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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59화 (159/379)

159화

“태운아, 괜찮은 거냐.”

태운은 모든 길드의 작전 동의와 참가를 약속받고 회의가 끝난 후 자신의 천막에서 쉬고 있었다.

쉬고 있으니 전대섭이 찾아와 태운에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뭐가 괜찮은 건지 확실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태운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든 마법을 협상의 미끼로 사용했어도 괜찮냐는 뜻이었다.

마법은 마법 기반 웨퍼들의 무기인 동시에 약점이다.

자신만의 마법을 간파당하면 앞으로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

“어차피 그 마법들은 버릴 생각이었어요.”

“흐음.”

“게다가 앞으로 제가 싸워야 할 적들에게는 그런 마법은 통하지 않아요. 어차피 통하지 않는 마법이라면 그냥 공개하고 신경을 분산시키는 게 나을 거라는 판단이었습니다.”“그래도 그 마법들… 네 주력 마법들이 아니었느냐.”태운은 전대섭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거기서 팩 인 디바인 포스만 빼면 다른 마법들은 거의 개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하이 솔리드 아머도 말인가? 그건 거의 완성형 방어 마법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태운은 미완성인 성벽 갑주를 사용했다.

“호오, 그 이상이 있었다니. 놀랍구나.”

“새로 얻은 특성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그렇구나. 아직 미완성인 것 같은데 완성되면 봐줄만 하겠어.”

“감사합니다.”

미완성임에도 전대섭의 인정을 받은 마법.

그 사실만으로도 인터넷 포털을 장악할 정도의 이슈다.

그만큼 눈이 높은 전대섭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내가 꼭 완성시키고 만다.’

결연한 표정을 보이는 태운을 본 전대섭은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이런 류의 자극을 받으면 끝을 봐야만 하는 태운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한 전대섭은 일부러 태운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좀 놀라긴 했어.’

자신도 도달하지 못한 수준의 방어 마법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그렇지만 나도 이대로 따라잡힐 수는 없지.’세계 최강의 마법사, 그 타이틀을 거저먹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세상에 다시금 보여주고 싶었다.

전대섭이 지금 이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 마법에 대한 끝없는 탐구심도 한몫했지만 이런 경쟁심도 큰 역할을 했다.

전대섭의 성장이 잠시 침체되었던 이유도 마법에 있어서는 전대섭을 상대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이젠 다르겠구나. 녀석이 날 따라잡는 건 10년 아니, 5년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그렇게 말은 했지만 전대섭은 직감했다.

태운이 전대섭을 따라잡는 건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미래일지도 모른다고.

“믹스지만 커피라도 드시겠습니까?”

“그래, 부탁하지.”

태운은 전대섭에게 커피를 타서 전해주고 탁상 옆에 앉았다.

태운은 신호 차단 마법을 사용하고 전대섭과 이야기를 하던 중 천막 밖에서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신정훈 헌터님, 창공 길드 길드장님께서 부르십니다.”창공 길드 소속 헌터인 것 같았다.

“가봐라.”

“알겠습니다.”

태운은 창공 길드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건 창영우와 연관되어….’

태운이 천막 밖으로 나서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창영우…?’

“신정훈 헌터님, 길드장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따라와 주시겠습니까?”태운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러지.”

창공 길드는 창영우를 이용해 지하 훈련장을 빼앗기 위해 손을 쓴 길드다.

악감정은 아니지만 적의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창영우는 자신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 걸어갔다.

‘창영우….’

과거 절친였지만 자신의 뒤통수를 치려 한 사람이다.

창영우에게 남은 좋은 감정은 없어진 지 오래였다.

창영우는 창공 길드의 길드장인 장신의 천막으로 데려갔다.

“여기입니다.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자신을 깍듯이 대하는 전 친구를 보는 게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다.

태운은 창영우를 보내고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한가, 신정훈 헌터.”

“제가 당신에게 하대 받을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그는 길드장, 신정훈은 협회 소속의 헌터다.

직위도 다르지만 소속도 달랐다.

평상시라면 하대받아도 할 말이 없겠지만 지금 신정훈은 중국과 중국 4대 길드를 구해준 입장.

하대받을 이유는 없었다.

“협회 소속 헌터 주제에 하대받는 걸 신경 쓰다니… 꼭 능력 있는 프리랜서 헌터 같구만.”

“얼마 전까진 그랬으니까요.”

신정훈은 프리랜서 헌터로 2년 동안 뛰다가 협회에 스카웃된 설정이다.

그걸 정확히 암기한 후 받아친 것이다.

“재밌군. 언제 실토하나 궁금한데?”

하지만 장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 밖이었다.

“뭘 말이죠?”

태운의 물음에 장신은 헛웃음을 지었다.

“신정훈 헌터! 아니, 강태운. 언제까지 날 속일 셈이냐.”

“……!”

태운은 순식간에 사일런트 돔을 사용해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차단했다.

“흐음, 나름 치밀하구만.”

“내가 강태운이라는 건 어떻게 안 거지?”

태운은 장신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고 싶어하는 것 같군. 섭섭해. 그래, 알려주지. 나도 처음에는 몰랐다. 하지만 네 친구인 창영우 헌터가 보고를 올리더군.”

“영우가?”

장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정훈의 전투 스타일, 강태운과 비슷하다. 사제 관계일지 모른다.’라고 보고를 올렸더군.”

“하.”

고작 그런 걸로 조사에 착수한다고?

“난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게 있으면 그 밑바닥이 보일 때까지 파보는 타입이다. 넌 운이 안 좋게 걸린 거야.”“내가 강태운이라는 걸 확신하게 된 이유는?”“네놈의 집에 잠입해 머리카락을 가져왔다. 청소를 아주 깔끔하게 하더군. 머리카락을 찾기가 아주 힘들었다. 참, 네 동생 말고도 계집이 하나 더 있더군. 그년은 감이 좋아서 따돌리기 힘들었다더군.”

“설마 이 새끼….”

“워워. 진정해. 아무도, 아무것도 건들지 않았으니까.”장신은 태운의 특성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모욕에는 아무렇지 않은 태운이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후는 간단하네. 기절해 있는 자네의 머리카락을 뽑아 DNA 검사, 그리고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네.”

“쯧.”

태운은 간신히 마음을 진정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뭐지?”

“원하는 거라…. 그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뭐?”

“내가 말했지 않나. 난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게 있으면 파고 보는 타입이라고. 네놈도 그렇게 걸린 것뿐이야. 딱히 목적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란 말이다.”태운은 일단 안심했지만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정보가 손에 들어왔는데 활용하지 않을 수는 없지.”수백 개의 길드가 태동했던 길드 춘주 전국 시대라 불리는 시대에 작은 길드를 꾸려 지금까지 살아남은 능구렁이 중의 능구렁이다.

상대방의 약점을 잡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었다.

“네 녀석에게 줄 50억, 우리 길드는 주지 않겠다. 일단은 이 정도로 끝내지.”

“음?”

생각보다 양심적인 제안이었다.

이 정보를 풀겠다는 것으로 협박하며 지하 훈련장을 내놓으라는 말까지 꺼낼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럼… 왜 창영우를 보내 가면서까지 지하 훈련장에 눈독을 들인 거지?’태운의 표정을 본 장신은 태운에게 뭔가 의문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뭔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나? 아니면… 내가 그렇게 악랄하다고 생각한 건가?”장신은 대외적으로 나름 좋은 사람으로 내비쳐진다.

지하 훈련장을 넘본다는 사실을 눈치챈 이후로 태운의 마음속에서는 악인으로 낙인이 찍혔지만 말이다.

태운은 이대로 골머리를 썩이는 것보다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지하 훈련장을 빼앗기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지하 훈련장을 요구할 줄 알았다.”

“지하 훈련장? 그게 뭐지?”

“뭐?”

놀랍게도, 창공 길드의 장신은 지하 훈련장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 * *

“으으으!”

태운은 지하 훈련장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 때문에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털어놓았는데 그것 때문에 더 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창공 길드가 아니라고?’

지금 생각해보니 창영우가 전화를 건 사람이 창공 길드의 사람이라는 증거나 단서는 단 하나도 없었다.

창영우 소속이 창공이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추측한 것이었다.

‘그럼 누구지?’

타 길드와 거래를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마피아나 야쿠자와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창공 길드장이 연기를 하고 있는….

“으아아!”

태운은 수백 가지 경우의 수를 전부 생각하다 보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실제로는 스트레스로 인해 가슴이 턱턱 막히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일단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거대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것에 집중해야지.’태운은 드래이그 고흐 공략대인 A팀이 아닌 거대 몬스터를 처리하는 B팀에 들어갔다.

태운은 A팀에 들어갈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거대 몬스터들을 많이 잡아보았기 때문에 B팀에 배정되었다.

처리반에서 일을 빨리 끝내야만 A팀의 생존 확률이 늘어나니까.

“나랑 A급 헌터 20명이 포함됐지? 이 정도면 순식간이겠네.”현재 거대 몬스터들은 약 300마리다.

이 정도라면 그냥 걷기만 해도 도시 하나가 날아갈 정도로 위협적인 수다.

하지만 녀석들을 밥 먹듯이 죽여왔던 태운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위-이이이잉.

그때, 공략 캠프의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시작인가.”

사이렌이 끝나자 헌터들은 곧장 자신의 천막 밖으로 나와 집합했다.

집합한 곳에는 전대섭이 단상 위에 서 있었다.

전대섭은 확성 마법을 사용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약 10km 밖에서 드래이그 고흐와 거대 몬스터 무리가 발견됐다!”헌터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드래이그 고흐는 과거 수십 명의 A급 헌터들이 달려들었음에도 죽이지 못한 괴물 중의 괴물이니까.

“B팀의 헌터들은 드래이그 고흐를 신경 쓰지 마라! A팀의 헌터들이 드래이그 고흐를 상대할 생각이다. 그사이에 거대 몬스터들을 최대한 빨리 처치하고 작전을 완료한다. 알겠나!”수많은 언어권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전달에 무리가 있었지만 전대섭의 의도만큼은 전달되었다.

이 전투, 꼭 이겨야만 한다고.

전대섭은 A팀 멤버들과 동시에 날아올랐다.

현재 지구에서 유일하게 전대섭만이 사용할 수 있는 플라이 마법의 발현이었다.

“우린 먼저 가겠다! B팀은 녀석들이 5km 안으로 들어오면 공격을 시작하라!”전대섭은 B팀의 지휘를 창공 길드의 장신에게 맡기고 드래이그 고흐에게 날아갔다.

A팀이 떠나자 장신이 말을 꺼냈다.

“A팀은 드래이그 고흐와 거대 몬스터 무리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 먼저 출발했다. 약 10분 뒤면 우리도 전투를 하게 될 거다. 죽지 마라.”10분.

그 시간이 지나면 B팀의 헌터들은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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