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158화 (158/379)

158화

스윽.

태운은 전대섭의 천막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길드의 대표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중국 4대 길드의 길드장과 세계 유명 길드의 대리자들이 있다.

‘확실히 중국 길드들은 똥줄이 타긴 하나 보네. 엉덩이 무겁기로 유명한 양반들이 현장에 직접 출두하다니.’

중국 4대 길드

창공, 무인, 금호, 번성.

이 길드의 길드장은 모두 A급 중에서도 상당히 강하다고 평가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길드장이 되고 부와 명예를 손에 넣은 뒤로 현장에는 얼굴도 비추지 않았다.

“왔구나. 와서 작전을 들어 보거라.”

태운이 등장하자 전대섭은 태운을 맞이했고 전대섭을 제외한 사람들은 태운을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태운은 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을 살폈다.

‘재밌네.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반응은 아니야.’강태운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A급 헌터이자 골렘 제조법 발명자지만 지금 태운은 신정훈을 연기 중이다.

강태운과 달리 신정훈은 한국 헌터 협회 소속의 헌터일 뿐이다.

최근에 거대 몬스터들을 잡으며 조금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 이곳에 있을 급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게다가 난 중국 길드들의 거대 몬스터 사업을 망친 적이 있으니 날 싫어하는 게 정상이겠지.’수십, 수백억을 벌 수 있는 사업을 망쳐 버렸으니 중국 길드 입장에서는 신정훈이 싫을 법도 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운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 사이로 들어가 작전을 확인했다.

1차 작전은 간단했다.

최정예로 구성된 공략대가 거대화한 드래이그 고흐를 막고 있는 사이 다른 헌터들이 거대 몬스터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다, 사실 드래이그 고흐는 인간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가장 큰 피해는 수백 마리의 거대 몬스터들이 주고 있었다.

“하지만 드래이그 고흐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모릅니다. 제가 신정훈 헌터를 구해낼 때 공격을 해 외피를 뚫고 타격을 주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녀석의 힘을 확실히 알아낼 수는 없었죠.”

“흐음….”

“고민을 좀 해봐야겠군.”

하지만 중국의 길드를 제외한 다른 길드의 길드장은 그 작전에 쉽사리 동의하지 못했다.

자신을 포함한 길드의 최강 전력을 드래이그 고흐를 상대하는 공략대에 넣는다는 건 엄청난 리스크였으니까.

길드의 최강 전력은 그 하나하나가 전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런 헌터들을 타국을 위해 사지로 몰아넣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때, 태운이 입을 열었다.

“현재 중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음…?”

태운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로 말을 꺼냈다.

여기서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던 태운이 입을 열자 자연스럽게 그에게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저는 차라리 중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망발이냐!”

“저, 저 쳐죽일 놈!”

태운의 발언에 격노한 중국 헌터 길드의 길드장들이 태운에게 분노를 표출했지만 태운은 아무렇지 않게 발언을 이어갔다.

“현재 이 지구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입니다.”러시아가 그 둘의 뒤를 매섭게 따라잡고 있지만 중국과 미국이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몬스터들이 중국에 나타났으니 중국의 길드와 협회는 분명 전력을 다하겠죠.”중국 길드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독점한 것만으로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 수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중국 길드들은 아직 해외에 손을 뻗지 않았다는 뜻이다.

중국 길드의 기반인 중국이 무너지면 중국 길드 또한 같이 무너진다.

그러니 그들은 중국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강한 국가 하나가 전력을 다해 녀석을 상대할 때가 가장 녀석들 처치하기 좋은 때 아니겠습니까?”

“이 자식이 똥오줌도 못 가리고!”

금호 길드의 길드장 호위 한 명이 태운의 멱살을 잡으려 달려들었다.

휘릭!

하지만 태운은 금호 길드장 호위의 팔을 그대로 꺾은 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중국이 망합니다. 그 후 드래이그 고흐가 어떤 나라를 공격하겠습니까? 러시아? 몽골? 인도? 한국? 일본? 일단은 가까운 국가가 피해를 보겠죠. 아니, 망하겠죠.”

“그게 무슨….”

태운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럴수록 점점 인류는 모을 힘이 줄어듭니다. 처음에는 A급 헌터 300명. 그다음에는 250명, 그다음은 150명….”쾅!

그러자 무인 길드의 길드장이 탁상을 내리치며 태운에게 소리쳤다.

“그게 무슨 허무맹랑한 헛소리냐!”

“헛소리?”

태운은 무인 길드의 길드장에게 다가가 그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태운의 입에서 나온 언어는 영어가 아닌 중국어였다.

“다른 국가 길드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는 중이니 좀 조용히 하고 있으십쇼.”

“뭐? 이 싸가….”

무인 길드의 길드장이 태운의 말을 듣고 그에게 한마디 하려던 순간, 태운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무인 길드의 길드장은 온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고 입을 열지 못했다.

그것을 확인한 태운은 다시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라가 망하고, 헌터들이 죽어갑니다. 심각함을 깨달은 인류는 그제야 힘을 모으지만 깨닫습니다. 이미 힘을 모아봤자 녀석을 막을 수 없다고. 그 정도로 인류는 약해졌다고.”

“그건 무슨….”

“이렇게 흩어진 채 녀석을 상대했을 때 인류 멸망 시나리오를 좀 짜봤습니다. 다들 이런 시나리오를 원하는 건 아니시겠죠?”태운의 말에 길드장들은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작전에 참여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태운은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한번 일깨워준 것일 뿐, 그들이 모르고 있던 진리를 깨닫게 해준 것이 아니었으니까.

전 세계 최상급 길드의 수장들이 고작 연설을 들었다고 갑자기 생각을 바꾸고 용기를 얻어 눈앞의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감성적이지는 않으니까.

‘그럼, 이제 리스크를 줄여줄 무언가를 보여줘야지.’태운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해도 자신이 일궈놓은 길드를 지탱해주는 기둥을 사지로 내몰기는 쉽지 않겠죠. 그래서 제가 하나 제안하겠습니다. 정확히는 강태운 헌터가 여러분에게 제안하는 겁니다.”여기서 나오는 강태운의 이름에 전대섭은 가볍게 웃었고 다른 사람들은 당황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뜬금없는 이름이었으니까.

“전 강태운 헌터의 제자입니다. 아무 연관이 없지는 않죠.”

“그래서 제안이 뭡니까?”

“일단 중국의 길드들이 제 제안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그게 뭐지?”

중국 길드의 길드장들은 태운의 제안에 귀를 기울였다.

“이곳에 있는 길드의 80%가 이 작전에 동의하면 강태운 헌터에게 50억씩, 총 200억을 주십시오.”

“뭐…?”

총 200억,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부터 태운이 내놓을 물건을 본다면 그리 비싼 거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태운은 주머니에서 작은 노트를 꺼냈다.

“이 노트에는 강태운 헌터님이 만든 20개의 마법이 들어있습니다.”

“음…?”

그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오히려 어이가 없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고작 20살이 만든 마법으로 우릴 움직이려고 했다는 거야? 어이가 없어서….”“그런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그런 반응도 무리는 아니었다.

최연소 A급 헌터지만 고작 20살. 연륜도 경험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혹시 이곳에 방어막 부수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있으십니까?”그래서 태운은 마법의 위력을 보여줘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때, 미국 자이언트 길드의 부길드장인 체이커가 나섰다.

“내가 방어막만큼은 잘 부순다네.”

체이커는 두 주먹에 강한 힘을 담아 충격파를 발산하는 방식의 전투를 즐겨 하는 완전한 파워형의 헌터였다.

“제 가슴을 있는 힘껏 가격해주세요.”

“음?”

체이커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제 가슴을 가격하라고 들리셨다면 제대로 들으셨습니다.”

“허어.”

체이커는 태운을 때리는 것을 주저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병실에 누워 있던 사람을 때리라니, 양심의 가책까지 느껴졌다.

“후….”

“괜찮습니다. 전 조금도 다치지 않을 테니까요.”

“뭐라?”

그 말은 들은 체이커는 순식간에 얼굴색이 변했다.

태운의 말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일단 때려보고 말씀하시죠.”

태운은 무방비 상태로 양팔을 벌려 가슴을 폈다.

이대로 명치를 때리면 태운은 저 멀리 날아가 피를 토할 것 같았다.

“이러긴 싫었다만….”

체이커는 자신의 주먹에 힘을 모아 태운의 가슴에 주먹을 날렸다.

쿠-웅!

태운의 가슴과 체이커의 주먹이 닿자 엄청난 충격파가 뿜어져 나와 모래 먼지가 흩날렸다.

“앞으론 자신의 주제를 알고… 어…?”

체이커는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강한 힘을 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운은 그 자리에 처음 그 자세 그대로 멀쩡히 서서 체이커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태운 헌터님이 만드신 마법 중 하나인 ‘하이 솔리드 아머’입니다.”

“맙소사….”

자이언트 길드의 길드장은 그 모습을 보고 감탄사를 터트렸다.

자이언트 길드의 길드장인 케빈은 체이커의 힘을 가장 잘 알고 있다.

그 어떤 방어막으로도 체이커의 주먹을 견디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 정도 성능, 혹은 가성비가 좋은 마법들이 이 수첩에 20개가 적혀 있습니다.”태운은 여유로운 얼굴로 수첩을 홍보했다.

하지만 태운의 속마음은 달랐다.

‘아슬아슬했네.’

성벽 갑주는 아직 세상에 드러낼 만큼 완성도가 높지도 않고 아직 자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성벽 갑주라는 마법도 얻었겠다. 하이 솔리드 아머를 세상에 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방금 성능을 증명할 때 체이커의 주먹이 하마터면 하이 솔리드 아머를 박살 낼 뻔했다.

새로 얻은 특성인 수호신이 덕분에 성능이 대폭 상승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박살이 났을 것이다.

“그, 그래서 그 마법의 수식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그제야 길드장들은 태운의 마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못하는 동물인 것 같았다.

태운은 길드장들에게 이 마법의 수식을 얻기 위해 그들이 해야 할 것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지금 이 작전에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겁니다. 돈은 받지 않습니다. 참여한 길드에게만 이 마법들의 수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외부 유출은 당연히 금지입니다.”

“흐음….”

태운의 입에서 나온 말에 길드장들은 다시 침묵했다.

그 마법이 매우 매력적이긴 했으나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의 보상이 되어주는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태운은 다시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다음 마법도 시연해드리겠습니다. 밖으로 나와보시죠.”화폭, 팩 인 디바인 포스, 하이 부스트 등등.

태운은 자신이 만든 마법 중 성능이 좋은 것들을 추려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두세 개를 더 보여주자 그들은 바로 작전에 동의했고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했다.

어떻게 보면 태운의 밑천을 드러내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었다.

태운은 이미 이 마법들의 개량형 마법 개발을 거의 끝냈고 이제 곧 필요가 없어질 마법들을 그들에게 판 것이다.

게다가 태운은 쓰다 버릴 마법 수식 몇 개로 200억이면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