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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67화 (167/379)

167화

‘야야, 저거 강태운 맞지?’

‘그…런 거 같은데?’

‘왜 온 거야? 저거 자퇴한 거 아니었냐?’

‘자퇴는 아니라던데? 그냥 무단결석이래.’

‘아이씨… 친구들이랑 올해 안에 자퇴한다에 걸었는데….’‘야, 근데 쟤 갑자기 몸이 좋아진 거 같은데? 안 나온 한 달 동안 웨이트 조졌나?’‘그러네? 근데 한 달 만에 저게 가능은 하냐?’태운이 정문에 들어서자 태운을 보며 쑥덕거리는 학생들이 보였다.

평소에도 태운에게 엄청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인데 한 달이나 학교에 나오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오죽하겠는가.

‘하여간… 본인들 앞가림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저들 중 3~40% 정도는 챌린저 등급에서 익스퍼트로 올라가지 못하고 자퇴할 것이다.

그런 그들이 현실을 알고도 태운을 깎아내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미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태운을 까내리는 것이다.

‘뭐… 그렇게라도 해서 불안감을 없애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라.’몇 년 후, 그 시간을 되돌아보며 피눈물 흘리며 후회하겠지만 말이다.

“강태운! 너 이리 와라!”

교실에 들어서자 브론즈 C반의 담임인 이현이 태운을 불렀다.

듣자 하니 태운의 무단결석을 알아채지 못하고 출석 표기를 잘못했다가 엄청 깨졌다고 한다.

‘지 잘못인 것을….’

“빨리 안 나와!”

태운은 자신의 팔자를 한탄하며 그냥 이현을 만나러 나갔다.

“이 새끼 한 달 동안 어디서 뭐…….”

이현은 태운의 옆통수를 한 대 치려다 움찔하더니 멈췄다.

타이밍에 맞춰 태운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이었다.

때리려니 거리도 안 맞았고 왠지 모를 위압감도 느껴졌다.

‘한 달 동안 성벽 갑주를 완성시키기 위해 마법을 쓰면서 마나가 다 떨어지면 계속 운동을 했으니까.’그동안 지력 스탯만 오른 것은 아니다.

회복 마법을 활용한 근력 강화가 끝난 후에도 꾸준히 신체 관련 스탯이 올랐다.

덕분에 어깨도 넓어지고 덩치가 커지면서 전처럼 겉모습으로는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의 외형을 가지게 되었다.

‘멸치 같던 놈이 갑자기 이렇게 변해 버리면 충분히 놀랄 만도 하지.’태운은 다시 한 발짝 물러나서 열중쉬어 자세를 취했다.

“크흠…. 너 이 새끼 한 달 동안 뭘 하고 다닌 거냐! 학교도 안 나오고!”이현은 잠깐이지만 학생에게 위압당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태운을 큰소리로 나무랐다.

사실 한 달 동안 무단결석을 한 것은 명백한 태운의 잘못이었기에 핑계 정도는 필요했다.

“죄송합니다. 한 달 동안 무슨 일인지 집 침대에서 기절해 있었습니다.”

“한 달이나 기절을 해? 그게 말이 되나?”

“음… 새로운 특성을 각성하면서 부하가 온 것 같습니다.”

“뭐…? 2차 각성을 했다… 그 말이야?”

“그런 거 같습니다.”

각성자와 각성에 대해 인류가 밝혀낸 것은 조금도 없었다.

대부분 각성을 한 줄도 모르게 조용히 각성하지만 각성하면서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수족관에서 각성한 한 헌터는 주변의 물을 죄다 증발시킨 일도 있었고 지진을 일으킨 헌터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요란하게 각성한 헌터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다.

촉망받는 유망주가 되거나 엄청난 실력을 가진 유명한 헌터가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지진을 일으키며 각성한 헌터는 중국 최강의 헌터라 불리는 하오였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줄 수 있니?”

그 말을 듣자마자 태운을 대하는 이현의 태도가 바뀌었다.

이현은 실제로도 이렇게 이중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이었다.

‘찬영이가 2차 각성을 하자 개차반 같던 이현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하기도 했었지.’그런 선생이 꼭 있지 않은가.

교실에 있는 예체능하던 학생을 그렇게도 무시하다가도 그 학생이 큰 대회에 나가 입상을 해오면 갑자기 잘해주는 그런 선생들.

“역겨워.”

태운은 일부러 소리 내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이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뭐… 뭐라고 했니? 태운아?”

“됐습니다. 그냥 한 달 결석 처리 해주세요.”그렇게 되면 출석 일수 부족으로 이번 연도에도 스타지에르 탈출에 실패하게 되겠지만 태운에게는 상관없었다.

“그리고 특별 승급 절차를 진행해주세요.”

특별 승급으로 단번에 올라가면 되는 거니까.

“특별 승급? 그게 뭐지? 그런 게 있었나?”

특별 승급은 이름만 있고 실제로 실시된 적은 없는 그런 제도다.

현실의 태운도 특별 승급으로 익스퍼트급에 올라가긴 했지만 태운은 실제로 그런 제도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교사 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서너 명의 교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교칙 정리해 놓은 책을 찾아보면 특별 승급이라는 항목이 있을 겁니다.”여기까지만 보면 현실과 다를 바가 없겠지만 태운은 이번에는 다르게 생각했다.

현실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이번 기회에 경험해 보고 싶었다.

“바로 마스터 등급으로 승급 진행해주세요.”

“뭐라고?”

전대미문.

전무후무.

전례가 존재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일이다.

이현은 물론,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학생들도 경악하며 태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태운은 그 반응을 즐기며 미소를 지었다.

‘이런 게 회귀한 느낌인가?’

태운은 아카데미에 들어오기 전에 시간을 날리고 싶을 때마다 보던 소설 속 주인공의 느낌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 * *

명운 헌터 아카데미는 경력이 있는 교사들을 모아 운영 위원회를 만들어 두었다.

아카데미 내에서 중대한 사안이 벌어졌을 때 그들을 모아 회의를 한다.

그리고 태운의 요구 때문에 운영 위원회의 회의 분위기는 계속 격앙되고 있었다.

“한 번에 마스터급이라뇨! 그게 말이나 되는 이야깁니까?”“안 될 게 뭐가 있습니까. 명운 헌터 아카데미는 완전 실력제를 표방하는 아카데미입니다. 실력만 뒷받침해준다면 19살이든 9살이든 마스터 등급에 올려주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그게 무슨 망발입니까! 이대로 테스트만 통과하고 바로 마스터 등급으로 올려주면 일반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질 겁니다!”운영 위원회 안에서도 성향이 다른 선생들이 많았고 그들의 충돌에 의해 결론이 서질 않았다.

“흐음….”

그 가운데에 앉아 있던 전대섭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싸우고 있던 교사들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주장을 이어갔다.

“교칙도 교칙입니다. 교칙에 적어둔 대로 행하지 않으면 아카데미의 격이 떨어집니다.”“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진행했다가는 등급제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그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전대섭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여러분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제가 강태운 학생과 말을 해볼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기다려야지요.”

“고맙군요.”

전대섭은 그들을 내보내고 자신도 텔레포트를 사용해 교장실로 돌아갔다.

“후…. 바리?”

[부르셨나요.]

전대섭은 자신의 인공지능 비서인 바리를 불렀다.

“강태운 학생에 대한 정보를 부탁하지.”

[넵, 알겠습니다.]

전대섭은 강태운의 이름을 들은 이후부터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자신이 믿고 따르던 강철운의 아들이었으니까.

“후….”

약 5초가 지나자 바리가 전대섭에게 강태운의 정보를 읊어주기 시작했다.

[이름은 강태운, 키는 178, 몸무게는 68이었습니다.]

“헌터치고는 마른 편이었군.”

[네, 하지만 지금은 근육을 불린 듯 보입니다. 지금은 80kg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한 달 만에 근육을 12kg나 늘렸다고?”

[그렇습니다.]

“허어….”

헌터의 몸이 근육을 키우기 좋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한 달 만에 12kg의 근육을 늘린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운동을 조금도 해보지 않은 초심자는 한 달에 2kg 늘리기도 힘들지…. 그런데 12kg나 늘렸다라….’게다가 본인 입으로는 한 달 동안 기절해 있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러모로 이상한 점이 많이 보인다.

“바리, 강태운을 교장실로 불러줄 수 있겠나?”

[담임인 이현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전대섭은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문득 그를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디스펠이 가장 적절하겠군.”

전대섭은 소파에서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스타지에르라…. 마스터급으로 승급이라…. 영웅의 아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건가.”전대섭은 문고리에 전보다는 수배는 어려운 디스펠 수식을 걸었다.

“한 시간 안에 들어오면 인정해주지. 내가 힘 좀 썼으니 쉽지는 않을 게야….”전대섭은 몸을 돌려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그때, 바리가 전대섭에게 보고했다.

[강태운 학생이 5분 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 * *

“시기와 방법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하는 짓은 똑같으시네.”태운은 교장실의 문을 눈앞에 두고 헛웃음을 지었다.

‘전보다 더 어려운 수식…. 마스터 등급 승급을 요청해서 더 어려워진 건가?’태운은 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야… 꼬기도 많이 꼬아두셨네….”

태운은 디스펠 마법을 사용하고 눈을 감아 수식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분이 지났을까. 태운은 수식을 풀어내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오호… 10분이라…. 적어도 50분은 걸릴 줄 알았더니.”

“제가 좀 난 놈입니다.”

태운은 한 달 만에 전대섭을 만나니 괜한 장난이 치고 싶었다.

전대섭도 그런 태운이 싫지는 않았는지 미소를 지어 화답해주었다.

“일단 앉게나.”

“감사합니다.”

태운은 전대섭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이야기는 들었네. 2차 각성을 했다고?”

“네, 그렇습니다.”

“특성을 물어봐도 되겠나?”

“네, 수호신이라는 특성을 각성했습니다. 방어 마법의 효율이 대폭 상승하는 능력입니다.”

“호오….”

전대섭은 특성의 이름을 듣고는 감탄했다.

“‘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능력은 대부분 그 분야의 최고 특성이지. 방어 마법에 있어서는 자네가 나보다 뛰어날지도 모르겠군.”

“과찬이십니다.”

전대섭은 태운을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러고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래…. 그럼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 자네의 요구사항을 듣고 싶군.”“제 요구사항은 간단합니다. 어떤 테스트라도 좋습니다. 테스트를 통과한 후 마스터 등급으로 승급하고 싶습니다.”“어떤 테스트도 좋다라…. 그래, 마스터 등급 학생 3명과 ‘동시에’ 겨뤄 이겨 보거라.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야 내가 힘들게 올라온 학생들에게 할 말이 생긴다.”

“흐음….”

현실의 태운이었다면 낙승이었겠지만 지금은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그들의 전력은 B급 수준, 지금의 몸으로 B급 헌터 세 명과 싸워 이기는 것은 태운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못 할 것도 아니지.’

태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합니다. 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새로운 자신의 힘을 테스트해 보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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