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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8화 (38/379)

38화

“아냐니…. 원래 엄청 강했는데 지금은 어떤 이유로 엄청 약화되어 있다는 거…?”태운이 아는 건 대충 그 정도뿐이었다.

상태창이 알려준 건 그것이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연정아의 반응은 태운이 예상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뭐야…. 그거밖에 몰라? 진짜?”

“그런데?”

“하…. 그럼 뭐 때문에 그렇게 놀란 건데?”

“아니, 마나양이 50만이니까….”

“하…. 뭐야…. 괜히 넘겨짚었네….”

연정아의 실망감이 섞인 안도의 한숨이 태운에게는 묘하게 다가왔다.

뭔가에 실망했지만 안도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태운은 연정아를 붙잡았다.

“너, 내가 뭐 도와줬으면 하는 거 있지?”

“아냐, 됐어…. 나 때문에 시간만 날렸네. 미안해.”“아니, 들어야겠어. 네가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아냐, 그건 좀 힘들겠어.”

오로지 연정아를 도와야 하는 거라면 태운도 미련 없이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태운의 관찰력과 직감이 이건 기회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 써야겠다.’

지금까지 아껴왔던 백만서고를

태운은 연정아를 대상으로 백만서고를 사용했고 그녀의 정보가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그중에 아주 충격적인 정보도 들어있었다.

“정아야, 너…. 반마족이었어?”

50만 마나양과 엄청난 스탯의 보유자인 연정아는 7죄종, 그 중에 색욕의 죄, 아스모데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마족이었다.

* * *

7년 전

“이분은 7죄종께서 우리에게 내려준 귀중한 아이다! 참배하라!”인류의 배반자 본거지, 태평양 상공 어딘가에 떠 있는 섬.

그곳에 살고 있는 수만의 주민과 악마의 전사들 그리고 악마의 아이그 중 연정아는 악마의 아이였고 그녀는 신처럼 떠받들어졌다.

그녀는 10살까지 본거지를 나가본 적은커녕 혼자였던 적이 없었다.

단지 마법을 배우고 검술을 배우고 주민의 찬양을 받을 뿐인 생활그녀는 자신이 찬양받는 이유도 모르고 자랐고 11살이 되는 해, 처음으로 혼자인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을 돌보던 유모가 죽어 새로운 사람을 찾아 배치하는 데까지 하루가 걸린다는 것이었다.

“다시 이런 기회는 안 오겠지…?”

11년 동안 억제되어 있던 호기심은 한 번에 터져 나왔고 그 호기심은 얼마 전에 땅에 내려갔다가 돌아온 전사의 가방을 뒤지는 데에 이르렀다.

“이게 뭐지…?”

그녀가 찾은 것은 영어로 쓰인 신문이었다.

영어만큼은 배운 상태였기에 그 신문을 읽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신문의 내용은 그녀에게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악마라는 말의 진정한 뜻,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을 부정당한 연정아는 한동안 큰 실의에 빠졌다.

그렇게 14살이 되던 해.

그녀는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게 되었고 탈출을 계획하게 된다.

인정하긴 싫지만, 혈통의 힘이었을까?

14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힘은 집단 안에 있는 대부분 사람보다 강했고 겨우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추격을 염려한 그녀는 자신의 힘을 최대한 봉인했다.

연정아가 스스로의 힘을 봉인하고 떨어진 땅은 한국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어머니가 살았던 그 땅인 한국에 떨어진 것이다.

“엄마…. 내가 꼭…. 복수해줄게….”

어떤 절망 속에서 자신을 품었고 어떤 고통 속에서 죽어갔는지 알게 된 이상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7죄종 중 하나인 아스모데우스를.

* * *

“음…. 그런 일이 있었던 거야?”

“그래. 네가 실습 때 내 정체를 대충 아는 것 같아서 도움 좀 청하려고 기다린 거야.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안 거야?”

“어?”

“내 이야기를 해줬으니까 물어볼 자격은 있는 거 아닌가?”

“못 해줄 얘기는 아니지만….”

백만서고에 대한 내용은 자신을 제외하고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마정석에 대한 것을 모두 아는 자하르에게도 백만서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자하르에게 말하면 귀찮게 굴 것 같아 얘기하지 않은 것이긴 하지만 백만서고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굳이 있다고 하자면 통달의 팔찌를 준 처칠 정도?

“그래, 말해줄게. 대신 우리 협력하자.”

“당연하지. 조건은?”

지금 연정아의 상태는 모든 스탯이 1인 상태다.

인류의 배반자 집단이 한국에 온 것을 본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최소한으로 스탯을 낮췄다고 했다.

“서로에 대한 비밀 유지는 기본으로 깔고 가자고.”

“오케이.”

“그럼 첫째, 서로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준다.”

“그건 납득.”

“둘째, 나는 헌터가 되면 너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세력을 갖출게.”“어? 나야 좋긴 한데 굳이 너한테만 부담되는 조건을 걸 이유가…?”사실 지금의 연정아는 태운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반자들이 한국을 떠나 원래대로 봉인의 강도를 낮춰도 모든 스탯이 10 내외, 지력 스탯만 30대인 평범한 학생에 지나지 않으니까.

“셋째, 너는 내가 너를 지킬 세력을 갖췄다고 생각이 들면 봉인을 풀고 우리 길드에 들어와.”

“뭐…?”

“말 그대로야. 봉인을 풀고 네 힘을 우리 길드를 위해 써줘.”

“하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두려웠다.

눈앞에 있는 남자가 수만 명의 전사들과 A급 헌터들과 비슷한 수준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 원로들을 감당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네가 납득이 될 정도로 길드가 커지지 않는다면 나는 절대로 들어오라고 강요하지 않아.”

“그럼 왜….”

“왜냐니?”

“그럼 나한테만 너무 유리한 거 아니야…?”세 번째 조항의 내용에 따르면, 결국 둘의 사이는 연정아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태운은 그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있거든. 배반자 놈들의 세력이 얼마나 크던 너 하나 정도 지킬 수 있는 길드는 만들 수 있어.”“…너 그놈들이 얼마나 큰 세력인지 몰라서 그러지?”그들의 안에서 자라고 그들에게 배우면서 자란 연정아는 알고 있었다.

전대섭과 같은 수준을 가진 A급 중의 A급인 상위 원로들의 힘을 본 그녀에게 그 말은 단순한 허세로 들렸다.

“큰 세력인 거 누가 모를까 봐? 음…. 그래, 기준을 정하자.”

“기준?”

“전 세계 헌터의 10%에게 내 영향력이 가는 거. 그 정도는 어때?”

“뭐?”

10%, 전 세계 헌터의 수가 3억이 넘는 걸 생각하면 3,000만 명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말이다.

사실 말이 헌터의 10%일 뿐, 헌터들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전 세계를 뒤흔들겠다는 말과 크게 다른 말이 아니다.

“왜. 불가능할 거 같아? 일단 받아들여 봐. 너한테 손해는 없잖아?”

“그렇긴 한데….”

영 못 미더웠다.

원래 도움을 청하려고 온 것이긴 했지만, 오히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주니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았다.

“나 믿지 마. 다 상관없어. 위 3개 조항만 지켜주면 난 터치하지 않을 거야.”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왜냐니? 네 가치가 그 정도라는 거지. 너는 네 가치가 그렇게 낮다고 생각한 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럼 받아들여.”

태운의 입장에서도 이 거래는 그리 어리석은 것이 아니었다.

조금 짊어질 것이 크다 뿐이지 큰 손해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연정아가 생각하는 자신의 가치가 낮다는 것에 있었다.

가르치는 대로 행했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적도 없던 어린 시절과 자신의 힘을 약화시킨 채 도망 다니기만 했던 시기 때문에 그녀의 자존감은 상당히 떨어져 있던 것이다.

“네 가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아. 그건 내가 보장할게.”

“알겠어. 믿어볼게.”

“그럼 우린 이제 한배를 탄 거야. 다음 주 중으로 날짜 잡자. 소개해주고 싶은 애들이 있어.”

“누군데?”

“좀 대단한 애들.”

“……?”

연정아는 태운의 애매한 대답에 의문을 품었지만 태운이 빠르게 화제를 돌려 의문에 대한 질문을 하지 못했다.

“그럼 일단 내가 어떻게 안 건지 알려줄게.”

“아, 맞다. 얘기 좀 해봐.”

태운은 연정아에게 자신이 마정석을 흡수해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백만서고에 관한 것을 알려주었다.

연정아는 자기 상식 밖의 일인지 입을 떡 벌리고 다물지를 못했다.

연정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한 태운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눕히고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하…. 졸리다. 내일이 익스퍼트 첫 수업인데….”

“그래…. 나도 이제 쉬어야겠네.”

“그나저나 너는 어디서 살아?”

“명운 아카데미 마스터 기숙사.”

“아…. 전대섭 선생님도 네 정체를 아신다고 했지?”

“내 생명의 은인이시지.”

연정아가 자신의 힘을 숨기는 방법을 모르고 있을 당시 배반자의 추격을 받아 수세에 몰렸을 때 구해준 사람이 전대섭이었다고 한다.

전대섭에게 힘을 감추는 방법을 배웠고 지금은 명운 아카데미의 스타지에르 브론즈 C반에 있다.

“전대섭 선생님은 내가 언젠가 다시 강림할 칠죄종을 해치울 열쇠라고 생각하고 계셔.”

“뭐….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

“당연하지. 왜냐면…. 아니다. 다음에 얘기하자. 나 잠 좀 자야 할 거 같아.”

“그래, 이제 각자 집에 가자.”

연정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이미 시간은 10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태운은 정말 오랜만에 가는 것 같은 집으로 향했다.

* * *

“야, 들었지. 2년 스타지에르 낙제생 강태운 우리 반으로 온다는데?”“와, 대련 몇 번으로 골드 A반까지 온다고?”“그러니까…. 우리는 최소 3년에서 5년은 노력하면서 천천히 올라온 사람들인데.”익스퍼트 골드반 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자신들은 계단을 타듯이 천천히 올라왔지만 듣지도 보지도 못한 특별 승급 때문에 스타지에르 학생에게 따라잡혔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5년 동안 한 노력을 합쳐도 태운이 2년 동안 한 노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 자리에서 그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은 구찬영, 단 한 명뿐이었다.

‘역시…. 뭐, 이런 건 익숙하니까.’

교실 문 앞에 선 태운은 그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전부 듣고 있었다.

스타지에르 브론즈 C반에 있을 때에도 받았던 시선과 말들이었으니까.

태운은 과감하게 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익스퍼트 등급에 올라오기 위한 조건은 챌린지 등급에서의 충분한 성과다.

인정받을 수 있는 성과를 얻기까지는 대부분 3년 이상 걸리기에 여기 있는 대부분이 태운보다 나이가 2~4살 정도 많았다.

나이가 같은 사람은 바로 구찬영 한 명뿐이었다.

“앞으로 익스퍼트 골드 A반에서 공부하게 될 강태운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하겠습니다.”

“태운아!”

태운이 교탁에 서서 당당하게 인사를 하자 맨 뒷줄에 있던 찬영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에 태운도 눈인사를 해주고 미리 문자로 안내받은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 자리는 바로 찬영의 옆자리.

전대섭 선생님의 작은 호의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단점이 없지는 않았다.

“흐익!”

“어…. 그…. 안녕하세요?”

“어? 어! 그…. 그래, 안녕….”

태운의 앞자리 학생은 태운의 특별 승급 마지막 대련의 상대였던 신가연이었다.

태운이 마법 파괴로 모든 마법을 파괴해 버리고 트리플 샷 10개로 한 번에 리타이어시켰던 바로 그 신가연이다.

‘생각보다 큰 충격이었나 보네….’

그때 학생들이 신가연을 주제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연이 요새 왜 저래?’

‘강태운 때문이겠지. 승급 대련 때 그렇게 탈탈 털렸잖아.’‘참, 오늘 가연이 랭크전있지? 상대가 7위 강중현이었었나.’

‘근데 저 상태로 이길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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