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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93화 (193/379)

193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전대섭은 길드장들을 모두 물리고 태운을 조용히 불렀다.

“앞으로 얻을 공적을 신정훈의 이름으로 넘기기 아까웠습니다.”“뭐, 너도 길드를 만들 생각인 것 같으니 그 정도의 업적을 넘기기엔 좀 아까웠겠지.”

“네, 그렇죠.”

태운은 A급 헌터가 된 이후 여러 가지 업적을 세웠다.

골렘 개발 성공, 수많은 거대 몬스터 퇴치, 부산으로 몰려든 일본 던전 몬스터 퇴치, 일본 헌터 협회의 비리 해결 등등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해왔다.

하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이 강태운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이룬 업적이다.

그렇기에 태운의 이름은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럽 전역을 돌며 거대 몬스터들을 퇴치한 신정훈이 더 유명했다.

신정훈의 이름으로 인터뷰를 할 때마다 강태운이라는 이름을 언급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숨길 필요가 없어졌으니 슬슬 내 이름으로 업적을 세울 때가 됐어.’그리고 그 첫 번째 업적이 한 대륙을 위기에서 구하는 일이라면 충분히 이름을 날릴 법하다.

“그래서 네가 생각한 작전은 뭐지? 사람들에게는 신정훈 대신 더 강한 강태운이 온다는 걸로 설득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둘이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방금 저는 허덕륜 선생님을 만나 3개의 마정석을 흡수했습니다. 특성과 스킬을 엄청나게 많이 얻었어요.”“고작 특성과 스킬을 몇 개 얻었다고 전황이 확 바뀌지는 않을 텐데.”“물론이죠. 고작 그런 거라면 저도 그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을 겁니다.”사실 지금 전황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허덕륜과 셀이 가세해서 녀석을 죽일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드래이그 고흐를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

‘드래이그 고흐에게 확실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전대섭, 셀, 허덕륜, 하오… 그리고 나 정도밖에 없어.’다른 헌터들도 드래이그 고흐에게 피해를 줄 수는 있지만 확실한 데미지로 이어질 공격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정도뿐이다.

하지만 태운만 있으면 그들의 공격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드래이그 고흐에게 확실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헌터의 수를 늘릴 수 있다.

“마정석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약 1년이라는 시간을 지냈습니다. 그 기간 중에 버프 마법을 연구했습니다.”

“버프 마법을?”

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 장현수라는 학생 알고 있으신가요?”“그래. 잘 알고 있지. 룬의 주인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버프 특화형 헌터니까. 특이하기도 하고 능력도 대단해서 내년에 마스터 등급으로 갈 수 있는 자격을 줄까 고민하고 있었지.”“그 룬의 주인이라는 특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대단한 특성이지. 나도 구현할 수 없는 종류의 버프 마법을 사용하니 말이야. 하지만… 버프의 대상이 강해질수록 마나 소모량도 많아진다는 특성도 있더군. 지금 그의 마나양을 기준으로 본다면 A급 헌터 서너 명을 강화하면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겠지. 설마 그를 불러와서 싸워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아닙니다.”

던전도 F~E급 던전에만 들어가 본 실전 경험도 없는 학생에게 그런 중책을 맡길 수는 없었다.

그는 수십 명의 A급 헌터에게 한 번에 버프를 줄 정도의 역량도 되지 못하고 마나양도 부족하다.

게다가 장현수의 메테리얼은 6개.

그렇다면 전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버프 마법을 사용해주어야 하는데 그건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마정석 안에서 그와 룬의 주인이라는 특성을 연구했습니다.”전대섭이 눈이 크게 떠졌다.

“그걸 연구하고 결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는 건가?”“네. 단순히 말하자면 룬 문자라는 것은 단순히 이미지를 떠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징일 뿐이었고 버프 마법은 굉장히 어려운 수준의 수식으로 이루어진 버프 마법일 뿐이었습니다. 뭐, 특성의 도움이 없이 일반적인 마나로는 구현해 내는 것이 어려운 마법이긴 하죠.”

“호오… 흥미롭구나….”

전대섭은 태운이 내놓은 결론을 흥미로워했다.

그런 방식의 접근을 해볼 생각은 지금껏 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일반적인 마나로 구현해 낼 수 없다고?”“네, 하지만 전 변이된 마나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마나는 가변성이 굉장히 높아서 특성, 룬의 주인이 없어도 그 정도의 버프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용해본 적은 있고?”

“없습니다. 하지만 연구와 수식을 전부 맞춰놨습니다. 지금 당장 사용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 그럼 한번 사용해 보거라.”

“네.”

태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룬 버프 마법을 준비했다.

아직 수식을 바로 떠올리는 것은 무리였는지 일어나자마자 써놓은 노트를 꺼냈다.

그러고는 바로 룬 버프 마법을 사용했다.

“신장(神將)의 룬.”

‘신장의 룬’은 신체 강화 계열의 룬 버프 마법이다.

그러자 전대섭은 흥미롭다는 듯, 자신의 몸을 둘러보았다.

“호오…. 확실히 네 특기인 하이 부스트보다 섬세하고 강력한 느낌이 드는구나.”“그렇죠. 오버 부스트보다는 약하긴 하지만 버프 대상의 신체에 부하를 주지 않아요.”“이 정도라면 믿어도 되겠구나. 잠깐. 자네, 마법을 사용하기 전에 마정석을 흡수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태운은 전대섭의 말을 듣고 씨익 웃었다.

“네.”

“아니, 어떻게…?”

태운은 자신의 몸에서 마나를 꺼내 메테리얼을 만들어 냈다.

“마정석을 흡수한 덕분에 150,000 정도의 마나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허허… 요새 네 덕분에 놀라기만 하는구나….”그도 그럴 것이, 마나 총량이 늘어난 사례는 보고된 적도 없을뿐더러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덕분에 제 몸에 있는 마나 회로가 활성화되면서 신체 스탯도 모두 100이 넘었습니다.”

“100이 넘어? 셋 다 넘었다는 거냐?”

“네, 그렇습니다.”

“허…. 그럼 재생력 스탯, 괴력 스킬, 반사 신경 스탯 모두 얻었겠구나.”

“그걸 어떻게….”

“극비긴 하지만… 너도 100이 넘었으니 상관없겠구나. 그 스탯과 스킬들은 모든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스탯과 스킬들이다. 신체 관련 스탯이 100이 넘는다면 말이지.”그건 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이 스킬과 스탯들은 모두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군요.”“그래, 나는 지력 관련 스탯만이 높아서 신체 관련 스탯이 100을 넘기지 못했지만 허덕륜, 셀, 하오는 모두 100을 넘겼을 게야.”그쯤되니 궁금한 게 있었다.

“지력 스탯이 일정 수치를 넘으면 얻는 뭐 그런 건 없나요? 전 이미 지력 스탯이 100이 넘었는데 그런 건 딱히 없었거든요.”“지력 스탯도 있지. 하지만 그건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더구나. 난 지력 스탯이 150이 넘는 순간 ‘계산력’이라는 스탯을 얻었지. 덕분에 계산 속도가 수배는 빨라지고 수식을 계산했을 때 틀리는 일이 없어졌지.”

“실례가 아니라면 지금 지력 스탯이….”

“지금은 172구나.”

“172….”

지금 태운의 지력 스탯은 124다.

까마득히 높은 수치의 스탯이었다.

태운은 그 수치를 듣자마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172…. 따라잡을 수는 있을까요.”

“못할 건 또 뭔가. 내가 네 나이 때는 각성을 하지도 않았다.”

“하하….”

“죽지만 마라. 죽지만 않으면 언젠가 기회는 올 테니.”전대섭은 태운에게 진지하게 조언했다.

그 표정은 왜인지 모르게 허덕륜과 닮아 있었다.

“알겠습니다. 꼭 살아남겠습니다.”

드래이그 고흐는 이곳에 있는 모든 헌터들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적이다.

때문에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죄다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래, 돌아가서 신정훈에서 강태운으로 돌아와라. 시간에 맞춰 길드장들을 부를 테니.”“네, 그리고 마정석을 있는 대로 전부 모아주세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그 정도는 네가 말하지 않아도 준비하려고 했다.”태운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 캠프 근처 공항 방향으로 향했다.

물론, 공항으로 가는 척만 했을 뿐, 그 근처에 숨어서 마스커레이드를 해제하고 캠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셨습니까. 모두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시죠.”

“알겠습니다.”

태운은 즉시 전대섭과 길드장들이 기다리고 있는 천막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쇼.”

“드디어 오셨구만. 전대섭 대장이 말하기를 이 작전의 키카드라고 하던데 설명 좀 부탁드리오.”

“그럼, 실력 좀 보고 싶은데.”

태운이 들어가자마자 길드장들의 질문과 기대가 쏟아졌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는 전대섭이 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니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일단 앉게. 먼 길 오느라 수고했어. 그리 먼 거리는 아닌 것 같지만.”창공 길드의 길드장인 장신이 기분 나쁘게 이죽이며 태운의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만 좀 하지!’

태운은 그가 그럴 때마다 불안해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렇죠. 한국과 중국은 바로 옆에 있는 국가니까요.”속으론 그랬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 않고 아주 평범하게 대처했다.

그런 태운을 보고 장신은 재미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태운은 속으로 승리 카운트를 하나 올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바로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자이언트 길드의 길드장 케빈에게서 질문이 날아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이 전황을 뒤집겠다는 거지? 셀 헌터와 전대섭 대장, 허덕륜 헌터, 하오 헌터와 같은 최상위권 헌터가 있음에도 전황이 나아지질 않는데 말이야.”케빈은 날이 선 말투로 태운을 압박했다.

케빈의 그 말들은 모두 진심은 아니었다.

자신의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공격적인 언행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태운은 그의 수에 말려들지 않았다.

“저는 방금 언급하신 분들 중에 그 누구와도 대등하게 싸울 수 없습니다. 모두 굉장히 강하신 분들이니까요.”

“그럼 그렇게 자신이 있던 이유는?”

태운은 천천히 일어나며 말을 이어갔다.

“이곳에 있는 헌터 중 드래이그 고흐에게 확실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사람은 방금 말씀하신 4분밖에 없다고 들었습니다.”

“음, 부끄럽지만 인정하네.”

“저도 녀석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전황을 뒤집는다고 말할 수는 없죠.”그러자 케빈이 아닌 다른 사람이 태운의 말에 딴죽을 걸었다.

“자신의 실력에 굉장히 자신이 있나 보군. 난 쉽게 믿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마이클! 그만해라.”

미국 링스 길드의 부길드장인 마이클이었다.

하지만 태운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믿지 못하시겠으면 작전을 설명한 뒤 제 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일단은 들으시죠.”

“칫. 알겠다.”

태운은 그렇게 마이클의 불만을 잠재운 후,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이 자리에서 공격만큼은 열 손가락 안에 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모두 거수해주시겠습니까?”

“음?”

“어… 일단 들자고.”

태운의 말에 13명 정도가 손을 들었다.

그들은 나름 공격에만큼은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13명. 나쁘지 않네요.”

그리고 태운은 그들에게 폭탄 선언을 했다.

“제가 이분들을 전부 드래이그 고흐의 비늘을 뚫을 수 있는 정도의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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