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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81화 (181/379)

181화

태운의 단순한 실력 행사에 장현수는 단번에 마음이 돌아섰다.

물론, 태운이 사용한 방법으로 신체 강화 마법을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획기적인 방법이기도 했지만 위험 부담도 컸고 무엇보다 마나가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현수가 연구하던 것에 대한 힌트는 되어줄 수 있겠지.’실제로 장현수는 태운의 방법을 보고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장현수 본인도 확언할 수 없었지만 태운의 행동으로 자신의 무언가가 바뀌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나와 무슨 연구를 하고 싶은 건데?”장현수는 태운의 문제 해결에 대한 기발함과 실력을 보고 태운의 연구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사실 태운이 찾아오지 않았고 방금 그 모습을 보았다면 직접 찾아가 연구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을 것 같았다.

태운은 장현수에게 자신의 연구 플랜에 대해 말해주었다.

“말로 하자면 간단합니다. 당신의 특성인 ‘룬의 주인’을 극한까지 연구하고 효율과 성능을 끌어올리는 겁니다.”

“……?”

장현수는 태운의 대답을 듣고 의아했다.

“미안하지만 그 정보를 팔아먹는다든가 그런 건 용납할 수 없는데.”

“그럴 생각은 추호에도 없습니다.”

“그럼 왜 그런 연구를 하고 싶어 하는 거지?”장현수는 태운과 잘 알고 지내지는 않았지만 성격은 대충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조금도 이득이 되지 않는 시간 낭비라면 절대 하지 않는 타입이다.’그것은 완전히 들어맞는 것은 아니었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실제로 태운이 지금까지 친구들에게 마법을 알려주거나 같이 머리를 싸매고 도와줬던 것들은 죄다 태운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되었으니까.

“내 룬의 주인을 모두 이해하고 효율과 성능을 끌어올려 봐야 너에게 이득이 되는 건 없잖아?”태운의 연구 플랜에 따라 움직이면 태운이 얻는 이득이라곤 룬의 주인이라는 특성에 대한 지식뿐이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태운에게는 그것만 있어도 충분히 큰 이득이 될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룬의 주인이라는 특성이 만들어내는 버프 효과를 낼 수는 없겠지만 현실로 돌아간다면 말이 달라진다.

여기서 얻은 룬의 주인이라는 특성에 대한 지식, 그리고 변이된 마나의 상식을 뛰어넘은 활용도.

그 두 개만 있다면 룬의 주인이라는 특성을 충분히 구현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시작할까요?”

“어…… 알겠어. 잠깐.”

장현수는 잠시 자신의 담임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결석 사실을 전해주었다.

담임은 아주 자연스럽게 장현수의 결석 이유를 묻고 공결 처리해주었다.

일반 학교의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장면일 수 있지만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특히 익스퍼트 등급에서는 더욱 그랬다.

익스퍼트 등급에 올라오면 말이 학생이지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 만큼은 4~5년은 단련한 프로와 같다.

그들에게 수업을 듣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연구하고 싶은 게 있다면 시간을 내어주는 것도 중요했다.

실제로 스스로 연구하고 단련하는 시간에는 제한이 없고, 오히려 장려하는 것이 명운 헌터 아카데미다.

‘최소한의 기초 수업만은 들어야 하지만…… 그건 학기 말에 몰려 있으니 2학기 초인 지금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장현수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태운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많이 힘들 겁니다.”

“그런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태운은 처음으로 장현수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룬 버프 마법을 사용하게 했다.

“모든 룬 버프 마법이라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버프 마법이 몇 종류인지 알고나 하는 말이야?”“472개, 미디어에 밝힌 것은 472개지만 실제론 더 많겠죠. 그렇게 치면 대충 600개 정도 되지 않을까요.”“흠… 그래 대충 그정도 되긴 하는데…….”장현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태운에게 되물었다.

“근데 그걸 알면서 전부 사용하라는 거야…? 사용하는 데만 5시간은 걸릴 거 같은데?”태운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연하죠. 룬의 주인이라는 특성의 현재를 알아야 발전된 모습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까요.”

“와…….”

장현수는 태운의 독함에 감탄을 내보였다.

“근데 룬 버프 마법은 시전자뿐만 아니라 버프를 받는 사람의 기력도 갉아먹어. 알고 있으라고.”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잡지를 조금만 찾아봐도 나오는 내용을 태운이 모르고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럼 일단 신체 강화 계열부터 시전할게.”

“네, 빨리 시작합시다. 갈 길이 멀어요.”

“체력의 룬.”

장현수는 최하급 룬 버프 마법인 ‘체력의 룬’을 사용했다.

체력의 룬이 태운의 몸에 시전되자 태운은 몸이 1.1배 정도 부풀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체력의 룬…… 기본적인 신체 강화 계열의 마법이네. 마나는 대충 400 정도 소모하는 것 같고…… 효율은 그리 좋지 못하네. 마나 운용 방식은…….”태운은 자신에게 걸린 룬 버프 마법에 대해 자세하게 정리해 자신이 가져온 노트에 하나도 빠짐없이 필기했다.

그렇게 10분이 지나자 태운이 말을 걸었다.

“체력의 룬 다시 걸어주세요. 감각을 잃어버렸습니다.”

“뭐……?”

장현수는 태운의 말에 경악했다.

사실 체력의 룬을 다시 걸어주는 건 어렵지 않다.

아니, 아주 쉬운 일이다. 그건 5번이고 10번이고 걸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방금 태운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고작 체력의 룬을 정리하겠다고 두세 번이나 시전하게 만들었다….’그럼 시간 차의 룬이나 흡마의 룬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버프를 정리할 때는 몇 번이나 시전하게 되겠는가.

‘후…… 도망치고 싶다.’

태운의 제안을 받아들인 불과 20분 전의 자신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달고 맛있는 결실을 위해서는 쓰디쓴 과정이 필요한 법이다.

힘든 이 과정이 지나가면 결코 달다는 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결실을 얻게 되리라.

장현수는 생각했다.

“체력의 룬.”

* * *

“후……! 그만! 그만!”

장현수는 8시간째 쉬지도 못하고 태운에게 룬 버프 마법을 사용했다.

룬 버프 마법을 사용할 때 텀이 있었기에 마나의 잔량이 빨리 줄지도 않았다.

그래도 3시간째에 마나가 바닥이 날 것 같아 태운에게 말하자 태운은 흔쾌히 자신의 마나를 나눠주었다.

덕분에 쉬지 않고 룬 버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장현수는 계속해서 태운에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아직 절반도 안 끝났어요.”

“밥은 먹고 해야지!”

“제가 사 온 삼각김밥 먹으라고 했잖아요. 안 먹을 땐 언제고.”

“제발…… 너는 지치지도 않냐?”

태운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음…… 조금 피곤하긴 한데 이 정도면 버틸 수 있는 정도예요.”

“아니, 무슨…….”

태운은 마정석 흡수를 하기 위해 하루 16시간, 체감 시간으로는 몇백 시간 동안 쉬지 않은 적도 많았다.

고작 이 정도는 피곤한 축에도 들지 못했다.

태운이 체력 스탯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음에도 체력 스탯이 높은 이유는 아마 이것 때문일 것이다.

“아니, 무슨…… 괴물이냐고…….”

“음….”

태운은 절망했다는 듯이 고개를 처박는 장현수의 모습을 보고 잠시 생각했다.

자신과 일반 각성자를 동일시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드디어 한 것이다.

“그럼 2시간만 더 하고 휴식하죠.”

“휴식……? 끝내는 게 아니라……?”

“연구 집중 기간에는 적어도 하루 12시간은 채워야죠. 보통 16시간 정도는 합니다.”

“뭐라고……?”

장현수는 뭔가 뒤틀린 태운의 기준에 경악했다.

“아니면 4시간 스트레이트로 채우고 끝낼까요?”

“아니, 아니다. 그건 진짜 아니야!”

“진즉에 그럴 것이지.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다음 룬 버프 마법 부탁드립니다.”

“후…… 뇌전의 룬.”

약 2시간 동안의 노동에 가까운 연구 끝내 장현수는 드디어 꿈과 같은 휴식 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첫날이니까 30분 동안 쉬겠습니다.”“30분밖에 안 쉰다고? 그리고 앞에 붙은 ‘첫날이니까’는 뭐야?”“30분밖에라뇨. 자하르 연구소에서는 하루 16시간 근무 중에 밥 먹는 시간 제외 쉬는 시간이 20분도 안 됩니다.”“그건 또 뭔 개소리야…… 그러고도 사람이 살 수 있을 리가 없잖아….”“뭐, 그러면서도 연애도 취미 생활도 하고 할 거 다 하면서 살긴 살더라구요.”태운은 그렇게 말하고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이렇게 쪽잠을 자는 일이 많아지자 신기한 능력이 하나 생겼다.

몇 시에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면 그때 딱 눈이 떠지는 능력 말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굉장히 유용한 능력이었다.

30초 같았던 30분이 지났고 장현수의 지옥은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전보다 긍정적인 것은 앞으로 2시간이면 이 지옥이 끝난다는 것이었다.

물론, 자고 일어나면 이 지옥이 다시 시작될 테지만 말이다.

* * *

태운은 장현수와의 연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있었다.

[어제 3시 경 충청남도 논산에서 각성자에 의한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사건의 내용은 단순 유희성 범죄인 것으로 보여지며…….]

[유럽권 국가의 각성자에 대한 알력 행사가 더욱 심해지는 가운데…….]

[미국의 타국 헌터 스카웃의 강도가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제 헌터 협회에서는…….]

태운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으로 틀어둔 뉴스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칠죄신교만 없어지면 세상은 평화로워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닌가 보네.’태운은 칠죄신교가 사라진 이 세상이 아주 평화로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태운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칠죄신교라는 공공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국가 간의 트러블이 적었던 것이고 분명한 악이 있었기 때문에 테러도 적었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칠죄신교가 없어져야 하는 집단인 건 분명해.”고작 이런 것 때문에 자신의 목표에 이상이 생기거나 하는 일은 추호도 없을 것이다.

‘칠죄신교를 무너뜨리고 생길 문제는 그때 생각하면 된다.’녀석들이 없어지고 생길 문제가 무서워서 칠죄신교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한다면 그건 핑계일 뿐이다.

칠죄신교가 일으킨 일들의 사상자는 역대 최악의 테러집단들이 낸 사상자를 모두 합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니까.

전 세계적으로 수만, 수십만의 사상자를 낸 그들에게는 모래 한 톨만큼도 참작의 여지가 없다.

그때, 태운의 이어폰에서 한 가지 듣고 싶지 않았던 소식이 들려왔다.

[현재 논산에서 사건을 벌인 테러범이 서울로 넘어갔다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서울 시민 여러분은 안전을 위해 외출을 삼가시길 바랍니다. 여기까지 VBS 뉴스 이민정이었습니다.]

“서울이라…….”

테러범의 힘은 C급 헌터 정도라고 한다.

그 정도라면 놔둬도 금방 잡히겠지만 테러범의 스킬인 폭발 능력으로 인해 큰 피해가 생길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 띄기 전에 내 눈에 보였으면 좋겠는데.’태운은 그렇게 생각하고 마나 실과 직감을 활성화하고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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