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의적이 된 루드웨어 (6)
두 번의 내공이 섞인 주먹에 큰 내상을 입은 점원이 쓰러지는 것을 보며 진천
명은 노기를 터뜨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는데, 루드웨어가 자신의 손을 잡
고는 말리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우린 이곳에선 외인이다. 나서려 하지 말아라."
"하지만..저자들이..."
하지만 진천명의 생각과는 달리 놀라운 일이 벌어졌는데, 쓰러졌던 점원이 다시
일어나서는 미소를 지으며 단융을 향하여 다시 걸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헉...7성의 공력이 담겨져 있는 진천신권을 맞고도 일어서다니...."
단융으로선 자신의 주먹을 맞고 다시 일어서 다가오는 점원을 보며 크게 당황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때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던 무음검 홍인이 자리에
일어나서는 단융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점원을 향해 말했다.
"거기까지...한발자국만 더 움직였다간 나의 검이 뽑힐게다.."
"..."
그 순간 강한 살기가 홍인의 몸에서 일어나며 자신을 밀어붙이고 있었기에 점
원은 걸어가던 것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단융에게 당했을 때와는 다른 식은땀이 그의 이마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보며 주정운은 할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여기서 끝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본교로서도 흑유림과 정면으로 상대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요."
주정운의 말에 점원은 마른침을 넘기고 있었는데, 그 때 근처에 앉아 있던 선비
가 들고 있던 섭선을 피자 놀랍게도 홍인의 몸에서 뻗어나오던 살기는 무엇인
가 강한 파장에 휩싸인 듯 깨져나가버렸다.
"헉!!"
살기가 깨지자 홍인은 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뒤로 한발자국 물러선 모습을
취했는데, 상당한 타격이 있었는 듯 그의 입에선 한줄기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
었다.
"홍인!"
놀란 귀부 이립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 뒷 쪽에 차고 있던 귀부를 뽑아 들었
다.
"흑유림은 받은데로 돌려준다."
선비는 주정운의 말에 반박을 하듯 중얼거리면서 천천히 자리에 일어섰고, 그와
함께 다른 선비들도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천천히 시승의 다섯 무사들의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젠장!"
이젠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한 주정운은 병장기를 뽑아 들며 자신들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자들을 베어버릴 기세로 공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위기, 무엇이라도 기폭제가 되는 일이 생긴다면 두 집단은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듯한 기세로 대립하고 있었는데, 그 때 하나의 물체가 날아와서
는 다섯무사들이 앉아 있는 탁자에 꽂혔다.
"림주?"
선비들은 그들의 사이로 날아온 물건이 하나의 젖가락이라는 것을 알고는 고개
를 돌렸는데, 그 곳에는 객잔의 주인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처다보고 있는 모
습이 보였다.
선비들의 그 모습을 보고는 놀라는 얼굴로 소리쳤고, 주정운은 그제서야 이 객
잔의 주인이 림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귀한 손님이 온 자리에 무슨 소란이냐."
"하지만..."
"만종이 단 한번의 반격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모르겠느냐!"
주인의 말에 선비들은 만종이란 이름을 가진 점원을 처다보았다.
단융의 주먹에 두 번이나 강타당한 만종이란 점원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주
인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천천히 무사들에게 다가가서는 말했다.
"저희 객잔에선 손님들을 받아 들일 수 없습니다. 나가 주십시오."
세 번째 축객령, 하지만 두 번의 상황과는 달리 단융으로선 또 다시 그에게 주
먹을 날릴 수 없었다. 이번에 다시 주먹을 날린다면 이제 객잔의 선비들과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워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자..."
주정운 역시 이 들과 싸운다면 자신들 중 어느 한사람도 살아 돌아가지 못한다
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들이 노리는 것은 흑유림이 아니라 교의 물건을 강탈
한 자들이였기에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무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흑유림의 선비들은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서는 전과 같은 모습을 취했고, 무사들은 이를 갈려 객잔을 빠져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만종."
"예. 림주."
"저들이 노리는 것은 손님들이 타고계신 마차의 물건인 듯 하구나."
"알겠습니다."
만종이란 점원은 림주의 말을 알아듣고는 근처에 있는 세명의 점원들에게 손짓
을 했고, 그들은 만종을 따라 객잔의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주정운으로선 뒤에서 점원들이 쫓아오는 것을 보며 도적들이 빼앗아간 물건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말을 타고 물러설 수 밖에 없
었다.
무사들이 완전히 사라지자 객잔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며 선비들의 학문 이야
기가 떠들석하게 울리기 시작했고, 진천명은 그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휴..다행이군요.."
"하지만 이곳이 흑유림의 본거지였다니...정말 놀라워요."
여사랑은 자신들이 들어온 객잔이 소문으로만 듣던 유림의 비밀 결사대인 흑유
림의 본거지란 것을 알고는 말했고, 진천명 역시 그녀의 기분과 마찬가지였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루드웨어님은 이 곳이 흑유림의 본거지란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응? 설마. 흑유림이 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럼?"
"이곳에 있는 선비들이나 점원들 거의 대부분이 상당한 기를 갈무리하고 있다
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이곳이 용담호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 그렇기 때
문에 문필을 보자고 했을 때 검술로 대신한 것이 아닌가."
"아.."
진천명으로선 크게 실력이 상승한 자신 조차 느끼지 못한 이곳 사람들의 갈무
리한 기를 느낀 루드웨어를 보며 진정한 실력이 어느정도나 될까 궁금하지 않
을 수 없었다.
세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들의 탁자로 한 남자가 걸어왔
는데, 그는 이곳 선비들에게 림주라고 불린 객잔의 주인이였다.
"이곳 객잔의 주인인 사도천이라고 합니다."
"아! 서장에서온 루드웨어라고 합니다."
주인이 직접 자신의 탁자로 찾아오자 루드웨어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정중하
게 포권지례로 인사를 하고는 그에게 자리를 내어 주었다.
"그나저나 저희가 잠시 소란을 일으켜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 소란은 저희가 원흉이니 저희가 크게 죄송스러울 따름
입니다."
주인의 말에 루드웨어는 손을 내저으며 말하고는 잔을 건네며 주인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음...'
주인은 어렴풋이 루드웨어가 엄청난 무공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직
접 대면을 하고 나니 자신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자인지라 속으로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서장무림이 중원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듯 뛰어난 자가
있을 지는 상상도 못한 사도천이였다.
"서장이라면...현재 대뇌음사와 소뇌음사의 세력으로 양분되어있어 소란스럽다고
들었는데, 어떻습니까?"
"글쎄요. 저의 파의 경우에는 두 사찰의 세력다툼에는 전혀 끼지 않고 있는지라
자세한 것을 알지 못하지만, 소뇌음사가 천랑십이적(天狼十二賊)을 끌어들인 뒤
그 수면에선 대뇌음사의 두배에 이르렀다고 들었습니다."
"음..천랑십이적.."
천랑십이적은 서장의 사막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도적이다.
열두명의 천랑십이왕이란 자를 중심으로 약 8000명이라는 엄청난 숫자로 이루
어진 천란십이적은 서장 일대에선 대항할 세력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 도적인데,
그 엄청난 이들을 소뇌음사가 끌어들였다고 하니 서장무림의 판도가 어떻게 변
해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대뇌음사가 아닌 소뇌음사가 서장의 패권을 거머쥔다면, 분명 중원무림으로 진
출을 꾀할 것이 분명할 터였기에 사도천으로선 이 사실을 무림인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그렇군요. 손님들께선 어디로 가시는 길이신지요."
"예. 일단은 근처에 있는 하오문의 지부에서 물건을 조금 처분한 뒤에 하남으로
갈 예정입니다."
"아! 하남이라면 제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 중 하나의 고향인데 동행을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동행이요?"
루드웨어는 그의 의도가 조금 수상하기는 했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
다.
"좋습니다."
한림객잔에서 하룻밤을 보낸 루드웨어 일행은 하오문의 지부로 마차를 몰아갔
는데, 그들의 일행에는 한 사람의 인물이 추가되었다.
한림객잔에서 일행들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된 사람은 다름아닌 만종이란 점원이
였다. 단융의 거대한 주먹을 두 번이나 강타 당하고도 멀쩡한 이 대단한 점원과
함께 한다는 생각에 진천명은 조금 긴장이 될 수 밖에 없었지만, 생각 외로 만
종은 꽤 괜찮은 녀석이였다.
만종의 나이는 올해로 스물다섯살로 아직 장가를 들지 못한 농총각 신세였다.
점원이라고는 하지만 흑유림에서 상당한 무공을 익히고 있는지라 현재 내공만
해도 약 2갑자에 달했고, 학식 또한 뛰어난 인물이였다.
흑유림의 막내제자로 상당한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였다.
이번에 그가 하남으로 가는 이유는 무림맹에 서장 무림의 현상황을 보고하기
위한 것으로 흑유림과 무림맹 사이에는 중원의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끈이
있었던 것이다.
한편 한림객잔에서 쫓겨난 주정운들은 녀석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마차를 몰고 녀석들의 나가는 모습이 보이자 그들의 뒤
를 쫓기 시작했다.
이런 무사들이 자신들의 뒤를 쫓고 있다는 것을 루드웨어는 이미 느끼고 있었
지만, 애써 녀석들을 맞이하지 않아도, 알아서 올 것이라는 생각에 편안한 마차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루드웨어님 시승의 다섯무사들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한참 후에야 간신히 눈치챈 진천명은 화급하게 루드웨어를 향해 전음을 날렸고,
루드웨어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가만히 냅뒤도 알아서 올 녀석들이니 길이나 재촉하도록 하게나."
"예."
루드웨어의 말에 무슨 생각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진천명은 계속 말을 몰
아갔다.
"패도낭인 이쯤에서 녀석들을 처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음...이 정도라면 한림객잔의 녀석들도 눈치채지 못하겠지. 좋다."
주정운의 지시가 이어지자 나머지 네사람은 급히 말을 몰아서는 일행들의 마차
를 향해 세도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말을 몰아오자 진천명은 놀라며 거세게 채찍질을 하고는 속도를 올리
려고 했는데, 그 때 루드웨어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진소협. 마차를 멈추도록 하게."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