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52화 (52/379)

52화

* * *

“한국 최고의 헌터 아카데미! 명헌의 동아리 대항전 명운전이 오늘 시작합니다!”한국의 내로라 하는 방송국과 여러 인터넷 방송 사이트에서도 중계하는 명운전.

오늘만 보아도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입지를 엿볼 수 있었다.

“작년에는 기사단과 적사단, 마도사 이 세 강팀이 삼국지를 이루는 듯한 양상을 보였었습니다.”“결국에는 개인전에서 기사단의 정일준 학생이 적사단의 아모스 시저 학생을 꺾으면서 기사단이 최종 승리를 가져갔었죠.”여러 방송국이 아직 개막식이 시작하기까지 30분이나 남았는데 벌써 중계를 시작했다.

작년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우승팀을 예상해보기도 했다.

모두 흥미로운 내용이었지만 태운은 특히 기사단의 정일준과 적사단의 아스모 시저와의 개인전 결승이 눈에 띄었다.

“와…. 움직임 예술이네.”

속도와 파워는 아스모 시저가 앞섰지만, 정일준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 가면서 아스모 시저에게 공격을 가했다.

그렇게 10분이 지났을까.

정일준에게 들어간 유효타라고는 발차기 한번과 검기 한 번뿐이었지만 시저는 많은 유효타를 허용했다.

시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빠졌고 그렇게 승패가 갈렸다.

“…저거 봐준 거야.”

정일준은 시종일관 계속 얼굴에서 여유가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태운의 입꼬리는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과 싸워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의 입꼬리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라일렌이 대기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태운아. 곧 있으면 개막식인데.”

“아 벌써….”

정일준과 시저의 대결을 너무 흥미롭게 본 모양이다.

벌써 30분이 지나 개막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자. 지금 5분밖에 안 남았으니까.”

“네.”

태운은 라일렌을 따라 경기장으로 나가는 통로에서 대기 중인 동아리원들과 합류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와?”

“미안해요. 뭐 좀 보고 있었어요.”

“그래도 늦진 않았네.”

명운전은 평소에 랭크전이 이뤄지는 교내 체육관이 아닌 국내 최대 규모의 경기장인 명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시작된다.

“흐…. 소름 돋네.”

“나도.”

참가에 의의를 두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태운의 동아리인 언더독은 우승을 목표로 나온 동아리다.

그러니 긴장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오늘의 주인공들을 만나보시겠습니다!”MC를 맡은 사람이 큰 소리로 외치자 관중석에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지금 나가세요.”

학생들은 스태프의 지도에 따라 천천히 경기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웅장한 음악이 울려 퍼지며 관중의 환호와 박수소리를 들으며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와….”

명운전에 처음 참여한 학생들은 얼어붙었다.

국내 최대, 1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의 관중석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다.

“으…… 갑자기 무서워졌어.”

“나도….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박성윤과 신동연은 긴장해서 몸이 삐걱거렸고 연정아도 살짝은 위축된 것 같았다.

하지만 공진영과 라일렌만큼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진영이형, 라일렌 둘은 긴장 안 되나 보네?”

“뭐, 나야 작년에 나온 적 있으니까.”

공진영은 작년에 적사단에 있었다고 한다.

작년의 명운전에서 활약해 마음에 드는 길드와 계약을 체결하고 적사단을 나와 교학상장을 만들었다.

그런 경험이 있으니 긴장하지 않을 법하지.

“나는 영국 대표로 대회도 나가봤으니까. 이 정도는 뭐….”

“영국 대표?”

“응, 뭐 그때는 각성 전이었고 이런 식으로 대련하는 대회도 아니었지만.”“오…. 나중에 그 얘기 좀 자세히 해줄 수 있어?”

“너…. 너희는 긴장도 안 되냐?”

신동연과 박성윤은 몸을 어깨를 쭈그리고 태운과 라일렌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짜-악!

그때 누군가가 둘의 등짝을 강하게 때렸다.

“으휴!”

그건 홍유리였다.

“어깨 좀 펴! 안 그래도 어좁이들이!”

“말넘심….”

“쓰읍.”

홍유리는 신동연의 어깨를 잡고 강제로 펴주었고 박성윤에게는 등짝을 한 번 더 먹여주었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홍유리의 모습을 보고 태운은 한마디 해주었다.

“우리 우승하면 제가 한우 쏴요.”

“아…. 고맙긴 한데…. 지금 긴장해서 그런지 속이….”

“우욱…….”

“이 사람들이…….”

태운은 왠지 기분이 상해서 조건을 바꿨다.

“우리 25일 동안 훈련한 거 있죠?”

“그렇지…. 훈련 엄청 했지….”

“오늘 우승 못 하면 다음 분기 명운전까지 그거 계속합니다.”

“……?”

다음 분기 명운전이면….

“그 짓을 8월까지…. 두 달 동안 한다고?”

“네. 저 올해에 졸업할 거라 우승 타이틀 하나는 있어야 하거든요.”

“이런 미친….”

매일매일 토가 나올 때까지 달리고 마법을 쓰고 머리가 터지도록 외우고 공부했다.

물론 후유증이 없게끔 컨디션 체크를 항상 해주지만 그걸 하고 있을 때는 정말 죽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이걸 두 달이라니.

‘분명히 죽는다.’

‘진짜 죽는다……!’

압도적으로 무서운 무언가를 만들어주면 관중 따위는 생각도 안 하게 된다.

태운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 1등 먹으러 갑시다.”

* * *

[21팀, 총 참여자 317명!]

“와, 많기도 하네.”

“그러게.”

21개 팀이지만 모든 팀이 최소 인원인 10명을 내보내는 건 아니었기에 인원이 300명을 넘은 것이다.

사실 익스퍼트 학생 수가 450명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참여율이다.

[이 317명의 참가자 중 본선에 올라올 수 있는 참가자들은 몇 명이나 될까요?]

“잠깐, 우리 예선전 안 했는데 왜 스타디움에….”“맞아. 작년에는 명헌 소유의 섬에서 했는데….”작년에는 명헌 소유의 섬인 강유도에서 자유 전투를 통해 150명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것으로 예선을 진행했었다.

MC는 학생들의 소란을 들었다는 듯이 대꾸했다.

[아, 참가자분들 모두 당황하셨을 것 같습니다. 작년까지는 예선을 여기서 하지 않았으니까요.]

스타디움 중앙 모니터로 보이는 MC의 얼굴에 미소가 띄워졌다.

[그래서 지금 그곳으로 가야 합니다.]

그 말과 함께 스타디움의 한 곳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달려가시면 되는데…. 그냥 가면 재미가 없겠죠? 그럼 나와주시죠!]

“누가 나오는데?”

“저기…. 야…. 저거 선생님들 아냐…?”

스타디움이 열린 부분의 정 반대 방향에서 선생님 10명이 나타났다.

[정답! 여러분의 선생님입니다! 전직 B급 헌터인 선생님 9분과 특별히 C급 헌터셨던 허덕륜 선생님이 여러분을 위해 나서주셨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스티커가 들려있었고 모두 검은색 수트를 입고 있었다.

[여러분은 선생님들의 추격을 피해 강유도에 도착하셔야 합니다! 도착하기 전에 선생님에게 스티커가 붙으면 탈락! 그럼 준비….]

“뭐야! 갑자기?”

“나 제대로 못 들었어!”

[시작!]

“몰라! 일단 달려!”

언더독의 멤버 중 한 명인 김기열은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다들 전직 헌터셔서….”

하지만 태운은 그런 그를 나무랐다.

“기열이 형, 전직 헌터 무시 못 해요. 못 믿겠으면 잠깐 뒤를 봐요.”

“에이…. 그래도 다들 50대…?”

[아! 벌써 5명의 탈락자가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지금은 대련용 결계나 보호 장치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상호 간의 공격은 엄격히 금지되는 점! 알고 계셔야 할 겁니다!]

“으하하!! 오랜만에 달리기 기분이 좋네요!”

“김 선생님! 너무 신나신 거 아닙니까!”

“학생들하고 뛰노는 게 어디 흔한 일이랍니까! 이럴 때라도 해야죠!”그들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학생들을 따라오고 있었다.

“으아아!!!”

김기열은 그제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말 꼴사납게 떨어질 거라는 걸 직감했다.

“그런데 떨어질 일은 없어요.”

태운은 자신을 포함한 언더독의 모든 멤버들에게 하이부스트를 시전했다.

그러자 언더독의 멤버들은 전부 몸에 날개를 단 듯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졌다.

“이거 뭐야!”

“강태운 네가 한 거지?”

태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 진짜 미쳤어!”

언더독의 멤버들은 순식간에 전부 최선두로 나아갔다.

[오! 기사단과 적사단의 멤버들이 독점하고 있던 선두에 뉴페이스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들은…. 오 놀랍게도 모두 한 팀의 참가자들입니다! 10명의 인원으로 참가한 팀, 언더독입니다!]

“와아!!!!”

MC의 한마디에 관중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그때 태운은 찬영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강태운…!”

“찬영아…!”

태운이 선두에 나서자 이미 선두에서 달리고 있던 찬영을 볼 수 있었다.

선두에 있던 사람들은 기사단의 정일준과 구찬영, 적사단의 아모스 시저와 김영준이었다.

애초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그곳에 태운이 9명을 끌고 왔으니 선두 경쟁은 더없이 치열해졌다.

[과연 예선전의 1등은 누가 가져갈까요! 모두 빨라서 그런지 쉽게 1등을 점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운아 나 먼저 간다!”

하지만 그 균형은 기사단도, 적사단도 아닌 언더독의 공진영이 깨부숴버렸다.

“신속.”

“하이 부스트.”

애초에 민첩 스탯도 찬영만큼이나 높은데 거기에 속도를 높여주는 스킬인 신속과 태운의 하이 부스트가 더해지니 어마어마한 속도가 되어 버린 것이다.

[…? 무…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언더독의 공진영 참가자가 갑자기 치고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놀랐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더독이 무리해서 선두로 올라온 거고 금방 나가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대단합니다. 공진영! 1등을 차지한 것도 모자라 압도적으로 거리를 벌렸어요!]

“언더독! 언더독!”

[아아! 관중석에서 언더독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진영이 형이 1등을 하고 모두 예선 통과를 할 거 같은데.’결승선까지 500m도 안 남은 시점, 공진영은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신속을 끌어썼다.

그때.

“재밌네.”

정일준의 눈과 태운의 눈이 마주쳤다.

그 직후.

“속공”

정일준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거의 두 배까지.

“이런 미친…! 진영이 형, 더 빨리 뛰어!”

“어?”

약 300m가 넘는 거리 차이는 5초 만에 50m로 좁혀졌고 결승선까지의 거리는 100m밖에 남지 않는 시점이었다.

“이….”

공진영도 정일준이 미친 듯이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허벅지가 터지라 달리기 시작했다.

“이…씨…. 개 무섭네!”

엄청 열심히 뛰어오면서 표정의 변화는 전혀 없는, 그런 언밸런스함에서 기괴함과 함께 공포도 찾아왔다.

‘따라잡혔…어!’

결승선까지 10m도 남지 않은 그때.

정일준과 공진영이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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