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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92화 (192/379)

192화

태운은 사흘간 생활하던 던전에서 급하게 나와 강인철 헌터의 아내가 사는 집으로 달려갔다.

딱히 강인철 헌터와 다시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설득할 생각은 아니었다.

어차피 그녀를 만나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강인철 헌터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그녀의 얼굴이 가끔은 꿈에 나와 태운을 놀라게 할 정도였으니까.

“후….”

한숨을 쉬던 태운은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물건 두 개를 꺼내 그녀의 집 문 앞에 두었다.

‘두 개밖에 찾지 못했지만… 이걸로 조금이라도 속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태운이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강인철 헌터의 아들 둘이 항상 하고 있던 형제 반지였다.

강인철 헌터의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던 그 밤에 들었던 것이다.

형제간의 사이가 좋았다며 자랑스러워하던 그였지만 이내 유품도 챙기지 못했다며 자책하던 모습도 기억이 난다.

‘사진을 보여주며 셋째는 아직도 이것을 끼우고 있을 것이라고 했지.’은빛 반지에 가운데 아주 작은 붉은색 가넷이 십수 개나 박혀 있는 반지였다.

조금 훼손이 되어 있고 보석이 있어야 할 자리에 보석이 없는 반지도 있었다.

‘그래도 누군가가 발견하고 가져가지 않아서 다행이야.’태운은 작은 상자에 반지를 넣고 문 옆에 고스란히 놔두었다.

태운은 지금 누군가의 마음이 편해지길 바라서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편해지고 싶은 것은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아무 의미 없는 이 일을 사흘이나 들여서 하고 있는 것이다.

‘됐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앞으론 강인철 헌터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별 방법이 없었다.

슬슬 12시가 넘어 현실로 돌아갈 때가 되었으니까.

[흡수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흡수를 진행하시겠습니까?]

[흡수를 미룰 수 없습니다. 흡수를 진행합니다.]

* * *

태운은 마정석을 흡수에 성공하고 매번 왔던 흰 공간으로 이동해 있었다.

“오랜만이네.”

태운이 마정석을 흡수하기 시작한 지는 고작 서너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에서 지나간 시간일 뿐, 태운의 체감으로는 거의 1년이 지났다.

그런 만큼 지금 이 장소가 굉장히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없나…?”

평소와 다른 것은 눈앞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것도 아니지.’

이례적으로 특이한 방식의 마정석이었다.

평소에는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 마정석 안에 있는 혼의 한을 풀어주거나 그들이 내어주는 임무를 클리어하는 것으로 마정석을 흡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태운이 살아온 세상을 조금 다르게 표현해낸 세상에서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 임무였다.

여느 다른 마정석과는 다른 방식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재밌었어.”

태운의 간단한 감상이었다.

과거 태운의 후회되는 일들을 모두 바로잡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10에 불과했던 마나양을 15만까지 올린 상태에서 살았기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일까지 할 수 있었다.

그때, 태운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마정석 흡수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마정석 흡수 도중 얻은 스킬과 특성을 모두 전이합니다.]

[보상으로 마나의 총량을 150,000으로 원상 복구합니다.]

“어?”

태운이 그 알림창을 보고 깜짝 놀란 순간 현실로 돌아왔다.

레이드 캠프의 숙소로 돌아온 태운은 침대에서 일어나 앞으로 자신의 상태창을 불러왔다.

주변을 살피거나 그럴 겨를이 없었다.

지금 태운은 방금 본 알림창에 눈이 돌아간 상태였으니까.

강태운

LV: 92

마나 총량: 150,000

태운은 자신의 상태창을 본 순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지금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가 없던 것이다.

“이거 맞는 거지…?”

태운은 자신의 상태창에 떠올라 있는 마나 총량의 수치를 계속해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동안 이 숫자에 얼마나 많이 울고 절망했던가.

고작 이 숫자 때문에 꿈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다.

태운뿐만이 아니다.

이 숫자에 수많은 각성자들이 울고 웃는다.

어찌 보면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고, 단순히 마법을 쓸 수 있는 체력에 불과한데 말이다.

물론, 마나라는 것은 체력처럼 늘리고 단련하는 게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마정석의 마나를 흡수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 이후 자신의 상태창에 올라와 있는 마나 총량의 수치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태운에게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이었으니까.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마정석의 마나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것이었으니까.

‘그래도… 좋다….’

마치 마법을 처음 사용했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자신의 몸에 마나가 천천히 들어차는 느낌, 그것으로 인해 신체 능력이 조금이나마 늘어나는 느낌, 생전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때, 태운의 눈앞에 알림창이 하나 더 떠올랐다.

[마나 총량이 늘어남에 따라 신체가 마나 보정 효과를 받게 됩니다.]

[스탯 ‘체력’이 ‘3’ 늘어납니다.]

[스탯 ‘근력’이 ‘3’ 늘어납니다.]

[스탯 ‘민첩’이 ‘3’ 늘어납니다.]

태운은 그것을 보자마자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거구나….”

마나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혜택이다.

마나는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보유자의 신체에 상당한 강화 효과를 부여한다.

태운이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스타지에르 브론즈 C반 학생에게도 맞고 다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태운은 마나 총량이 10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태운의 스탯이 지금 100에 가까웠기 때문에 고작 3밖에 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스탯의 수치가 높을수록 스탯 수치 하나하나의 효율이 훨씬 높아진다.

3이라는 숫자가 작아 보일 수는 있지만 평균 스탯이 20~30에 불과한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면 10~20개의 스탯이 늘어난 것과 효과가 비슷할 것이다.

‘원래 해봐야 스탯 7~8개 정도의 효과겠지만….’태운은 과거 자신이 근육을 찢고 회복하면서 얻은 효과 중 마나로 인한 근육의 강화 효과를 떠올렸다.

그 과정에서 태운의 근육은 마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이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던 것이다.

“그 고생하길 잘했네.”

그때 태운의 눈앞에 알림창이 또 떠올랐다.

[순수 민첩 스탯이 100을 돌파했습니다. 스탯 ‘반사 신경’이 생성됩니다.]

[스탯 ‘반사 신경’과 스탯 ‘감각’이 합쳐져 스탯 ‘초감각’으로 변이합니다.]

[순수 근력 스탯이 100을 돌파했습니다. 스킬 ‘괴력’이 생성됩니다.]

[순수 체력 스탯이 100을 돌파했습니다. 스탯 ‘재생력’이 생성됩니다.]

[스탯 ‘재생력’이 특성 ‘트롤의 피’의 영향을 받아 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특성 ‘트롤의 피’가 스탯 ‘재생력’과 스킬 ‘괴력’의 영향을 받아 특성 ‘트롤의 신체’로 진화합니다.]

“장난 아닌데…?”

태운은 자신의 새로 생긴 스탯과 스킬을 보며 감탄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단연 스탯 초감각이었다.

과거 아수라와 싸우던 용사의 몸으로 초감각을 경험한 적이 있었으니까.

강태운

LV: 92

마나 총량: 150,000

체력(102+10) 근력(101+10) 민첩(103) 유연성(60) 지력(124) 변이된 마나(6) 초감각(5) 마나친화력(33) 용기(22) 재생력(50)

특성

상위 특성-명장(3개)

상위 특성-용사(편린-비활성화)

변이된 마력(LV.M)

정직한 사냥꾼(LV.M)

트롤의 신체(LV.M)

냉철(LV.3)

수호신(LV.2)

파괴자(LV.1)

회피의 귀재(LV.1)

스킬

마정석 흡수(LV.7)[S]

마정석 저장(LV.7)[S]

상급 마법(LV.9)

웨폰 마스터리(LV.6)[S]

마법 파괴(LV.6)[S]

명중(LV.7)[S]

사고 가속(LV.6)[S]

적의(LV.7)[S]

고정(LV.9)[S]

오버 서플라이(LV.5)[S]

육감(LV.M)[S]

도적의 기술(LV.6)[S]

열화(LV.2)[S]

달빛 추락(LV.1)[S]

더블링(LV.1)[S]

직감(LV.3)

괴력(LV.1)

“초감각…. 이 스탯을 내가 얻게 되다니….”용사의 초감각 스탯은 130, 태운은 고작 5에 불과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탯을 키우고 성장시키다 보면 분명, 용사에 필적하는 초감각을 얻게 되리란 것이었다.

‘얼마나 걸릴지는 가늠도 안 되지만…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다.’그게 10년이 될 수도, 20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스탯을 얻은 이상, 시간이 걸릴지언정 불가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재생력이라는 스탯은 얻자마자 50이나 됐는데…. 효과나 한번 볼까?”태운은 마법으로 나이프를 만들어 자신의 손을 그어보았다.

“어…?”

하지만 나이프로는 태운의 손에 생채기 같은 상처도 낼 수가 없었다.

마치 아주 질긴 섬유를 칼로 긋는 것 같았다.

왜 그런 것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아… 트롤의 신체…!”

태운은 즉시 트롤의 신체의 효과를 불러왔다.

트롤의 신체: 트롤의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질긴 가죽과 엄청난 재생력, 끝을 알 수 없는 스태미나를 얻게 됩니다. 체력과 근력 스탯이 각각 10씩 늘어납니다.

“트롤의 신체…. 이것도 진짜 엄청난 특성이었어….”태운은 베는 것이 되지 않자 손을 강하게 찔러보았다.

그러자 질긴 가죽을 뚫고 손에 구멍이 났다.

스스스스….

하지만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태운의 상처는 빠르게 회복되었고 이내 태운의 손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멀쩡해졌다.

“맙소사…. 이 정도면 즉사만 당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겠는데?”태운은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만끽하다가 그제야 코앞에 닥친 적을 떠올렸다.

하지만 전과는 달리 이젠 그 적이 손에 닿을 것 같았다.

‘드래이그 고흐….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드래이그 고흐를 잡을 수 있는 조건과 능력을 갖추었다.

이제 남은 건 약간의 준비와 작전뿐이다.

태운은 숙소에서 나가 전대섭과 각 길드의 길드장이 회의를 하고 있는 천막으로 걸어갔다.

“신정훈 헌터 아닌가.”

“푹 쉬었나 보군.”

“더 쉬지 그랬나. 작전은 우리가 전달했을 터인데.”회의를 하고 있던 길드장들은 모두 태운이 들어오자마자 태운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길드장들은 첫 번째 전투 이후 태운에게 좋은 태도를 보였다.

그의 강함과 능력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지금 태운은 신정훈 헌터를 연기 중이다.

물론, 마스커레이드를 사용해 얼굴도 바꾼 상태였으니 알아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태운이 신정훈 헌터를 연기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칠죄신교의 녀석들의 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지경이 되었는데 그런 걸 신경 쓸 이유가 있겠는가?

태운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제 스승이신 강태운 헌터님께서 방금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오고 계시다고 합니다. 오늘 밤에 도착하신다는군요. 대신 저는 강태운 헌터가 맡고 계신 일을 처리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앞으로 엄청난 공을 세울 예정인데 그 공을 가상의 인물인 신정훈에게 넘길 수는 없지 않은가.

“강태운 헌터님은 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시니 기대하셔도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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