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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57화 (57/379)

57화

‘잠깐….’

태운은 정신계 마법 면역 스킬을 사용했고 관찰력 스탯을 활용해 무기를 다시 조사했다.

그러자 무기의 형상이 점점 흐트러지더니 화려한 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단출한 구 모양의 검은색 철구만 남아 있었다.

“허….”

이런 사기를 치다니.

여기 수많은 헌터들이 있고 대장장이 떡잎을 미리 스카우트하기 위해 온 길드의 스카우터들도 있다.

들키지 않고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라면 크나큰 오산이다.

지금의 소란을 보고 의아함을 느낀 스카우터들이 감정 스킬을 사용했을 것이고 바로 그의 사기를 알아챘을 것이다.

“저거 사긴데?”

것 봐라.

소란이 일어난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사기를 눈치챈 사람이 나타났다.

“사기라고?”

“허 참….”

사기인 것을 알아챈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점점 소란이 커져 갔다.

“명운도 다 죽었구만….”

“학생이 사기 치는 것도 사전에 컷도 못 하고….”그 소란 사이사이에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욕도 섞여 있었고.

“저런 싹은 미리 잘라 버려야 하는데.”

“어설프게 사기나 치고 다니니…. 쯔쯧.”

저런 물건을 내놓은 학생을 향한 욕도 있었다.

그럴 만했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 재미있게 경매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대뜸 사기 물품이 들어와 분위기를 다 망쳐 놓았으니까.

‘흠….’

하지만 태운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잠깐이지만 이 정도 인원을 속일 수 있을 정도의 아티팩트를 만들었다라….’대단하지 않은가?

아티팩트에 오류가 생겨서 들켰고, 분위기 때문에 역적으로 몰렸지만 사실 저건 대단한 물건이다.

태운은 주위를 둘러봤다.

저 물건을 만든 녀석을 찾기 위해서였다.

‘찾았다.’

물건이 나온 입구 옆에 서서 입술을 물어뜯으며 다리를 떨고 있는 저 사람.

최대한 당황함을 감추고 있었지만 숨겨질 리가 없었다.

태운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옆에 도착하자 그에게만 들릴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

“도와줄까?”

“어…. 어?”

옆에서 보니 사기를 칠 것 같은 인상은 아니었다.

오히려 누군가에게 조금만 욕을 들어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이 연약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망치를 휘두르는 장인답지 않게 왜소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그건 알 바 아니고, 저 물건이 팔리게 도와줄게.”

“근데 네가 왜….”

“그냥 나중에 내가 해달라는 거만 좀 해주면 돼.”그의 입장에서 태운은 갑자기 나타난 웬 미친놈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제안을 바로 거절해 버릴 수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명헌의 공방에서 장비를 만들 수 없을뿐더러 미래에 장인으로 활동하겠다는 자신의 꿈도 날아가 버릴 테니까.

그리고 아주 급한 일도 있었다.

“아니….”

“그래서 해줘, 말아?”

“…부탁할게.”

“이름은?”

“신서우야….”

“오케이. 난 강태운이야. 잠시 뒤에 ‘제 작품의 자세한 스펙은 강태운 학생이 대신 설명할 것입니다.’라고 말만 해.”태운은 그의 가슴을 툭 치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태운은 그런 그를 보며 의아함을 표했다.

“왜?”

“아, 아무것도 아니야….”

“…?”

그의 반응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딱히 신경 쓸 게 아니라고 생각한 태운은 그의 손을 잡고 경매장의 무대로 끌고 갔다.

무대의 입구에 들어서니 경호원이 태운의 앞을 막아섰다.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태운은 서우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어…. 그…. 제 작품의 자세한 스펙은 강태운 학생이 대신 설명할 겁니다. 자리를 좀 비켜주실 수 있을까요?”태운은 경호원에게 눈을 맞추며 강하게 말했다.

“무대 위로 올라가도 되겠습니까?”

그 경호원은 무대 위에 있는 진행자를 쳐다보더니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고개를 끄덕였다.

“올라가시죠.”

“네.”

소란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태운은 무대 위로 올라가 진행자의 마이크를 부드럽게 뺏은 후 마이크를 툭툭 쳤다.

마이크를 치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나가자 모든 시선이 태운에게로 집중됐다.

일순간 적정이 흐르자 태운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마이크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다들 놀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제 친구이자 이 물건을 만든 신서우 학생이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으나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태운은 십수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스타디움의 중앙에 서서 사방에 총 4번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하겠습니다.”

태운은 입술에 침을 한번 바르고 거짓말로 최고 등급의 용병이 된 ‘가일’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 물건을 만든 신서우 학생은 이 물건의 성능을 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누구나 그런 고민을 하기는 하겠지만 신서우가 그랬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던 때 제가 이 아티팩트의 효과인 ‘환각’을 보고 제안했습니다.”특성 이름이 ‘환각’이었을지는 모르겠다.

효과를 보니 대충 그런 이름을 지어줘도 좋을 것 같아서 한 말이다.

“환각의 효과를 사용해 각자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무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마법을 아티팩트를 활용해 시전했습니다.”이건 사실이다.

태운이 시킨 것은 아니지만 신서우는 정신계 마법을 사용해 이상적인 무기의 모습을 마법으로 보여주었다.

“그 후 저희가 직접 이것을 밝혀 이러한 능력이 있다, 라는 이벤트를 준비했지만…. 여기 계신 헌터분들의 능력을 간과하고 있었습니다.”태운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저희의 짧은 생각이 이런 큰 소동을 일으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태운의 진심 어리…게 보이는 사과에 경매장의 소란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소란이 진정되고 태운은 천천히 입을 다시 열었다.

“그럼 이 무기의 진짜 스펙을 설명드려도 되겠습니까?”그렇게 태운의 대사기극이 시작되었다.

* * *

소란스러운 무구전의 경매장

지금 경매장이 소란스러운 이유는 좀 전의 소란과는 사뭇 달랐다.

“1억 8,000!”

“1억 8,600!”

“2억!”

아까의 소란은 신서우의 물건인 ‘철구’를 보고 사기라고 외치는 소리들이었지만 지금은 그 물건을 사기 위해 난 소란이었다.

그들은 태운의 말에 넘어가 빠르게 금액을 높혀갔고 결국에는….

“3억 2,000만 원! 낙찰되었습니다!”

신서우가 만든 철구는 무려 3억이 넘는 거액에 낙찰되었다.

최종 낙찰자는 이류 길드의 스카우터였다.

길드 사무실로 돌아가면 아마 길드장에게 대차게 까이지 않을까.

태운은 조용히 무대 밑으로 내려가 신서우에게 말했다.

“됐어?”

“야…. 나 방금 3억 2,000만 원 번 거야…?”

“수수료 떼면 3억 조금 안 될 거야.”

서우는 태연스럽게 말하는 태운에게 경악스러움을 느꼈다.

자신이 퇴학당하고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를 단숨에 기회로 바꾸고 3억이나 벌었다.

그럼에도 기쁜 기색이나 흥분한 기색을 조금도 내비치지 않고 있었다.

놀라움을 넘어 경악스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이 넘어간 후에 닥쳐오는 감정이 하나 있었으니.

“감사…. 감사합니다….”

그건 압도적 감사였다.

“진짜 고마어…. 허어어엉….”

“야야!”

급기야 태운은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울 기세인 신서우를 부축하고 대기실로 끌고 들어왔다.

대기실의 문을 닫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태운은 신서우에게 고함을 쳤다.

“야! 내가 고생해서 얻은 거 전부 날려 먹을 일 있어? 왜 갑자기 울고 난리야?”“허어어어…… 미안…. 훌쩍! 미안해…. 그래도…… 허어어어….”

“…미치겠네.”

울음을 멈추지 않는 서우를 보고 일단을 좀 진정을 시킨 후에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태운은 말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무 말을 안 한 지 10분 정도가 지나자 신서우는 슬슬 울음을 멈추고 진정하기 시작했다.

태운은 슬슬 본론을 꺼내기 위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진정됐어?”

“응…. 미안해….”

“하여간…. 일단 내가 널 도와준 건 맞지만 공짜로 도와준 건 아니야.”“응, 그건 알고 있어. 그래도 고마운 건 사실이니까.”“뭐, 내가 시킬 걸 들으면 딱히 고맙지도 않을 거야.”

“서, 설마….”

태운의 말을 들은 신서우는 갑자기 기겁하며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신서우의 제스처를 본 태운은 마나 구슬을 작게 만들어 그의 이마에 던졌다.

“미친…. 나 여자 좋아한다.”

“어…? 아니, 잠깐….”

“각설하고 내가 시킬 거 얘기할게.”

방금 짧은 오해 때문에 기분이 팍 상한 태운은 신서우의 말을 끊고 말을 이었다.

“내가 시키고 싶은 건 크게 두 가지야.”

“뭔데…?”

“첫 번째는 내가 만들어달라는 아티팩트를 최우선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슬슬 태운도 템빨이 필요하다고 느끼기도 했고 그게 사실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신서우처럼 실력 좋은 아티팩트 장인은 어디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몇 개?”

“무제한.”

“뭐…?”

신서우는 경악했다.

아티팩트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라니…?

노예나 다름이 없지 않은가?

아무리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이건 거절해야 한다.

“그, 그건 좀 힘들 거 같은데….”

“무급 아니야. 돈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렇지만….”

“그리고 두 번째 조건은 내가 나중에 만들 아티팩트 공방을 운영해달라는 거야.”

“음…?”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어마어마한 조건.

이건 오히려 신서우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그저 얼떨떨할 뿐이었다.

“공방을…? 내가?”

아티팩트 장인, 인챈터는 대장장이에 비해 낮은 취급을 받는다.

사람들은 만들어진 장비에 특성을 넣는 인챈터보다 장비를 만들면서 특성을 넣을 수 있는 대장장이가 더 좋은 취급을 받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챈터가 특성을 넣기는 더 좋지만 인챈터라고 해서 공장제 싸구려 무기에도 좋은 특성을 넣어줄 수는 없는 노릇.

인챈터가 좋은 특성을 넣어줄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무기라면 이미 대장장이가 만드는 과정에서 특성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 무기를 만든 대장장이가 마나를 다룰 수 있었다면 말이다.

“좋은 조건이지?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그렇긴 하지만….”

“그럼 잘 생각해봐. 시간은 많아.”

“거절하면…?”

“그건 내가 어쩔 수 없지. 네 마음대로 해.”태운은 밖으로 나갈 것처럼 대기실 문을 열더니 갑자기 뒤를 돌았다.

“그리고 그런 오해는 하지 마. 난 그런 사람도 아니고 남자도 안 좋아하니까.”

“아니…. 그게….”

쿵!

문 닫는 소리에서 그의 화가 느껴졌다.

어지간히 기분이 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신서우도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아니…. 나….”

그, 아니 그녀는 자신의 몸통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니…. 나…. 여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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