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태운은 큰 종이봉투에 담아온 마정석을 전부 꺼냈다.
“그거 방금 우리 창고에서 받은 마정석 아니야?”
“맞아. 한번 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태운은 마정석을 몇 개를 쥐곤 마정석 흡수를 사용했다.
그리고 그 즉시 마정석 저장을 사용했다.
그러자 태운의 눈앞에 알람이 떠올랐다.
[흡수한 마정석의 마나를 저장합니다. 총 320의 마나를 저장합니다.]
이미 최하급 마정석을 흡수할 때의 고통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
게다가 그 고통은 지금 태운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손 위를 떠다니는 탁구공만 한 메테리얼을 눈으로 본 것이다.
메테리얼은 마법을 쓰기 위한 준비물로, 마나를 구 형태로 구체화한 것을 말한다.
그것을 조작해 마법을 쓰는 것이다.
“…….”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요즈음 너무도 감격스러운 일이 많아 웬만한 일이 아니면 이런 감정은 느끼기 힘들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평소에 10이라는 마나로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너무 적은 양이라 바로 공기 중으로 흩어져 메테리얼을 만들어 다룰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분명히 자신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메테리얼을 보자 지난 2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수십 번의 좌절과 겨우 일어나 걷는 것, 그것의 반복이었다.
태운은 메테리얼을 변환해 빚덩이로 만들었다.
해본 적은 없었지만, 이론은 빠삭했기에 어렵진 않았다.
타-앙.
그것을 전방으로 발사했다.
초급 마법 중 하나인 매직 불릿이었다.
위력이 약했는지 벽은 멀쩡했지만 태운은 괘념치 않았다.
오히려 상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록 벽은 멀쩡할지라도 태운의 마음을 옥죄고 있던 쇠사슬만큼은 단숨에 끊어 버렸기에.
그것을 본 찬영도 입을 떡 벌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너… 너….”
태운의 마나양은 10, 그것은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모든 이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의 마나를 전부 소진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없다.
“이런… 기….”
“뭐?”
“이런… 기분이었어… 마법을 쓴다는 건….”그때 태운의 오른 손등의 문신이 빛을 뿜었다.
평소와는 다른 강렬한 빛을,
[스킬 ‘초급 마법’을 획득합니다.]
[‘초급 마법’에 대한 지식이 너무 많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스킬 ‘중급 마법’을 획득합니다.]
[‘중급 마법’에 대한 지식이 너무 많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스킬 ‘상급 마법’을 획득합니다.]
[‘상급 마법’에 대한 지식이 많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상급 마법 LV.1 → 상급 마법 LV.4]
지난 2년간 쌓아왔던 지식이 한 번에 폭발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실기연습을 하고 놀러 다니고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에도 태운은 책상에 앉아 있었다.
하루에 2~3시간씩 자고 공부만 했었다.
2년 동안 그렇게 하니 매달 몇 번이고 쓰러졌었다.
다행히 보건 선생님의 마법을 받으면 일주일은 더 버틸 수 있었다.
그런 생활을 지속해 가면서 상급 마법의 이론을 전부 뗀 보람이 있었다.
태운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마법 수식이 들어 있었다.
그중에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것도 있었다.
“너… 어떻게 마법을….”
찬영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마나 10으로 마법을 쓴다는 건 불가능하니까.
“마정석의 마나를 끌어서 메테리얼로 만들었어.”
“아니, 마정석의 마나로 어떻게….”
마정석의 마나는 일반적인 마나와 구조가 다르다.
그것으로 메테리얼을 만들려면 마나를 작은 단위로 분해한 후 재조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장치가 있어도 수십 분은 걸릴 텐데….”
태운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태운은 펜던트의 마정석에서 그런 능력을 얻었다는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을 말했다.
그냥 어느 날 특성을 각성했다고 말했다.
찬영도 그렇게 어느 날 고유 특성을 각성했으니까.
“와… 2년 동안 버틴 보람이 있겠네. 요새 마정석 창고에서 일하는 것도 마정석 흡수하려고 그랬던 거야?”“그런 셈이지. 그런데 요즘은 최하급 마정석으로는 스탯이 잘 안 올라. 200개 정도 흡수하면 1 오르는 정도일까.”최하급 마정석으로는 스탯이 오르지 않게 될 때가 왔다.
슬슬 하급 마정석으로 갈아타야 하는 것이다.
“실례겠지만 혹시 스탯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찬영의 말투가 조심스러워졌다.
실례인 건 알지만,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 없던 것이다.
“괜찮아.”
찬영의 스탯을 몰래 훔쳐본 전과가 있는 태운이 뭐라 할 처지도 아니었고 스탯에 대해 별 신경은 쓰지 않아 흔쾌히 수락했다.
태운은 상태창을 열었다.
[강태운]
LV:1
마나 총량:10
체력(12) 근력(15) 민첩(10) 유연성(9) 지력(21) 변이된 마나(1) 관찰력(14)
특성
변이된 마력(LV.M)
스킬
마정석 흡수(LV.3)[S]
마정석 저장(LV.1)[S]
상급 마법(LV.4)
태운은 상태창에 적혀 있는 자신의 스탯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본래 스타지에르의 평균 수치인 8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은 전부 평균을 웃돌고 있었다.
특히 근력과 지력은 그 평균의 두 배까지 올라 있었다.
“체력 12, 근력 15, 민첩 10, 유연성 9, 지력 21.”그다음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특수 스탯을 가지고 있다는 걸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특히 변이된 마나에 대한 건 태운 본인도 아는 게 없었기에 그냥 말하지 않기로 했다.
“오, 지력 꽤 높네. 레벨은 몇이야?”
“레벨? 한 번도 오른 적 없어. 1이야.”
“1이라고?”
찬영이 입을 가리면서까지 심하게 놀랐다.
“역시 그런가… 레벨이 1인 건….”
태운이 의기소침해하는데,
“대박….”
“어?”
“레벨은 높을수록 올리기 힘든 거 알지?”
“아!”
사실 레벨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레벨이 오르면서 같이 오르는 ‘스탯’이 중요했던 것이다.
레벨이 1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너 사실 엄청난 녀석인 거 아니야?”
“…나도 모르겠다. 근데 이것 좀 볼래?”
태운은 뜬금없이 최하급 마정석 수십 개를 연달아 흡수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났었던 마법을 쓰기 위함이었다.
[흡수한 마정석의 마나를 저장합니다. 총 4,300의 마나를 저장합니다.]
“팩인 디바인 포스”
그러자 태운의 손에 3개의 구슬이 만들어졌다.
만져보니 젤리가 투명한 막 안에 가둬져 있는 것처럼 탱탱했다.
“좋아. 이론은 맞았나 보네.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질지는 몰랐지만.”
“그게 뭐야?”
“지금 힘들지? 아, 그리고 어디 부러진 곳 없어?”“뭐… 조금은 피곤하네. 한 세 시간 정도 훈련했으니까. 그리고 부러진 곳은 없어.”
“그럼 이거 맞아봐.”
태운은 마법으로 만든 구슬을 던졌다.
포-옹!
그것이 찬영의 몸에 닿자 부드럽게 터지며 안에 있는 마나가 그의 몸에 스며들었다.
“어…?”
그가 몸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태운은 그런 찬영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도 피곤하지가 않아…. 그리고 그동안 몸에 나 있던 자잘한 상처도 전부 없어졌는데?”“팩인 디바인 포스, 내가 만든 마법 중 하나야.”
“진짜? 네가 만든 거야?”
지금 찬영이 놀라는 것에도 이유는 있었다.
상처를 치유하는 마법들은 몸의 재생력을 높여주는 것이기에 상처가 낫는 대신 피로도가 쌓인다.
피로도의 회복을 빠르게 해주는 치유 마법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에 피로를 씻은 듯 사라지게 해주진 않는다.
그런데 태운은 피로를 씻은 듯 없애주는 동시에 상처까지 치유할 수 있는 마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
“아직은 미완성이야. 뼈가 부러져서 어긋나 있는 상태라면 뼈가 이상한 곳에 붙을 수도 있어. 그래서 부러진 곳 없느냐고 물어본 거야. 조심해서 써야 하는 마법 중 하나지. 게다가 마나도 많이 들어. 솔직히 말하자면 효율은 안 높아.”“그런데 이 마법 구현 속도도 엄청 빨랐는데? 이 정도 성능이면 수식도 꽤 복잡할 텐데, 방금 썼던 매직 불릿이랑 구현 속도가 비슷했던 거 같은데?”“이 마법 만들면서 쓴 공책만 50개가 넘는다. 90% 이상의 변수는 다 알고 있고 그때 수식도 거의 머릿속에 들어 있지.”
“와… 대단하네….”
다른 건 어찌해서라도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 끈기만큼은 절대 따라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성과가 쭉쭉 나와도 힘들 것 같은데 조금의 성과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일을 했다는 것에 존경심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혹시 여기 검 있어?”
“있긴 한데. 검술도 해보려고? 아주 만능이 되려고 하시네.”
“흐흐… 그런 셈이지.”
어느새 허울이 없어진 둘이었다.
찬영은 연습용 가검을 하나 건넸다.
“무게는 대충 1.7kg 정도 될 거야.”
1.7kg이라고 하면 그리 무거운 것 같지도 않을 수 있지만 실상 그렇지도 않다.
힘센 사람이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세게 휘두르면 어깨가 나갈 수도 있다.
태운은 자세를 잡고 검을 휘둘러보았다.
위에서 아래로 베어보았다.
그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좋아.”
느낌이 좋았다.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던 때 다시 태운의 오른 손등의 문신이 빛을 발했다.
[스킬 ‘초급 검술’을 획득합니다.]
[‘초급 검술’에 대한 지식이 많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초급 검술 LV.1 → 초급 검술 LV.6]
“후….”
태운은 검을 내려놓았다.
그는 드디어 실감했다.
지금의 자신은 여태까지의 자신과 다르다는 것, 그리고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것을.
“찬영이는….”
퍼억! 퍼억! 퍼억!
“또 때리고 있네.”
태운이 검을 받아들고 아무 말도 없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해 그도 다시 훈련을 시작한 듯했다.
“그럼 나도 다시 시작해 볼까?”
마정석을 이용해 마법 연습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 전에 팩인 디바인 포스로 만든 회복 약을 사용했다.
한번 생성해 두면 대충 3시간 정도 유지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것도 흡수해야지.”
태운은 단 세 개 남아 있는 하급 마정석을 꺼냈다.
그것을 흡수하자 지력 스탯과 체력 스탯이 각각 1개씩 올랐다.
빠른 속도로 오르는 스탯을 보면서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메테리얼을 몇 개 만들 수 있지?”
메테리얼의 최대 생성 개수 그리고 유지 시간, 그것들은 마법 계열 능력자의 기본적인 역량을 체크하는 것들이었다.
“마정석에서 뽑아낸 마나는 20분 동안 유지가 가능하니까 유지 시간은 길어야 20분일 테고…. 몇 개나 만들 수 있으려나.”태운은 박스를 풀어두고 연달아 최하급 마정석을 흡수했다.
[흡수한 마정석의 마나를 저장합니다. 총 8,000의 마나를 저장합니다.]
“우선 1,000씩 묶어볼까?”
마나의 단위가 클수록 메테리얼로 만드는 게 편하다.
거기에서 반으로 쪼개는 방법으로 다량의 메테리얼을 생성하곤 한다.
“그래도 5개 정도가 한계겠지만.”
세계 최고의 마법 능력자도 15개가량이 한계라고 한다.
그렇다고 5개가 적은 건 아니었다.
명운 헌터 양성 고등학교의 마스터 등급의 마법 능력자도 3~5개가 평균이라고 하니까.
태운이 집중하자 그의 손에서 메테리얼 8개가 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어? 8개? 잠깐만….”
그 상태로 다시 절반으로 나누자 총 16개의 메테리얼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