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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2화 (32/379)

32화

* * *

그 사건 덕분에 헤이런 백작은 물론 그와 함께 태운의 계획에 반대했던 세력의 힘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헤이런 백작과 그 기사들은 귀족

총 23명을 죽였고 그것으로 국가전복죄를 인정받아 작위를 박탈당하고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일이 어떻게 되어도 사형을 피하긴 힘들겠지.

“일단 걸림돌 하나는 치웠는데….”

사실 태운의 계획에 반대하는 귀족이 헤이런과 연관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연회에 참여했던 귀족

중의 대부분이 반대의 편에 서 있긴 했으니까.

“그럼 이제 설득만 남은 건가?”

구제 불가인 악질들의 줄기는 다 잘라냈으니 이젠 병들어가는 줄기에 약을 뿌려줄 차례다.

“그런데…. 설득이 가능하겠습니까?”

옆에 있던 잭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인간은 누구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두려워한다.

이미 높은 곳에서 탄탄한 기반을 마련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태운에게는 있었다.

마법의 유용성으로 모두를 설득해버릴 자신이.

“일단 이 마법을 빨리 습득해라. 그래야 뭐든 되니까.”태운은 80페이지쯤 되는 책자를 잭과 라온에게 건넸다.

“앞으로 한 달, 그걸 모두 익혀라. 그리고 레일로프는 날 따라와.”잭과 라온은 수식만 던져놓고 내버려 두어도 충분히 성장할 만큼 재능이 충만했다.

하지만 레일로프의 재능은 마나 운용보다는 마나의 총량과 신체가 마나를 받아들이는 효율에 편향되어 있다.

그러니 당연히 레일로프의 훈련은 그들과 방향성이 다를 수밖에“잭과 라온은 성벽 위에 있다면 혼자 천 명의 병사들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태운을 만나기 전 라온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지만 나쁜 습관을 고쳐주고 새로운 마법을 알려주니 잭과 버금가는 강함을 가지게 되었다.

반면 애초에 라온보다 약했던 레일로프는 성장의 폭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

“확실하게 알려주마. 네가 아무리 훈련을 하고 공부를 한다고 해도 잭과 라온보다 마법을 잘 쓸 수는 없을 거다.”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다.

레일로프의 재능으로는 그들보다 마법을 잘 쓸 수는 없다.

“…그렇습니까.”

레일로프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가도는 확신을 하고 있지 않은 말이라면 쉽게 입 밖으로 내지 않는 성격이었고 레일로프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보다 강해질 수 없다는 건 아니지.”

“예?”

사실 태운은 잭보다 레일로프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었다.

레일로프의 재능의 형태와 크기는 찬영과 매우 흡사했고 찬영은 현재 한국의 유망주 중 가장 기대를 받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레일로프의 나이는 23살.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한 달 동안 태운이 시키는 것을 잘만 따라와 준다면 충분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체크 포인트에 도달했습니다. 세이브 하시겠습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만 쉬어야 할 것 같다.

* * *

“후우우…. 내일이면 휴교도 끝이네.”

휴교가 하루 남은 날임에도 태운은 아직 가도의 마정석을 흡수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태운이 계획한 일정에 맞게 진행된 것이었다.

가도의 마정석을 일정에 맞게 흡수하는 데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틈틈이 다른 마정석을 흡수해 총 4개의 마정석을 흡수했다.

그 결과 3개의 창술 스킬을 필사의 창술이 흡수해 레벨이 4까지 올랐고 마나 친화력이 올라 마나 효율도 늘어났다.

“오늘은 진짜 마지막이다.”

가도의 이야기 속에선 이미 한 달이 지났고 잭과 라온도 태운이 준 책자 속 마법을 모두 익혔다.

이제 남은 건 마법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백성에게 기본적인 수학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과 테렌 왕국만의 마법 교육 기관을 만드는 것뿐.

“자, 그럼 바로 시작한다.”

“네, 알겠습니다.”

엘레나는 러시아 청문회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휴양 중인 자하르를 대신해 계속 마정석 연구에 힘을 쓰고 있다.

원래 엘레나는 마법 장비 연구를 도맡아 진행했지만, 마정석 연구가 현재 가장 중요한 연구였기에 자리를 메우러 온 것이다.

“그럼 오늘은 좀 빨리 끝내. 나도 좀 쉬고 싶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남은 건 정말 조금이었으니까.

태운은 그 말과 동시에 마정석 흡수를 시전했다.

“스승, 오늘은 뭘 익히면 될까?”

마정석 흡수를 사용하고 정신이 들자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달 동안 많은 것을 알려준 탓인지 그녀의 말투도 처음보다 많이 부드러워졌고 호칭도 스승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은 개시일이다. 그리고 이젠 가르칠 것도 없어.”태운은 자신이 만든 쓸 만한 마법은 모두 알려주었고 마법의 원리에 관한 것도 자세히 알려주었다.

잭과 라온은 그것을 자신의 특성에 맞게 해석하고 흡수하기까지 했다.

이제 가만히 놔두어도 꾸준히 연구하고 훈련하면서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갈 것이다.

“이제 가르칠 게 없다는 건 아쉽네. 근데 개시일이라는 건 또 뭐야?”“내가 말 안 해줬었나? 내 목표는 마법 교육을 테렌 왕국의 국가사업으로 만드는 거라고.”

“아, 그거? 흠….”

“아직도 의문인가?”

라온은 태운의 계획을 들을 때마다 의문을 표했었다.

“아니, 굳이 국가사업으로 만들어서 본인의 경쟁력을 약화할 이유가 있어…? 스승 영지에서 재능 있는 사람 50명만 추려서 마법 부대 만들어도 걸어 다니는 재해일 텐데.”“이건 말 안 했나 보군. 내가 바라는 건 헤온 왕국의 몰락이야. 그러기 위해선 그렇게 작은 시야로 세상을 봐선 안 돼.”방금 한 말은 가도의 의지가 잔뜩 들어 있는 한마디였지만 태운도 그에 동의했다.

가도와 잭의 동생들이 맞이한 최후를 보고 분노를 느꼈던 태운이니까.

헤온 왕국은 지금도 수많은 국가를 힘들이지 않고 협박만으로 속국 화하고 있다.

고작 수십 단위의 마법 부대로는 헤온 왕국을 무너뜨릴 수 없다.

세라오니를 기점으로 잭, 레일로프, 라온을 중심 삼아 수성하면서 내부에선 마법 부대를 키워 역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알겠어. 그럼 난 뭘 하면 돼?”

“도적 소탕.”

“……? 주변 도적 소탕은 꾸준히 하고 있는데?”“이번엔 왕국 전역에 힘을 뻗치고 있는 거대한 도적을 잡을 거야.”“아…. 그 푸른 똥개단인가 들개단인가 뭔가 하는 걔네? 근데 걔네 대가리는 밝혀진 게 없는 걸로 아는데.”푸른 들개단.

이름은 동네 양아치들이나 쓸 법한 유치한 이름이지만 그들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산채만 100개가 넘고 그 수는 수만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점조직으로 구성된 탓에 우두머리에겐 극소수의 간부만이 연락할 수 있어 뿌리째 뽑기 어려운 도적이기도 했다.

“내가 자네에게 마법을 괜히 알려줬겠나? 수도에 지원 요청해서 병사 1,000명 붙여줄 테니 어떻게든 해봐. 나는 답을 모두 알려줬으니까.”“허어…. 자존심 상하네? 잭하고 레일로프 붙여주지 말고 딱 기다려. 나 혼자 처리할 테니까.”

“기대하지.”

라온이 씩씩대면서 나간 후 태운은 잭과 레일로프가 같이 훈련하고 있던 곳으로 장소를 옮겼다.

“장군, 안녕하십니까.”

“장군님, 라온에게 오늘이 개시일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저희는 뭘 하면 됩니까?”“이미 들었다니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 잭, 너는 수도로 가서 수도의 문제를 해결해라.”

“수도의 문제 말입니까?”

“그래, 치안, 농업, 상업, 인사, 정치 거르지 말고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거라면 모두 해결해.”

“알겠습니다.”

잭은 만능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할 수 있는 것의 폭이 매우 넓었다.

그래서 제일 광범위한 임무를 맡긴 것이다.

그리고 셋 중 가장 침착하고 온화한 성격이기에 대외적으로 많이 드러나며 섬세한 처리가 필요한 일들을 주었다.

레일로프에게는 헤온 왕국의 속국이 되지 않은 국가에 가서 마법의 힘을 보여주고 테렌 왕국의 속국으로 회유하는 임무를 내렸다.

헤온 왕국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그렇지 테렌 왕국도 대륙 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강국이기 때문에 지켜주겠다는 명분도 선다.

‘이 임무에는 레일로프만 한 적임자도 없지.’레일로프는 가도의 밑에서 일한 기간이 길고 그사이에 세운 공적도 상당했기 때문에 대외적인 이미지가 강렬했다.

속국 회유는 그 특성 탓에 무언의 압박이 있어야 해 유순한 성격으론 안 되고 너무 막무가내로 나가서도 안 되기에 그사이 적절한 선에 있는 레일로프가 가장 적임자로 선정되었다.

“자, 임무는 지금부터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부를 일은 없을 테니 각자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잭은 잠시 대기하도록. 전하께 널 파견하겠다고 서신을 보내마.”

“알겠습니다.”

잭을 빼고 라온과 레일로프 모두 길을 떠났다.

당연하지만 태운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최근 마법으로 영지를 발전시켰더니 그만큼 업무가 쌓여 있던 것이다.

“휴…. 내가 마법만 쓸 수 있었다면….”

이런 서류 업무는 안 할 수 있었을 텐데….

마나를 크게 몰아 써 마법을 못 쓰게 된 몸을 처음으로 한탄하게 된 태운이었다.

* * *

“야호~!”

가도에게 임무를 받은 지 20일 만에 40여 개의 산채를 박살 낸 라온은 드디어 우두머리의 위치를 알고 있는 간부를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간부들의 능력치가 모두 도망치는 데에만 특화되어 있었는지 마법을 자유자재로 쓰는 라온도 잡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왜 잡히지 않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자, 그럼 우리 수도로 갈까?”

마법으로 도적 간부의 팔다리 근육을 경직시킨 후 끌고 기사들에게 데려갔다.

“받아. 마법으로 팔다리 근육을 경직시켜놨으니까 내가 풀어주지 않으면 한 사흘은 못 움직일 거야.”“이야, 대단하십니다. 마법으로는 싹 다 불태워 버리는 것밖에 못 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것들이. 빨리빨리 옮겨!”

“네~ 알겠습니다~.”

기사들은 처음 보는 마법에도 적개심을 가지지 않고 까칠한 라온과 빨리 친해졌다.

가도의 부탁으로 친화력 좋은 기사들로 차출되어 나왔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진짜 신기한 거 보여줄게.”

“그게 뭡니까?”

“우리가 대장 위치 불라고 하면 불까?”

“뭐, 안 불겠죠.”

“10초 만에 불게 해줄게.”

라온은 확신에 찬 모습으로 마차에 올라탔다.

“한번 보여주시면 안 됩니까?”

“하여간….”

라온은 수레에 간부를 눕혀놓고 안면 근육의 경직을 풀었다.

“이거 풀어! 이 개 같은……”

“야, 너 여자랑 사귀어 본 적 없지.”

“갑자기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

라온은 뒤를 돌아 기사들을 보며 말했다.

“보다시피 이 친구는 매우 예민해서 이런 것도 안 알려주려고 해. 그럼 이때 마법을 써주면?”라온은 메테리얼을 만들고 가벼운 마법을 썼다.

“에스피토.”

그러자 뒤에서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던 도적 간부가 조용해지며 눈이 싹 풀렸다.

“다시 묻는다. 여친 사귄 횟수?”

“0번….”

“지금 네 머리 상태는?”

“탈…모….”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던 사람은 온데간데없었고 그곳에는 질문에 대답을 바로 해주는 순한 양이 한 마리 있었다.

“봤지? 이게 마법이야.”

이때 기사들은 이후 태운이 만들 마법 교육 기관의 제자가 되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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