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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66화 (166/379)

166화

“나가라는 말은 안 하네?”

태운은 찬영과 잠깐의 대화를 하다가 물었다.

찬영은 이 지하 훈련장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이곳의 보안을 지켜주길 바랐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게 나가달라고 부탁해도 딱히 이상하지 않았다.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거짓말을 해서라도 내보내고 싶었겠지만 너라면 뭔가 믿을 수 있을 거 같아서. 애초에 내가 나가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내 땅도 아닌데.”

“뭐, 그러네.”

찬영은 예상보다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너는 내 롤모델이거든.”

“롤모델?”

태운은 항상 부러워하며 목표로 삼았던 찬영의 롤모델이 자신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찬영은 그 당시의 태운이 손을 아무리 뻗어도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나도 잠깐 브론즈 C반에 있었던 적이 있었잖아.”

“그렇지.”

지금의 찬영을 보면 믿기 힘들겠지만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 들어왔던 때의 찬영은 왜소하고 몸이 약한 학생이었다.

마나의 총량도 12만에 불과했고 신체 능력도 일반인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다.

“얼마 안 돼서 제대로 각성하고 골드 A반으로 올라갔지.”찬영은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각성을 완료했고 20만이 넘는 마나 총량과 신장이라는 사기적인 특성 그리고 그 특성을 백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마나 친화력, 전투 스타일에 맞는 피부 경화라는 스킬까지 얻었다.

그 이후 찬영은 자신의 재능에 자극을 받았는지 미친 사람처럼 훈련하기 시작했고 이내 아카데미 최고의 유망주라는 타이틀까지 따냈다.

“나도 몸도 약하고 머리도 안 좋아서 미래가 암울할 때가 있었다는 거지.”

“그 시간이 짧았지만 말이야.”

“그때 내 눈에 네가 들어왔어.”

찬영은 옆에 있는 의자를 당겨와 앉았다.

“10에 불과한 마나 총량, 죽은 재능, 최악의 열등생, 신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증거.”찬영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전부 태운이 입학한 순간부터 들어왔던 수식언들이었다.

“재능의 부족함에 동급생들의 괴롭힘까지…. 그걸 견디면서 네 눈빛은 죽은 적이 없었어. 적어도 내가 본 것 중에는 말이야. 난 그게 존경스러웠어.”

“…….”

“널 오래 본 건 아니지만 너는 충분히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었어.”태운은 찬영에게 다시 한번 감동을 느꼈다.

이젠 많이 친해진 찬영이 말하니 오글거리긴 했지만 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감동스럽기는 했다.

‘친해지기 전으로 돌아오니 이런 게 좋네.’친한 사람이기에 말할 수 없는 것도 있는 법, 찬영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찬 일이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이제 너도 훈련 시작해야지?”“그래. 준비 운동 좀 하고 있을 테니 너도 계속 훈련하고 있어.”태운은 찬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감동은 잠시 밀어두고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강태운

LV:8

마나 총량:150,000

체력(48) 근력(63) 민첩(41) 유연성(5) 지력(21)

특성

없음

스킬

상급 마법(LV.9)

상급 창술(LV.6)

상급 단검술(LV.7)

상급 장검술(LV.9)

상급 박투술(LV.2)

상급 방패술(LV.1)

…….

현재 태운의 상태다.

스킬은 어느정도 복구했지만 특성은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일단… 수호신은 복구할 수 있을 거 같은데….”태운은 하이 솔리드 아머를 사용했다.

‘이미 충분히 감각은 익혀놨으니 못 할 건 없어.’태운은 성벽 갑주를 처음 사용해보고 깨어난 후 매일매일 성벽 갑주 연구에 시간을 쏟았다.

그 결과 하이 솔리드 아머 위에 압축된 마나 랩파드를 씌우는 방식이 아닌 하이 솔리드 아머를 마나 램파드로 변환시키는 방식을 찾아냈다.

아직 완성형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더 쉽게 성벽 갑주를 시전할 수 있었다.

‘수식의 가변성도 일반 마나의 허용 범위 내야. 이 정도면 변이된 마나 없이도 시전할 수 있겠어.’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불가능하지 않은 일을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지.’지금 당장은 못 할 수도 있지만 못 하면 계속하면 되는 것이고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면 언젠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중간에 포기한다면 해낼 수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걸 ‘못’ 한다고 할 수 있을까?

태운은 자신의 몸에 계속 하이 솔리드 아머를 사용한 후 마나를 주입해 마나 램파드로 만들려 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고비가 찾아왔다.

“흐… 이것도 못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태운은 하이 솔리드 아머를 만들어내고 마나를 주입해 다른 마법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실패를 겪어야만 했다.

시전 중인 마법이 아닌 완성된 마법에 마나를 주입하는 것은 태운의 스킬인 오버 서플라이를 기초로 한 테크닉이었다.

하지만 변이된 마나의 활용도를 잃은 상태에서 오버 서플라이 없이 그 테크닉을 끌어내 쓰기란 쉽지 않았다.

“곤란하게 됐네….”

그나마 복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특성인 수호신마저 복구가 힘들게 되자 태운은 한숨을 내뱉었다.

“휴….”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못 할 거 뭐 있어?”

태운은 성벽 갑주의 시전에 다시 도전했다.

‘완성된 마법에 마나를 주입할 수 없다면 시전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마나를 주입하고 남은 마나로 마나 램파드를 시전해서 변환시킨다.’말은 간단했지만 절대 쉬운 게 아니었다.

시전 과정에서 소모되는 마나까지 조정해야 했고 남은 마나들이 공중 분해되지 않게 잡고 있어야 했다.

“후….”

태운이 가지고 있는 마나의 총량은 15만이다.

마나 램파드를 시전하는 데 필요한 최소 마나양은 약 4만.

하이 솔리드 아머는 약 1,000에서 2,000 정도가 필요하니 한 번에 3번밖에 도전하지 못한다.

‘마나가 다 떨어지면 몸을 움직이면 돼.’

태운은 더 이상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성벽 갑주를 이 몸으로도 성공시키는 것, 그것에만 집중했다.

* * *

3일 뒤, 태운은 하이 솔리드 아머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마나를 4만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남은 마나는 공중 분해가 되어 마나 램파드로 변환되지 못했다.

* * *

일주일 뒤, 태운은 하이 솔리드 아머를 사용하고 남은 마나로 마나 램파드를 시전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하이 솔리드 아머가 변환된 것이 아니라 남은 마나로 메테리얼을 만들어 허공에 시전한 것이었다.

실패했지만 태운은 실망하지 않았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었으니까.

* * *

2 주 뒤, 하이 솔리드 아머를 마나 램파드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마나 램파드의 두께가 너무 두꺼워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갑옷이라고 불릴 수 없을 정도의 두께였다.

이것 또한 실패라고 할 수 있었다.

* * *

“후….”

태운은 마지막 남은 5만의 마나를 가지고 메테리얼을 만들었다.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마정석이 준 1년의 시간 중 한 달을 수호신이라는 특성을 복구하는 데 사용한 것이다.

그래도 전혀 아쉽지 않았고 후회되지 않았다.

“성벽 갑주.”

키-잉!

현실에서는 성공시키는 데에 적어도 1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 완성형 성벽 갑주를 마정석 안에서 만들어 냈으니까.

태운은 그동안 변이된 마나의 활용도에 너무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변이된 마나에서 벗어나 하나의 마법을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도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알아냈지.”

약 1달 전의 자신은 어떻게든 현실에 있는 자신의 힘을 복구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새로운 마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깨달았다.

마정석 안에서 현실의 힘을 복구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을 이룰 수 없었다.

“이곳에서는 새로운 나의 힘을 개척해야 해.”그게 이 임무를 내어준 마정석의 뜻일 테고 그렇게 해야 이곳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의 자신까지 같이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전 차원 역사상 인간이 만든 최강의 방어 마법 ‘성벽 갑주’를 시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성 ‘수호신’을 얻습니다.]

“그래도 뿌듯하네.”

한 2주 동안은 특성 수호신을 얻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그 이후로는 달랐다.

성벽 갑주를 완성하는 것을 주목표로 두었고 그것을 완성하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특성 ‘수호신’이라 생각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마인드를 그렇게 바꾸니 연구의 진도가 확실히 빨라진 것 같았다.

마음가짐의 중요성인 듯했다.

“성벽 갑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력 스탯도 많이 늘었으니 만족이야.”고작 20 정도에 불과했던 태운의 지력 스탯은 성벽 갑주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속도로 높아졌다.

그리고 지금 성벽 갑주를 완성한 순간 지력 스탯이 20이나 한 번에 올라 버렸다.

그렇게 지금 태운의 지력 스탯은 89, 한 달 만에 60이 넘는 스탯을 올린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겠는데?”

태운은 지금까지 성벽 갑주를 만드는 데만 올인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깨어 있는 시간의 70% 정도는 성벽 갑주를 완성하는 데 사용했지만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약 20% 정도의 시간은 자신의 새로운 스킬을 구상하는 데 사용했다.

“지력 스탯이 거의 90이니까… 버틸 수 있겠지.”태운은 자신의 몸에 있는 마나 회로를 조금 변형시켰다.

몸에 신경계처럼 자리하고 있는 마나 회로를 변형시켜 뇌로 많은 양의 마나가 들어가게 만들었다.

현실에서는 마나 회로에 돌고 있는 마나가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브레인 부스트.”

태운은 마나를 활용해 뇌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사고 가속처럼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태운의 두뇌 회전은 엄청나게 빨라졌다.

태운은 그 상태에서 10만의 마나를 1,000씩 나눠 메테리얼을 만들어보았다.

태운이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최대 메테리얼의 수는 13개였다.

원래는 10개였지만 지력 스탯이 늘고 마나 감응력 스탯이 생기면서 3개나 늘어났다.

13개도 엄청나게 많은 것이었다.

공식 기록으로는 15개를 생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전대섭이 1위였으니까.

‘실제로는 20개 가까이 만들 수 있다지.’

태운이 10만의 마나를 1,000씩 나누어 메테리얼을 만들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000의 마나를 품고 있는 메테리얼 100개가 태운의 주변을 떠다니고 있던 것이다.

마나로 뇌의 성능을 강화시킨 태운은 엄청난 두뇌 회전으로 메테리얼을 유지하고 있던 것이다.

“파이어 윔블.”

태운은 100개의 메테리얼로 불의 창을 쏘아냈고 엄청난 장관이 펼쳐졌다.

그와 동시에 브레인 부스트의 지속 시간이 끝이 났다.

“후아아아!!!”

동시에 태운은 큰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사고 가속을 10번 연속으로 사용한 정도의 피로감이 느껴졌다.

이것을 오랫동안 자주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강해진 것 같은데?”

[스킬 ‘브레인 부스트’를 얻습니다.]

“졸업도 해야 하니… 아카데미에 나가긴 해봐야겠네.”한순간에 강해진 자신을 볼 아카데미생들의 표정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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