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다 부서져 버려라!!! 크하하하핫!”
“미친놈…….”
녀석은 마약에 취한 듯 눈이 돌아가 있었고 각기 춤을 추듯 몸을 기괴하게 흔들었다.
‘분명하다. 저 녀석 마약을 했어.’
팔에 수십 개의 주사 자국을 보면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 같았다.
마약을 한 번에 저만큼 주입하면 아무리 각성자라고 해도 죽을 테니까.
쿠구구…….
“칫….”
태운은 가장 먼저 쓰러질 것 같이 큰 피해를 입은 건물을 보수하기로 결정했다.
투둑!
태운은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뜯어 건물의 벽면으로 던졌다.
“바인스 그로우.”
그 나뭇가지들은 빠르게 자라 건물의 외벽을 감싸 넝쿨처럼 건물을 지탱했다.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 녀석을 빨리 처리하고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해야 했다.
“흐하하하…….”
“프로텍트 돔.”
녀석은 마치 미친 것처럼 실소를 흘리고 있었고 마구잡이로 폭발을 일으켰다.
태운이 빠르게 프로텍트 돔을 생성해 녀석의 공격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지 않았다면 대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다.
‘바인스 그로우로 건물을 보수한 의미도 없이 바로 건물이 무너져 버리겠지.’태운이 프로텍트 돔을 빠르게 생성해 막긴 했지만 그의 공격이 어찌나 강하던지 순식간에 방어막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흐으…….”
녀석은 자신의 공격이 방어막에 막혀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을 보고 태운을 노려보았다.
“너야……?”
“그래, 나다.”
태운은 성벽 갑주를 사용했기 때문에 녀석의 공격에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텍트 돔으로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C급 헌터 수준이라고? 헛소리하고 있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건물 두 개를 한 번의 공격으로 부숴 버릴 수 있는 녀석이 C급 헌터 수준이라고 알려졌는지 의문이었다.
아무리 낮게 보더라도 최소 A급 헌터 수준의 강함이었다.
“이히히히히!!!”
녀석은 말 그대로 미쳐 있었고 갑자기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녀석이 내지르는 손에는 폭발의 마나가 서려 있었다.
거기에 담겨 있는 힘은 보통이 아니었지만 움직임은 너무나도 허술했다.
‘멍청하긴.’
태운은 녀석이 내지르는 손을 피해내고 손목을 잡아 주욱 끌어당겨 녀석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흐힛!”
녀석은 바닥에 던져진 사람 같지 않게 누운 자세 그래도 웃음을 터뜨렸다.
태운은 그 모습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정상이 아니야…….”
“흐흐흣…….”
태운이 잠깐 멈칫한 순간 테러범은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마나를 방출했다.
그 마나들은 마치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팽창하고 있었다.
“미친!”
태운을 그것을 보고 바로 브레인 부스트를 사용했다.
‘마법이 아니야. 그냥 엄청난 양의 마나를 폭발시키려는 거야.’마법이 아니기 때문에 디스펠할 수 없다.
그럼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태운은 일단 자신의 마나를 거의 전부 사용해 녀석의 마나를 억눌렀다.
마나의 절대적인 양으로 보면 녀석이 방출하는 마나의 양이 더욱 많았지만 태운의 마나가 테러범의 마나를 밀어냈다.
이곳에 와서도 명상을 매일 하고 마나 회로를 매일 같이 정돈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똑같은 격을 가진 마나라도 다루는 사람에 따라, 마나의 순도에 따라 그 효율은 천차만별이 된다.
그리고 태운의 마나의 질은 상위 0.1%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나다.
그 상태를 유지한 채 쓰러져 있는 녀석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녀석의 머리채를 잡고 얼굴을 들어 올렸다.
“드레인 포스.”
태운은 녀석의 몸을 매개로 드레인 포스를 사용해 주변의 마나를 모조리 빨아들였다.
물론, 테러범 녀석의 몸에. 전부.
이렇게 폭주 직전의 마나를 강제로 누군가의 몸에 흡수시킨다면 그 대상의 마나 회로 안에서 마나가 폭주를 일으킨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마나 회로는 완전히 박살이 나버리고 더 이상 마나를 다룰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겠지.
‘하지만 테러범을 제압하면서 그런 걸 신경 쓸 필요는 없지.’태운이 착하다고 생각하는 주변인은 꽤 많다.
하지만 태운은 악인이라고 판단한 사람에게는 잔혹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자비한 모습을 보인다.
칠죄신교에 발을 담그고 있는 녀석이라면 조금의 망설임 없이 목숨을 끊을 정도니까.
“끄아아아악!!!”
“후…….”
엄청난 고통이 약 기운까지 밀어낸 걸까.
바닥에 던져지면서도 웃기만 하던 녀석이 처음으로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태운은 방심하지 않고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천으로 녀석을 완전히 결박한 뒤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 수고하십니다. 여기는…….”
태운이 경찰서에 전화를 건 순간 양측 골목으로 경찰들과 협회 소속 헌터들이 들이닥쳤다.
누군가가 폭발음을 듣고 신고한 것 같았다.
태운은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는 명운 헌터 아카데미 학생, 강태운입니다.”“명헌 학생이시라구요? 학생증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물론이죠.”
태운은 옷 안 주머니에 넣어둔 학생증을 꺼내 그들에게 보내주었다.
학생증에는 황금색 실로 자수되어 있는 MASTER라는 글씨가 보였다.
그것을 본 경찰은 빠르게 태도를 바꿨다.
“아, 마스터 등급 학생이셨군요.”
“네, 그렇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뒤처리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귀가하셔도 좋습니다. 사건 처리에 필요한 일이 있다면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바로 아카데미에 연락 취해놓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워낙 유명한 사건이기도 하고 마스터 등급의 학생인 것을 보여주기도 했으니 그럴 리는 없겠지만 공을 빼앗기고 싶지는 않았다.
‘단순히 공적에 욕심이 가는 건 아니지만…….’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었다.
‘녀석의 팔에 있던 주사 자국, 그리고 갑자기 강해진 테러범…….’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명운 헌터 아카데미를 통해 저에게 의뢰를 넣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어… 일단 알겠습니다. 단순 테러고 범인을 잡았으니 더 수사가 진행될 것 같지는 않지만….”태운은 형사의 말에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말해주었다.
“녀석의 힘은 C급 헌터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상대한 녀석은 적어도 A급 헌터 수준이었어요.”
“네……?”
형사는 태운의 말을 쉽게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마스터 등급 학생이 일류 헌터급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A급 헌터를 큰 피해 없이 제압하기는 어려우니까.
하지만 이런 거짓말을 해봐야 태운에게 이득이 되는 건 없으니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건물을 보세요.”
“……!”
태운이 보수해놓긴 했지만 굉장히 심하게 파손되어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단 한 번의 폭발, 한 번으로 건물이 이 꼴이 되었습니다. 이 정도 힘이라면 A급 헌터 수준은 되지 않겠습니까?”“……맙소사…… 그럼 논산에서 경찰 사이를 탈출할 때 힘을 아끼고 있었다든가….”
“그럴 가능성은 적을 것 같습니다.”
녀석은 탈출 당시 큰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다.
부상을 입으면서까지 힘을 아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럼….”
“녀석의 팔에 주삿바늘 자국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정신 상태가 이상했어요. 마치 마약을 한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는 건….”
“아마 마나와 신체 능력을 대폭 상승시켜주는 마약을 주입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설마… 그런 일이….”
그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단시간에 강해질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허덕륜 선생님에게 뒷세계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런 종류의 마약을 연구하는 단체가 존재한다고 듣기도 했으니까.’형사는 태운의 말을 믿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꼭 이걸 엮어서 마약 유통 집단을 잡는 수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고작 가상의 사건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가상의 세상은 현실 세계를 그대로 베껴서 만든 거니까.
‘하지만 허덕륜 선생님이 아직 마약 연구 중이라고 했는데….’칠죄신교의 유무가 마약 연구 속도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렇다는 건…… 현실에서도 저런 종류의 마약이 이미 완성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거야.’
* * *
태운은 갑자기 생긴 사건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후….’
일단 이 사건은 태운이 해결한 것으로 뉴스에 보도되었다.
하지만 테러범이 갑자기 강해진 것과 그의 팔에 있던 무수한 주사 자국에 대해서는 조금도 보도되지 않았다.
경찰 당국에서도 이 사건의 심각함을 느끼고 마약 유통 집단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이 수사는 비밀리에 진행하기로 했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를 통해 넣은 의뢰도 극비리에 태운에게 전달되었다.
‘수사 시작은 3일 뒤…… 강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상 세계의 사건으로 현실 세계의 위험을 막을 수 있다면 해야겠지.’태운은 그날로 마스터 등급 학생들이 모여 있는 체육관으로 갔다.
그러고는 마스터 등급 학생들에게 말했다.
“저랑 대련하실 분 구합니다.”
“오? 이번엔 몇 명이야?”
태운은 1 대 1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련을 한다면 최소 3명에서 5명까지 끼워서 상대했다.
마스터 등급 학생들은 슬슬 5명에서 6명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운은 그런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깨버렸다.
“전부요.”
“……?”
마약 단체를 상대할 때 어떤 적이 있을지 예상조차 할 수 없다.
고작 C급 헌터 수준의 각성자가 A급 헌터 수준의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마약이다.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평범한 A급 헌터 이상의 강함을 가진 적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전부 다 들어오세요.”
이들을 상대로 전투 경험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쌓아놔야 했다.
이 몸으로 최선을 다해 한계까지 사용하는 전투는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성벽 갑주는 봉인. 이 수준에서 쓰기에는 너무 사기적인 마법이야. 그리고 광역 마법도 봉인하자. 훈련에 도움이 되지 않아.’태운은 그 말을 내뱉자마자 겉옷을 벗고 전투를 준비했다.
“하… 이 자식 봐라….”
그들은 전부 태운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조금은 그가 미워지긴 했다.
결론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긴 했지만 1대 다수로 싸워 질 때마다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났으니까.
하지만 지금 체육관에 있는 마스터 등급 학생 25명, 이들 전부가 태운과 싸운다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한 번에 가자!”
그들은 모두 태운을 인정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25명이라는 압도적인 수적 우세에도 방심하지 않고 처음부터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두세 명 정도는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유로 건성으로 달려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흐하압!”
결과는 태운의 참패였다.
방어 마법도 사용하지 않았고 광역 마법도 사용하지 않았으니 지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태운이 쓰러뜨린 사람은 8명, 아주 손을 쓰지도 못하고 당한 것은 아니었다.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태운은 지쳐 쓰러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그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지쳐 있는 태운이 이길 리가 없었고 태운은 다시 패배했다.
태운은 그렇게 도전하고 패배하기를 반복했다.
3일째 되던 날,
“후우… 후우….”
태운은 땀을 흘리고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운의 몰골을 참담했지만 표정은 웃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태운이 서 있는 체육관 안에는 25명의 마스터 등급 학생들이 전부 쓰러져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