌터는 스포츠로 따지면 NBA 선수 혹은 EPL에서 뛰고 있는 축구 선수처럼 최정상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완전히 똑같은 비교는 아니지만, 아래에 있을 때는 굉장히 힘들더라도 위로 갈수록 버는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비슷할 것이다.

“찬영이가 저한테 그랬어요. 2년만 기다리라고. 그 안에 절 따라잡는다고 했으니… 이제 반년 조금 더 남았네요.”

“…….”

태운은 어느새 진지해진 찬영을 보면서 말했다.

“그런 사람을 3년에 1,000억으로 얻는다면… 뭐, 거저먹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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