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184화 (184/379)

184화

“끝났다.”

태운을 상대하던 사람들은 졌다는 사실에 절망하지 않고 드디어 한숨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들의 훈련량도 상당히 많은 편이긴 하지만 전력을 다하는 대련을 하루에 10번이 넘게 하지는 않는다.

특히 태운과 대련을 하다 보면 왜인지 모르게 아쉬운 것 없이 모든 힘을 쏟아붓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전력을 다하는 대련을 하루에 수십 번씩 하다 보니 미칠 노릇이었다.

수많은 대련 끝에 태운이 이겼으니 이제 이 지옥 같은 대련이 끝날 것이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와… 그나저나 이걸 진짜 이겨 버리네….”

“그러게 말이다….”

“우리도 나름 엘리트라고 불렸는데 너무 차이가 큰 거 아니냐….”그렇게 말은 하지만 그들은 태운에게 진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태운의 실력을 직접 몸으로 느껴본 그들은 태운이 A급 헌터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B급 헌터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그들이 태운에게 지는 게 그리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그래도 뭔가 실력이 확확 느는 게 느껴진다.”“그러니까. 태운이랑 대련하면 실력이 확 늘어.”

“미치도록 힘든 게 단점이긴 하지만….”

“사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해볼만 할 거 같아.”다들 힘들다고는 말하고 있지만 태운과의 대련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태운과 대련을 하면 뭔가 실전을 경험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대련에 임하게 되었고 실력이 많이 늘었으니까.

‘후… 힘들었다.’

태운도 성벽 갑주를 봉인하고 싸우긴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계속 진심으로 싸웠다.

‘광역 마법 없이 수적 열세를 극복하는 게 좀 힘들긴 하네.’원래는 광역 마법을 사용해 많은 적들을 한 번에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게 하는 방식을 사용해 수적 열세를 극복하곤 했다.

하지만 태운은 훈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스스로 광역 마법을 봉인했다.

광역 마법 없이 마스터 등급 학생들의 협공을 차단하고 대응하는 건 상당히 까다로웠다.

‘그래도 덕분에 광역 마법이 통하지 않는 다수의 적을 만나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그런 일은 없는 게 좋겠지만 최근에 만난 테러범 수준의 적이 10명 정도 나타난다고 해도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는 태운의 특기인 방어 마법과 광역 마법을 봉인하고 있지 않을 테니까.

“수고하셨습니다.”

태운은 대련 상대들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겉옷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태운이 나가자 몇몇 학생들도 태운을 따라 우르르 몰려나왔다.

체육관 옆에 있는 샤워실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6시간이 넘도록 대련만 했으니 다들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휴… 힘들다….”

“이따가 술 마시자.”

“오케. 어디 갈까?”

“난 빠질게… 나 오늘 피곤해 죽을 거 같아. 다음에 마시자 다음에….”

“하여간 술술, 알콜 중독자들….”

“그러니까 소주로는 잘 취하지도 않는 놈들이 술을 왜 이리 자주 마셔?”그들은 태운과의 대련이 끝난 기념으로 술을 마시자면서 맘 편한 말들을 했지만 태운은 그렇지 않았다.

대련은 단순히 훈련이었을 뿐, 실전은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까.

‘드디어 내일이다.’

태운이 직접 ‘능력 강화 마약’ 수사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것 말이다.

‘이 세계는 뭔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분명 현실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세상이야.’이곳에서 벌어진 사건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 몇몇 정보를 얻어둔다면 현실에서 녀석들이 나타났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녀석들의 약점을 알아낼 수 있다면 좋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스킬이나 특성을 얻어 더 강해진다면 베스트지.’태운은 오늘 더 이상 훈련을 하지 않고 쉬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쉴 시간 없이 뛰어다녀야 할 테니 오늘은 푹 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 * *

“일단 알겠습니다.”

태운은 수사를 진행 중이던 형사들과 협회 소속 헌터들에게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수사팀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 중에는 엄청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난 지금 수사팀 팀장을 맡고 있는 강인철 헌터다.”

“반갑습니다.”

강인철 헌터의 얼굴을 보자마자 굉장히 숙연해졌다.

같이 있던 시간은 짧았지만 태운에게는 굉장히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 때문에 죽은 사람이기도 하지.’과거 마르기가스의 의식을 막으러 던전 깊숙이 들어갔던 날, 공격대를 이끌었던 대장이었다.

또, 마르기가스에 의해 상반신이 날아가 죽은 사람이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뭐가 말이지?”

태운 탓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가족들은 물론 그 당시에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도 태운을 욕하지는 못했다.

태운과 친한 김현우 헌터도 ‘네가 아니었다면 처음 크록커를 만났을 당시에 모두 죽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태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강인철 헌터는 살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티 내지는 않았다.

그걸 티 내면 태운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태운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이용해 물어뜯기 시작했을 테니까.

명예로운 그의 죽음이 단순한 가십거리로 전락하는 것을 볼 수 없었기에 참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눈앞에 강인철 헌터가 나타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아무튼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은 이 정도이니 참고했으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강태운은 다짐했다.

이 세계에서만큼이라도 강인철 헌터가 죽는 것을 무조건 막아야겠다고.

‘자기만족일 뿐이라고 욕해도 좋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태운은 이렇게라도 그의 죽음에 대해 속죄하고 싶었다.

“녀석들의 마약 샘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경찰과 협회 소속 헌터들은 마약 거래 현장을 덮쳐 마약 샘플과 마약상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을 심문해 얻은 정보에 따르면, 마약을 일주일 동안 꾸준히 주입하면 마나 총량을 2배에서 3배까지 늘려주며 출력도 대폭 늘려준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3급 마약’이라고 했다.

1급 마약은 아직 직접 눈으로 본 적도 없으며 가격도 한번 주입하는 데 필요한 양이 5억이 넘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그 효과는 아직 밝혀진 게 없고 3급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엄청날 거라고 추측할 뿐이라고 했다.

“흐음… 찌라시 아닐까요. 혼란을 주기 위해 찌라시를 퍼뜨리고 있는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마약상도 상품을 본 적이 없다고 했으니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닙니다.”태운도 이성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그게 더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대량의 마약도 아니고 한 번 주입하는 데 필요한 양의 가격이 5억이라니.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가격이지 않은가.

“단순히 중간 유통자들과 마약 중독자들에게 기술력을 어필하기 위한 찌라시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강인철 헌터는 신중했다.

증거도 없이 추측만으로 확정 지을 수 있는 건 없었으니까.

그리고 태운도 강인철 헌터의 생각에 동의했다.

“마나양과 출력을 두세 배나 늘려주는 마약도 나타났습니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나타나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아요. 어떤 가능성도 열어둬야 합니다.”“그 말이 맞다. 찌라시일 거라는 가능성도 있지만 진짜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한다.”

“““알겠습니다.”””

강인철의 말에 형사들과 헌터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이런 것을 보니 강인철 헌터의 카리스마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심문을 통해 이 마약의 치명적인 부작용도 알 수 있었다.”

“부작용 말입니까?”

강인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같이 심문을 한 김창용 형사는 알겠지만… 상당히 끔찍한 부작용이다.”

“네… 그렇습니다.”

“다들 준비되었나?”

태운은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곧 모니터에 떠오른 사진 한 장을 보고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게 그 부작용의 정체다.”

녹아내린 듯한 고깃덩어리에 뼈와 머리카락, 눈알, 장기 등등 사람의 구성 요소들이 박혀 있는 듯한 괴물의 사진이었다.

“우린 마약 거래 현장을 급습해 이 마약을 2주 동안 주입한 중독자도 같이 잡았다.”

“설마….”

“그래, 그 설마가 맞다.”

녀석은 잡힌 지 5시간 정도가 지나자 온몸을 벌벌 떨며 마약을 찾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온갖 욕을 해가며 마약을 찾았지만 점점 지능이 퇴화하는 듯 ‘마약’만을 외쳤다.

그리고 그 상태가 1시간 정도 지속되자 몸에 있는 모든 음식물을 토해내며 천천히 변이했다.

고작 체포 12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미친….”

“고작 돈 벌자고 이런 미친 짓을…!”

그 자리에 있던 형사들과 헌터들이 일제히 분노를 표출했다.

이런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끔찍한 물건을 세상에 풀다니.

“칠죄신교 녀석들만큼이나 역겨운 새끼들….”태운은 간만에 칠죄신교 이외의 적에게 엄청난 적개심을 가졌다.

“저 녀석들, 편히 못 죽입니다.”

“죽일 생각인가?”

태운의 말에 강인철 헌터가 되물었다.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린 태운이 당황해하며 얼버무렸다.

“어… 그, 그게….”

“하하하!”

강인철 헌터는 당황해하는 태운을 보더니 웃기 시작했다.

“당황해하지 말게. 어떤 후배가 생각나서 한 말이니까.”

“후배요?”

강인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김현우라는 녀석인데… 살인, 강간, 특수 폭행 등등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들만 보면 눈이 돌아가서 어떻게든 죽이려고 했었지. 평소엔 그렇게 착할 수가 없는데 말이야.”

“아… 하하….”

태운도 아는 이름이 나와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김현우 헌터… 유명했구나.’

생각해보니 과거 일반인이었던 태운도 알 정도였으니 같은 협회 소속인 사람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리고 죽인다는 말, 그리 쉽게 하는 거 아니다. 아직 성인이 되지도 못한 녀석이 말이야.”마지막으로 강인철 헌터는 태운을 짧게 훈계했다.

“아무리 범죄자라고 해도 녀석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녀석들을 잡을 권한만 있을 뿐이다. 벌을 주는 건 법의 영역이야.”

“죄송합….”

“다만.”

태운이 형식적으로나마 사과하려는 순간, 강인철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각성 테러 집단의 범죄자들이 저항을 너무 거칠게 해서 생포하지 못하고 모두 죽였다’라는 경우는 은근히 많단다.”

“네…?”

갑자기 살벌한 이야기를 꺼내는 강인철. 태운은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당황했다.

그러자 강인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일부러 죽이지만 말아라. ‘실수로’ 죽인 건 눈감아주마.”

“어… 그… 네, 명심하겠습니다.”

강인철과 김현우, 그 선배에 그 후배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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