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10화 (10/379)

10화

[마정석 저장 LV.1 →마정석 저장 LV.2]

[총 저장 가능 마나양이 10,000에서 15,000으로 늘어납니다.]

[최대 저장 시간이 20분에서 40분으로 늘어납니다.]

이동현과의 대결이 끝났을 때 떠오른 알림창이다.

‘이제 최하급 마정석으로는 스탯이 거의 오르지도 않는 수준이 됐다. 그럼 최하급 마정석으로는 마정석 저장 스킬의 레벨을 올려야지.’최하급 마정석 수백 개를 흡수해서 스탯을 올리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이젠 창고에서 하급 마정석으로 달라고 해야겠네.”하지만 그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할 것이다.

언젠가는 하급 마정석으로도 스탯이 오르지 않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중급 이상의 마정석이 필요할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중급 이상의 마정석은 최하급 혹은 하급 마정석과 비교하면 위험성이 컸기에 라이선스가 있어야만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정석 구매 라이선스는 미성년자가 절대 얻을 수 없다.

“프로 헌터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프로 헌터가 된다 해도 협회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라이선스를 얻기 매우 힘들다.

“어휴…. 어떤 신비한 할아버지가 짜잔 하고 나타나서 ‘나와 거래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해주지 않으려나….”마정석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태운은 말도 안 되는 기연을 상상하며 공책을 꺼내 새로운 마법의 틀을 짜기 시작했다.

프로 헌터를 이겼다고 해이해질 만큼 여유가 있진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번 마법은 변이된 마나를 실험하기 위한 마법이기도 했다.

새로운 마법의 기본 틀을 다 짜자 아카데미가 끝날 시간이 지나 있었다.

“담임은 돌아오지도 않은 거야? 어휴….”

태운은 그길로 곧장 마정석 창고로 향했다.

마정석 창고로 가 2시간 동안 마정석 분류 작업을 하고 집에 가는 건 이미 아주 익숙해진 일이었다.

“흐으….”

오늘따라 집으로 가는 길이 으스스했다.

관찰력 스탯 덕분에 감각이 예민해진 이후로 이런 날들이 가끔 있었다.

그런 느낌이 든 다음 날에 주변 일을 들어보면 사고가 나서 다쳤다거나 강도를 당했다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곤 했다.

우연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쩐지 불안해져서 오늘도 빨리 집에 들어가려고 했다.

“아… 또 그 일 생각났네.”

여자 한 명과 괴물의 목소리를 가진 누군가가 골목에서 어떤 할아버지를 위협하고 있었던 일.

‘그 할아버지도 평범한 것 같지는 않았는데…. 잘 지내시려나?’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그동안 잘 지냈나? 그때는 고마웠다네. 홀홀.”골목에서 만났던 키 작은 할아버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할아버지?”

불과 10일 전에 이 주변 골목에서 만났던 할아버지다.

할아버지의 말에 이르면 태운이 자신을 살렸었다고 했었다.

답례도 하겠다고 했었다.

‘혹시 그 답례를 지금 해주시려고…?’

앞에 있는 할아버지는 그때와 똑같은 큰 캐리어를 가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덕분에 잘 지냈지. 홀….”

“참, 제 이름은 강태운이라고 해요.”

“내 이름은 크라바시아 반 처칠, 처칠이라고 불러주게. 보이는 것처럼 행상인이라네.”크라바시아 반 처칠, 서양식 이름이다.

항상 풀네임을 부를 순 없으니 처칠로 줄여서 부르는 것으로 정했다.

“그때는 정말 고마웠네.”

처칠이 고개를 숙였다.

“아니에요.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거라….”

“그런 의미로 내가 선물 하나를 주려는데….”태운은 고개를 저으며 사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처칠은 자신이 끌고 온 캐리어를 열고 있었다.

“괜찮은….”

캐리어가 열리자마자 태운의 입은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

얼핏 봐서는 산처럼 쌓여 있는 잡동사니에 불과하겠지만, 분명히 아니었다.

관찰력 스탯을 가지고 있는 태운의 눈에는 분명히 보였다.

그 캐리어를 열자마자 쏟아져 나온 물건 중 평범한 것은 없었다.

엄청난 마나를 가지고 있는 단검도 있었고 끔찍할 정도로 강한 살기가 느껴지는 책도 있었다.

괜찮다는 말이 이빨 끝에 걸렸다가 목구멍으로 유턴해 버렸다.

“하나만 가져가게. 영업 기밀이라 물건을 결정하기 전에는 물건에 대한 설명은 해주기 힘들다네.”꿀꺽.

저절로 침이 삼켜졌다.

딱 봐도 하나만 얻으면 프로 헌터로서 이름을 날릴 수 있을 것 같은 물건들이 넘쳤다.

하지만.

‘못 다뤄.’

태운의 눈에는 물건들의 존재감뿐 아니라 위험성에 대한 윤곽이 보였다.

분명 캐리어 안에는 괴물 같은 물건들이 넘쳤던 것처럼 괴물들만 다룰 수 있는 물건도 넘쳤다.

엄청난 예기와 마나를 지닌 단검은 보관조차 힘들 것 같았고 불길한 예감이 드는 책을 집었다가는 잘은 몰라도 저주에 걸릴 것 같았다.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는 것들은 전부 그러했다.

단 하나만 제외하고.

팔찌였다.

무슨 팔찌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존재감만큼은 다른 괴물 같은 물건과 비교해도 손색없었다.

계속 주시하며 자세한 관찰을 해보려고 했으나 관찰력 스탯의 범위 밖의 일인 듯했다.

고를까 말까 고민을 하던 도중 처칠이 말을 걸었다.

“고르기 힘든 모양이네만. 힌트를 주자면 자네가 들고 있는 팔찌는 한번 착용하면 절대 자네 몸에서 떨어질 일은 없네. 음… 부작용도 다른 물건에 비해 적은 편이지.”

‘귀속템이라는 말인가?’

누군가에게 빼앗길 일은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부작용이 적단다.

태운은 은혜를 갚겠다며 다가온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사기 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마음을 굳혔다.

“그럼 이걸로 정할게요.”

“탁월한 선택이네. 그것의 이름은 통달의 팔찌라네. 참고로 그걸 끼우려거든 집의 침대 위에서 하게나.”

“침대 위요?”

“그럼 이만 나는 가봐야겠군.”

처칠은 골목길로 걸어가다 말고 멈춰 서서 말했다.

“참, 혹시 중급 이상의 마정석이 필요하다면 나에게서 사게나. 충분히 구할 수 있으니 말이야.”

“네?”

“난 자네가 날 필요로 할 때, 다시 자네 앞에 다시 나타나겠네. 그때는 제값을 받을 테니 돈을 많이 준비해 놓게나. 홀홀….”그 말을 끝으로 처칠은 골목을 돌아 시야에서 벗어났다.

곧장 그의 뒤를 좇아 보니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엄청난 선물을 건네주고 게다가 자신의 고민을 한 번에 부수어준 처칠, 고맙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의심되기도 했다.

“아무렴 어때.”

자신을 더 강하게 해줄 수 있는 자원이 그에게 있었다.

“그럼 이거 한번 끼워볼까?”

마침 여기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빨리 집으로 가서 팔찌를 끼워보고 싶었다.

과연 통달의 팔찌라는 이름에 걸맞은 지식이나 기술을 전달해 줄 것인가.

태운은 기대에 찬 가슴을 억누르고 집으로 달려갔다.

“오빠 왔….”

“그래, 왔어!”

태운은 집에 들어와 윤아의 말도 끊어 버리고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뭐야…?”

요새 달라진 태운의 행동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 윤아였다.

“…뭐 아무렴 어때. 얼굴색은 좋아졌잖아.”윤아는 씨익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럼 맛있는 것도 많이 얻어먹을 수 있으니까!”그때 태운은 책가방을 의자에 걸어두고 팔찌를 손에 쥐고는 팔찌를 자세히 관찰했다.

자세한 정보를 얻어보기 위해서였다.

“역시 안 되나.”

소유권이 자신에게 넘어와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다.

“해보자.”

침을 재차 삼키고 과감하게 오른 손목을 팔찌 안으로 집어넣었다.

“음? 아무것도….”

파앙!

파동이 일며 팔찌가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그 조각들이 수많은 문자가 되어 태운의 주변을 떠다녔다.

“와….”

약 10초가 지났음에도 그저 주변을 떠다니기만 할 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손을 들고 수많은 문자 중 하나에 접촉한 순간, 슈우우우욱!

태운의 머리로 수많은 문자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끄으으으으으윽!!!”

육체적 고통에는 충분히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정신적 고통은 그렇지 못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도끼로 머리를 쪼개 뇌에 직접 인두를 집어넣어 지지는 느낌이다.

“끄으윽….”

고통을 참느라 온몸의 힘이 들어갔다.

조금이라도 힘을 뺐다가는 뇌가 녹아내릴 것만 같았기에.

슬슬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도무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파앙!

다시 한번 파동이 일면서 고통이 멈췄다.

“후우우우…….”

태운은 한참이나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뭐… 달라진 게 없는데…?”

그때였다.

손등의 문양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특성 ‘언어 통달’을 획득합니다.]

[스킬 ‘백만서고’를 획득합니다.]

“백만서고가 뭐지?”

언어 통달이라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잠깐 언어 통달이라고?”

태운은 급하게 특성의 설명을 불러왔다.

언어 통달: 존재하는 모든 언어를 이해하고 쓰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맙소사….”

이 무슨 사기적인 특성이란 말인가.

“어디 한번….”

어디서 공부한 적은커녕 들어본 적도 없는 언어를 입에 담아보기로 했다.

“હું કોરિયાનો નાગરિક છું અને હાઇ સ્કૂલનો વિદ્યાર્થી છું.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고등학생이다.)”

“와….”

무려 웹사이트 번역기에서도 발음 지원이 되지 않는 언어이다.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구자라트어가 유창하게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평생 구자라트어를 사용하며 살아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이다.

“나이스!”

태운은 뛸 듯이 기뻤다.

앞으로는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마법을 공부할 수 있을 테니까.

마법에 관련된 여러 논문을 찾아보기로 했다.

있다면 마정석에 관한 논문도.

“백만서고”

이번에는 백만서고의 스킬 설명을 불러왔다.

백만서고: 존재하는 모든 것의 정보가 들어 있는 서고를 열람할 수 있다.

아직은 레벨이 낮아 열람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재사용 대기시간: 30일

재사용 대기시간이 무려 30일이다.

긴 설명 끝에 사용 방법이 쓰여 있었다.

“정체가 궁금한 것에 손에 대거나 궁금한 것을 생각하며 스킬을 쓰면 된다?”태운은 순간 변이된 마나에 스킬을 사용해 볼까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는 미치도록 궁금한 것이 있었다.

아직도 수수께끼인 스탯, 변이된 마나보다 더욱 궁금한 것.

태운은 그것을 책상 서랍 속에 숨겨두었었다.

“여깄다.”

모든 것의 시작점, 펜던트의 그 마정석이다.

다른 마정석들은 흡수하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게 사라졌지만, 이 마정석은 그 빛과 광택을 잃었을 뿐 형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태운은 그 돌을 손에 쥐었다.

“백만서고”

그때 태운의 오른 손등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백만서고]

왜곡 당한 영웅의 마정석 (비어 있음)

‘지구’라는 세계의 종말을 막은 영웅이 죽은 이후 자신의 힘인 ‘???’를 전해주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혼의 힘으로 만든 마정석.

현재는 그 역할을 다한 후, 이젠 비어 있는 그릇일 뿐이다.

“왜곡 당한 영웅의 마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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