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150화 (150/657)
  • < --  [집요한 욕망과 슬픈 사랑]  -- >안나와 작별을 하고 별장에서 떠난 일행은 택시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축구열기로 인해 마치 축제가 열리는 모습이다.택시 기사는 최태욱을 알아보고 자꾸 뭔가 말을 걸려고 하다가 멈추고 있었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을 애써 참고 있었다. 운전석 앞에 마르세유의 마스코트인 인형이 놓인 것으로 보였다. 자기고장의 미르세유 팀이 반드시 이긴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 같았다.‘팁을 안줄까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을 안 하네.’최태욱은 뭔가 말할까 말까하며 입만 달막거리는 운전기사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별로 할 말이 없어 그저 흘리듯이 말했다.“새 양복이라 조금 거북하군.”“그래요? 아주 고급 양복 같습니다.”“그런가?” 회1/16 쪽

    별장에서 떠나기 전에 최태욱은 입고 있던 평범한 캐주얼을 벗고 안나 카에르가 사온 고급 양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최태욱은 강호철에게 지시했다.“호텔에 도착하면 안나에게 연락해.”“왜요? 오라고 하려고요?”“아니, 그냥 내가 벗어 놓은 옷을 버리지 말고 다음에 올 때 꼭 가지고 오라고 전해.”“알겠습니다.”이런 지시를 받자 강호철은 새삼스럽게 최태욱이 헤어질 때 안나에게 아이를 꼭 낳아 보라고 권한 말이 생각났다. 강호철은 매우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회장님, 결혼도 안하시고 아이를 낳으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이유입니까? 저는 어째 불안합니다.”그러자 최태욱은 의외로 싱겁게 답했다.2/16 쪽

    “염려하지 마, 그 여자가 혼자 아이를 낳아서 잘 키운다니까······. 왜 자네가 그런 걱정을 사서 공연히 하고 있나?”“회장님, 재산 때문에 늙은 남자와 결혼했던 여자입니다. 그런 여자의 접근은 나중을 생각해서 항상 조심하셔야 합니다.”“뭘 조심해? 내가 보기에는 자신이 좋아서 낳은 아이를 가지고 나에게 진드기 짓할 여자로는 안 보이는데.”서로 보는 시각 차이가 너무 크다. 최태욱의 어처구니없는 응수에 강호철은 더욱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회장님, 설사 지금은 그렇게 보이더라도 두 분 사이에 아이가 그런 식으로 생기면 나중에는 큰 문제가 생깁니다. 그런 중요한 문제는 아주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그러자 최태욱은 약간 언성을 높여 응수 했다.“강 비서, 난 30살까지 결혼을 안 할 생각인데. 그러면 그때까지 독수공방으로 도나 닦으며 홀아비로 살란 말인가? 나는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사니 그렇게 알아.”3/16 쪽

    괴상한 놀리지만 듣고 보니 딴은 또 그렇다. 힘이 너무 좋아 걱정이니 어떤 식으로 해소를 하기는 해야 될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그렇다고 매번 돌발적으로 벌어지는 정사에서 피임하라고 방까지 따라다니며 권할 수도 없었다. 또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고 어디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를 데리고 와 옆에서 잠자리 시중만 들라고 할 방법도 없었다. 억지로 시도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그 또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회장님처럼 너무 잘나도 걱정이야.’틈만 보이면 여자들이 달려들고 있다. 장차 이 노릇을 어찌 처결해야 할지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차라리 자주 사건이 일어나 총을 대신 맞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이 속편해 보일 정도로 머리가 아파왔다.‘아이고, 골머리야 내가 생각을 말아야지.’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 최태욱에게 뭐라고 반박하고는 싶었다. 하지만 강호철은 자기 임무 범위 밖이라고 판단해 침묵했다. 강호철은 아무래도 한태형에게 보고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안 호법님께 빨리 보고해야지 안 되겠어.’4/16 쪽

    자기는 별로 권한이 없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천인교의 실세인 안태형 호법이라면 분명 좋은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생각되었다.이미 내부적으로 공인된 여자를 여기로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잠시 침묵하던 최태욱은 해변을 바라보다 요트 선착장이 보이자 강호철에게 지시했다.“저쪽에 보이는 요트 선착장부터 가봐.”“요트 선착장요?”“그래, 요트를 보유하면 선주가 누군지 알 만한 곳으로 가보라고.”“넷!”최태욱은 안나가 보유한 요트가 실제로 그녀의 것인지와 가격이 얼마 정도인지 대략 알아 볼 생각이다. 딱히 다른 이유는 없고 안나의 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추측해 보고 싶어서다.‘대체로 얼마나 소비성이 있는 여자인지 알아 두는 것도 좋아.’5/16 쪽

    자신의 재력으로 적당한 소비야 용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연히 과하게 소비하는 여자라면 그나마 관계도 청산해 버릴 생각이다. 죽게 돈 벌어서 몰락한 왕국 공주의 사치하는 몸에 처바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택시 운전기사에게 말해 일행은 요트 선착장으로 가게 되었다.요트 선착장에는 수많은 요트가 정박해 있었다. 이곳 프랑스에서는 집이 있고 나면 다음에는 요트를 사는 것이 중산층의 보편적인 행동이었다.그러나 요트를 등록하는 곳으로 가서 소유주를 알아보려니 너무 힘들었다.“저런 요트는 얼마요?”“크기가 같아도 내부 시설에 따라 가격이 10배는 차이가 납니다.”“예, 그렇게 차이가 많아요.”“직접 보기 전에는 가격을 알 수 없지요.” 톤수나 외형이 비슷해도 요트 가격도 너무 천차만별이고 요트 소유주는 개인 사생활을 지켜야 하는 비밀이라고 해서 별로 알아내지 못했다. 6/16 쪽

    ‘쩝, 그 여자에 대해 내가 뭘 알아야 돕던가 아니면 너무 부자면 발가벗겨 먹던가 하지. 이름 말고는 전혀 모르니 답답하군.’최태욱은 그저 별장의 가격만 대략 알아보고 나서 벨기에서 오게 된 축구선수들이 기다리는 드부르 호텔로 가게 되었다.최태욱은 도심으로 들어와 중심가에 있는 드부르 호텔로 가서 선수들과 최태욱은 합류하게 되었다. 호텔 앞에는 벨기에서 응원 온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응원 피켓을 들고 웅성거리고 있었다.최태욱은 그들을 피해 호텔 뒷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오는 도중에 본 거리에는 마르세유 팀을 응원하는 인파들이 보였다. 벌써부터 시위를 하듯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크라프 감독이나 코치들이 모두 환영해 주었다. 크라프는 손을 마주 잡고 흔들며 기뻐했다.“어서 오게 아주 잘 왔어.”“제가 안 올까 걱정하신 모양이군요.”“왜? 걱정이 안 되겠나? 자네가 마르세유 공항에서 스포츠 기자들과 만나고 나서 사7/16 쪽

    라진 이후 아무 소식도 없으니 별 걱정을 다했지. 우린 납치를 당한 줄 알았네.”크라프의 약간 과장된 말에 최태욱은 싱겁게 답해 주었다.“누가 납치라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어디 처박혀 푹 쉬게요.”“그게 무슨 소리야? 세상이 훌러덩 뒤집어지는 소리하지 말게. 자네가 진짜 납치되어 사라지면 여러 사람 다친다고. 국왕폐하가 자네를 얼마나 귀하게 생각하는데. 잘해서 이번에 유럽 컵에서 우승하면 다시 작위도 올린다고 하는데.”“그래요? 공연히 아무 쓸모도 없는 작위 올려주고 또 부려 먹으려고 그러는 모양입니다.”“무슨 소린가? 귀족인 자네가 그런 황망한 불경스러운 소리를 다하다니.”이런 가벼운 농담을 하고 크라프 감독과 코치들과 헤어지고 나자 배정된 방의 옆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자 허정무가 최태욱의 옷차림을 보고 대뜸 눈치를 채고 말했다.“자네, 신수가 정말 훤해졌군.”8/16 쪽

    “제가요?”“버는 것에 비해 너무 구질구질하게 입었던 옷도 이제 고급으로 변하고·······. 몸에서 진하게 향수 냄새도 나는 것으로 보아 그 동안 여자와 같이 있었군.”허정무의 이런 판단에 최태욱은 아차 싶었다. 눈치가 보통 빠른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눈치가 9단은 되겠어.’  새삼 허정무의 말에 최태욱은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고급 양복이라는 것이 표가 나고 있었다. 그냥 하얀 단추라고 생각 했더니 단추가 분명 백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옷값이 제법 비싸겠군.’ 사람이란 뭐든 첫 번째가 중요한 의미를 느끼게 된다. 여자에게 이런 고급 양복을 처음으로 선물 받아 그런지 우선 기분은 좋았다.‘그 여자가 날 좋아해.’9/16 쪽

    남에게 사랑을 받는 사실은 아주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우선 기분 좋은 일이다. 최태욱은 자꾸만 옷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의혹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허정무의 행동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진도 출신은 개나 사람이나 냄새를 잘 맡나?’김주성도 옆에서 아무 말은 안하지만 의혹어린 시선과 함께 무척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시선들이 너무 어색해 최태욱은 얼른 방에서 나왔다.‘뭐, 큰 구경이라고.’다른 선수들은 두 사람이 하나씩 방을 배정 받았다. 그러나 최태욱과 타이판은 방 하나를 배정 받았다. 특별대우를 하는 의미도 있지만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그냥 그게 편하다 싶어 그리 조치한 것이다.잠시 후에 강호철이 방안으로 들어와 자신이 놓고 온 옷을 가져와 말했다.“연락하니 세탁소에서 가져 왔네요.”“그래? 멀어도 배달이 되는 모양이군.”10/16 쪽

    “그야 모르죠. 향수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것으로 보아 안나 부인이 직접 손 본 모양입니다.”“그래?”최태욱은 옷을 받다 혹시 하는 생각에 호주머니를 뒤지니 안에는 여러 개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뭐여. 무슨 집이 여러 나라에 있어?’단순한 주소나 연락처인 전화번호가 아니고 누구와 통화되어야 된다는 메모지다. 모두 집사라는 표현으로 적혀 있으니 아무래도 그녀는 자신이 떠나온 별장과 같은 집이 여러 채 있는 것 같았다.‘이런 정도가 가난하면 얼마나 부자가 되어야 된다는 거야.’ 돈이 많아 보여 나쁘게 생각이야 안 들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녀가 너무 탐욕스러운 여자가 아닌가 생각되자 은근히 걱정되었다.‘혹시 강 비서 말대로 나이 먹은 과부 꽃뱀이 아닌가?’11/16 쪽

    여자의 정체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니 시간이 지날수록 양파 껍질 같이 자꾸 그게 그거라 오리무중이다.다음날 점심때가 되어 안더레흐트 선수들은 마르세유 경기장 주변에 있는 연습장으로 가게 되었다. 안더레흐트 선수들은 의외로 사기가 높아 보였다. 이런 모습으로 보아 오늘 경기가 잘 풀릴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최태욱은 선수들과 같이 일단 몸을 풀고 컨디션 조절을 마쳤다. 벤치에 앉아 최태욱은 타이판에게 특별히 뭔가 말해주고 있었다.자세하게 설명을 들은 타이판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알았어요. 한번 시도해 보죠.”“꼭 해야 돼.”“알았어요.”안더레흐트 선수들은 연습을 끝내고 조금 쉬다가 경기장 안의 선수 대기실로 갔다. 강호철이 준비해온 홍삼 물을 나누어 주며 안더레흐트 선수들에게 말했다.12/16 쪽

    “회장님이 오늘 꼭 이긴다고 장담하니 안심하고 뛰세요.”“그래요? 고맙소.”안더레흐트 선수 대기실에서 음료수를 모두 나누어 주고 밖으로 나온 강호철은 경호원들에게 말했다.“야, 우리도 돈 좀 걸어보자.”“돈을요?”“그래, 회장님이 3대 2로 이긴다니 그 복권을 사보자고.”“알았어요. 그러죠.”“모아서 한 번에 사죠.”“그게 좋겠네.”다들 여행 경비로 가져온 푼돈들을 꺼내 모았다. 11명이 모으니 제법 큰 돈이 되었다.  강호철은 신이 나서 창구로 나가 스포츠 복권을 사려고 줄을 서고 있었다.  13/16 쪽

    웅성웅성.수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복권 매표창구 앞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강호철은 문뜩 한국도 이렇게 프로축구에서 복권을 팔면 어떤가 생각해 보고 있었다.그러나 자칫 심판을 매수하는 일로 인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교 축구대회에서 심판들이 뇌물을 먹고 승부를 조작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해보는 염려다.이때 안나도 창구에서 복권을 사려고 하다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어머, 금방 또 만나네요.”“예, 옷은 잘 받았습니다. 스포츠 복권을 사시나 보군요.”“나야 축구 경기를 구경하면 항상 사죠. 경호관님은 혹시 3대 2로 사나요?”“예, 회장님이 그렇게 말했으니 사야죠.”강호철의 당연하다는 응수에 안나가 약간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14/16 쪽

    “참, 이상하시네. 그런 말을 그대로 믿다니요. 제가 보기에는 어떤 팀이고 한 골 정도로 승부는 끝납니다.”“한골로 승부가 난다고요.”“예, 제가 보기에는 그러네요. 이런 중요한 경기는 대부분 수비를 치중하니 어떤 팀이 함부로 위험한 도박을 하지는 않아요. 일단 1차전에는 양 팀이 모두 안전히 무승부를 노리죠. 그러니 0대 0으로 끝나거나 아니면 한 골로 경기는 끝날 겁니다.”그러나 홈경기라 마르세유 팀이 의외로 강공을 펼칠 수 있었다. 아무 관련이 없다면 확률적으로는 아무래도 마르세유에 걸겠지만 안나는 최태욱과 깊은 관계가 있으니 안더레흐트에 거는 것 같았다.  듣고 보니 안나의 판단이 오히려 더 신뢰감을 주고 있었다. “정말 그렇군요.” 결국 강호철과 안나는 1대0으로 안더레흐트 팀이 이긴다는 쪽에 걸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안나는 관중석으로 가다말고 멈추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뭔가 다른 생각이 번뜩 떠올랐던 것이다.스포츠 복권 매표창구로 간 안나는 3대2로 안더레흐트가 이긴다는 쪽으로 거액을 베15/16 쪽

    팅하고 있었다.“이표 바꾸 주세요.”“알았어요. 이상하군요. 아주 잘 배팅하신 것 같은 데 바꾸다니.” 안나는 전에 없이 너무 큰 금액을 스포츠 복권에 걸고 있었다.‘어차피 여기서 승부를 봐야 해.’머리로는 아니다 싶지만 가슴에서는 자꾸 최태욱의 당부하던 말이 떠나지 않아 바꾸어 버린 것이다. 사소한 일인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 남자를 무조건 믿고 따르고 싶었다.16/16 쪽

    머리로는 아니다 싶지만 가슴에서는 자꾸 최태욱의 당부하던 말이 떠나지 않아 바꾸어 버린 것이다. 사소한 일인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 남자를 무조건 믿고 따르고 싶었다.16/16 쪽

    머리로는 아니다 싶지만 가슴에서는 자꾸 최태욱의 당부하던 말이 떠나지 않아 바꾸어 버린 것이다. 사소한 일인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 남자를 무조건 믿고 따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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