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하지만 그중 6개가 태운의 통제를 벗어나 공중으로 흩어졌다.
“10개가 한계치인 건가?”
태운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10개면 도대체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역할을….’생성 가능한 메테리얼의 개수가 많으면 던전 안에서의 생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공격에 쓸 것을 제외한 메테리얼이 남아 있으면 방어 마법을 전개할 수도, 치유 마법, 버프 마법 등을 전개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버프 마법과 방어 마법을 덕지덕지 바르고 근접전으로 전향할 수도 있다.
그때에도 메테리얼이 남아 있으면 원거리 마법도 사용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만능 그 자체다.
“더블 샷”
태운은 10개의 메테리얼로 더블 샷을 시전했다.
초급 마법인 매직 미사일을 두 갈래로 발사하는 마법이었다.
콰가가가각!!!
“오우….”
최하급 마법이었지만 무려 20발이나 한 번에 발사되니 무시무시할 정도다.
“이런데도 벽에는 흠집도 안 나네.”
이쯤 되면 벽이 무슨 재질로 되어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음…. 내가 던전에 들어가면 원거리 딜러가 역할이겠지?”가상의 팀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잡아보았다.
“앞에 근거리 전투원이 둘, 뒷줄 세 명, 가운데는 버퍼가 있어야 해. 그럼 나는 왼쪽 아니면 오른쪽이겠지.”“나는 메테리얼을 10개 만들 수 있으니까 두 개는 나를 방어하고 두 개는 각각 버퍼랑 다른 원거리 딜러를 보호해야지. 나머지 6개 중 2개는 혹시 모르니 킵 해두고…. 4개로는 공격을 해야겠지.”“후위 진형이 무너졌을 때는 근거리 딜러랑 가까이 붙는 게 좋아. 그 후에 버프와 방어 마법을 근거리 딜러에게 부여해 주고 같이 붙어 다니면서 전투에서 이탈….”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봤다.
옆에 동료가 있다고 생각하며 마법도 쓰고, 적이 있다고 생각하며 공격도 했다.
아카데미에 2년간 다니면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조별 전투 훈련을 혼자서 하고 있는 것이다.
“분신 마법도 한번 구상해 볼까?”
태운은 하루의 아카데미 생활 대부분을 마법 수식 구성에 쏟고 있다.
어차피 심화 마법 과정의 이해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렇게 마정석이 전부 떨어질 때까지 마법을 연습하다 보니 시간도 빠르게 흘러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시계를 보니 벌써 3시간이 지나 있었다.
이제 가야겠다고 생각해 찬영이 있던 쪽을 보니 찬영은 엄청 거대한 검을 롱소드처럼 휘두르고 있었다.
“저런 검을 츠바이헨더라고 하던가. 길이는 1m 90cm는 될 것 같은데. 무게는… 5~6킬로 정도 될 것 같고. 괴물이네, 괴물이야….”헌터는 일반인보다 몸이 튼튼하고 강력한 것은 맞지만, 결코 괴물은 아니었다.
최하급 능력자는 격투기 선수와 싸워서 떡이 되도록 얻어맞을 정도니까.
그 예를 들자면 브론즈 C반 학생들이 있다.
태운은 그의 근처에 갈 엄두도 못 내고 멀리서 외쳤다.
“찬영아, 이제 가야 할 것 같은데.”
그제야 휘두르는 검을 멈추고 시간을 바라본다.
“몇 신데? 뭐야. 벌써 1시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나가?”
“저기 있는 버튼을 누르면 방법이 생기지.”그러면서 찬영은 들어왔던 쪽으로 다가가 벽에 달린 작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위에서 긴 줄이 내려왔다.
끝에는 삼각형의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이거 꽉 잡고 두 번 당기면 올라가니까 너도 빨리 올라와. 위에서 기다릴게.”찬영이 시범을 보인답시고 손잡이는 두 번 당기더니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한순간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사라져 버렸다.
“올라갈 때도 친절하지는 않은 건가….”
이곳은 만든 사람이 창영우가 아니라는 것을 거기에서 확신한 태운이었다.
엄청나게 효율을 따지는 그가 이런 식으로 장치를 만들 리는 없었으니까.
“그럼 나도 나가볼까?”
어느새 내려온 손잡이를 잡고 가볍게 두 번 당기자.
“우와악!”
볼 때도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타 보니 보던 것보다 속도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털썩!
땅 위로 통과되듯 올라왔을 때 속도의 반동을 견디지 못하고 위로 붕 떴다가 땅에 처박히듯 떨어졌다.
“으….”
태운은 허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각목이 박혀 있던 그곳이었다.
“풉…. 아, 괜찮아. 나도 처음에는 넘어졌으니까.”
“난 아예 땅에 처박혔는데….”
“집 어느 방향이야? 가는 길이 같은 데까지는 같이 가자.”찬영이 자신이 가야 하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반대 방향이네.”
“그래? 그럼 집 잘 들어가고. 다음에 보자.”그때 태운이 한 가지 질문을 했다.
“그런데 혹시 여기에 친구 데려와도 돼?”
“어? 음…. 믿을 만한 사람 한두 명이라면. 여기가 떠벌려지는 건 바라지 않거든. 국가에 빼앗길 수도 있으니까. 돈이 많다면 이 일대를 통째로 사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맞는 말이다.
딱 봐도 이곳은 이질적인 공간이다.
정부에 발각되면 빼앗기는 건 한순간이었다.
“한 명 정도면 괜찮다는 거지?”
“응, 여길 떠벌리지 않을 사람만.”
찬영은 계속 믿을 만한 사람만 데려오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곳을 잃는 것이 엄청나게 싫은 모양이다.
‘그럴 만도 하겠지….’
찬영은 원래 브론즈 C반의 학생이었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 일어난 기적, 브론즈 C반 학생이 단번에 골드 반까지 올라간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구찬영이었다.
처음에는 키가 크고 힘이 조금 세다는 것 외에는 장점이 없는 학생이었지만 ‘신장’이라는 어마어마한 특성과 경화라는 고유 스킬을 개화했다.
덕분에 승급시험에서 엄청난 성과를 내 골드 반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 훈련장의 존재는 그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에게 이 훈련장은 상상 이상의 의미가 있는 장소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누구를 데려오려고?”
“서혜연이라고 알아?”
“서혜연? 알긴 알지. 재작년에 같은 반이었잖아.”
“걔는 어때?”
서혜연의 상태창을 봤을 때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충분히 강해질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그녀에게는 마나양이 적다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다.
그 증거로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등급을 꼽을 수 있다.
사실 태운은 둔재임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것으로 열심히 하고 꾸준히 성과를 얻는 그녀를 목표로 삼은 적도 있었다.
“음…. 소문 들어보면 그렇게 입이 가벼운 애는 아닌 것 같긴 했는데….”“신중히 검토해 봐. 네가 싫다고 하면 나도 강요는 안 할 거니까.”
“알았어.”
태운도 이곳을 빼앗기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이 훈련장이 특별한 것은 찬영에게도 그렇듯 그에게도 그랬으니까.
‘처음으로 마법을 쓴 곳’
그 의미만 둬도 충분히 평생 기억할 만큼 소중한 장소였다.
‘그리고 내 미래를 바꿀 장소이기도 하지.’
* * *
“오늘이 첫 실기 평가지?”
“응, 뭐 하는지는 못 들었는데. 말해줬나?”
“이현, 그 자식이 알려줄 턱이 있냐. 매일 대충대충 하루 넘기는 게 일인 놈인데.”브론즈 A, B, C반이 전부 모여 있는 체육관이 굉장히 소란스럽다.
그도 그럴 게 입학 이후 처음 받는 실기 평가였으니 말이다.
“자자, 조용!”
A반 교사 이동현이 마이크를 들고 100명에 육박하는 브론즈 반 학생들을 집중시켰다.
시선이 한 번에 모인 것을 확인하고는 말을 이었다.
“오늘은 첫 실기 평가 날이다. 평가 내용은 총 3가지, 처음은 매직 건으로 마법의 위력을 평가한다. 다들 줄 서라.”시작은 매직 미사일로 마법의 위력을 평가한다.
가장 기본적인 마법이기도 했고 속성력이 담기지 않은 마법이기에 위력을 수치화하기에도 편리했다.
“처음은 A반 1번 강현우 학생.”
강현우, 딱 범재의 표본이었다.
필기의 성적도 중간, 마법 시전 속도, 위력, 신체 능력 전부 평균치였다.
이 시험 이후로 실버반으로 승급될 학생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열정도 있어서 이대로라면 대단하진 않더라도 좋은 헌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기 보이는 원반을 때리면 된다.”
그는 메테리얼을 생성한 후 곧장 매직 미사일을 사용했다.
쾅!
“163. 나쁘지 않군. B! 다음!”
‘아마… 180 이상이 A였지?’
절그럭, 절그럭.
태운은 구석에서 양쪽 주머니에 가득 들어차 있는 마정석들을 주물럭거리며 서 있었다.
어제 연습할 때 매직 미사일의 위력을 비추어 보면 A는 떼놓은 당상일 것이다.
어느새 순서는 태운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지금까지 학생들의 평균은 110, 최고 점수는 223으로 A반 1위인 정동수가 가져갔다.
“다음은 C반 5번 강태운…은… 하지 마라.”
‘또 저러네.’
이동현, 강태운의 퇴학을 누구보다 먼저 제안한 사람이었다.
포기하라고 말한 사람 중 가장 지독하게 말한 사람도 이동현이었다.
욱하는 마음에 퇴학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지나가자 다음 수업 중 태운을 앞으로 불러 막말을 했었다.
‘이 강태운처럼 되기 싫다면 열심히 해라. 하여간… 이런 것도 능력자라고 전부 받아주니까 우리 학교 수준이 떨어지는 거란다.’그때 태운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전부 낄낄대며 웃을 뿐이었다.
그 당시에는 대응할 방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차고 넘쳤다.
“아뇨, 하겠습니다.”
“뭐?”
지금까지의 모든 시험에서 군말 없이 제외당했던 그가 고집을 부리자 황당하면서도 웃겼다.
“하겠다고? 마나양 10으로 쓸 수 있는 마법은 있던가? 설마, 몇 시간 동안 끙끙대면서라도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려는 건가?”태운은 그의 말에 개의치 않았다.
그도 고작 E급에 그치고 은퇴한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열등감 덩어리일 뿐이니까.
그저 앞으로 나가면서 주머니에 있는 마정석들을 일부 흡수했다.
[흡수한 마정석의 마나를 저장합니다. 총 1,000의 마나를 저장합니다.]
최하급 마정석을 흡수하는 것은 충분히 익숙해져 있었다.
아프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충분히 익숙해진 상태였다.
그저 얼굴을 살짝 찡그리는 것으로 끝났다.
“음…? 방금 인상 쓴 거냐? 강태운! 이리 와봐!”‘참자…. 실력으로 보여주면 되잖아? 참자….’그때,
“다들 다큐 보나? 거기에서 희대의 비겁자이자 무능한 대장이라고 나오는 강철운 헌터가 얘 아빠라는 거 알지? 하하하!!! 역시, 애나 부모나 똑같다니까? 싸가지가 없어. 싸가지가.”빠득.
저절로 이가 갈렸다.
그는 강태운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렸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철석.
태운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학생증을 이동현의 가슴팍에 던졌다.
“선생님, E급 헌터였다고 하셨죠?”
“이 자식이…,”
이동현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험악해졌다.
“제 학생 자리를 걸고 선생님께 대결을 요청합니다.”자격증도 없는 인성 파탄 쓰레기 교사는 제일 먼저 본 사람이 치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