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2장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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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가 아무렇게나 튕겨져 나갔다. 거의 십여 미터 이상을 날아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엠브리오의 침투경은 육신 내부로 마력을 쏟아 부어 상대를 파괴하는 기술이었다. 결코 적을 밀어내는 기술 따위가 아니었다.
용호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엠브리오가 이를 악물며 자신의 복부에 박힌 아몬을 뽑아냈다.
침투경은 실패했다. 용호에게 닿은 것도 맞았고, 마력을 방출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용호는 고통을 삼키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엉망진창이 된 왼팔이 축 늘어졌다.
엠브리오가 일장을 내뻗은 그 때 용호는 왼손을 움직였다. 엠브리오의 타점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거의 요행에 기댄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엠브리오의 공격은 더 없이 깔끔하고 직선적이었다. 엠브리오의 일장이 용호의 왼손에 닿았다. 그 순간 용호는 왜곡의 반지를 발동시켰다. 왜곡의 방패로 엠브리오의 침투경을 막아냈다. 용호가 뒤로 튕겨져 나간 것은 침투경의 힘이 용호의 내부에 파고들지 못하고 왜곡의 방패만을 때렸기 때문이다.
허나 불완전했다. 애당초 너무 급하게 발동시킨 왜곡의 방패였다. 가까스로 침투경의 마력을 차단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막아내진 못했다. 아주 약간의 마력을 허락했을 뿐임에도 왼팔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아마 이번 전투 중에는 다시 사용할 수 없을 터였다.
반면 엠브리오는 건재했다. 아몬을 뽑아내는 와중에 일어난 홍련의 불길에 온몸이 불타올랐지만 잠깐뿐이었다. 아몬을 손에서 놓자마자 마치 시간을 거스르듯 순식간에 육신을 회복시켰다.
용호는 그런 엠브리오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무적일 리가 없었다. 저 재생능력이 권능이라면 결코 진정한 불사 같은 것이 아니리라.
‘마력.’
보였다. 엠브리오가 주변에 발산하는 마력의 농도를 높였지만 흐름을 완벽하게 숨길 수는 없었다.
재생에는 마력이 소진되었다. 그것은 곧 저 재생 능력에도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엠브리오의 마력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공격을 퍼부을 것인가?
콰앙!
엠브리오가 용호에게 시간을 허하지 않았다. 용호는 의식을 집중시켰다. 마력을 읽는 것을 포기한 대신 엠브리오의 동작을 읽고자 노력했다. 다시금 치미는 왼팔의 고통을 씹어삼켰다.
엠브리오의 오른손이 허공을 찢었다. 엠브리오의 무기는 비단 침투경만이 아니었다. 다섯 개의 뿔을 기반으로 한 강대한 마력과 강철 같은 육신, 전신이 불타는 고통조차도 견뎌내는 초월적인 인내와 의지 역시 무기였다.
용호는 가까스로 엠브리오의 오른손을 피했다. 하지만 애당초 용호의 회피를 유도하기 위한 허초였다. 엠브리오의 진짜 공격은 왼손에서부터 뿜어져 나왔다.
용호도 그것을 보았다. 함정을 판 것은 엠브리오만이 아니었다.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홍련의 불길이 일었다. 엠브리오가 바닥에 내던졌을 아몬이 용호의 오른손에서부터 피어올랐다!
섬광 같은 찌르기였다. 갑작스런 아몬의 등장에는 엠브리오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진정 준비했던 일수를 내뻗지도 못하고 용호에게 일격을 허락했다.
아몬이 재차 엠브리오의 복부를 꿰뚫었다. 용호는 숨을 삼켰다. 괴성을 토하는 대신 아몬에 마력을 쏟아 부었다.
성난 녹염이 거칠게 일었다. 엠브리오의 육신을 내부에서부터 불태웠다.
하지만 용호는 멈추지 않았다. 녹염 속에서 재생과 붕괴를 반복하는 엠브리오를 보았다. 엠브리오가 마력을 모으고 있었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그 팔을 들어 아몬을 움켜쥐었다.
실로 경악스러운 의지였다. 상상조차 하지 못할 고통 속에서도 엠브리오는 용호를 노려보았다. 아몬을 움켜쥐는데 그치지 않고 용호와의 거리를 좁히고자 발걸음을 내딛었다.
용호가 다시 한 번 마력을 쏟아 부었다. 엠브리오의 육신이 다시 한 번 타올랐다. 무지막지한 마력을 쏟아 부은 성과가 있는지 순간이지만 엠브리오의 뼈가 보일 지경이었다.
그리고 엠브리오는 그것을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복부 쪽의 재생을 순간이나마 늦춰 아몬으로부터 빠져나갔다. 머리가 하얗게 될 고통 속에서도 끝끝내 반격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용호가 엠브리오를 보았다. 엠브리오가 용호를 보았다!
콰직!
바로 그 순간 엠브리오의 오른팔이 무언가에 물렸다. 마치 독사처럼 엠브리오의 오른팔을 낚아챈 것은 카이완의 사복검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카이완이 비명 같은 괴성을 토했다. 왼팔로나마 괴력을 발해 엠브리오를 통째로 잡아당겼다. 10층에서 용호에게 했던 것처럼 사복검을 마구 휘둘러 엠브리오를 연달아 바닥에 내려쳤다.
잠깐 뿐이었다. 오래 붙잡을 수 없었다. 부상이 너무 심해 벌써부터 왼팔에 힘이 빠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시간이 만들어졌다.
엠브리오는 사복검에 휘감인 오른팔을 스스로 끊어내 카이완으로부터 자유를 되찾았다. 제풀에 지쳐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카이완을 공격하는 대신 마력으로 만들어낸 마법의 창을 움켜쥐었다. 재차 용호에게 달려들었다.
용호는 그런 엠브리오를 마주했다. 카이완에게 감사하며 진각을 밟았다. 카이완이 만들어낸 시간 동안 용호는 멍하니 있지 않았다. 생각했고, 방안을 찾아냈다.
용호와 엠브리오가 격돌했다.
엠브리오는 용호의 움직이지 않은 왼팔을 노렸다. 용호는 이번에도 아몬을 찔렀다. 양쪽 모두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이었다.
엇갈렸다. 엠브리오가 조금 더 빨랐다. 마법의 창이 용호의 왼쪽 어깨를 꿰뚫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용호는 멈추지 않았다. 고통을 씹어 삼키며 오른팔을 내뻗었다. 홍련의 마창 아몬으로 엠브리오의 가슴을 찔렀다. 탐욕의 녹염을 일으켰다.
몇 번이나 반복된 상황이었다. 엠브리오는 재생의 권능을 발현시킴과 동시에 마법의 창에 집중했다. 창끝을 통해 마력을 발산하고자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권능을 발해 육신을 재생시키려던 엠브리오는 자신의 권능이 와해되는 것을 느꼈다.
죽음.
용호의 왼팔에 장착된 마장으로부터 검정에 가까운 보랏빛이 번뜩였다. 끔찍하기 짝이 없는 죽음의 마력이 엠브리오의 권능을 좀먹었다.
용호에게도 무리수였다. 스카자하의 생명과 바포메트의 죽음은 달랐다. 미쳐 날뛰는 죽음의 마력은 엠브리오뿐만 아니라 용호에게까지 그 칼날을 들이밀었다.
더욱이 엠브리오는 죽음의 마력 앞에 포기하지 않았다. 용호에게 내뿜으려던 마력을 모두 아몬 쪽으로 돌렸다. 자꾸만 흩어지려는 재생의 권능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죽음의 마력에 저항했다.
실로 전율적인 의지였다. 하지만 용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엠브리오의 강한 의지의 원동력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엠브리오를 파괴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엠브리오의 마력과 용호의 마력이 격렬히 충돌했다. 이런 식의 싸움은 용호에게 처음이었다. 순수한 마력간의 대결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마력 자체만이라면 엠브리오가 조금 더 강했다. 죽음의 기운 때문에 본 드래곤의 마력을 아직 완벽하게 흡수하지 못한 용호였다. 더욱이 생명의 힘을 발할 때 소진한 마력이 너무 컸다.
용호는 브리가다로부터 마력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엠브리오를 파하기 위해 그 이상을 바랐다. 탐욕스럽게 힘을 취하였다!
합체의 권능.
예속 사역마 티그리우스가 가주로서 가진 힘. 약해졌다 하나 지금도 존재하는, 티그리우스의 영혼의 힘의 발로.
탐욕이 그것을 끄집어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은 격렬한 고통 속에서 괴성을 토했다. 보랏빛 검정을 발하는 마장에 새로운 빛을 추가했다.
스카자하의 생명이 요동쳤다. 그 힘을 이끌어내기 위해 용호는 마력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생명력까지 불태웠다. 새로이 일어난 힘에 경악하는 엠브리오를 노려보며 합체의 권능을 발동시켰다.
엉망진창이었다. 애당초 제대로 제어할 수 없는 합체의 권능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족했다. 상극인 스카자하의 생명과 바포메트의 죽음은 상쇄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두 힘은 강하게 반발했고, 마침내 폭발했다!
죽음이 엠브리오의 권능을 집어삼켰다. 상극의 힘에서부터 일어난 폭발이 엠브리오의 마력을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엠브리오가 비명을 토했다. 용호는 다시 한 번 포효했다. 홍련의 마창 아몬으로부터 탐욕의 녹염이 솟구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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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절로 꺾였다.
용호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숨결이 거칠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아몬을 쥔 손이 심하게 떨렸다.
마력은 바닥났다. 더 이상 고통을 인내할 수도 없었다. 당장이라도 쓰러져 졸도하고 싶었다.
하지만 용호는 다시 한 번 이를 악물었다.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았다.
엠브리오가 쓰러져 있었다. 온 몸이 피로 범벅이 되어 있어 어딜 어떻게 다쳤는지도 알 수 없었다.
용호 자신과 달리 엠브리오에게는 아직 마력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재생의 권능은 발동하지 않았다. 엠브리오는 가느다란 숨을 간신히 내쉬었다.
용호는 카타리나가 달려오고 있음을 느꼈다. 격렬한 싸움에 감히 끼어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던 살라미가 무방비 상태에 빠진 주인을 호위하기 위해 착지했다.
용호는 숨을 골랐다. 자꾸만 앞으로 처지려는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이를 악물었다. 본 드래곤의 마력. 너무 급하게 먹어치웠지만 분명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더욱이 지금의 싸움으로 진화 숙련치가 가득 찼다.
그러니 일어서야 했다. 아직 의식을 잃어서는 안 되었다. 카타리나로부터 마력을 나눠받아 진화의 권능을 발동시켜야 했다. 아직 란돌트 가와 그 후방에는 엠브리오의 병력들이 일부 남아 있었다. 스컬과 데스나이트의 싸움 역시 끝나지 않았다.
용호가 일어섰다. 비틀거렸지만 끝내 발걸음을 내딛었다.
엠브리오는 그런 용호를 보며 손을 떨었다.
두 사람이 다시 서로를 마주했다. 살라미가 용호의 곁에 섰다. 카타리나의 검은 마력이 브리가다를 통해 조금씩 용호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엠브리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순간적으로 반응하지 못해 움찔하는 용호의 곁을 지나쳤다. 마지막 마력을 지면에 쏟아 부었다.
용호가 주저앉았다. 살라미가 허둥거리며 용호와 엠브리오 사이를 가로막았다.
엠브리오의 마지막 공격은 빗나가지 않았다. 지면에서 반쯤 몸을 내밀고 있던 새카만 마수- 감시자는 가슴이 터져 죽었다. 엠브리오가 감시자를 마주한 그날부터 준비한 비장의 마법이 발동한 결과였다.
용호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엠브리오는 마지막 마력으로 자신을 공격하는 대신 지면에서 솟구친 마수를 공격했다.
감시자의 시신 위에 쓰러진 엠브리오는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었다. 이제는 정말로 마력이 바닥났다. 회복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가늘게 웃었다.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돌아온… 탐욕의… 왕…….”
그토록 갈망했던 것.
평생에 걸쳐 소망했던 것.
구구절절이 사연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었다. 새로운 탐욕의 왕에게 자신을 이해시킬 마음 역시 없었다. 그저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탐욕을… 숨…겨라… 여섯… 왕, 들을… 식탐의, 왕을… 조심… 해라…….”
감시자는 죽였다. 하지만 또 다른 감시자가 있을지 몰랐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식탐의 왕이라면 곧 정황을 유추해낼 터였다.
시각에 이어 청각이 마비되었다. 고통조차 점점 무뎌졌다. 엠브리오는 스스로의 행동에 의문을 갖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의 바람을, 이루지 못한 꿈을 새로운 탐욕의 왕에게 투영한 것일지도 몰랐다.
“탐욕의 왕.”
엠브리오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어렴풋한 미소를 끝으로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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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브리오의 군대는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쳤다.
란돌트 가의 던전 안에서 싸우고 또 싸웠던 리쿰은 전투의 전말을 몰랐다. 그저 싸움이 끝났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스컬을 도와 데스나이트와 싸웠을 뿐만 아니라 우익의 병력들까지 상대한 티그리우스는 지쳤다. 지쳐도 그냥 지친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지쳤다. 하지만 노신사는 결코 바닥에 주저앉지 않았다. 살아남은 자유도시의 병력들을 수습하기 위해 말을 달렸다.
스컬의 갑옷은 다시금 박살이 났다. 클레이모어 역시 다시는 쓸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되었다.
하지만 스컬은 하나 남은 손으로 반쯤 부서진 데스나이트의 해골을 움켜쥐었다. 용호 앞에 당도하고 나서야 바닥을 뒹굴었다. 마치 안심이라도 시키듯이, 이미 죽은 언데드임에도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스컬스컬.”
엘리고스는 졸도했다. 오필리아는 그런 엘리고스의 몸 위에 엎드려서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둘 다 강인한 레드 데몬이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엠브리오의 침투경 앞에 목숨을 잃었을 터였다.
용호에게 마력을 몽땅 전달한 카타리나는 살라미의 등 위에서 몸을 축 늘어트렸다. 그리고 나름 지금의 상황에 만족했다. 아직 용호의 대답을 듣지 못했지만 고백을 했다는 사실에, 용호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행복함을 느꼈다.
“다 같이 개판이네.”
바닥에 주저앉은 카이완이 말했다. 오크인지 뭔지 모를 괴물에 등을 기대고 두 다리를 쭉 펴고 있었다. 참으로 처참한 모습이었지만 꽤 편해 보이기도 했다.
용호가 그런 카이완 앞에 쪼그려 앉았다. 카타리나에게 마력을 나눠받은 덕분에 그럭저럭 거동은 할 수 있었다. 지금 또 마력을 썼다가는 다시 뻗어버릴 것이 분명했기에 진화의 권능을 쓰는 것은 다음으로 미뤘다. 엠브리오가 마지막에 남긴 말과 행동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나중 일이었다.
“고마워.”
담백했지만 진한 감정이 묻어 있는 감사였다. 용호는 정말로 카이완에게 감사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용호 자신이 아니라 엠브리오였을 터였다.
“나야말로. 덕분에 참 즐거운 휴가가 되었어. 오랜만에 살아있는 것 같아.”
카이완이 해맑게 웃었다. 예전에도 느낀 거였지만 정말 반칙 같은 미소였다. 더욱이 용호 자신 앞에서만 저런다는 사실이 더욱 더 치명적이었다.
카이완의 몸 주변에 이질적인 마력이 감돌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구시온의 마력이었다.
“마력을 너무 썼더니 벌써 이러네. 미안하지만 조기복귀 해야겠어. 아무래도 지금 안 가면 곧 죽나봐. 가서 치료받아야지.”
카이완은 투기장의 사역마였다. 투기장의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삶도 죽음도 모두 투기장에 예속되어 있었다.
용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는 휴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제대 시켜줄게. 다시 맛있는 거 많이 먹자.”
“그거 참 기대되는 걸?”
카이완은 몸을 늘어트렸다. 구시온의 마력이 점점 더 강해졌다.
“천용호.”
카이완이 다시 용호를 불렀다.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눈동자를 굴리다 말했다.
“소원이야.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봐. 대답도 하지 말고.”
그 순간 카타리나가 귀를 쫑긋했다. 살라미는 무언가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용호는 카이완의 요구대로 가만히 있었고, 카이완은 끙차 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였다. 용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부드럽게 입술을 맞추었다.
짧았다. 하지만 강렬했다. 오필리아와 입술을 맞추었을 때와는 달랐다.
“헤헤.”
카이완이 어울리지 않게 바보처럼 웃었다. 석상처럼 굳어버린 용호의 뺨을 가볍게 한 번 두드린 뒤 충격과 공포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카타리나에게 윙크했다. 씩 웃어보였다.
“다음에 봐.”
구시온의 마력이 카이완을 휘감았다. 카이완과 함께 사라졌다.
살라미는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카타리나는 그런 살라미의 등 위에서 물먹은 빨래마냥 축 늘어졌다. 누가 봐도 울상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보던 스컬은 껄껄 웃었다. 감정의 도가니탕에 빠진 용호를 위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스컬컬!”
전투가 끝났다.
마몬 가의 승리였다.
제 42장 - 반왕 엠브리오 끝, 제 43장 - 귀성으로 이어집니다.
< 제 42장 #5 > 끝
ⓒ 취룡