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뭐야!”
“앞이 보이질 않….”
퍼억!
태운은 마력 실로 적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달려가 녀석의 안면에 니킥을 박아넣었다.
“크웁….”
‘이 정도로는 기절은 안 한다 이거지?’
태운이 공격적으로 전투를 이끌고 있긴 했지만 광역 마법을 쓸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이 중에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으니까.
‘Z라는 녀석의 신병은 확보했지만 녀석이 모르거나 이야기하지 않은 정보를 알고 있는 녀석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그 탓에 녀석들을 하나하나 확실하게 제압하는 방법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마스터 등급 선배들이랑 대련할 때 광역 마법을 사용하지 않길 잘했네.’눈앞에 있는 적들이 능력 강화 약물을 투약한 상태였기에 마스터 등급 학생들보다 강했지만 태운에게는 그들을 모두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누가 들으면 3일 동안 수십 번의 대련 끝에 한 번 이겨놓고 무슨 자신감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와 상황이 다른 게 하나 있었다.
“죽여!”
녀석들도 전투의 프로들이었기에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들로 태운의 위치를 파악하고 태운에게 공격을 가했다.
터터터텅!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태운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완성된 성벽 갑주는 쉽게 부서지지 않아.”과거 허덕륜과의 대련 중에 몇 번이고 부서진 성벽 갑주다.
하지만 그것은 허덕륜이 너무나도 강했던 것, 결코 성벽 갑주가 약한 것은 아니었다.
성벽 갑주는 A급 상위 헌터도 쉽게 깰 수 없는 하이 솔리드 아머보다 강력한 방어 마법이다.
‘애초에 성벽 갑주를 완성하긴 했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성벽 갑주를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했지.’간단히 말하면 숙련도가 떨어졌기에 마법의 완성도가 떨어진 것이었다.
‘지금이라면 허덕륜 선생님도 성벽 갑주를 쉽게 부수지는 못하겠지.’Z의 부하들은 태운을 공격하고는 도리어 당황하고 말았다.
“무슨….”
“내가 벽을 때린 건가…?”
마치 산이라도 때린 것 같을 것이다.
태운에게는 아무런 충격도 전달되지 않았고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았으니까.
“제대로 해라! 녀석은 분명 방어에 관련된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오호…. 나름 상황 판단할 수 있는 녀석도 있나 보네.’약을 먹고도 상황 판단이 되는 것을 보니 분명히 녀석들이 먹은 약에는 마약 같은 환각 효과는 없는 것 같았다.
“그 녀석 잘 챙기세요!”
태운은 블라인드 필드 밖에 있는 형사들에게 신호를 주고 마법을 사용했다.
‘나, 형사 셋, Z라는 녀석까지 총 5명에게 성벽 갑주를 씌워주느라 메테리얼을 소모했어. 지금 내가 다룰 수 있는 남은 메테리얼은 7개, 이 정도면 충분하다.’태운이 사용하려는 마법은 아주 간단한 마법이었다.
“펜타 미사일, 스턴건.”
퓨퓻!
태운의 손에서 마비의 전류가 담긴 백색의 미사일이 전방의 적들에게 날아갔다.
‘내 마력의 흐름에 반응해 피한 놈이 셋…. 반응하지 못한 두 놈부터 처리한다.’태운은 빠르게 달려들어 두 명의 안면을 잡고 벽에 받아 버렸다.
“크억….”
그 직후 손을 빼냄과 동시에 팔꿈치로 안면을 한 번 더 가격, 태운의 공격에 당한 둘은 동시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무슨 일이야!”
“옆에 있던 친구가 당했어!”
“몇 명이나 당했는데!”
“몰라!”
다른 감각으로 태운의 위치를 어느 정도 찾아낼 수는 있다고는 하지만 그뿐이다.
시야로 대부분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싸워왔던 녀석들이 순식간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암흑의 환경은 만만치 않다.
‘그리고….’
태운은 바로 옆에 있던 녀석을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녀석은 옆으로 날아가 세 명의 적들과 부딪혔다.
“너냐!”
퍼억!
그러자 날아간 녀석과 부딪힌 세 명의 적들은 그를 적으로 판단하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야! 나라고!”
“뭐?”
“정신 좀 차려!”
태운은 다시 그 옆으로 달려가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뭐가 나야! 헛소리 하지 말고 덤벼!”
“이 자식이…!”
태운은 그 직후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고 태운에게 얻어맞은 적은 옆에 있던 동료를 공격했다.
“나야! 나라니까!”
“닥쳐!”
“이런 씨….”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뭐 하는 거야! 미친놈들아!”
Z는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블라인드 필드 밖에 있는 Z의 눈에는 그들이 갑자기 변심해 저들끼리 싸우는 것으로만 보일 테니 답답할 수밖에.
“참…. 멍청한 놈들….”
일부에 불과했던 내분은 태운이 조금만 손을 쓰자 전체로 확산되었다.
아까 어설프게 머리를 쓰던 놈이 분신 마법을 사용한 적이 아니냐는 말을 꺼냈고 그 덕에 쉽게 녀석들을 속일 수 있었다.
녀석들은 방금까지만 해도 생사고락을 같이 하던 동료들을 죽이기 위해 고위력의 마법들을 사용했고 그 공격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이게 시트콤도 아니고 무슨….”
태운은 그들이 부상을 당하고 체력이 바닥이 나 허덕이는 것을 보고는 블라인드 필드를 해제했다.
“어…?”
“너 뭐야?”
“이런 씨….”
태운의 농간에 놀아났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공격을 다시 태운에게로 향했지만 이미 그들의 체력과 마나는 바닥이 나 있었다.
“마나 로프, 강화, 속박, 마나 감지, 스턴건, 다중 시전.”태운은 힘이 빠진 그들에게 멀티 캐스팅을 이용해 만든 ‘대각성자 속박 마법’을 사용했다.
힘이 빠진 그들은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태운의 속박 마법에 걸려들고 말았다.
“이런… 졸렬한 놈…!”
“범죄자 새끼들이 졸렬은…. 너희들이 언제는 정정당당했냐?”태운은 그들을 모두 속박한 후 형사들에게 다시 넘겼다.
“이 속박 마법이 해제되기 전에는 이놈들은 마법을 쓰지 못할 겁니다.”녀석들이 마법이나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마나를 운용하는 순간 태운이 만든 로프는 마나를 감지해 녀석들에게 전류를 흘려 마법 시전을 방해할 것이다.
정신력으로 버티며 마법을 쓰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 녀석들이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도 제가 동행할 테니 너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본 경찰 당국에 연락이나 해주세요. 한 놈이 아니라 21명을 잡아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 * *
태운의 활약상은 한국과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한두 국가를 넘어 전 세계의 문제가 될 뻔한 사건이다.
태운은 그것을 미리 막아낸 것이다.
태운은 받아 마땅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와…. 진짜 너 너무 앞서나가는 거 아니야?”“그런가? 그래도 이 정도면 네가 따라올 수 있을 정도의 업적이라고 생각하는데.”“하…. 어쩌다가 이런 놈을 라이벌로 삼아서….”태운은 구찬영과 함께 티비를 보며 밥을 먹고 있었다.
구찬영은 태운이 없는 동안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현실의 구찬영도 얻지 못한 종류의 깨달음인 것 같았다.
그 때문에 구찬영은 창이 아닌 월도의 형태에 가까운 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찌르기보다 베기를 집중적으로 연마하려는 것 같았다.
‘방금 잠깐 훈련하는 것을 보니 힘의 크기 자체는 현실의 구찬영보다는 떨어지지만… 섬세함만큼은 이곳의 구찬영이 훨씬 나아.’같은 사람이 작은 계기로 이렇게까지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다니.
태운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신기했다.
하지만 태운은 조금 걱정스럽긴 했다.
현실의 구찬영이 나아가는 방향이 옮은 게 아니라 이 세상에 사는 구찬영의 방향이 맞는 거라면?
현실로 돌아갔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현실의 구찬영과 이 세상에 사는 구찬영, 둘은 단순히 태운과 만난 방식과 대하는 방식만 달랐던 게 아니었으니까.
‘대현자 처칠 할아버지의 운명 비유를 받았는가 아닌가. 그 차이도 있어.’이 세상에서는 처칠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현실의 찬영이 나아가는 방향이 틀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현자나 되는 사람이 찬영에게 잘못된 조언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어떤 길로 가든 구찬영은 성공할 거야.’태운은 구찬영에게 그 정도 믿음은 가지고 있었다.
“곧 따라잡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2년 정도는 내가 앞서있을 생각이야.”
“2년 후에는?”
“그때도 아마 내가 앞에 있지 않을까?”
“아니, 그때쯤이면 내가 네 옆에 나란히 서 있을 거다. 그건 내가 장담하지.”태운은 찬영의 자신감에 작게 웃었다.
“2년 후에 내가 얼마나 강해져 있을 줄 알고?”“그거야 모르지. 근데… 뭔가 2년 정도만 있으면 내가 질 것 같지는 않아.”
“음….”
현실의 찬영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2년만 기다리라고.
태운은 현실의 찬영이 떠올라 실없이 웃고 말았다.
‘2년…. 그렇게까지 기다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고.’태운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찬영에게 말했다.
“2년까지도 안 걸릴 것 같던데.”
“음? 뭔 소리야?”
“그냥… 그럴 것 같아서.”
태운은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에 떠 있는 날짜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12월 28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3일밖에 안 남았네.’
이 마정석 안에서 남아 있을 수 있는 시간.
고작 3일밖에 남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무슨 보상을 받을지, 그 보상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느라 굉장히 설렜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떠올랐지만 아쉬운 얼굴도 떠올랐다.
이 세상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가게 되면 더 이상 보지 못할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까.
‘강인철 헌터님…. 아내분이랑 잘 풀리셨으면 좋겠는데.’남은 4일 안에 강인철 헌터를 따로 보고 싶었지만 그러기는 힘들 것 같았다.
태운이 해결한 사건의 뒤처리를 하느라 굉장히 바쁜 모양이었으니까.
몸을 잠깐 빼낼 시간도 없는 것 같았다.
‘하긴… 그 정도 사건을 담당했으니 바쁠 만도 하지.’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 사건에 대한 설명도 해야 할 것이고 이런저런 행사에도 참석하고 준비해야 한다.
물론, 태운도 그 자리에 초대를 받았지만 그 행사의 날짜는 1월 중순, 태운이 이 세상에 없을 때다.
‘마지막으로 한 번 뵙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네.’더 이상 보지 못하는 얼굴이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일단 난 갈게.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하지만 태운에게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었다.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만족일 뿐이라고 해도 할 일이 하나 있었다.
“그럼 내일 보자.”
“내일은 안 되고… 아마 올해 널 보는 건 이게 마지막일 거야.”
“그래? 바쁜 일이 있나 봐?”
“그런 셈이지.”
태운은 그렇게 말하고는 밖으로 나가 강인철 헌터와 그의 첫째, 둘째 아들이 죽었던 던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태운은 그 던전에서 남은 3일이라는 시간을 모두 사용했다.
강인철 헌터의 아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한 3시간을 남겨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