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139화 (139/379)

139화

아수라는 자신의 피부 조직 일부와 힘을 떼어내 분신 아수라를 만든다.

지금 이 세계에 강림한 아수라는 전대 아수라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500명의 분신을 소환하는 데에 그쳤던 전대 아수라들과 달리 지금 태운의 눈앞에 있는 아수라는 더욱 강한 분신을 무려 3,000명가량 소환할 수 있다.

소환할 수 있는 분신 아수라의 수는 곧 본신의 힘이다.

단순 수치로만 봐도 전대 아수라에 비해 6배나 강한 셈인데 분신 하나하나가 전대 아수라의 분신에 비해 훨씬 강하다.

이곳의 인류는 멸망하기 전에 지금의 아수라가 전대 아수라에 비해 10배 이상 강하다고 결론을 지은 바가 있다.

‘강하다….’

이 세계의 용사도 전대 아수라와 비슷한 수준의 아수라가 강림했다면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에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태운은 그것을 알 방법이 없으니 아수라라는 존재가 원래 이렇게 강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마정석은 빙의체의 기억을 태운에게 알려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기적인 발상이긴 하지만 이런 놈이 지구에 나타나지 않은 게 다행이네.’지구에 이런 녀석이 나타나기라도 했다면 칠죄종과 더불어 최악의 재난 중 하나로 불렸을 것이다.

칠죄종들만으로도 지구의 모든 힘을 쏟아야 할 판인데 아수라까지 나타났다면 멸망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생각할 여유 같은 건 없을 거다.]

쾅!

아수라는 순식간에 태운의 앞으로 다가와 주먹을 날렸다.

태운은 검으로 아수라의 주먹을 막아냈다.

오버 부스트의 효과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고 아수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원래 몸의 성능이 워낙에 좋은 덕에 오버 부스트로 인한 스탯 상승 폭이 상상을 초월했다.

체감상 스탯이 700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호오?]

아수라는 태운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자 신기하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분신들을 많이 잃어 힘이 약해진 것은 맞지만 그래도 전대 아수라들 이상의 힘을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 미안하다.”

아마 용사는 이때 세상을 멸망시킨 아수라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냉정함을 잃고 자신의 전투 페이스마저 망가져 버린 용사는 그대로 패배했을 것이다.

‘뭐, 나는 상관없지만.’

이 세상이 본래 어떤 모습이었는지도 모르는 태운에게는 딱히 분노할 이유가 없었다.

아수라가 지구에 나타나 지구를 반파하고 태운에게 싸움을 걸어왔다면 이성을 잃었겠지만 지금은 상관없다.

[재밌구만…. 재밌어….]

아수라는 단순히 강한 자와의 싸움을 추구하는 자다.

아수라는 식욕, 수면욕, 성욕 등, 모든 욕구를 잃고 오로지 호승심만을 가지고 있다.

그가 느낄 수 있는 욕구는 바로 더욱 강한 적과 싸워 이기고 싶다는 욕구뿐.

그 욕구만 가지고 있는 만큼 그것을 매우 강하게 추구하고 있다.

“하이 솔리드 아머.”

태운은 5겹으로 솔리드 아머를 씌웠다.

둘의 전투 수준이 워낙에 엄청나 솔리드 아머가 몇 번이나 버텨줄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흐읍!”

쾅!

태운은 아수라의 공격을 검으로 막아내고 열화를 사용한 후 용사의 축복을 사용해 열화의 불과 성검에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아수라는 신성력을 느끼고 이마를 구기며 한 걸음 물러났지만 이내 표정을 펴고 말했다.

[그 기운은 기분이 나쁘지만… 그것도 네 힘이라면 적극적으로 사용해라!]

아수라는 자신을 죽일 수 있는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주문했다.

그래야 더욱 쟁쟁하고 치열한 전투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오버 부스트.’

태운은 이 몸의 주인이 가지고 있던 스탯 중 하나인 초감각에 집중했다.

사용하는 방법 자체는 관찰력과 육감을 합친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태운인 초감각을 사용하자 모든 것이 느려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사고 가속을 사용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고 가속을 사용했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고양감이 태운의 몸을 휘감았다.

‘지금은 무슨 동작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온몸의 근육 다발이 하나하나 움직이고 있었고 태운은 그것들을 매우 예민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 근육들의 힘을 전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사용했다.

태운은 바닥을 박차고 아수라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 공격이 어찌나 빨랐는지 최고 속도에 도달한 순간은 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초감각을 활성화한 태운에게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상 이상인데?’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자신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는 인지하고 있었다.

평소의 상태였다면 이 속도에 맞춰 검을 휘두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겠지만 세상 자체가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지는 태운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쾅!

태운의 공격은 아수라의 팔에 막혔고 아수라는 공격의 무게에 밀려 30m가량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공격이 끝나자 초감각의 지속이 끝나 세상의 속도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태운은 아수라의 상태를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단단한 거야…?’

몸통을 반으로 갈라 버릴 생각으로 휘두른 검이었다.

하지만 분신을 흡수하고 본래의 힘을 어느 정도 되찾은 아수라의 몸은 상상 이상으로 튼튼했다.

성검의 절삭력과 엄청난 속도에서 나오는 공격의 위력까지 버틸 정도였으니까.

“후…. 그래도 아예 답이 없지는 않네.”

성검에 담긴 신성력 탓에 약간이지만 아수라의 방어에 흠이 생겼고 그 틈으로 성검이 조금은 들어갔다.

주륵.

그 상처 사이로 피가 살짝 흘러나왔고 그 피는 바닥에 떨어졌다.

취이이이….

아수라의 피는 다른 색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칠흑의 색이었고 그 피가 바닥에 떨어지자 그 바닥은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허…. 저건 어떻게 된 생물이야?”

태운이 생각하기에 아수라는 적어도 칠죄종의 괴수 중 서너 마리와 한 번에 싸울 수 있을 정도의 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의 아수라는 충분히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후….’

태운은 다시 한번 초감각을 활성화했다.

‘공격이 일단 먹히기만 한다면 가능성은 있는 거다.’

‘오버 부스트, 초 근력 강화.’

태운은 신체에 부하가 심한 버프 마법을 동시에 사용했다.

이 몸이라면 충분히 버텨주겠다고 생각하고 한 일이었지만 조금은 무리가 가는 것 같았다.

‘몸이 잘 버텨준다고 해도… 신체 능력에 비례해서 강화되는 힘도 늘어나니까.’하지만 괜찮았다.

이 정도 부하는 열화의 신성력으로 순식간에 회복되고 있었으니까.

[와라!]

아수라는 광기에 찬 미소를 짓고 있었고 태운은 그 얼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부-웅 쾅!

하지만 아수라는 그 공격에 반응해 피해내고 바로 태운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크헉!”

태운은 자신이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아수라의 공격을 받았다.

데미지가 상당했지만 태운은 절대 멈추지 않았다.

촤악!

태운은 아수라의 주먹에 날아가 벽에 처박히기 전에 검을 휘둘러 녀석의 팔에 긴 상처를 남겼다.

아수라는 그것을 보고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즐거운 듯 소리쳤다.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이 경지에 다다른 것이냐! 용사여!!!]

아수라는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달려들었고 동시에 태운은 흙먼지를 헤치고 아수라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의 선공은 아수라의 것이었다.

아수라는 오른쪽에 있는 3개의 팔을 동시에 뒤로 당긴 후 쏘아내듯이 태운에게 휘둘렀다.

키기기기긱!

태운은 검으로 아수라의 주먹을 흘려내고 그 힘을 그대로 이용해 아수라의 어깨를 베었다.

푹!

아수라의 어깨에 검이 반쯤 들어갔다.

하지만 성검의 힘은 아수라의 몸통을 뚫지 못하고 뒤로 나아가 애먼 땅을 반으로 갈랐다.

[흐우웁!]

아수라는 왼쪽 팔을 위로 들어 올린 후 아래로 휘둘렀다.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덩치가 3m에 가까운 근육질 아수라가 사용하니 엄청나게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휘릭!

태운은 빠르게 몸을 회전해 아수라의 공격을 피해냈고 그 회전력을 실어 명치를 걷어차 어깨에 꽂힌 검을 뽑으며 멀리 떨어졌다.

“하이 라바 캐논, 하이 일렉트로 캐논, 하이 윈드 캐논, 하이 아이스 캐논….”태운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고위력의 단일 마법들을 시전한 후 고정해놓았다.

용사에게는 고정 스킬이 없었지만 그 테크닉을 완벽히 익힌 태운은 스킬 없이도 고정을 사용할 수 있었다.

[크크큭….]

아수라는 태운의 움직임을 보고 신나서 실소를 흘렸다.

아직은 태운을 자신의 아래로 보고 있는지 전투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태운은 고정해놓은 마법들과 함께 아수라에게 달려들었다.

이 싸움 방식은 태운을 포함한 마검사들의 가장 강력한 전투 방식 중 하나다.

검을 활용한 공격으로 여덟 갈래의 베기, 아홉 군데의 찌르기. 거기에 마법의 공격까지 경우의 수를 늘리면 적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마법은 검이나 움직임을 보고 예측할 수가 없으니 더욱 상대하기가 까다로워진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이 전투 방식을 택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공격에 최대한 높은 데미지를 축적시키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이었다.

‘한 번 부딪힐 때 조금이라도 많은 데미지를 축적 시켜야만 이길 수 있다.’태운은 처음으로 녀석의 공격에 맞아봤을 때 느꼈다.

5개의 하이 솔리드 아머를 단번에 깨부수고 태운의 복부에 엄청난 데미지를 가한 아수라의 공격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후…. 토할 것 같아….’

태운은 여전히 초감각을 시전한 상태였다.

초감각은 사고 가속의 십수 배는 되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뇌에 가는 무리는 상당했다.

‘이 몸의 주인이 뇌까지 튼튼한 놈이라 다행이네.’태운은 실없는 생각을 짧게 하고는 다시 아수라의 눈을 바라보았다.

속도만으로 보면 확실히 태운이 우위에 서 있다.

덕분에 공격의 선공권만큼은 태운에게 있었다.

태운은 달려가는 동시에 아수라의 얼굴에 하이 라바 캐논을 박아넣었다.

아수라는 그 자체만으론 큰 데미지를 받지 않았지만 흘러내리는 용암이 시야를 가려 태운의 접근에 대응하지 못했다.

‘하이 일렉트로 캐논, 고정 해제.’

태운의 하이 일렉트로 캐논을 맞은 아수라의 온몸에 강력한 전류가 흘렀다.

[크흠…!]

피해가 크진 않았지만 잠시 아수라의 근육이 경직되어 움직이지 못하게 된 순간이 있었다.

실제로는 0.5초도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태운은 그 시간에 집중했다.

초감각에 의해 짧았던 아수라의 경직 시간은 태운에겐 10초처럼 느껴졌다.

‘지옥의 칼날 폭풍.’

태운은 지옥의 칼날 폭풍을 성검에 욱여넣었다.

그러곤 성검에 담긴 신성력을 활용해 성검과 융화시켰다.

그 후, 온몸에 퍼져 있던 열화를 성검에 집중시켜 신성력의 강도를 끌어올렸다.

그 틈에 경직이 풀린 아수라는 주먹을 휘둘러 태운을 공격하려 했지만 태운도 이걸 대비해놓았었다.

터-엉!

태운이 시전한 하이 윈드 캐논이 아수라의 주먹을 튕겨냈고쩌-적.

하이 아이스 캐논이 아수라의 팔을 조금이나마 얼렸다.

그렇게 태운은 스스로를 보호한 뒤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 결과 태운은 아수라의 한쪽 팔을 잘라낼 수 있었다.

“후…. 드디어 팔 하나 잘랐네….”

태운은 아수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다음은 팔이 아니라 위험한 곳을 노릴 거야. 예를 들어 머리말이야.”태운의 도발에 아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광기 어린 미소를 띄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