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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89화 (89/379)

89화

태운은 돌검의 상태창이 굉장히 자세하다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돌검의 특성과 능력치를 보고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마지막 특성을 보고 말이다.

“마나 저장…?”

태운은 항상 많은 양의 마정석을 들고 다닌다.

오늘처럼 경기가 있거나 싸울 일이 있는 날에는 중하급 마정석 100개 정도는 챙겨놓는 편이다.

그 정도의 양을 챙기기 위해 교복에 큰 주머니를 두 개 정도 달아서 보관하고 평상시에도 큰 주머니가 달린 겉옷을 항상 입는다.

저장이 가능한 마나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설명으로 미루어보면 이 무기는 성장형이다.

지금 당장은 적은 양의 마나만 저장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무기를 성장시킨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지금 당장 써봐야겠어.’

태운은 돌검을 쥐고 직원에게 말했다.

“이거 가져가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짧은 절차를 거친 후 태운은 돌검을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휴식 시간은 30분 정도 남았고….”

태운은 바로 인적이 없는 체육관 뒤로 들어갔다.

간단하게나마 돌검의 성능을 체크하고 손에 익혀야 했으니까.

‘오늘은 가방에 마정석을 많이 챙겨놨으니까…. 나중에 챙기면 되고….’태운은 주머니에 남아 있는 마정석을 흡수해서 돌검에 주입했다.

그러자 돌검은 태운의 마나와 공명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이내 태운에게서 돌검으로 이동되던 마나가 다시 태운에게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크윽!”

마나가 역류해 태운의 몸 곳곳을 흘러 다녔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격통을 느꼈지만 변이된 마력의 특성으로 일반적인 마나로 인한 데미지가 줄어 버틸 수 있었다.

그 순간 돌검이 천천히 검의 모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본래 카타나 같은 긴 외날 검이었지만 양날 검으로 바뀌었고 조금 더 짧고 두껍게 바뀌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가도와 레오의 몸으로 사용했던 검과 흡사해.’태운이 가장 많이 사용했고 가장 익숙한 무기다.

심지어 무게마저도 비슷하게 바뀌어 있었다.

‘이거 진짜 물건인데?’

태운은 다시 돌검을 관찰했다.

한 번 관찰한 덕분에 정보가 들어와 사고 가속 없이 관찰할 수 있었다.

돌검

등급: B- (성장형)

종류: 도검

…….

*현재 주인은 ‘강태운’이며 형태는 1.2M가량의 롱소드이다.

“오호…. B-네.”

아무래도 이 무기는 주인이 강해지면 성능도 같이 강해지는 것 같다.

“일단 1,000 정도만 주입해보자. 빙결.”

태운은 바닥에 얼음 기둥을 소환해 검으로 베어 보았다.

서-걱!

“무슨….”

돌검은 고작 1,000의 마나를 주입했을 뿐인데도 상당한 날카로움을 보여주었다.

태운은 여러 가지 실험을 더 해보고는 확신했다.

“무기는 이 정도면 됐어. 앞으로 검은 바꿀 일 없겠어.”지금만 해도 충분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강해지면 더욱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니 이만큼 좋은 무기는 어디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때, 교내 방송이 울렸다.

[5분 뒤 강태운 선수와 구찬영 선수의 경기가 있습니다. 선수들은 경기 대기실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가야지.”

그동안의 노력을 스스로에게 증명할 수 있는 경기다.

태운은 방송을 들은 직후 대기실로 향했다.

* * *

태운은 대기실에 들러 마정석을 충분히 챙기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일단…. 검에 마나를 저장하자.”

정확히 측정을 해보진 않았지만 태운이 대충 알아본 결과 약 20,000 정도의 마나를 저장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숨은 한 수로 쓸 만할 것 같네.”어차피 검에 저장한 마나를 주요 마나 수급처로 사용할 생각은 없었으니 이 정도면 충분했다.

[양 선수 모두 도착했습니다! 1분 뒤 경기를 시작합니다!]

태운과 구찬영은 모두 경기장 위에 올라섰다.

“몸은 괜찮냐. 병원에 더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완치 판정받고 왔어.”

시작하기 전 잠깐의 시간 동안 태운과 구찬영은 대화를 했다.

“다행이네. 너 없었으면 재미없었을 것 같았어.”“나 없었으면 결승전은 기사단 대 기사단이었을 테니 재미는 없었겠네.”

“그건 아직 모르지.”

둘은 평소와 달리 서로를 견제하는 듯한 말을 했다.

그만큼 서로를 인정하고 있고 지금 경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지면 팀원들을 볼 면목이 없거든.”자신이 다쳐서 누워 있던 탓에 확실히 우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여기서 지면 팀원들을 무슨 낯으로 보겠는가.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50여 명이 넘어가는 기사단의 멤버 중 이 자리에 서고 싶지 않았던 사람은 없다.

그들을 밟고 올라선 자리다.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

찬영은 등 뒤의 창을 꺼내 들었고 태운은 검을 뽑아 들었다.

태운의 무기를 본 사회자가 놀라며 말했다.

[아아! 강태운 선수 1일 차 무구전에서 매입한 돌검을 무기로 사용하려는 것 같습니다!]

[저 무기가 어떤 성능을 보여줄지 보는 것도 이번 경기의 한 가지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그 무기가 어떤 무기인지 대충 알았나 보네.”

“네 창에 밀리지 않을 정도는 돼.”

[3! 2! 1!]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심판이 카운트를 하기 시작했다.

“잘해보자.”

“그래.”

[경기 시작합니다!]

찬영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들고 있는 무기는 창보다 도에 가까웠다.

덕분에 찌르기에 한정되어 있는 창보다 찬영의 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었다.

카-앙!

찬영은 무기를 휘둘렀고 태운은 그것을 막아냈다.

그리고 찬영은 손끝으로 전해진 감각을 느끼고 당황스러워했다.

‘검이 아니라…. 둔기…?’

날카로운 물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돌바닥을 때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당황스러워하는 게 보이네.’

태운은 찬영에게 잠깐의 당황스러움이라도 주기 위해 첫 공격은 마나를 주입하지 않고 날이 서지 않은 상태로 막아냈다.

이런 경기에서는 조금의 스트레스도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되니까.

카가가각!

무기가 맞닿은 순간에 태운은 창을 아래로 흘려보내고 창과 검이 떨어지는 순간 그 반동으로 찬영에게 검을 휘둘렀다.

“신체 강화.”

찬영은 부스트를 사용해 검을 피했고 가까워진 태운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

태운은 손목을 피했고 동시에 역으로 찬영을 공격했다.

물론, 이번에는 마나를 주입해 날을 세운 상태였다.

촤-악! 퍼억!

찬영의 가슴이 가로로 길게 베였고 태운은 찬영에게 복부를 걷어차였다.

‘무슨…. 그냥 발차기로 솔리드 아머에 손상을….’카각!

찬영은 가슴을 베인 것 정도로 주춤하지 않았다.

황소처럼 달려들어 다시 공격할 뿐이었다.

“전격, 애로우, 속사, 다중소환, 고정.”

태운은 미리 흡수해 만들어놓은 메테리얼로 5개의 마법을 시전했다.

고정을 푸는 순간 미리 지정해놓은 곳으로 수십 발의 전격 화살이 빗발칠 것이다.

“흐아압!”

찬영은 우직하게 무기를 휘둘렀고 태운은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고 있었다.

그 공격에는 속임수나 피하기 어려운 묘리가 담겨 있지는 않았다.

단순한 힘과 스피드만으로 태운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때, 태운의 사각으로 공격이 들어왔다.

‘이건 어쩔 수 없어!’

태운은 그 즉시 몸을 뒤로 던지며 공격을 피하고 넘어지며 케이지에 부딪혔다.

찬영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즉시 공격했다.

하지만 태운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고정 해제.”

파바바바박!

찬영이 마법의 사거리 안에 들어오자 태운은 고정해두었던 마법을 고정 해제하였고 덕분에 일어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크윽…!”

찬영은 전격 속성이 인챈트된 화살에 맞아 몸이 경직된 것을 느끼자 마나를 빠르게 운용해 속성력을 흩어 버렸다.

“하이 부스트.”

태운은 검에 마나를 더 많이 흘려 넣어 날을 더욱 날카롭게 세우고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찬영에게 달려들었다.

카앙! 카앙! 카앙!

“큿….”

거리가 좁혀진 이상 길이가 긴 무기인 창을 들고 있는 찬영이 불리했다.

태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더욱 몰아붙였다.

“고정 해제.”

태운은 남은 전격 화살도 고정 해제하며 찬영을 공격했다.

“크윽…!”

무기술 실력은 찬영이 우위에 있다.

하지만 태운은 그 차이를 마법과 거리 조절을 이용하며 메우고 있었다.

찬영은 위기감을 느꼈는지 전투 상황에 변화를 주었다.

“피부 경화.”

찬영의 피부가 돌처럼 울퉁불퉁해지고 더욱 단단해졌다.

카가가각!

찬영은 태운의 공격을 팔로 흘려보내고 그 틈에 창대와 창 촉을 분리했다.

그것에 마나를 흘려보내자 창대는 방패가 되었고 창 촉은 70cm가량의 숏 소드가 되었다.

‘이러면 내가 불리해…. 거리를…!’

태운은 그것을 보고 찬영과의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찬영이 가만히 두지 않았다.

찬영은 방패를 내세우며 전진했고 좁혀진 거리를 활용해 태운이 공격을 할 거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은 짧은 검으로 태운을 공격했다.

“이런…. 어스 월!”

태운이 발을 구르며 마법을 시전하자 찬영이 서 있던 땅이 솟아오르며 거리가 벌어졌다.

하지만 찬영은 이런 얕은수에 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쾅!

찬영이 방패로 바닥을 내리치자 솟아오른 바닥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찬영은 다시 태운에게로 날아왔다.

찬영은 쏘아지듯이 태운에게 날아왔고 둘이 부딪히는 동시에 검을 휘두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

태운은 찬영의 검을 예의주시했다.

‘검으로 공격한다면 막고 방패로 공격한다면 그냥 맞는다.’방패와 달리 검으로 공격한다면 막지 않으면 치명상을 입으니 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태운의 판단이었다.

“흐아압!”

콰-앙!

“크윽!”

찬영은 방패로 태운의 안면을 가격했고 태운은 그대로 날아가 케이지의 벽에 부딪혔다.

[아아! 이번 공격은 큽니다! 강태운 선수, 일어날 수 있을까요!]

사회자와 관중은 찬영의 공격으로 태운이 큰 타격을 받아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태운은 생각보다 멀쩡하게 일어났다.

“무슨 솔리드 아머 10겹 중 3겹을 한 번에 깨부수냐….”솔리드 아머가 단순 물리력에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곤 하지만 공격 한 번에 3겹이나 깨질 만한 방어 마법은 아니다.

그만큼 찬영의 공격이 강력했다는 것이다.

“개량해야겠네.”

태운은 흔들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찬영의 위치를 확인했다.

찬영은 방패와 검을 한 손에 쥐고 마나를 주입하고 있었다.

그러자 두 무기는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창의 모습이 아닌 무려 2m에 달하는 거대한 츠바이헨더였다.

“마나경.”

찬영은 주변의 마나를 모두 끌어오기 시작했다.

‘후…. 저번이랑은 확실히 다르네….’

태운이 강해지는 사이에 찬영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저번에 보았을 때와는 강도도 범위도 차원이 달랐다.

“마나 차단막.”

태운은 저번에 통했던 마나 차단막을 사용했지만 찬영에게로 빨려 들어가는 마나들이 마나 차단막을 찢어 버렸다.

“곤란하네….”

태운은 찬영이 무슨 공격을 해올지 대충 알고 있었다.

“후….”

찬영은 끌어온 마나들을 검에 욱여넣었다.

태운의 예상이 적중했다.

찬영은 마나 블레이드를 시전한 것이었다.

“후….”

태운도 레오의 몸으로 마나 블레이드를 시전한 적이 있었지만 자신의 몸으로 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레오와 달리 태운의 몸은 마나와 그리 친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상관없어. 나는 나만의 방법이 있으니까.’태운은 마정석을 흡수하고 3,000씩 11개의 메테리얼을 생성했다.

“인페르노, 폭풍, 블레이드.”

현재 태운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

“지옥의 칼날 폭풍.”

그 마법을 그대로 쏘아내지 않고 잠시 억누른다.

그리고.

“인챈트.”

제어하는 것조차 어려운 고위력의 마법을 돌검이 품는다.

“됐다.”

태운은 자신만의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어냈다.

준비가 끝나기 무섭게 찬영도 자신의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어냈다.

둘은 순간 눈을 마주치고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 순간, 태운과 찬영은 직감했다.

이번 공방으로 승패가 갈리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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