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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4화 (34/379)

34화

“뭔데?”

영지 내에서 가장 빠른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할 정보부 담당관이 신문을 보고 놀란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태운이 신문을 보았다.

그곳에는 매우 충격적인 문장이 적혀 있었다.

[헤온 왕국, 대륙 최초 마법 교육 기관을 설립했다.]

헤온 왕국이 마법 교육 기관을 설립했다는 소식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헤온 왕국이 갑자기 어떻게 마법 교육 기관을 만든 건지….”태운은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가 아니야.”

마법 교육 기관 자체가 급하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태운도 마법 교육 기관을 만들기 위해 거의 2달을 꽉 채워서 준비해왔다.

“우리가 몰랐던 거야. 헤온 왕국에는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었던 거지.”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원래는 마법 교육 기관을 빠르게 설립해 독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면 임무를 클리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헤온 왕국이 테렌 왕국보다 먼저 마법 교육 기관을 만들어 버린다면 태운의 계획은 완전히 틀어져 버리는 것이다.

“이런…. 이러면 진짜 낭패인데….”

“일단 고민은 수도로 향하시면서 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약속 시각에 늦어 미움을 사 마법 교육 기관 설립도 날아가면 정말 큰일이니 말입니다.”

“알겠네. 마차를 준비해주게.”

“알겠습니다.”

이 세상에는 마법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 같다.

다만 생소한 것이고 개인이 밝혔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숨어 있었던 것뿐.

하지만 태운의 행보와 마법이 활용되고 있다는 소문 때문에 슬슬 활동을 개시한 모양이다.

‘헤온 왕국 왕실 마법사.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사업적인 안목은 훌륭하네.’압도적인 강대국, 넘쳐나는 자원, 수많은 인구.

무엇하나 꿇릴 것 없는 배경이 깔렸고 무엇보다 마법을 사용한다는 소문이 도는 테렌 왕국의 경쟁국이다.

쉽게 내쳐지지 않을 안정성까지 고려한 투자이다.

매우 안전하고 정석적인 투자였지만.

‘나라는 변수를 너무 쉽게 봤어.’

그게 바로 헤온 왕국 왕실 마법사의 유일한 실수다.

그리고 이제 곧, 그 실수를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 * *

“스승!”

“장군님!”

“오냐.”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성벽에서부터 기다린 라온과 잭이 태운을 반겼다.

라온은 마차에 올라오면서 말했다.

“표정이 안 좋네? 뭔 일 있어?”

“정보가 느려.”

“엥? 진짜 무슨 일 있나 보네.”

“헤온 왕국 측에서 우리보다 마법 교육 기관을 설립했다.”

“아, 들었습니다.”

“뭐야, 나만 모르고 있던 거야?”

세상 물정 모르고 편히 살고 있던 라온은 큰 충격이라는 듯이 잭과 태운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근데 넌 왜 말도 안 해주고…. 아니 근데 애초에 어떻게? 벌써 마법을 가르칠 만큼의 성취를 갖춘 마법사가 스승 말고 있단 말이야?”“그러게 말입니다. 어디서 천재라도 나온 겁니까?”“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오면서 정보를 좀 봤는데…. 이름은 벨자하, 듣자 하니 마법 수준은 날 만나기 전 라온보다 조금 높은 수준인 듯하다.”“뭐야, 겨우 그 정도로 누굴 가르치겠다고?”“아, 그 정도입니까? 긴장하지 않아도 되겠네요.”라온과 잭의 말대로 딱히 긴장하지 않아도 될 정도긴 하다.

하지만 그건 5년, 10년 정도로 길게 봤을 때의 이야기지, 빨리 이 임무를 클리어하고 강해지고 싶은 태운에게는 탐탁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빼앗은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마차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드르륵!

“레일로프 형님! 오랜만입니다!”

밖에는 몰래 말을 타고 마차의 속도를 맞춰 따라오던 레일로프가 있었다.

“이야, 사건 거하게 치르더니 등장도 신기하게 한다?”“라온 누님도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잖아요?”레일로프가 벨 공국에서 사고를 치고 있을 때 라온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근 10년간 테렌 왕국의 백성을 괴롭힌 푸른 늑대단의 우두머리를 알아내고 단신으로 쳐들어가 괴멸한 것이다.

다만 레일로프의 행보가 더욱 눈에 띄어 라온의 업적이 묻힌 것뿐.

“도착했습니다.”

“내리자.”

레일로프와 라온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잭도 무시할 수 없는 업적을 세웠다.

성내로 들어가자 쏟아지는 귀족들의 경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잭은 국가 재정을 정리한 서류를 보고 구멍을 찾아내 횡령범들을 찾아냈고, 그들 사이에 연락책이 되어주었던 말단 귀족을 설득해 그들의 명단을 손에 넣어 일망타진하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마법이 꽤 도움이 되었다고는 하는데, 잭이었다면 마법이 없었어도 어렵게나마 성공은 했을 것 같았다.

태운 일행은 정장을 입은 노신사의 안내를 받으며 알현실로 향했다.

이런 일은 국가적인 행사였기에 가는 길마다 병사들과 기사들이 늘어서 있었고 복도는 온갖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레일로프와 라온은 새삼 자신들이 한 일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체감했다.

노신사의 안내를 받으며 알현실에 들어가자 왕좌에는 왕이 앉아 있었고 그 옆으로 가문을 대표하는 귀족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태운은 왕의 앞까지 걸어가 자세를 낮췄다.

“백작 가도, 전하께 인사드립니다.”

태운의 말에 다른 일행들도 같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 거라. 내 그대들의 활약에….”

국왕은 가도를 비롯한 일행들의 업적을 치하하며 상을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국왕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태운은 그 자리에서 준비해온 대사를 읊었다.

“현재 헤온 왕국에서 마법 교육 기관을 설립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네.”

“전 약 3달 전부터 테렌 왕국만의 마법 교육 기관을 설립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습니다. 백성에게 기초적인 수학 교육을 하자는 것 또한 이를 위한 초석 중 하나였습니다.”태운은 왕의 눈치를 살핀 후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전하를 포함한 여기 있는 많은 귀족분도 알게 되셨을 겁니다. 마법은 우리가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이젠 다들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법으로 인해 쓴맛, 단맛, 신맛 모두 맛본 사람들이 바로 여기 있는 귀족들이었으니까.

“그래서 저는 테렌 왕국 고유의 마법 교육 기관을 설립하려 합니다.”여기서 이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앞에서 헤온 왕국의 이야기를 했기에 반대한다면 국가 경쟁력에 손해를 입히려는 사람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좋네. 전적으로 밀어줄 터이니 지원을 바라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하게.”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운은 아주 쉽게 허가와 지원을 받아냈고 세라오니에서 헤온 왕국의 침범을 막아낸 것과 이번 건으로 변경백에서 후작으로 작위가 올랐다.

잭과 라온, 레일로프도 자작 작위를 받았다.

논공행상이 끝나고 그날 저녁에는 귀족들의 파티가 있었다.

그 행사에서 형식상 주인공은 태운이었기에 참석은 했지만 사실상 활약한 것은 레일로프, 라온, 잭이었기에 그들은 많은 귀족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잭은 능력과 별개로 외모도 뛰어났기에 귀족

영애들의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

라온도 외모가 꿀리진 않았지만, 관심을 보내는 귀족들에게 직설적인 거절을 했고 그게 5번 정도 되자 외모에서 기인한 관심은 뚝 끊어졌다.

‘어디 보자 레일로프는…… 쟤 뭐하냐.’

레일로프는 귀족들의 호위들 사이에 끼어서 검법과 무기술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었다.

듣자 하니 마나 운용에 대한 이익을 홍보하고 나중에 마법 교육 기관에 꼭 등록하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좀 도와주러 가볼까?’

태운은 레일로프와 호위 기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호위 기사들은 자세를 바짝 세우고 인사를 했다.

“후작님! 안녕하십니까!”

“거기 기다리게.”

태운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비켜주려는 호위들을 멈춰 세웠다.

“내가 가르치려는 마법이라는 건 말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확률로 따지자면…. 10명 중 3명?”이곳은 각성자의 비율이 지구와는 매우 달랐다.

“너희가 마법을 쓸 수 있을지 없을지는 어떻게 테스트하냐면…. 레일로프 저자의 팔을 잡게.”

“이렇게 말입니까?”

레일로프는 그의 팔을 잡았다.

“그 상태로 그에게 마력을 흘려 넣어주게.”

“괜찮은 겁니까?”

“괜찮네.”

레일로프는 천천히 마력을 호위 기사 중 한 명에게 흘려주었다.

“끄으으윽!”

호위 기사는 팔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레일로프의 팔을 뿌리쳤다.

“이게 뭐 하시는….”

“축하하네. 자네는 마법을 쓸 수 있는 몸이구만.”각성자가 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의 몸에는 아무리 마나를 쏟아 넣어도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정말 수만 명의 마나를 쏟아 넣는다면 어찌어찌 반응이 일어나긴 하겠지만 이런 작은 양의 마나를 넣는 것으로 고통을 얻는다면 그것은 마나의 감응이 있는 신체라는 뜻이다.

“그, 그렇습니까…?”

태운은 여전히 고통이 남아 있는지 팔을 계속 부여잡으면서 대답하는 호위 기사에게 말했다.

“네 팔에 마나가 자유 마나 상태로 들어가 있어서 아픈 거다. 팔에 화끈거리는 물 같은 감각을 잘 느껴보고 그걸 휘저어서 몸과 하나로 만든다는 느낌으로 운용해 봐라.”

“한번 해보겠습니다.”

호위 기사는 집중하는 듯하더니 이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통증에 일그러진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오! 굉장히 신기한 감각입니다.”

“그 감각 잊지 마라. 나중에 마법을 배울 때 큰 도움이 될 거다.”

“오오…… 정말 감사합니다!”

그 뒤로 옆에 있던 호위 기사들이 자신도 시험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모두 거절하고 나중에 직접 기관으로 찾아오라고 말했다.

“레일로프, 홍보는 이렇게 하는 거다.”

“과연…. 잘 알겠습니다.”

레일로프는 깊게 탄복한 후 파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놀았다.

그동안 셋 중에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한 것이 레일로프였고 그만큼 많이 지쳤을 것이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오늘은 좀 쉬게 해주고 싶다.

* * *

“지금 어디를 가신다고 하셨습니까?”

잭이 태운의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헤온 왕국 마법 교육 기관에 간다.”

“아…. 그게 진심이십니까?”

헤온 왕국과의 전쟁이 끝났다곤 하지만 명명백백한 적국이다.

지금 태운의 말은 스스로 호랑이 굴로 걸어 들어가겠다는 말과 다를 게 없었다.

“헤온 왕국이 아무리 적국이라고 해도 공식적으로 방문하는 타국의 후작을 죽이려 들지는 않을 거다.”

“그렇긴 하지만….”

“참, 너는 물론이고 라온하고 레일로프도 가니까 다 준비하라고 얘기해둬라.”

“알겠습니다.”

잭은 레일로프와 라온에게 달려가 헤온 왕국의 방문 소식을 알렸다.

“오! 헤온 왕국 왕실 마법사 보러 가는 거야? 진짜 궁금했는데!”“헤온 왕국에서는 마법을 쓰는 검사를 집중적으로 키운다던데 잘됐네.”

“형, 누나는 걱정도 안 돼요?”

“걱정은 무슨. 우리 세 명이 같이 가면 수천 단위의 포위망도 금방 뚫고 탈출할 수 있는데.”

“그래도 헤온 왕국인데….”

“걱정하지 말고 준비부터 하자.”

“하긴 하겠는데….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들어서….”라온와 레일로프는 잭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적대적인 관계라고 하지만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방문하는 귀족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헤온 왕국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태운을 제외한 잭과 라온, 레일로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니, 태운이 그곳에서 무슨 일을 벌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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