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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메이커-129화 (129/227)
  • < 제 43장 - 귀성 >

    제 43장 - 귀성

    마계의 남쪽과 북쪽은 천양지차였다.

    버려진 땅이라고도 불리는 남부 공백지와 달리 북부는 언제나 마계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일단 땅이 비옥했다. 특별한 마법적 조치가 없어도 충분히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지하자원 역시 풍부하였고, 마계의 삼대 바다 가운데 하나인 심연의 바다로 이어지는 세 개의 강 덕분에 진즉부터 물류의 이동이 활발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북부가 ‘축복받은 땅’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북부에는 강력한 마력의 흐름이 존재했다. 마계 그 어떤 지역보다도 강대한 그것을 혹자는 ‘위대한 흐름’이라고도 평하였다.

    강력한 마력의 흐름 덕분인지 북부의 존재들은 같은 종족 내에서도 타 지역의 존재들보다 우월한 경우가 많았다. 애당초 타고나는 마력 자체가 더 강한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북부의 존재들은 강했다. 보다 장수했고, 심지어 종족의 번식 속도도 다른 지역보다 빨랐다.

    그러한 북부를 참으로 오랜 옛날부터 지배해온 가문이 있었다.

    그 가문은 무척이나 특별했다. 마계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도 그 가문과 짝을 이룰만한 가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본래 칠대죄악이란 대를 이어 소유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작금의 왕들은 물론이고 역대 마계의 왕들을 돌아보아도 죄악의 소유 가문은 새로운 왕이 나타날 때마다 바뀌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 가문은 달랐다.

    칠대죄악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오만의 죄악을 놓친 적이 없었다. 가문의 가주는 언제나 당대의 오만의 왕으로서 북부에 군림하였다.

    수천 년.

    저 위대한 탐욕의 왕 마몬의 시대 이전에도 그들은 오만의 왕이었다. 그 이후 천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지금 또한 그러했다.

    오만의 왕의 던전은 마계에서 가장 오래된 던전이었다. 차곡차곡 쌓인 세월의 무게는 탐욕의 미궁을 능가했다. 북부에서 나고 자란 모든 존재들은 다들 오만의 왕의 던전을 보고 자랐다.

    오만의 왕은 군림하는 자였다. 초대 오만의 왕은 하늘에서 지상을 굽어보는 것이야말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이라 생각하였다. 그렇기에 오만의 왕의 던전은 지하로 파고들지 않았다. 지상에 건설된 그것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오만의 탑. 마계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

    당대 오만의 왕은 그 최상층에 자리했다. 하늘과 마주한 그곳에서 지상의 일을 생각했다.

    그는 젊었다. 오만의 왕의 자리를 이어받은 지 백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워낙에 강대한 마력을 타고났기에 노화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큰 키와 자신만만한 눈. 하얀 머리칼과 강건한 육신. 이마에 자리한 삼지안.

    검은 새의 깃털로 장식된 칠흑의 망토를 두른 그는 수십 개의 날개로 만들어진 옥좌 위에서 엷은 미소를 그렸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체스판 위의 기물들을 새삼 살펴보았다.

    격노의 왕이 바다 너머에서 무력시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경 쓸 것이 못 되었다. 격노의 왕은 세간의 소문과 달리 여섯 왕 중에서 가장 여린 자였다. 그 우스꽝스런 평화지망자는 감히 바다를 건너지 못할 터였다.

    폭력의 왕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드래곤이었다. 그는 보물의 수호자였다. 자신의 둥지 위에 웅크려 있는 자였지 먼저 일어서는 자가 아니었다.

    나머지 왕들은 생각할 것도 없었다. 오만의 왕은 그들이 움직이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너무 길었어.”

    균형이란 이름하에 이어진 거짓 평화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이제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파괴가 필요했다.

    오만의 왕은 마음을 정했다. 염력을 발해 체스판의 기물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움직인 것은 기물들만이 아니었다.

    북부의 군대가 국경을 넘었다.

    전쟁을 시작했다.

    &

    엠브리오와의 전투가 끝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쟁이 종결된 것은 아니었다. 사방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재해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문제는 패잔병들이었다. 전투 끝까지 살아남은 엠브리오의 군대는 거의 대부분 살아서 전장을 떠났다. 마몬 가의 군대는 그런 패잔병들을 감히 쫓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기긴 이겼지만 피해가 너무 컸다. 오로스는 전사했고, 그를 따라 나섰던 자유도시의 병력은 삼분의 이 이상이 죽어 겨우 이백을 헤아렸다.

    자유도시의 병력들은 거의 대부분 극한 스트레스와 피로를 호소했다. 때문에 이들로 하여금 적을 추적케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엠브리오의 패잔병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거의 대부분이 서부로 도망치기는 했지만 오히려 남부 깊숙이 들어간 놈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 물론 놈들이 마몬 가의 던전이나 자유도시를 함락시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 자체가 남부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였다. 가까운 시일 내에 토벌을 하든 흡수를 하든 조치를 취해야 할 터였다.

    엠브리오가 이번 원정에 유일하게 대동했던 가주인 새매의 마왕 로터스 역시 살아서 도망쳤다.

    서부나 북부로 도망쳤다면 괜찮았지만 남부로 파고들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로터스는 권능을 보유한 가주였다. 단순한 패잔병이 아니었다.

    북부와 동부 역시 골칫거리였다.

    북부에는 엠브리오에게 항복한 가주들이 여럿 남아 있었다. 동부를 막기 위해 북부에서 대기 중이던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 지에 대해서는 속단할 수 없었다.

    그리고 동부.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가장 큰 우환거리인 그들.

    애당초 엠브리오와 마몬 가가 싸우는 사이에 어부지리를 취하려 했던 자들이었다. 엠브리오가 사라진 지금, 그들이 북부 대신 남부를 공격한다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 없었다. - 물론 남부를 치기보다는 주인 없는 북부를 유린하려 할 가능성이 더 높긴 했다. -

    여기까지가 거시적인 문제들이었다.

    미시적인 문제들은 보다 더 귀찮고 힘들었다.

    란돌트 가의 재정비.

    본 드래곤의 뼈의 수거.

    마몬 가로의 귀환.

    자유도시의 민심 안정.

    예속 사역마들의 회복.

    마지막 항목 때문에 그렇잖아도 힘든 일들이 배는 더 힘들게 변했다. 처리할 일은 많은데 일을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엠브리오와의 전투가 끝나고 반나절.

    용호는 란돌트 가의 최심부에 자리한 마왕의 방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체력 특화로 진화를 한 차례 한 덕분에 외상은 깨끗이 지워졌지만 그것뿐이었다. 속된 말처럼 속병이라도 걸렸는지 온몸이 다 아팠다.

    하지만 쓰러져 잠들 수 없었다. 작금의 마몬 가가 마주한 것은 ‘표면적인 문제’들만이 아니었다.

    엠브리오가 마지막 순간 쓰러트린 마수는 무엇인가.

    엠브리오가 남긴 유언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엠브리오와 땅에서 솟구친 마수의 정수는 취하지 못했다. 둘 모두 정수가 완벽하게 파괴당한 상태였다. 아무래도 엠브리오가 마지막으로 발한 마법의 영향인 것 같았다.

    여섯 왕을 경계하라.

    식탐의 왕을 조심하라.

    예속 사역마들 가운데서 가장 멀쩡한 축에 속하는 티그리우스는 전투 후 뒤처리에 매진하느라 용호의 상담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보통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용호의 조언자 역할을 수행하던 오필리아 역시 지금은 환자였다.

    용호는 생각을 지웠다. 역시 지금은 일단 쉬는 것이 정답인 것 같았다. 산재한 문제가 많다고 해서 마냥 고민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어차피 대강 큼직한 것들은 처리했고.’

    일단 란돌트 가의 던전 안으로 부상병들을 옮기는 작업은 끝났다. 거의 대부분의 공간을 요새화에 투자한 란돌트 가 던전인 터라 거의 대부분의 부상병들이 통로나 집결지에 누워야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용호는 숨을 길게 토하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반드시 지금 처리해야만 하는 문제를 마주했다.

    침대 끄트머리에 카타리나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기다린 귀와 꼬리 모두가 축 늘어져 있었다.

    전투 이후 지금까지 카타리나는 쉬지 않고 일했다. 용호 자신에게 마력을 퍼준 탓에 몹시 지쳐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저렇게 귀가 축 늘어져 있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더 컸다.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침 삼키는 소리가 쓸데없이 크게 들렸다.

    용호는 다시 심호흡을 했다. 몇 번을 해도 심장 박동이 느려지기는커녕 갈수록 빨라진 터라 이내 포기했다. 최대한 평정을 가장하고 말했다.

    “카타리나.”

    “어, 으, 예! 가주님!”

    카타리나가 움찔하며 바로 답했다. 시선은 여전히 땅바닥을 향한 채였다.

    용호는 이를 악물었다. 정말 심장에 좋지 못했다. 얼굴이 새빨갛게 타오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말해야 했다. 떠듬떠듬이나마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아까 전투 중에 네가 했던 말 있잖아.”

    카타리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용호를 보았다.

    초조한 얼굴이었다. 잔뜩 겁을 먹었는지 커다란 눈망울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그래서 용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변했기 때문이다.

    카타리나는 그런 용호를 마냥 기다리지 않았다. 입술을 깨무는 대신 귀를 쫑긋 세웠다. 용호를 똑바로 마주하며 말했다.

    “진심입니다.”

    여기까지가 카타리나의 한계였다. 브리가다가 없어도, 예속 사역마와 가주 사이의 연결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용호는 대답해 주었다.

    “나도 좋아해.”

    더 멋진 말들을 많이 생각해두었는데 결국 입 밖에 나온 것은 담백한 말이었다. 용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나도 좋아한다고.”

    초등학생이나 할 법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카타리나의 귀가 오랜만에 날개처럼 파닥거렸다. 눈에는 물기가 어렸는데 입꼬리는 계속해서 위를 향했다.

    용호의 심장 박동이 다시 빨라졌다. 카타리나가 살짝 엉덩이를 끌어 용호 쪽으로 다가섰다.

    “저… 가주님.”

    “으응?”

    “저도 소원 하나만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생각도 못한 요구였지만 용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지금이었다.

    카타리나는 숨을 크게 토했다.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더니 대범하게 움직였다. 단번에 용호와의 거리를 좁힌 뒤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했다.

    “가, 가만히 계세요. 말씀도 하지 마시고요.”

    ‘아니, 잠깐.’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각했다.

    방금 저 말, 분명 들어본 것이었다. 그것도 겨우 몇 시간 전에 말이다.

    생각이야 어쨌든 몸은 참으로 순종적이었다. 용호는 나뭇조각마냥 딱딱하게 굳었고, 카타리나는 떨리는 손으로 용호의 뺨을 감쌌다.

    오필리아에 이어 카이완이 그러더니 카타리나까지 이랬다. 아무래도 키스를 하기보다는 당할 팔자를 타고난 모양이었다.

    카타리나가 살며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용호는 눈을 감지 못했다. 조금씩 다가오는 카타리나의 입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엔델리온의 딸 오필리아가 위대한 마몬 가의 가주님을 방해합니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 급해서요. 지금이 딱 끊기 적절한 때인 것 같기도 하고.”

    용호는 화들짝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카타리나는 마몬 가 제일의 민첩함을 자랑하듯 어느새 방 구석진 자리에 서 있었다. 꽤나 크게 놀랐는지 꼬리가 빳빳하게 서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인 오필리아는 그런 카타리나와 용호를 미안함과 호의가 어린 눈으로 번갈아 보더니 눈썹으로 팔八자를 그렸다. 그런 오필리아의 등 뒤에서 살라미가 왜인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 있었다.

    헛기침을 한 번 터트린 오필리아가 연이어 말했다.

    “적의 기습이나… 그런 종류의 일은 아닙니다. 본 드래곤의 뼈와 회복물품 때문입니다.”

    목소리에 숨길 수 없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 엠브리오에게 일격을 허용한 대가로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던 오필리아였다. 아무리 포션을 복용했다지만 지금 이렇게 서 있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하지만 오필리아는 쓰러져 쉬는 것 대신에 이를 악물고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전투 후 뒤처리를 할 사람이 필요했다. 용호와 카타리나 역시 전투 이후 지금까지 내내 뒤처리에 몰두했지만 아무래도 익숙하지 못했다. 너무 오만한 생각일지 몰랐지만, 오필리아 자신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터였다.

    “전장에 추락한 잔해를 한 곳에 모아두기는 했지만 경비를 설 병력도, 운반에 쓸 인력도 부족합니다. 이제와서 자유도시에 추가 병력을 요구하기에는 시일이 맞지 않고요. 때문에… 비싸더라도 던전 상회의 운송 서비스를 이용했으면 합니다. 더불어 부상자들을 치료할 약도 더 필요하고요.”

    본 드래곤의 뼈는 그 자체로도 굉장한 보물이었다. 결코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본 드래곤의 뼈가 지금 전장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상인인 오필리아가 보기에는 길바닥에 황금 덩어리가 나뒹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용호가 바로 답하지 못했다. 오필리아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당장 용호 자신도 방금까지 던전 밖에서 바삐 일 했기에 본 드래곤의 뼈가 어떤 상태에 처해있는지를 잘 알았다.

    고민한 이유는 현재 마몬 가에 현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던전 상회의 운송 서비스는 오필리아의 말대로 상당히 비쌌다.

    오필리아는 우수한 예속 사역마답게 용호의 마음을 헤아렸다. 약간은 힘겹게 답했다.

    “본 드래곤의 뼈 일부를 대가로 지불하면 될 겁니다. 다소 아깝긴 하지만… 일단 마몬 가의 창고 안으로 본 드래곤의 뼈들을 안전하게 옮기는 일과 부상자들의 치료가 더 급하니까요. 송구스런 말씀이지만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오필리아는 본 드래곤의 뼈에서 한 가지 가치를 더 찾아냈다.

    본 드래곤을 만든 것은 누구인가. 대체 누가 본 드래곤을 엠브리오에게 제공했는가.

    그 단서가 본 드래곤의 뼈에 남아 있었다. 본 드래곤 정도의 언데드 몬스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은 마계 내에서도 그리 많지 않았다.

    엠브리오의 남부 공백지의 가주치고는 비정상적으로 강했다. 데스나이트와 본 드래곤은 남부 공백지의 가주가 거느리기에는 지나치게 강력한 사역마들이었다.

    누군가가 있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어떠한 존재가 엠브리오의 등 뒤에 존재했다.

    용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오필리아에게 다가섰다.

    “허락할게. 그리고 거래도 맡아서 해야겠지?”

    “죄송합니다.”

    오필리아는 미간을 좁히며 답했다. 진심으로 죄송했기 때문에 어색한 미소조차 짓지 못했다.

    용호는 그런 오필리아에게 짐짓 웃어보였다.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다시 한 번 밀어냈다.

    “좋아, 지금 바로 가상공간에 접속하지. 하지만 나도 명령할 게 하나 있어.”

    오필리아의 손을 잡아끌었다. 자연스럽게 인도한 뒤 침대 위에 앉혔다.

    “이제 그만 쉬어. 나머지 모든 일들은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자.”

    오필리아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단순히 앉았을 뿐인데 온 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돌아오시는 거 배웅 해야...”

    “주무시죠, 아가씨.”

    살짝 윙크한 용호는 마왕의 방 한쪽에 놓여 있는 옥좌에 앉았다.

    “루시아. 가상공간에 접속할 준비를 해줘.”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리고 방금, 그러니까 아까. 무척 두근두근했어요.]

    [콩닥콩닥.]

    루시아가 까르르 웃었다. 루시아의 시선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용호는 애써 마음을 추슬렀다. 접속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카타리나를 보았다.

    “다녀올게.”

    “기다리겠습니다.”

    카타리나의 꼬리가 파닥거렸다. 용호는 기분 좋게 눈을 감았다.

    던전 상회 가상공간에 접속했다.

    &

    [지금은 시트리 님과 대화하실 수 없습니다.]

    < 제 43장 - 귀성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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