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의적이 된 루드웨어 (5)
"합!!"
드디어 기수식을 벗어나 루드웨어가 초식을 시작하니 그것을 보고 있던 객잔의
주인은 크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소리쳤다.
"청야음(淸夜吟)?"
놀랍게도 루드웨어의 검 끝에서 흐르는 초식은 한자의 초서의 필체를 따르니
그 글자가 바로 청야음이란 글자였다.
"월도천심처(月到天心處) 달이 하늘에 가운데에 이르고
풍래수면시(風來水面時) 바람이 수면에 닿을 때에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 이것에 의미를
료득소인지(料得少人知) 헤아리는 사람이 적구나"
루드웨어가 검으로 보여준 초식은 청야음이라는 오언시에 싯구에 해당하는 초
서의 획이니 그 아름다운 검의 곡선에 보고 있는 선비들 중 감탄하지 않는 이
가 없었다.
한 수의 시를 모두 끝낸 루드웨어는 가볍게 검을 거둔 후 뭇 선비들을 보며 포
권지례를 했는데, 그 순간 주인장이 크게 웃으며 박수를 치며 말해다.
"하하하하하! 좋아 좋구나!"
객잔에 있는 사람들은 주인이 이렇듯 크게 박수를 치며 소리치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나, 자신들 역시 주인의 생각과 크게 다르
지 않는지라 모든 사람이 박수를 치며 주인장과 같은 말을 내뱉으니 루드웨어
는 미소를 지을 뿐이였다.
"과연 우리의 식견이 너무 좁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을 본 기분이외다. 아삼아
무엇을 하느냐."
"예. 이 분들께 특급에 해당하는 요리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와아!!"
선비들은 그 말에 크게 놀라며 좋아했는데, 이 객잔이 세워진 이래 선비들 중
특급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은 이는 오년에 한명도 많다고 할 수 있었으니 루드
웨어는 대시에 급제 한 정도의 평가를 받은 셈이였다.
자신의 연출에 크게 성공하자 루드웨어는 흡족하지 않을 수 없었고, 진천명과
여사랑 또한 그가 자리에 앉자 감탄의 말을 잊지 않았다.
"과연 루드웨어님입니다."
"굉장해요!"
"하하하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루드웨어의 검술로 인하여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을 때 한림객잔엔 냄새를 맡
고 달려온 다섯사람의 불청객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워.."
객잔의 모습을 확인한 그들은 말을 멈춰 세우고는 천리향의 냄새에 따라 말을
몰아갔는데, 그곳에서 하나의 마차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에 있는 것 같은데?"
"그렇군."
천리향의 냄개가 강하게 풍겨나오자, 자신들이 찾고 있는 것이 마차안에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말에서 내려서는 천
천히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물건의 소재를 확인한 이상, 조직의 물건을 강탈한 간이 큰 도둑놈들을 살
려 둘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끼이익.."
낡은 나무문이 열리면서 등장한 악당 다섯은 루드웨어의 공연으로 신이 난 객
잔 안의 공기를 충분히 흐트리기에 충분 했으니, 그들의 몸에선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살기가 흘러넘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헉..."
진천명은 그들 중 한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돌리고는 루드웨어를 향
해 전음을 날렸다.
[루드웨어님 시가장에 있다는 다섯 식객들입니다.]
[응?]
그제서야 공짜로 나온 술을 마신던 것을 멈춘 루드웨어는 고개를 돌려 객잔 안
으로 들어선 다섯 사람을 처다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상당한 수준의 것이였다.
물론 자신의 곁에 있는 진천명과 여사랑의 기운보다는 약하기는 하지만, 그들
다섯 사람의 기운은 상당한 기운이 넘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였다.
시가장에서 물건을 훔쳐온 녀석들이 근처에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혈
풍조 권형은 한림객잔에 있는 손님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거
의 모든 사람들이 유림의 선비들인데 반하여 한부류의 인간들만은 무인의 모습
을 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자신들이 노리고 있는 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녀석들인가 보군."
권형의 말에 루드웨어의 일행을 처다본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디서 많이 봤다고 했더니 강호오룡의 일인인 진천명이란 녀석이로군."
"진천명?"
"후후..정파의 나부랭이 중에서 조금 실력있는 후지기수라고 할 수 있지."
주정운은 가소롭다는 듯이 진천명을 보며 웃고는 천천히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
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점원이 그들의 앞으로 지필묵을 가지고 왔다.
"응?"
분명 객잔이라고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점원이 지필묵을 가지고 오자 그들은 조
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야 이건?"
"저희 가게에선 시 한수를 직접 쓰시면 그것을 가지고 등급을 매겨 대우를 해
드리지요."
"...."
점원의 말에 그들로선 황당한 객잔에 들어섰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세상
어느 천지에 이런 객잔이 있을 수 있겠는가?
"젠장! 닥치고 군돼지 한 마리하고 죽엽청 열병이나 가지고 오라고!"
거대한 몸집의 흑락철인 단융은 애석하게도 까막눈의 인물이였다. 이런 이유로
먹울 좀 든 선비들만 보며 배알이 꼴리는 단융이였으니 어찌 이런 것에 성질을
내지 않겠는가 험악한 인상을 쓰며 점원에게 소리친 단융은 당장 음식을 가지
고 오지 않는다면, 주먹을 내지를 기세를 보였는대, 그 순간 객잔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저희 객잔의 전통에 따르시지 않는다면, 저희로선 음식을 가져다 드릴 수가 없
군요.."
"뭐야! 이 자식이!"
점원의 당당한 말에 단융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의 멱살을 잡고는 들어올렸
는데, 험악한 분위기를 맞이하고 있음에도 점원은 허공에 매달린 채 미소를 짓
고 있었다.
"뭐야 이자식..."
단융으로선 그의 미소짓는 얼굴에 조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의 녀석
이라면 그 상황에서 이런 미소를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곘지만, 저희 객잔의 전통을 따르시지 않는다면 음식을 가
져다 드릴 수 없습니다."
"이 자식이!"
참지 못한 단융이 점원의 얼굴을 향해 일권을 질렀으니 얼굴만한 주먹에 강타
당한 점원은 충격에 날아가서는 객잔의 벽을 뚫고 밖으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단융!!"
이립은 단융이 먹물 든 녀석을 싫어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점원을 죽일지
는 몰랐기 때문에 놀라서는 일어났는데,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털
고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쳇! 저런 먹물들 점원 녀석 죽였다고 일나진 않아."
자신이 한 행동에 전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 단융은 뻔뻔하게 자리에 앉고는
다른 점원을 향해 소리 질렀다.
"네 녀석들도 방금 그 놈 꼴 나고 싶지 않다면 당장 내가 시키는 것을 가져오
는게 좋을게다!"
단융은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는데, 이상하게도 객잔의 점원은 단 한사람
도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살기 가득한 눈을 하고는 단융을 노려보고 있었으니 패도낭인 주정운은
무엇인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지필묵을 가져다 주는 객잔이라...어디서 들어 본 기억이 있던 것 같은데...'
수십년을 낭인으로 살아온 주정운은 이런 객잔을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때 객잔에 있던 선비들 사이에서 무엇인가에 놀라는 탄성소
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단융은 객잔의 반응에 고개를 돌렸는데, 그 순간 자신의 옆에 있는 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죄송하지만, 저희 객잔에서 받아들일 수가 없군요. 나가주시겠습니까."
"헉..."
놀랍게도 그의 옆에 나타난 점원은 그가 주먹으로 날려버린 그 점원이였던 것
이다.
얼굴에 피를 줄줄 흘리며 나타난 그의 입가에는 손님을 대하는 미소가 걸려 있
었으니, 그런 자를 본 적이 없는 단융으로선 섬뜻한 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대로 녀석에게 눌리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단융은 자리에서 일어
나서는 다시 주먹을 휘둘러 점원의 관자노리를 후려쳤고, 또 다시 주먹에 의해
점원은 큰 충격과 함께 튕겨져 떨어졌다.
"흥!"
인체의 급소중의 하나인 태양혈을 내공을 돋구어 후려쳤기에 점원이 죽을 것은
전혀 의심하지 않은 단융은 죽어버렸다고 생각한 점원을 향해 콧방귀를 끼었는
데, 놀랍게도 자빠진 점원은 천천히 일어서서는 또 다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단융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헉.."
일이 이렇게 되자 단융을 비롯한 나머지 네 사람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
다. 흑라철인 단융의 일권은 곰이라도 한방에 즉사시킬 정도의 위력이 있었는
데, 그런 것을 일개 점원이 두 방에나 허용하고도 미소를 지으며 걸어오고 있었
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원도 상당히 충격을 받았는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자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아!"
선비들은 그 모습에 크게 놀라며 탄성을 지르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단융을 처
다보기 시작했다.
"뭐야 이자식들아! 죽고 싶으냐!"
선비들의 눈초리에 단융은 섬찟한 감이 들었지만, 노기를 터뜨리며 소리쳤는데,
그 순간 주정운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을 치고는 소리
쳤다.
"아! 흑유림(黑儒林)!!"
"흑유림!!"
주정운의 외침에 다른 이들도 모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흑유림, 그것은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강호의 견식이 있는 사람
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집단이였다.
철저하게 선비로 구성이 된 흑유림은 학문에만 정진하는 보통의 선비들과는 다
른 부류들이 모여 있는 곳이였다.
바로 무공을 익힌 선비들의 집단, 그것이 바로 흑유림이였던 것이다.
흑유림이 처음 강호에 그 이름을 날린 것은 정사대전때로 정과 사의 문파의 치
열한 전쟁에서 힘없는 선비들이 아무 죄도 없이 죽음을 당하자 그 모습을 드러
낸 집단이다.
정과 사의 어느 문파에도 속하지 않는 무공을 익힌 흑유림은 놀라운 무공으로
정사대전에 휘말린 선비들을 구하며, 선비들을 죽인 정과 사의 무사들에게 철저
한 복수를 한 집단이였다.
이런 이유로 정과 사의 수뇌부들은 전쟁 중에도 절대 선비들에게 해를 끼쳐서
는 안된다는 법까지 만들정도였는데, 그런 흑유림이 주정운의 입에서 터져 나왔
던 것이다.
'..젠장! 강호에 흑유림의 선비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는 소문은 얼핏 들었는
데, 그곳이 바로 한림객잔이라니...'
주정운으로선 빨리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자신을 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욕할 시기가 아니였다.
흑유림의 사람을 건드린 이상 이제는 철저한 그들의 복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주정운의 생각과는 달리 다른 선비들이나 점원들은 아무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