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11화 (11/379)

11화

마정석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괴수들의 사체가 던전의 마력에 잠식되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가장 신뢰를 받고 있다.

하지만 마정석은 사람의, 혹은 몬스터의 영혼에도 관련이 있었다.

그 개념을 제시한 사람이 있었다.

과거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태운은 홀린 듯이 컴퓨터 앞에 앉아 해외 검색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각종 언어로 마정석과 영혼, 마나 등등 여러 키워드를 조합해 검색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을 때

“찾았다.”

있었다.

마정석에 대해 영혼의 개념을 대입한 사람이!

그리고 그 사람과의 인연도 나름 가까이 있었다.

* * *

“브론즈 C반 5번 강태운.”

“네.”

다음 날이 되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허덕륜이 심사하는 실기 시험 시간이 되었다.

태운은 호명을 받고 허덕륜의 앞에 섰다.

그러자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수군거리는 내용을 들어보니 점수가 얼마나 나올지 내기를 한 모양이다.

‘재미있네. 한 500 정도 나오려나?’

1,000점 이상에 돈을 거는 사람도 있었다.

단 한 명뿐이라 1,000점 이상 나오면 모든 돈을 독식할 것이다.

‘총금액이 15만 원이 넘는 거 같은데 나도 낄 걸 그랬나?’태운은 주머니에 있는 마정석을 흡수하고 저장해 메테리얼로 만들었다.

어제 엄청난 고통을 겪은 탓인지 최하급 마정석은 그저 일상과 같은 느낌이 되어 버렸다.

‘이러다가 팔이 잘려도 소리도 안 지르게 되는 건 아닌지….’태운은 헛웃음을 짓고는 매직 미사일을 시전했다.

“매직 미사일”

쾅!

“1580, 다음 브론즈 C반… 잠깐… 어? 1580?”

“1580이라고?”

강태운 본인도 깜짝 놀랐다.

스타지에르 브론즈 반의 A등급 컷보다 1400이나 높은 수치다.

그뿐 아니라 익스퍼트 골드반 A등급 컷보다 380이나 높았다.

“나이스!”

어디서 누군가가 쾌재를 불렀다.

보나 마나 1,000점이 넘을 거라고 걸었던 학생일 것이다.

그다음 실기 테스트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메테리얼 생성의 실력을 테스트한다.”

스타지에르의 학생들인 만큼 1개에서 2개의 메테리얼을 만들었다.

“강태운.”

또 태운의 차례가 돌아왔다.

가볍게 10개의 메테리얼을 꺼내 보였다.

메테리얼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으니 색을 넣는 것으로 증명했다.

또 허덕륜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게 몇 개야…? 하나, 둘, 셋… 열 개? 허허, 살다 살다 메테리얼 10개나 생성하는 사람을 직접 보게 될 줄이야….”생성 속도, 마나 농도, 회전력, 마나의 질까지 모두 최상이었다.

그것뿐 아니었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신기록을 전부 경신했다.

“이거 바로 실전 투입해도 될 수준인데?”

물론 스탯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마정석에서 나오는 마나의 질과 농도, 회전력은 스탯의 부족함을 메워버릴 정도로 뛰어났다.

그다음 실기 테스트도 전부 훌륭한 점수로 마무리하자 허덕륜이 개인적으로 찾아왔다.

묘하게 흥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태운아, 나는 네가 해낼 줄 알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빈말이 아니었다.

허덕륜이 아니었다면 이미 태운은 퇴학을 당해 기회조차 잃어버렸을 테니까.

“하하! 내가 뭘 했다고 그러냐. 전부 네 노력 덕분이지.”호탕하게 웃어 보이는 허덕륜.

하지만 그 얼굴에는 머쓱한 미소도 담겨 있었다.

그동안 노력해 주신 것을 다 알고 있었다고 말하지는 않기로 했다.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전달했으면 됐다고 생각했다.

그때 허덕륜이 본론을 꺼냈다.

“태운아, 그래서 말인데. 내 직접 교장 선생님과 말해 보겠다. 너를 챌린저 등급까지 승급시키자고. 어떻겠냐? 그렇게 하면 내년에는 익스퍼트 등급이 될 수 있을 테고, 그럼 내년에 졸업도 가능할 거다. 너도 1년을 더 소비하고 싶진 않잖니.”특별 승급에 대해서였다.

“가능할까요…?”

특별 승급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허덕륜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실력이라면 실전 투입해도 큰 도움이 될 수준이다. 게다가 너는 2년 동안 모든 필기시험을 1등으로 치르지 않았냐. 충분히 자격이 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하지만 태운은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왜 그러냐? 설마 특별 승급이 비겁하다고 생각하는 건….”전혀 그렇지 않았다.

특별 승급도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니까.

태운이 반대하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아뇨. 교장 선생님께는 제가 직접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 *

데블스 에이지가 끝나고 살아남은 헌터들은 엄청난 부와 명예를 손에 넣었다.

한국의 A, B급 헌터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A, B급의 헌터는 전부 데블스 에이지의 전장에서 살아남은 헌터들이었다.

한국이 보유한 A급 헌터는 총 4명.

보유한 A급, B급 헌터가 많은 국가가 선진국이고 강대국이 되는 현시대.

헌터의 가치는 단순히 강력한 무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정치적 무기로도 쓸 수 있는 게 바로 헌터였다.

헌터의 가치는 던전의 입구를 뚫고 다량의 몬스터들이 빠져나오는 던전 브레이크 때문에 폭등했다.

던전브레이크 때문에 헌터 부족

국가는 헌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와의 협상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던전 브레이크를 막지 못했을 때 지원을 구하려면 그럴 수밖에.

현재 A급 헌터를 많이 보유한 국가는 인도, 중국, 미국이었다.

인도와 중국은 워낙 인구수가 많다 보니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이 나타났고, 미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A급 헌터를 다른 나라로부터 귀화시켰다.

위 세 국가가 압도적인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 그 아래로는 일본과 독일, 러시아, 영국, 이탈리아 등의 국가가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딱 중간의 반열에 올랐다.

마지막 전투인 레비아탄 토벌전이 한국의 땅에서 일어났고 그 때문에 한국에 있던 헌터들의 90% 이상이 죽었다.

그 때문에 한동안은 최약소국으로 분류되었지만, 한국의 A급 헌터 중 한 명이 헌터를 선발하고 양성하는 아카데미를 세운 이후로 약소국의 반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A급 헌터가 아카데미를 세우고 첫 졸업자를 낸 이후, B급 헌터의 증가율이 이전 세대 헌터 대비 3배 가까이 올랐다.

덕분에 한국은 자국에서 나타나는 던전 브레이크 현상은 무리 없이 막을 수 있는 전력을 지니게 되었다.

적어도 던전 브레이크 때문에 죽는 사람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학교를 세웠다는 그 A급 헌터가 바로 전대섭.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이었다.

“이야….”

태운은 교장실이 있는 마스터 등급의 교사에 들어섰다.

고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1층 로비를 지나자 엘리베이터까지 안내해 주는 직원이 나타났다.

‘호텔 같은 게 아니라 그냥 호텔 아니야?’

과연 한국 최대의 헌터 아카데미

명운 헌터 아카데미는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 헌터 아카데미이다.

태운의 재능은 완전 땅바닥, 원래대로라면 절대 들어올 수 없는 학교였다.

하지만 태운은 다른 방면에서 굉장히 유명했다.

태운의 이름을 대면서 누구냐고 물어보면 모를 사람이 많지만, 전국 모의고사의 6연속 만점자라고 하면 대부분 알 것이다.

물론 수능도 만점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들어오지 못할 그가 그 특례로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 들어올 수 있었다.

“교장실은 8층입니다.”

직원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고 내렸다.

태운이 온다고 미리 연락을 받은 모양이다.

“전대섭….”

마법 능력자 중에서는 한국 최고라고 불린다.

메테리얼도 동시에 12개나 생성할 수 있었고, 사고의 유연성도 뛰어나 많은 수의 창의적인 마법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데블스 에이지 당시에도 많은 전공을 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의 밑에서 싸웠다지.”전대섭은 혹시 알고 있지 않을까.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그것을 알고 싶어서라도 언젠가는 만나보려고 했었다.

그게 지금이 될 줄을 몰랐지만 말이다.

띵.

어느새 엘리베이터가 8층에 도착해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복도가 이어졌고 그 앞에는 단순한 패턴의 문양을 가진 나무문이 있었다.

그 문 앞에 서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게.”

전대섭의 목소리일 것이다.

태운이 문고리에 손을 대고 돌리려 하자,

지이이익!

태운은 바로 문고리에서 손을 뗐다.

문이 열리지 않았던 건 둘째치고 손을 문고리에 대자 약한 전류가 흐르며 따끔할 정도의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알아서 열고 들어오게나.”

안에서 전대섭이 말했다.

‘시험인가.’

문고리에 걸려 있는 건 일종의 설치형 마법, 그것을 디스펠하고 들어오라는 것인 듯했다.

디스펠도 2년 동안 이론만큼은 지겨울 정도로 들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이다.

태운은 얼마 전에 산 동전 지갑에서 마정석을 꺼내 흡수하고 저장했다.

가장 빠른 방법은 강한 마력으로 마법 자체를 깨부수는 방법이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지금 가지고 있는 마정석의 양으로는 불가능했다.

‘지금은 마법의 수식을 역산하는 것으로 충분해.’태운이 손을 문고리 쪽으로 가져갔다.

“디스펠.”

문고리에서 숫자와 문자들이 뽑혀 나왔다.

이제 이것들을 조합해 마법식과 값을 알아내고 역산하면 된다.

태운은 숫자들을 조합하기 시작했다.

그때 안에서는 전대섭이 자신의 비서인 인공지능 ‘바리’와 내기 중이었다.

“바리, 저 녀석이 몇 분 만에 풀고 들어올 것 같지?”기계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그의 성적은 필기 평균 99.92, 실기 0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실시한 실기 테스트의 결과 전부 100점으로 오른 것을 고려하면 두뇌 능력이나 지식, 마나의 회전력을 중심으로 하는 디스펠 능력은 마스터 등급의 평균으로 따져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계산한다면 약 2분에서 3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였다.

5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야 나름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법이었으니까.

위력을 낮추고 보안 강도를 낮춘 대신 디스펠만큼은 엄청 어렵게 만들어두었다.

물론 다량의 마력으로 깨부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한다면 꽤 실망스러울 것 같았다.

지금 문고리에 걸어둔 마법은 위력을 낮추기 위해 사용한 마나의 양이 적기 때문이다.

마법 자체를 부수는 건 스타지에르의 브론즈 학생일지라도 불가능할 건 없었다.

테크닉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 대충 5만 정도의 마나만 쓰면 부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태운이 전대섭의 의중을 알아챈다면 수식을 역산해 디스펠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딸깍.

‘허어…. 실망스럽군.’

태운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전대섭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데 걸린 시간은 약 50초였다.

그 시간 안에 수식을 역산하기는커녕 수식을 찾아내는 것도 무리인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기대할 만한 인재가 나타났다 싶었건만 눈치도 없는 그런 학생이었다니.

전대섭을 실망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전대섭은 그것을 밖으로 내비치진 않았다.

“앉게나.”

“네.”

전대섭은 태운을 소파에 앉히고는 말했다.

“그래, 문고리에 걸려 있던 마법은 어땠나?”“네, 수식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한 수 배우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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