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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54화 (54/379)

54화

김영준의 말에 적사단 간부들이 모두 검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

그 검은 모두 속성력으로 인챈트 되어 있었고 그 뒤로는 마법들이 날아들고 있었다.

“사고 가속.”

태운은 실전에서 처음 사용해보는 사고 가속을 사용했다.

그러자 달려오던 적들도, 날아오던 마법들도 전부 느려졌다.

물론 실제로 느려진 건 아니고 태운의 사고 회전이 매우 빨라진 것뿐이지만.

‘디스펠….’

태운은 뒤에서 날아오는 마법 9개를 전부 디스펠해서 제어권을 얻었고, 그 후 메테리얼을 하나 더 보충해 그들의 검에 걸려 있는 속성 인챈트도 디스펠해 속성력을 폭발시켰다.

그 작업이 끝나자 사고 가속의 시간이 끝났다.

터터텅!

“크으윽!”

“지금 뭘….”

사고 가속을 시전한 태운에게는 10초로 느껴졌지만 실제로 지나간 시간은 1초, 그들은 태운이 무슨 일을 한 건지 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

“내가 시전한 마법이 왜 날 공격한 거야…!”

“검은 왜 폭발한 거고!”

영문도 모른 채 단숨에 팀 체력의 10분의 1을 날려버린 그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옥타 미사일, 관통, 가속, 가속, 가속, 디텍트.”태운은 등에 메고 있는 투창에 옥타 미사일을 추진체로 달고 온갖 인챈트를 한 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디텍트 마법을 걸었다.

그리고 근력을 마법으로 강화한 후 그것을 김영준을 향해 던졌다.

날아가던 도중에도 태운은 창을 향해 계속 마나를 쏟아 부었다.

“죽어.”

쐐애애-액!

푹!

“어…. 어….”

그 창은 김영준의 가슴이 정확히 꽂혔다.

그것은 무슨 의미였냐하면.

[아!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지던 적사단의 팀 체력이 모두 소진됐습니다!]

“이런…. 씨….”

김영준은 그대로 경기장 밖으로 역소환되었고 남은 녀석들은 기겁하며 도망가려 했지만 의미 없었다.

방금 만든 결계는 대현자 처칠이 만들어준 결계를 모티브로 태운만의 스타일로 개조한 것이었으니까.

즉, ‘대현자의 결계’ 열화판쯤 되는 것이다.

열화판이지만 대현자의 결계를 모티브로 삼은 물건인데 고작 그들이 뚫을 수 있을 리가.

“너희도 이리로 와.”

태운이 팔을 까딱까딱거리며 다가가자 그들은 공포에 질려 태운에게 빌기 시작했다.

“미, 미안! 나는 김영준이 시키는 대로 한 거야!”“나, 나도! 김영준 그 녀석이 간부 중에선 제일 강해서 어쩔 수 없이….”태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야? 우린 지금 경쟁자야. 경쟁자를 줄이기 위해서 하는 일인데 미안할 게 뭐 있어?”

“아….”

“그럼 밖에서 푹 쉬어.”

태운은 11개의 메테리얼로 모두 파이어 랜스를 만들었고 그걸로 그 둘의 몸통을 꿰뚫었다.

“휴, 끝났네.”

태운은 시원해진 가슴을 툭툭 치며 결계를 해제했다.

[아! 드디어 시야를 가리던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사라졌습니다! 그곳에는…. 강태운 선수입니다! 처음에는 적사단 3명과 함께 있었는데 결계가 사라지자 3명이 모두 사라지고 강태운 선수 혼자 남았습니다!]

그 장면이 방송으로 나가자 태운의 이야기로 인터넷이 뜨겁게 달궈졌다.

-와, 미친;; 적사단 어떻게 하냐. 간부 다 잃고 팀 체력도 다 까였네….

-그 와중에 강태운 멀쩡한 거 뭐냐. 혼자 간부 3명 동시에 잡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천상천하 유아독존 개 멋있다.

-ㄹㅇ ㅋㅋ

그 화제를 키우는 데에 태운이 결계를 만들어서 싸움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한 것도 한몫한 듯했다.

어떻게 싸웠는지 알 수 없었기에 더욱 호기심을 불러왔고 그것 때문에 강태운에 대한 관심도도 폭등했다.

게다가 무명의 동아리가 유력한 우승후보인 적사단을 떨어뜨리게 생겼으니 그것만큼 화제성 있는 이야기가 없었다.

때문에 언더독이 적사단을 떨어뜨린다는 내용의 기사가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적사단에 괜히 우승 후보라는 이름이 붙은 건 아니었다.

“허억…… 허억….”

아스모 시저.

그의 근력은 찬영도 압도하고 체력은 괴물과도 같다.

익스퍼트 골드 A반 3위의 타이틀은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친…. 괴물 아냐?”

시저의 특성 중 하나인 ‘일인 요새’.

적들의 수가 많을수록 능력치가 상승하고 집중력, 방어력, 공격력이 증가하는 특성이다.

적사단의 멤버가 탈락했다는 소식을 들은 참가자들은 적사단의 팀 체력이 모두 소진되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5개 팀이 연합해 적사단을 공격하고 있었다.

1대 5로 싸우고 있던 적사단은 거의 3배의 전력 차로 버티고 있었다…그 공세를 버티게 해준 사람은 바로 시저였다.

“미친…. 팀 체력 다 깎였어….”

“후퇴해!”

적사단을 공격하던 팀들은 팀 체력을 거의 소진하자 후퇴를 명령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쉽게 이뤄지진 않았다.

“어딜 가느냐!!!”

쩌렁쩌렁!

경기장 전체를 뒤흔드는 시저의 고함이 후퇴하던 적들의 발걸음을 멈췄다.

시저의 특기인 광역 도발기의 발현이었다.

“오늘 경기는 적사단이 죽건, 너희가 죽건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난다.”단순한 경기, 단순한 시합에 불과했지만.

절대 죽을 일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미, 미안….”

눈앞의 시저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적사단! 돌격!”

“우오오오!!!”

용맹한 장수는 때로 홀로 전쟁의 판도를 바꾸곤 한다.

과거 초나라의 항우가 그러했듯이 아모스 시저는 위축되어 있던 아군의 기세를 끌어올리고 적들의 사기를 바닥으로 만들었다.

“아…. 아….”

겁없이 달려드는 적사단의 검사들, 연합팀은 시저의 기세를 등에 업은 그들 하나하나가 시저처럼 보일 지경에 이르렀다.

애초에 한 명 한 명의 실력은 차이가 컸던 상황.

기세를 잃고 우왕좌왕하는 오합지졸이 된 연합팀은 적사단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적사단의 검사들에 의해 연합팀은 한 명 한 명씩 역소환 당했다.

“와…. 소름 돋네.”

태운은 옆 산에서 마력으로 시각을 강화하고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사실 팀 체력이 제일 먼저 전부 소진되면 모두의 타겟이 될 것이고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걸 버텨내다니.

적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일단 우리 팀이랑 합류나 해볼까.”

태운은 하늘 위로 신호탄을 쐈다.

“저기다!”

“잠깐 저 위치면….”

홍유리는 신호탄이 발사된 좌표를 태운이 말해준 수식에 대입해 계산했다.

“그럼…. 여기다. 가자.”

이미 태운을 제외한 9명이 모두 모인 언더독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야, 9명이야! 숨어!’

남아있는 참가자들의 수는 189명.

100명이 남을 때까지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즉, 89명이 더 탈락할 때까지 게임은 끝까지 진행된다.

“교전은 최대한 피하자.”

언더독은 태운을 제외한 9명이 모두 모였음에도 압도할 수 있는 소규모 교전도 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태운의 특별 지시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들의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태운 없이 싸울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솔직히 우리 9명이면 2~3명 자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는데.”물론 태운의 그런 지시에 의아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언더독의 멤버들은 실력으로 따지면 모두 아카데미 내 최상위권이었으니까.

“그래도 따라야지. 태운이 지시니까.”

하지만 그 지시를 거스를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태운이 동아리에 들어오고 한 일 중에 의문이 가지 않는 일은 없었지만, 그의 말을 들어 안 좋은 일이 벌어진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말을 안 들어서 나쁜 일이 벌어진 적은 있었지만.

“조금만 걸으면 태운이가 신호 보낸 곳에 도착….”홍유리가 마력으로 만든 가상의 지도를 보면서 말했다.

그때 김기열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근데 거기까지 가기가 쉬울 거 같지만은 않네.”

“왜?”

“전투 준비부터 해.”

그 말을 한 김기열은 홍유리의 머리에 방어막을 펼쳤다.

터-엉!

그러자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와 홍유리의 머리를 감싼 방어막을 강타했다.

홍유리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메테리얼을 생성하고 전투 준비를 마쳤다.

“휴…. 어디서 날아온 거야?”

한순간에 공격을 받고 팀 체력을 깎일 뻔한 홍유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말에 신동연이 대답했다.

“화살 날아온 각도로 보면…. 저 산밖에 없는 거 같은데.”신동연은 저 멀리 있는 산의 정상을 가리켰다.

그러자 홍유리가 중얼거리며 추리했다.

“이 정도 정확도의 공격이면 그 녀석밖에 없는데.”

“누구?”

“이 시국에 활 쓰는 애는 걔밖에 없잖아?”

온갖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도 활을 사용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활은 헌터가 나타난 초기에나 조금 쓰였을 뿐 현재는 쓰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선호받지 못하는 무기 중 하나다.

쏘기도 어려울뿐더러 위력도 마력을 담지 않으면 강하지 않다.

요새는 활을 쓸 바에는 총알에 마력을 담아 쏘는 게 더 가성비가 좋게 먹힌다는 이야기가 통용되고 있다.

활과 달리 빠르게 숙달할 수 있고 F급 E급 헌터들도 무난하게 쓸 수 있는 게 총이니까.

아무래도 활은 총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아…. 걔?”

“어, 신승우.”

신승우는 현재 익스퍼트 등급 내에서 유일하게 활‘만’ 사용하는 학생이다.

명궁이라는 특성으로 활의 숙련도를 빠르게 올렸고 많은 마나량을 베이스로 고위력의 화살을 속사할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의 궁수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그 명중률이었다.

“저 산 정상이면…. 적어도 3키로는 될 텐데.”그렇게 먼 곳에서 쏜 화살이 이 정도의 위력이라니.

저격 총과 비슷한 수준의 유효 사거리와 높은 적중률에 위력까지 갖추고 있다니.

말 그대로 명궁이다.

“진짜 재능이란 게 있긴 한가 보네.”

“수다 떨지 말고 집중해. 저 화살을 쏜 사람이 진짜 신승우라면 다른 멤버들은 지금쯤….”터-텅!

연정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격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멀리서 날아온 것이 아니라 불과 50m가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가해진 공격이었다.

“언더독…. 강태운 하나만으로도 성가신 상대다. 팀원의 수를 확실히 줄여두어야 한다.”

“이럴 줄 알았어….”

화송의 길드원들이 언더독 멤버들의 앞에 나타났다.

그러곤 그들이 도발 스킬을 사용해 도망치지 못하게 막았다.

“화송은 성가신데….”

“원맨팀이라는 오명이 있지만, 실력은 확실하지.”신승우가 속해있는 동아리인 ‘화송’은 신승우가 들어온 이후부터 단체전의 전략을 ‘모두’ 바꿨다.

신승우와 그를 보호할 2명을 극후방조로 편성한 후 나머지 인원이 전투조로 편성되어 몰려다니며 전투가 일어나면 극후방조의 신승우가 그들을 저격.

매우 간단한 전략이고 얼핏 보면 깨기 매우 쉬울 것 같은 전략이지만 이 전략은 절대 쉽게 깨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유는 딱히 고차원적인 게 아니었다.

“진짜…. 헬창들만 모아놨네.”

튼튼한 근육과 방어구로 무장한 화송의 멤버들은 그 모습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 듯했다.

그들은 전부 탱킹이 특기인 학생들로, 시간만 끌면 공격은 신승우가 해주는 화송의 전략에 아주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존재가 화송의 전략이 고효율을 얻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들이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신승우가 저격하기 좋은 포인트에 잡아두기만 하면 필승.

‘전력 차이가 심각하지 않다면’ 이길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전력 차가 크지 않다면 말이지.”

“그래.”

지금 언더독을 공격한 화송의 멤버들은 총 17명.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고 수가 적은 언더독을 둘러싸기 충분한 수였다.

“공격!”

“산개해!”

연정아는 화송의 전투조에게 둘러싸이지 않기 위해 언더독의 멤버들을 산개시켰다.

원래 화송의 전투조를 상대로 산개해 자리를 잡았다면 각개 격파당했겠지만.

“솔리드 아머.”

터터-텅!

신동연이 가장 먼저 적과 가까이 있는 팀원에게 솔리드 아머를 씌워주고 차례대로 모든 팀원에게 씌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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