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아! 정일준 선수! 어마어마한 막판 스퍼트로 공진영 선수의 1등을 빼앗나요!]
정일준이 조금, 아주 조금 앞서있을 때.
“옥타 미사일.”
태운은 공진영의 등 뒤에 추진기를 달아주었다.
옥타 미사일이 발사되자 마법의 추진력으로 공진영은 빠른 속도로 앞으로 달렸다.
정확히는 날아갔다.
[어…. 거의 동시에 들어간 것 같았는데…. 누가 먼저 들어갔는지 지금 스태프들이 체크를 하고 있습니다. 확인이 되는 대로 바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카메라 판독이 들어가야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였지만 당사자들은 알고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
공진영이 손을 높이 올렸다.
“이겼다!!!”
[방금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선전 달리기 1등은 언더독의 공진영입니다!]
“안 들어갈 거 같으면 밀어 넣으면 되니까.”카메라 판독이 끝났을 때 선두 그룹은 이미 모두 결승선에 도착해있었다.
“허억…. 허억….”
다른 사람들은 몸풀기 수준의 달리기였지만 허벅지가 터져라 달린 공진영은 아니었다.
공진영은 녹초가 되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팩인 디바인 포스.”
태운은 팩인 디바인 포스로 만든 회복구를 팀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하…. 아무리 힘들어도 이거 하나면 온몸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야.”“그니까…. 묘하게 달달한 향도 나서 기분도 좋아져.”특히 힘들게 달렸던 공진영은 회복구를 접하자마자 부활을 한 것처럼 바로 일어났다.
“역시 효과 좋네.”
여전히 피로는 좀 남아있겠지만, 다음 경기를 치르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다음 경기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면 30분 휴식을 가지고 바로 시작할 거예요. 느긋이 기다리고 계시면 될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스태프가 언더독의 팀원들에게 다가와서 말해주었다.
‘하지만 내가 가만히 있으면 내가 아니지.’태운은 마정석을 흡수한 후 그 마나를 얇은 실로 만들어 멀리 퍼트렸다.
다음 경기의 무대가 될 강유도는 3개월을 주기로 그 모양이 바뀐다.
그래서 작년 참가자가 지리를 외워 경기를 진행한다는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그럼 뭐 지금 지리 스캔해놓으면 되지.’
강유도의 모습이 변하는 것은 3달에 한 번, 지금 지리를 외워놓으면 그건 다음 경기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휴식하는 척 지리 스캔하자.’
태운이 지리를 스캔해 싸우기 좋은 지리를 찾으면서 정일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다음의 경기장이 될 섬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스캔? 지리를 외우고 있는 것 같은데?’
태운은 정일준의 상태창을 열람했다.
정일준
LV:62
마나 총량:223,452
체력(80) 근력(92) 민첩(71) 유연성(28) 지력(32) 마나감응력(25)
특성
태세 전환(LV.M)[S]
마나 친화력(LV.6)
스킬
상급 검술(LV.3)
상급 방패술(LV.1)
상급 창술(LV.1)
중급 마법(LV.4)
천리안 (LV.5) [S]
사고 가속(LV.4) [S]
…….
어마어마한 스탯들과 스킬들 사이에서 태운은 하나의 스킬을 찾아냈다.
‘천리안, 이걸로 지금 강유도를 탐사하고 있는 거야?’태운은 새삼 기사단이 괜히 유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지 알게 되었다.
뛰어난 무력, 섬세함, 치밀함. 이기는 데 필요한 것은 뭐든지 갖춘 리더와 그를 따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팀원들.
그동안 기사단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가 체감됐다.
태운은 괜히 자극받아 더욱 열심히 섬을 뒤졌다.
그렇게 20분이 지났을까.
예선전의 마지막 합격자들이 결승선을 넘어왔다.
[드디어! 명운전의 1차 예선이 끝났습니다! 지금까지의 탈락자는 71명! 특히 허덕륜 선생님이 힘을 발휘해 30명의 학생을 잡았다고 하십니다.]
“와…. 허덕륜 선생님 C급이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2차 예선은 예년과는 조금 다른 형식의 자유 전투입니다! 현재 생존자는 246명! 팀은 17팀이 남아있습니다!]
“4팀이나 나가떨어진 거야?”
“한 명이라도 남아있으면 팀은 탈락 안 하는데.”
“그러니까.”
[올해는 팀당 할당된 생명력이 주어질 겁니다! 각자의 체력 스탯을 모두 합해 그것을 팀 생명력으로 만들고 팀 체력이 모두 떨어지면 그때부터 각자의 생명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며 그 체력이 모두 떨어지면? 그 참가자는 탈락하게 됩니다!]
“음…. 머리 좀 썼네.”
원맨팀의 한 명이 게임을 이끄는 양상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팀 게임이라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고안한 방법인 듯했다.
[스태프들이 나눠주는 팔찌를 착용한 후 소속팀을 확인하면 적용이 됩니다. 이 팔찌는 절대 벗어서는 안 됩니다. 탈락할 정도의 충격을 받으면 바로 텔레포트가 되게끔 설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팔찌를 벗으면 크게 다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 이런 작은 팔찌에 어떻게 생명력 시스템을 넣고 텔레포트 기능까지 넣은 거지?”
“이것도 메이드 인 전대섭인가?”
“그럴 거 같은데.”
[그럼 각자 휴식 및 전략 수립 시간을 주기 위해 30분간 휴식 시간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모여봐요.”
태운의 말에 언더독의 멤버들이 모두 모였다.
“다들 잘해왔습니다. 훈련도 잘 버텨줬고 1차 예선에서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태운은 그들을 격려했고 팀원들도 모두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훈훈한 분위기 속에 태운이 찬물을 확 끼얹었다.
“그런데 1차 예선은 놀이에 불과했습니다. 2차 예선부터는 우리 팀에서도 탈락자가 나올 수 있어요.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려요. 그럼 작전 설명합니다.”지금은 준비 운동에 불과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 * *
“강태운”
“응?”
태운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른 방향을 바라봤다.
“김…영준?”
태운을 부른 사람은 바로 적사단 간부 김영준이었다.
그의 모습이 보이자 연정아의 표정이 나빠지는 게 확연히 보였다.
물론 태운도 그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또 시비 걸려고 온 거면 제발 꺼져주시지 않겠습니까?”태운은 최대한 정중하게 대한다고 한 말이지만 옆에 있던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태운이 그런 말을 뱉는 걸 처음 봤기 때문이다.
김영준은 이를 한번 갈았지만 태운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때는 미안했다. 내가 잠깐 기분이 안 좋았던 일이 있어서 너희에게 까칠하게 굴었던 것 같아.”
“음….”
보아하니 진심은 아니었다.
무슨 의도가 있는 것 같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으니 일단 비위에 맞춰주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용서해주는 거지?”
“…뭐, 그러죠.”
김영준은 얼굴색을 확 바꾸고 손을 내밀었다.
“그럼 다시 소개할게. 나는 김영준이고 적사단의 간부야. 2차 예선에서 우리 한번 정정당당하게 잘해보자.”
“네.”
태운은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러자 김영준의 입꼬리가 부들거리며 슬쩍 올라갔다.
“……?”
“그래, 고마워.”
김영준은 목표를 완수하고 적사단 멤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적사단의 진영으로 돌아간 김영준은 자신을 제외한 두 간부에게 갔다.
“어때, 성공했어?”
“당연하지. 멍청하게 추적 마법을 그대로 당해주던데?”“그럼 2차 예선에서 무작위 배치됐을 때 강태운을 기점으로 모이는 거다.”
“오케이.”
적사단의 간부들은 여전히 태운을 아니꼽게 보고 있었다.
그래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면서까지 태운을 떨어트리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재밌는 새끼들이네.”
태운이 그걸 알면서도 당해준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 * *
[30분이 지나고 모두가 기다리던 2차 예선이 시작되기 직전입니다!]
30분이 지나고 2차 예선 시작의 시간이 돌아왔다.
[아까 예고한 대로 텔레포트 마법으로 참가자들은 무작위 좌표로 이송됩니다! 빠르게 팀을 만나 고립된 멤버를 공격해 팀 체력을 깎아두는 게 좋겠죠?]
“아까 작전 대로만 해. 나는 찾지 말고 연정아, 라일렌, 진영이 형을 중심으로 뭉쳐서 진형을 형성해.”
“오케이.”
태운은 언더독의 멤버들에게 작전을 다시 확인하고 있을 때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그럼 모두 준비하세요! 3…. 2…. 1…. 시작!]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연정아가 태운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이따가 보자. 괜히 이상한 짓 해서 팀 체력 깎아 먹지 말고.”
“당연하지.”
그 말을 끝으로 2차 예선의 참가자들은 모두 강유도로 텔레포트 됐다.
“흠….”
태운은 아까 마나로 스캔한 걸 바탕으로 자신의 위치를 유추했다.
‘여긴 대충 중앙에서 살짝 북쪽이네.’
그때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잡아!”
“팀 체력 다 깎아!”
“이…. 왜 처음부터 팀끼리 만나냐고…!”
소리를 들어보니 두 명이 한 명을 쫓고 있는 모양이었다.
“운도 좋아. 처음부터 같은 팀이 붙어서 텔레포트 됐나 보네.”무작위 텔레포트이기 때문에 운이라는 요소가 작용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런 운이 따라주지 않아도 통과할 팀은 통과한다.
바로 이런 경우처럼.
“안녕?”
“이야, 강태운이네?”
적사단의 간부 3명이 동시에 태운을 찾아왔다.
“운이 좋네. 3명이 딱 만났는데 하필 처음 찾은 적이 너라니.”김영준은 태운에게 비아냥거렸다.
그런 그에게 태운은 오른손을 들어 흔들었다.
“이거 때문에 찾은 거 아냐? 몰랐을 거 같아?”“그런데 디스펠을 안 했다고? 용감한 거야…. 멍청한 거야?”김영준 옆에 있던 간부가 태운에게 말했지만 태운은 고개를 저었다.
“용감하고 멍청하고 자시고 오히려 좋은 기회잖아. 우승 후보 중 한 팀인 적사단을 견제할 기회가 쉽게 찾아오는 건 아니지.”“허…. 우리한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일대일로 싸워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일대일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한 번에 와.”김영준은 코웃음을 치고 태운을 조롱했다.
“일단 너를 탈락시키고 너희 팀도 전부 탈락시켜줄게. 그래야 네 주제를 알 것 같아서.”
“해보든가.”
태운은 마정석을 흡수하고 메테리얼을 만들어 돔 형태의 결계를 만들었다.
“내가 해제하거나 기절하지 않는 이상 너희는 결계 밖으로 나가지 못해. 물론 나도.”
“자기 무덤을 파네.”
태운은 메테리얼을 11개 만들었다.
최근에 신가연을 가르치면서 마나 감응력 스탯이 좀 올라서 메테리얼을 하나 더 생성하고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공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